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시위의 자유는 모두를 위한 권리

집회시위의 자유는 모두를 위한 권리

현 정부는 민주노총 집회 등에는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 제한하면서 보수단체의 맞불집회는 조건없이 허가하는 이중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더해 정부와 여당은 집회시위의 자유가 시민과 사회의 불편을 야기한다며 집회시위의 권리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집회시위의 자유는 많은 투쟁으로 성취한 시민들의 소중한 권리다.

2023년 6월 29일

[읽을거리]사회운동사회운동, 대중시위, 집회시위권

지난 6월 13일 대통령실은 집회시위의 자유가 시민과 사회의 불편을 야기한다며 3주간 집회, 시위 요건 및 제재강화 방안에 대한 국민참여토론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런 집회시위 제재 강화 추진의 배경에는 건설노조의 5월 16~17일 1박 2일 투쟁이 있었다. 6월 9일을 기준으로 정부는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대해서만 올해 총 19차례의 압수수색과 1,200여명의 소환 조사, 19명의 구속으로 전례없는 탄압을 해왔다 (6월 23일 현재 구속자는 더 늘어나 23명이다). 이 과정에서 ‘불법집단’, ‘건폭’으로 매도당한 것에 격분한 양회동 열사가 5월 1일 분신했고, 이에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양회동님에 대한 추모과 정부에 대한 분노를 담아 집회를 연 것이다. 경찰은 5월 16~17일 1박 2일 집회에 ‘불법 요소’가 있다며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과 전병선 조직실장의 출석을 요구했으며, 민주노총 집행부와 조합원 29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건설노조가 신고된 시간을 넘어 도로를 점거했고, 집회에서 혼란과 '소음'을 유발했다는 등의 이유였다.

집회시위 권리의 후퇴는 건설노조의 1박 2일 투쟁 이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정부는 이런 저런 이유를 들며 집회 신고를 받아주지 않고 있었다. 윤석열 정부 집권 1년차인 2022년에만 서울지역 집시법 제12조(교통소통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는 조항)가 금지통고 근거로 제시된 사례만 219건이며, 이중 집시법 제12조만 단독으로 금지통고사유가 된 것이 154건이다. 보수정권 집권기인 2011년~2016년 사이 12조로 가장 금지통고가 많았던 때가 121건인 것과 비교하면, 현재 집회시위권리의 후퇴는 어느 때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게다가 정부는 민주노총 집회 등에는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 제한하면서 보수단체의 맞불집회는 조건없이 허가하는 이중성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노총은 7월 총파업에 관련한 30건 중 27건에 대해 전체 혹은 부분 금지, 제한 통보를 받았다.

법적으론 신고제, 실제로는 허가제

대한민국 헌법 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집회시위는 국민이면 누구나 조건없이 가질 수 있는 권리이며, 정부의 입맛에 따라 허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신고’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도록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집시법 5조(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경우 등 금지), 11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 12조 등을 들어 사실상 집회, 시위를 검열하려 한다.

건설노조의 5월 16·17일 집회 신고 총 24번 중 8개 신고는 전면불허, 16개는 부분금지통고를 받았다. 부분금지통고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또는 5시까지만 집회를 허용한 사실상의 허가제로 야간집회 봉쇄를 의미한다. '집회의 자유는 집회의 시간, 장소, 방법과 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집시법 11조는 각종 법원, 헌법재판소, 대통령 관저 등 주요 헌법기관 100m이내 시위는 금지하는 모순을 보여준다(대통령 관저의 경우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으나 2024년 5월 31일까지는 현행이 유지된다). 국가권력기관 바로 앞에서 이들을 향해 집회시위를 할 자유는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집시법 12조는 교통소통을 이유로 도로 위 시위를 불허한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김선휴 위원은 '2023년 집회의 자유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국회토론회에서 집시법 12조가 교통소통을 집회의 자유보다 우위라고 단정해 집회 개최 자체를 원천 차단하게 하는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민주노총과 건설노조 집회뿐 아니라 퀴어축제를 불허하고, 장애인시위에도 불법딱지를 붙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경찰은 정부의 기조에 맞춰 강경 대응을 계속하고 있다. 5월 25일에는 신고 대상이 아닌 문화제를 불법이라며 해산시키고, 5월 31일 집회현장에는 6년 만에 캡사이신 분사기가 등장했다. 또한 지난 2015년 백남기 농민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살수차의 재도입을 검토 중이다. 윤석열 정부는 많은 투쟁으로 성취한 시민들의 소중한 권리들을 다시 무참히 빼앗고 있다.

