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성소수자운동을 한다는 것

지역에서 성소수자운동을 한다는 것

활동가를 만나다 인터뷰 시리즈 이효성 ②

2023년 5월 29일

[읽을거리]인터뷰, 사회운동활동가, 퀴어문화축제, 레고랜드, 지역운동

활동가를 만나다 인터뷰 시리즈 이효성 1편에 이어서 2편을 올린다. 1편에서 사회운동으로서의 정당운동과 지역운동에 대한 생각, 효성의 운동사 등을 얘기했다면, 2편에서는 효성이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퀴어문화축제와 레고랜드를 둘러싼 춘천 사회의 상황에 대해 소개한다.

소양강 퀴어! 춘천퀴어문화축제

플씨 : 말이 나온 김에, 춘천퀴어문화축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요. 이번이 벌써 두 번째 춘천퀴어문화축제라고 들었어요. 작년 춘천 퀴어문화축제의 ‘소양강 퀴어’라는 문구가 인상 깊게 남았는데, 어떤 의도에서 그런 제목이 나오게 된 건가요?

소양강 처녀상과 소양강퀴어
소양강 처녀상과 소양강퀴어

효성 : 춘천에 오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게 소양강하고 소양강 처녀상이거든요. 소양강 처녀상의 서사가 임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존재로 묘사되곤 해요. 그런데 직접 가까이에서 소양강 처녀상을 보면 굉장히 당당하고 진취적인 자세거든요. ‘춘천‘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을 때 소양강 처녀상이 떠오르곤 하죠. 그런데 거기에 붙어 있는 서사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 이미지를 사용하되, 성별 이분법적이고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다른 의미를 부여하자는 뜻에서 짓게 된 거죠. 소양강 퀴어라는 타이틀이 반응이 좋아서, 이번 축제에서도 그걸 그대로 가져가면서 다른 문구를 덧붙일까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언젠가 비싼 빔프로젝터를 하나 준비해서 소양강 퀴어상에 무지개를 한번 쏴보고 싶어요. (웃음)

플씨 : 너무 좋은데요 (웃음) 플랫폼씨도 방문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춘천뿐만 아니라 제주에서도 두 차례 퀴어문화축제 조직위로 활동하셨다고 들었어요. 성소수자 운동에 결합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효성 : 제가 제주에서 활동할 때, 제주의 먹거리 관련 지역 활동가 한 분이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온라인과 현실에서도 많이 해서 한창 논란이 된 적이 있어요. 저는 갈등 상황이 생기거나 설득이 필요한 때는, 집회를 가거나, 공간이 바뀌는 것 등 외부에서 오는 변화를 체험함으로써 인식이 바뀐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일일이 힘들게 설명하기보다는 제주도에서 퀴어 축제를 보여줘서 그런 사람들의 편견을 없애고 싶었어요.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퀴어문화축제 조직위를 하게 됐죠. 사실 개인적으로도 성소수자 인권 활동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이유가, 저는 대학을 신학교를 다녔거든요. 그런데 기독교인으로서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잖아요. 신앙인이 가장 앞서서 차별을 조장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발심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플씨 : 연분홍치마의 퀴어 시트콤 ‘으랏파파’도 비슷한 취지에서 기획됐는데, 확실히 눈으로 보고 몸으로 직접 느끼는 것이 강력하다고 생각해요. 아까 말씀하셨을 때 일이나 감정에 있어 완급 조절을 하면서 활동하시잖아요. 퀴어문화축제 같은 경우는 직접적인 혐오와 닿는 일이 많아서 마음이 힘든 경우들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럴 때 괜찮으세요?

춘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춤추는 효성
춘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춤추는 효성

효성 : 힘들죠. 그런데 혐오세력들도 되게 간절하고 힘들어하면서 반대하거든요. 그 사람들의 눈에는 우리가 밉다기보다 안타깝고 불쌍한 사람들로 보이는 거예요. 제가 보수적인 기독교 사회 안에 있어봐서 그게 너무 보여요. 그래서 내가 지치는 걸 넘어서, 저 사람의 간절함에 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 사람들은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이 전도사를 했다는 사실도 상상하지 못하겠죠. 저는 전도사도 하고 신학교 출신이고 누구보다 교회를 열심히 다녔거든요. 저런 사람들의 인식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말로 하는 것보다 정기적으로 축제를 꾸준히 열어서 직접 보게 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이 나온 거죠. 변화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축제를 통해 힘도 받고요.

