김진숙 지도위원 추모사 : 정부는 건설노조 혐오 선동 중단하고 탄압을 멈춰야 한다.

(드라마 “더글로리”에서) 엄마가 학폭 가해자임을 알게 된 예솔이는 “난 이제 엄마가 자랑스럽지 않아. 기상 케스터도 안 할거야”라고 합니다. 친구를 죽이고도 일말의 가책도 없던 연진이도 자식의 저 말 앞에선 크게 충격을 받습니다.

우리가 사는 집을 짓고 학교를 세우고 마트를 만들고 길을 닦으며 세상 누구보다 자랑스러웠던 아빠, 그 멋지던 아빠가 대통령 한마디에 조폭이 되고 공갈 협박범이 되었습니다. 삼촌이라고 불렀던 큰 아빠하며, 따랐던 아빠의 친구들이 잡혀가고 아빠까지 구속영장이 떨어졌습니다.

한 가정이 무참히 무너졌고 수천 개의 가정이 위기에 빠졌습니다. 하도 죽어서 이제 그만 죽자고 만든 게 건설노조입니다. 걸핏하면 임금을 떼먹혀 크레인 위에 올라가고, 공사 끝난 아파트 밧줄에 매달리는 그런 짓 그만하고 말로 해결하자고 만든 게 건설노조입니다.일요일은 새끼들이랑 마트에서 온종일 서서 일하는 마누라랑 고기 한번 구워 먹자고 만든 게 건설노조입니다. 그런데 기어이 아이들과 함께 구워 먹은 쇠고기가 마지막 만찬이 되게 해야 했습니까!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15살짜리 상주가 “우리 아빠가 진짜 범죄자예요?” 묻게 해야 했습니까!

건설노조가 나라를 말아먹었습니까! 화물연대가 나라를 팔아먹었습니까! 일본이 원하면 방사능 오염수도 퍼 먹으라는 그 정부가 제 나라 국민들에겐 왜 그리 모집니까! 일본이 저지른 어떤 범죄와 패악도 다 용서하고 이해해 주면서 노동자들에겐 왜 그리도 잔인합니까!

유태인 혐오를 부추켜 수백만을 학살했던 히틀러. 끔찍한 인종학살과 여러 나라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트린 세계대전은 나치의 유태인 혐오로 극에 달했습니다. 한 집단에 대한 멸시와 혐오가 엄마나 끔찍하고 위험한 일인지를 비싼 댓가를 주고 배운 인류는 이제 혐오를 내세워 정치하지 않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 힘은 1900년대 이미 실패한 나치의 정치를 합니까!

민주노총과 건설노조에 대한 혐오와 탄압을 기꺼이 불태워 버리고자 불살랐던 양회동 동지 어디쯤 가셨습니까! 쌍둥이 아이들과 아내를 남기고 동지들을 두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로 어디까지 가셨습니까! 세상이 너무 어두워 등불이 되려 하셨습니까! 내려치는 칼날 피하지마라, 쫄지 마라, 두려워마라, 거침없이 타오르는 횃불이 되려 하셨습니까!

동지 여러분,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습니까! 노가다에겐 정부도 없고 나라도 없던 긴 세월 그렇게 싸워 우린 스스로 조직하여 일자리를 만들고 화장실을 만들었습니다. 정순규의 죽음 위에 아파트가 세워지고, 김태규의 시신 위에 건물이 올라갔습니다. 떼로 죽어야 뉴스에 한 줄 나오던 그 숱한 죽음들 위에 대한민국이 세워졌습니다. 전태일을 묻고, 박창수를 묻고, 김주익을 묻고, 곽재규를 묻고, 최강서를 묻고 그 피바다를 건너 우리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21세기에도 20세기 전태일처럼 죽어야 했던 양회동을 넘어 우린 또 먼길을 갈 것입니다. 10년을 싸우는 풍산 동지들, 4년을 싸우는 대우자동차(대우버스지회) 동지들, 두 명의 조합원이 3년째 싸우는 서면시장 동지들이 있습니다. 우리 힘을 냅니다.

양회동 동지.

여기서 짓다만 집을 천국에 지어주세요. 추락사도 없고, 끼임사도 없고, 본인 부주의도 없고, 똥떼기*도 없고, 데마찌**도 없고, 스메끼리***도 없고, 임금 체불도 없고, 탄압도 없는 그런 집을 지어주세요.

*똥떼기 : 건설현장의 팀장, 반장, ‘시다오께’(불법하도급업자), 인력소개소 등에서 건설노동자들의 임금을 중간착취하는 관행을 말한다. 심한 경우 28만원의 노임 중 24만원 ‘똥떼기’로 뜯기고, 고작 4만원만이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데마찌 : 갑작스럽게 일감이 취소되어, 건설노동자들이 일이 없어 대기하게 되는 상태

***스메끼리 : 건설현장에 만연한 유보임금으로 첫 달치 임금을 두세달 지나서 받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진상조차 알지 못하는 세월호와 이태원의 억울한 영혼들, 신림동 반지하 방에서 장애인 언니와 어린 딸과 물에 잠겨 숨져간 노동자, 전세 사기 피해자들, 그 억울하고 원통한 영혼들을 품어 줄 큰 집을 지어주세요. 사지육신 제자리에 붙은 채로 죽으면 마흔에 죽든, 쉰에 죽든 호상이었던 건설 동지들, 그 숱한 죽음들이 따뜻이 깃들 따뜻한 집을 지어주세요. 어떤 탄압에도 꺾이지 않을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깃발을 걸어주세요. 그리고 먼,먼, 아주 먼 훗날, 아빠가 지은 햇살 잘 들고 바람 잘 드는 집에서 쌍둥이 아이들과 아내와 만나 이승에서 못다한 한을 부디 푸시길 바랍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김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