집회시위가 만들어 낸 성과

국가는 국민의 주권을 보호하고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 한국현대사는 국가폭력으로 점철되어 있다. 국가에 의한 시민탄압과 구속, 물리적 폭력은 멈춘 적이 없으며 경찰, 검찰에게 국민은 처벌과 통제의 대상이었다. 그것은 양당이 집권했을 때 모두 마찬가지였으며, 촛불정부였던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민주당의 무능으로 당선된 윤석열 정부 들어 집회시위의 자유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심각하게 억압당하고 있다.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기본권과 복지제도는 처음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다.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의 투쟁으로 바뀌어 왔다. 4.19혁명과 5.18민주화항쟁, 87년 노동자대투쟁과 97년 총파업, 박근혜 퇴진까지 한국현대사는 우리 사회의 권력을 기득권층으로부터 거리와 작업장에 있는 노동자와 시민의 힘으로 바꾸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수많은 집회시위와 파업이 곧 평범한 시민과 노동자의 무기였고, 유일한 힘이었다.

정부는 집회시위가 '타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며 공공질서를 해치고 '선량한' 시민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선동한다. 그러나 건설노조의 집회는 열악한 건설현장에서 하청의 공사비착복과 정부의 묵인, 방조 속에서도 안전한 건물을 만들기 위한 기준을 만들어냈으며, 이는 국민들이 안전한 집에서 살 권리를 지켜준다.

돌봄노동자의 시위는 공공서비스의 역할을 더 확대하라는 요구로 육아, 보육, 돌봄을 개별 가정의 몫에서 사회적 책임의 영역으로 확장해 노동자의 재생산 권리를 높인다.

장애인 시위는 지하철을 멈춰 사회적 생산의 속도를 느리게 했다. 조금 더디고 불편할 수는 있지만, 장애인들의 오랜 집회와 시위 덕분에 우리는 지하철에 교통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와 저상버스 도입을 통한 '이동권'을 보장받게 되었다.

여성노동자의 시위는 불평등한 저임금과 가사일이라는 이중노동, 지속적인 성차별로부터 여성의 권리를 확대한다. 성소수자들의 시위는 그 누구도 자신의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으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평등권을 확장시켰다.

투쟁을 통한 집회시위권리의 확장

우리가 현재 누리는 제한된 집회시위의 권리조차, 집회시위를 통해 만들어 온 것이다. 2016~17년, 광장과 거리에서 보여준 시민의 힘은 대통령 박근혜의 탄핵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집회시위 권리도 크게 확장시켰다.

당시 헌정사상 최초로 청와대 앞 100m까지 행진을 했으며, 야간에도 거리에서 시위가 계속되었다. '법에 보장된' 청와대 100m 앞 시위는 2016~17 촛불투쟁 전까지는 실제로 한 번도 허용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집회참가자가 수십만, 수백만으로 늘어나자 경찰은 해산시도를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집회의 규모와 횟수가 늘어나면서 점점 더 청와대에 가까이 가는 것이 가능했다.

광화문에서 열린 박근혜 탄핵 기념 촛불승리 20차 범국민행동의 날
광화문에서 열린 박근혜 탄핵 기념 촛불승리 20차 범국민행동의 날

이는 시민에게, 거리에 힘이 있을 때 법을 뛰어넘는 조치들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바꿔말하면 시민들이 권력을, 광장을 통제하지 않을 때, 헌법에 보장된 기본적 권리일지라도 국가의 필요에 의해 손쉽게 훼손될 수 있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법의 '자의적 해석'을 통해 가차없이 기본권 제한 조치들을 하고 있다. 우리는 그에 맞서 얼마나 단호히 대응하고 있는가.

민주노조에 가해지는 정부의 전방위적 탄압은 분명한 민주주의의 퇴행이다. 돌봄/여성노동자, 시민단체선진화를 빙자한 사회운동단체, 장애인, 성소수자에 대한 공격 역시 도를 넘어섰다. 이에 맞서 사회운동이 함께 대응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기본권은 더 퇴보할 수 있다.

집회와 시위는 본질적으로 불편과 시끄러움을 유발한다. 모두가 안락하고 평화로운 삶이 가능했다면 집회,시위에 나설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누가 이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가? 현 정부다. 집회시위에 나서는 이들 역시 평화롭고 존엄하게 삶을 살고 싶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이들은 자신의 삶, 나아가 대다수 시민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바꾸라고 정부에 엄중히 묻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시위하는 이들에게 화살을 돌리지 말고, 자신의 무능을 반성하고 시민들의 요구에 마땅히 답해야 한다. 모두의 기본권을 무참히 빼앗아 가려는 윤석열 정부와 부자들이 외치는 '자유'는 우리가 원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거리와 일터 곳곳에서 '집회와 시위'로 그들의 것이 아닌, 우리의 '자유'를 되찾자.

참고자료

  • 공권력감시대응팀 외. 2023.6.15. <증언과 토론: 2023년 집회의 자유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국회토론회 자료집

글: 김지혜 (플랫폼C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