지역 퀴어문화축제의 고유성

플씨 :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한다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성소수자들은 자신을 숨겨야 하기에 사람이 많은 도시에서 그나마 조금 가시화되는 경향이 있고, 지역에서 커밍아웃은 꿈도 못 꾸는 경우가 많거든요. 지역에서 퀴어문화축제를 한다는 것은 ‘여기도 퀴어에게 안전한 공간’이라고 말해주는 것과 같다고 느끼는데, 지역 퀴어문화축제의 고유한 특징이 궁금합니다.

효성 : 말씀하신대로 아웃팅의 위협이 되게 심각해요. 수도권도 그런 위험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지역보다는 조금 더 많은 군중과 익명성이 있어서 성소수자 당사자가 축제에 참여해도 좀 더 안전한 느낌을 받아요. 그런데 지역에서 축제를 할 때는 장소를 어디로 잡을지조차 큰 논쟁거리거든요. 축제는 소수자들이 자신을 가시화하고 자긍심을 드러내는 공간이지만, 워낙 지역의 아웃팅 위협이 심하니까 성소수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축제를 즐길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그걸 염두에 두면서 퀴어문화축제의 운동적 성격을 어떻게 잘 살릴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플씨 : 지역의 고유성과 수도권의 익명성으로 지역과 수도권이 비교된다면, 춘천과 제주를 비교했을 때 각각의 고유성이 있을까요?

효성 : 춘천하고 제주는 비슷한 점이 많은데, 조직위가 어떻게 기획하는지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춘천과 제주 둘 다 작은 도시거든요. 관광지이자 자연 경관이 좋아서 축제하기에 적절해요. 수도권은 콘서트장 같이 큰 무대가 있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긴다면, 지역은 마을잔치 같은 느낌이에요. 예산도 많지 않고 사람도 적으니까 저희끼리 즐길 수 있는 걸 찾는 거죠. 제주도에서는 ‘장퀴자랑’이라는 프로그램을 준비해서 참가자들이 서로 장기자랑하고, 무지개떡을 나눠 먹기도 했어요. 춘천도 그런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제주퀴어문화축제의 장퀴자랑 홍보 포스터
제주퀴어문화축제의 장퀴자랑 홍보 포스터

축제의 성격으로 봤을 때 지역의 퀴어문화축제도 충분히 즐길 거리를 다양하게 마련할 수 있어요. 우리가 너무 수도권의 운집된 곳에서 하는 축제에 익숙했잖아요.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이제 24회가 다가오는데, 지역의 퀴어문화축제는 생긴 지 얼마 안 됐거든요. 그래서 사회운동으로서 가시화하고 행진하고 하는 것도 중요한데, 한편으로는 모두가 즐기는 부분에 있어서도 다각적인 면을 시도할 수 있어요. 지역에서 새로 기획하면 이런 점이 좋은 것 같아요.

퀴어문화축제를 하면서 생긴 지역사회의 변화

플씨 : 제주도와 춘천의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에 참가하면서 느낀 지역사회의 변화는 어떤 것이 있나요? 퀴어 의제를 둘러싼 지형이라던지.

효성 : 글쎄요, 지역 내의 변화는 좀 더 두고 봐야할 것 같아요. 둘이 다른 점은 있네요. 제주도에는 교회가 거의 없는데, 4.3때 서북청년단이 내려와서 제주도를 토벌해서 교회가 별로 없고 절이 더 많아요. 반면 춘천은 교회가 진짜 많아요. 춘천성시화(聖市化) 운동이라고 춘천 전체를 기독교의 도시로 만들려는 운동이 50년째 이어지고 있어서, 기독교 내부에서 춘천이 모범이 되고 있다는 프라이드가 있거든요. 되게 크고 유명한 교회들도 많고요. 그래서 여기는 혐오 세력이 이미 조직되어 있죠. 작년에 저희가 퀴어문화축제를 한다고 하니까 계속 항의하고 민원 넣고, 축제 때 우리보다 더 많이 모여서 반대편에서 큰 집회를 했죠. 제주도는 인천이나 수도권에서 온 혐오 세력과 제주도에 있는 기독교 보수 세력 중심으로 반대를 해요. 혐오세력에 대한 결을 잘 살피면서 신경을 써야 하는 그런 측면이 있어요.

플씨 : 큰 충돌은 없었나요?

효성 : 제가 조금 놀랐던 것은, 퀴어문화축제가 알려지면서 축제가 좀 더 안정화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인천 퀴어문화축제 이후 혐오세력의 과도한 폭력, 경찰들의 무리한 진압이 사회적 규탄을 많이 받았잖아요. 이후 혐오 세력들도 대응하는 전략이 달라졌어요. 이건 성소수자 운동을 하는 인권 활동가분들이 느끼고 있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차 밑에 드러눕고 물리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려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간절하게 기도회를 하고, 웬만하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자기들이 더 낫다는 걸 보여주려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꾼 것 같아요. 자신들이 국민 정서에 반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눈치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춘천퀴어문화축제에서 조직위를 맡은 효성
춘천퀴어문화축제에서 조직위를 맡은 효성

경찰의 대응 양상도 예전과 달라졌다고 느껴요. 우리를 대하는 태도나 소통이 생각보다 강압적이지 않아요. 이전의 수도권 지역에서 퀴어문화축제를 경험했던 경찰들의 정보가 지역으로도 공유되어서 그런 점도 있겠죠. 그리고 여기는 좁은 사회라서 축제 앞두고 경찰들과 자주 만나서 얘기를 많이 해요. 어차피 매년 할 거고 자주 볼 건데 너무 대립각 세우지 말고 서로 잘 해보자고 말하면, 경찰들도 분란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아서 소통의 여지가 생기죠. 혐오세력들은 오히려 경찰들하고 소통을 잘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인권위가 출장 조사하러 오기도 하는데, 경찰 측에서 혹시 자기들이 잘못한 건 없냐면서 눈치 보기도 해요 (웃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협조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겉으로는 협조하지만, 언제든지 우리에게 부당한 요구를 할 여지가 있거든요. 그래서 항상 긴장하죠. 편하게 소통하는 걸 기본으로 하되, 우리가 가진 기조나 원칙은 절대 물러서지 않고 관철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요.

플씨 : 이런 세세한 부분들은 현장에 있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인 것 같아요. 경찰과의 소통도 그렇지만 단 하루의 축제를 위해서 정말 할 일이 많네요.

효성 : 축제는 사회운동의 일환으로서 성소수자를 포함한 지역의 사회적 약자, 사회운동이 필요한 사람들의 인권운동이거든요. 저희는 성소수자 운동을 중심으로 축제라는 형식을 빌려서 사회 운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 안에 민주적이고 평등하게 의논하는 구조를 만들고, 타 지역의 연대 단위들과 일상적으로 꾸준히 연대하고 소통하는 것, 이런 실무들이 중요하죠. 끝나면 평가도 잘 남겨야 하고요. 그러면서 우리도 각자가 소진되지 않아야 해요. 그래서 축제 끝나면 내년에 쉴지, 실무는 안하고 본 축제에만 와서 참여할지, 내년에도 실무를 같이 할지를 고민해요. 각각 가위표(×), 세모(△), 동그라미(○) 이런 걸 고민한다고 할까요? 각자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참여 정도를 정하고, 남는 실무는 새로운 조직위원분들이 오시면 다시 분배하죠. 서로에게 좋은 방식인 것 같아요. 새롭게 오시는 분들은 활동하는 역량을 쌓을 수 있고, 생활에 집중해야 하는 분들은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요.

플씨 : 좋네요. 그러면 효성님은 작년에도 동그라미 올해도 동그라미인가요?

효성 : 네 작년, 올해 동그라미예요 (웃음)

레고랜드 사태

플씨 : 다음으로 지역에서 추진 중인 다른 활동에 대해 질문 드리고 싶은데요. 올해 초에 춘천 레고랜드 테마파크(이하 레고랜드) 개발 관련한 글을 플랫폼씨 홈페이지에 써 주셨는데, 이게 결국 개장했잖아요. 현재 춘천 레고랜드 관련해서 활동하시는 것이 있나요?

효성 : 우선 사건을 간단하게 설명 드리자면, 춘천에 자연이 비교적 잘 보존된 중도라는 섬이 있어요. 그런데 강원도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로 중도에 레고랜드를 세우기로 한 거죠. 이 계획은 2008년에 한나라당 소속(현 국민의힘당)의 김진선 강원도지사가 멀린 사를 방문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사업이 본격화됐어요. 2010년에 당선된 민주당 이광재 도지사는 레고랜드 조성사업 추진을 결정했죠. 문제는 멀린 측에 중도를 최대 100년 동안 무상 임대해주고 자금과 기반 시설도 제공하는 계약의 불균형성과, 중도에 묻혀 있는 문화재 파괴였어요. 그러나 2011년에 당선된 통합민주당 최문순 도지사는 2012년에 공사를 시작해 2014년에 개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2013년에 멀린사와 레고랜드 개발 본협약(UA)을 강행합니다.

이후 중도를 공사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유적이 발굴됐는데, 규모로는 전 세계 청동기 단일유적 중 최대였어요. 고고학계의 우려에 문화재위원회와 레고랜드 추진단은 문화재에 대한 보존을 조건으로 하고 사업을 지속하기로 약속했어요. 문제는 문화재청과 개발사인 엘엘개발(현 중도개발공사)이 허위보고서를 작성해 위험을 감수하면서 사업을 계속하고, 문화재 보존에 대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었어요. 강원도는 2300억 원의 공사비 마련에도 실패해서, 레고랜드의 사업권을 시행사인 엘엘개발에서 운영사인 멀린에 넘겨버리는 총괄개발협약을 체결해요. 엘엘개발은 레고랜드 사업을 위해 강원도가 최대주주로 출자한 특수목적법인이라서 엘엘개발이 주도해야 강원도에 수익이 들어오는데, 사업권을 넘김으로써 레고랜드는 멀린 사의 것이 되어버린 거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개발했는데, 정작 돌아오는 건 한 푼도 없는 거예요. 그리고 레고랜드 사업을 추진할 때, 강원도는 연간 200만 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과 9800여 명의 일자리 창출, 연간 44억 원의 지방세수 증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홍보했어요. 하지만 레고랜드 말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 관광객이 200만명이나 올지도 의문이고, 2022년 3월 기준 채용된 인원은 18%도 안 되는 548명에 대부분이 비정규직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2022년 5월에 개장하게 됐죠.

레고랜드는 공사를 진행하게 해 준 최소한의 조건도 안 지켰고, 개장 이후에도 안전사고, 교통 및 주차, 숙박 등 운영 과정에서 많이 미숙해요. 그리고 이후 김진태 레고랜드 사태가 불거졌었죠. 보시다시피 제가 어떤 대응을 해야겠다고 결정한 게 아니라 관련된 일이 계속 터져요. 관광객 수도 예상보다 적어서 춘천에 있는 초등학교들이 다 동원돼요. 근데 그렇게 적자를 메꾸는 게 얼마나 가겠어요? 큰 테마 파크니까 유지되긴 하겠지만 문제점이 많아요.

'레고랜드발 금융위기'를 두고 공방을 펼친 두 정치인, 최문순과 김진태 (좌측부터)
'레고랜드발 금융위기'를 두고 공방을 펼친 두 정치인, 최문순과 김진태 (좌측부터)

플씨 : 지역들이 난개발로 인한 문제를 많이 겪는 것 같아요. 광주도 디즈니월드를 유치하겠다고 하지 않나, 김해에는 이미 김해가야테마파크를 만들었는데 존재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더라고요. 그렇게 거액의 사업 예산을 쓰고 환경 파괴하면서 남는 건 건설회사와 연관된 사람들에게 수익만 돌아가는...

효성 : 그렇죠. 이런 식의 ‘경제 활성화’ 한답시고 이뤄지는 개발은 지역의 환경이나 조건을 무시하고 도시의 특징이 지역에도 그대로 적용될 거라고 생각하는, 획일적인 개발이 많아요. 주로 외부 자본에 의존해 진행되는데, 건설업자 및 건물주와 일부 관료들에게만 이익이 되고 지역에는 안 좋은 영향을 끼치죠. 테마파크를 만들 수는 있는데, 세금을 들여서 큰 사업을 하고자 한다면, 그 과정에서 예상되는 경제적 효과, 환경 영향평가, 이런 것들에 대한 사전조사들이 충분히 이뤄져야 하고, 주변 지역민과 소통해서 합의를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지역민들 합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절차를 다 무시하면서 진행을 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죠. 그러면 지어놓은 시설을 유지하는 데만 혈세가 낭비돼요. 수익은커녕 계속 적자만 나는 거죠.

지역 식민적 구조

플씨 : 최근에 싸이 흠뻑쇼가 가뭄에도 불구하고 물을 엄청 낭비한다고 해서 논쟁이 된 적이 있잖아요. 사실 그건 수자원을 낭비한다는 것 이상으로, 수도권과 도심지역의 편의를 위해서 지방과 교외지역의 자원을 마음대로 끌어 쓴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혹시 춘천의 지역사회에서는 그런 문제가 이슈화된 적이 있을까요?

효성 : 춘천에서 레고랜드 개장을 축하하면서 불꽃쇼를 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었어요. 그 불꽃축제는 레고랜드 자체보다 먼저 예산이 잡혀있던 거였는데, 시민단체가 반대해서 예산을 못 썼어요. 왜냐하면 올해 강원도 내에서 산불이 크게 난 적이 있었거든요. 논리적으로 따지면 춘천에서 불꽃 축제를 한다고 해서 바로 산불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산간 지방에 사는 강원도민 정서에는 맞지 않는 거예요. 한쪽은 방금 화마가 휩쓸고 가서 아직 복구하고 있는데, 옆에서는 불꽃으로 놀고 있으면 무슨 생각이 들겠어요? 동료 시민으로서의 연대 의식이 부재한 거죠. 흠뻑쇼도 이와 비슷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한 쪽에서는 삶에 필수적인 물이 없어서 아껴쓰는데, 한 쪽은 다른 곳에서 물을 길어다가 펑펑 쓴다면 좋은 반응이 나오지는 않겠죠. 소외된 이들의 정서와 결을 살펴야 한다고 생각해요.

수도권의 막대한 전기 소비를 충족하기 위해 삼척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어 해안 침식과 대기 오염이 발생하고, 물을 싼 값에 구할 수 있는 도시에 비해 인구가 적은 농촌 지역은 더 비싸게 사야하는 ‘물 양극화’ 등 수도권과 지역의 불평등은 심각합니다. 지역의 개발은 지역 사회를 위한 것이 아닌, 수도권으로 자원을 보내거나 ‘지역 활성화’라는 명분하에 외부 자본 및 지역 관료들의 수익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지역은 수도권의 자원 조달자나, 외부 자본의 수익 창출구가 되어버리는 거죠. 지역에 정말 아무 것도 없으니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런 개발이라도 바라는 지역민들이 있긴 해요. 하지만 그런 난개발은 문제점이 많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어요. 답은 지역의 종합적 환경에 대한 고려와, 이에 기반한 지역 사람들의 민주적 소통 및 합의에 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친다면 지역과 수도권 간 인구를 포함한 여러 격차를 해결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겁니다.

2023년 5월 15일, 플랫폼씨의 돋움활동가 현창, 보리, 현빈이 효성을 포함해 여러 활동가들을 인터뷰한 <활동가들>이 출간되었다. 11명의 활동가들이 사회운동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푼 것을 집약한 책으로, 알라딘을 포함한 여러 서점에서 '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다. 더 많은 활동가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인터뷰어 : 김현빈, 보리, 정인영

인터뷰이 : 이효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