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가짜 동행, 우리의 진짜 연대 : 동국대학교 오세훈 방문 항의행동

그들의 가짜 동행, 우리의 진짜 연대 : 동국대학교 오세훈 방문 항의행동

5월 25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동국대 특강 - 동국대 학생들은 서울시 시정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유인물을 배포하며 항의했다.

2023년 5월 30일

[읽을거리]대학대학, 퀴어문화축제, 오세훈, 사회운동

동국대학교 학생들은 오세훈 시장의 학교 방문에 맞추어 퀴어퍼레이드 서울 광장 사용 불허, 이태원참사 시청분향소 철거 위협, 서울사회서비스원 예산 대폭 삭감, 공공돌봄 예산 삭제 등 "약자와의 동행은 개뿔" 선전물을 만들어 비판하였다. 서울사회서비스원 노동자들은 학생들의 연대에 감사하는 대자보를 학내에 부착하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동국대학교에 특강을 하기 위해 5월 25일 방문할 예정이라는 걸 알게 된 건 특강이 있기 일주일 정도 전이었다. 퀴어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장본인이 하고많은 날 중에 학교 축제에 찾아와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삶의 지혜와 비전’ 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오세훈 시장은 10.29 이태원 참사 시청분향소 설치를 방해하고, 설치 이후에는 철거하라고 내내 협박했으며 시민대책회의 앞으로 3천만 원의 변상금을 부과했다. 게다가 최근 공공돌봄 예산을 142억원이나 삭감하고, 어린이집 운영중단 계획 등을 통해 공공돌봄의 책임을 방기했다.

학내에서 오세훈 시장의 이러한 잘못된 시정에 항의하고자 하는 단위들이 모였다. 동국대 중앙동아리 맑스철학연구회, 서울청년진보당 대학생위원회 동국대분회, 진보대학생넷 동국대지회, 청년학생 사회주의 독서모임 송곳 동국대모임, 동국대 북한학과 여성주의 소모임 고잉페미호 이렇게 다섯 개 단위들은 동국대에 방문하는 오세훈 시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야할 필요성에 공감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다.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동국대 내 진보적 학생운동과 사회운동 주체들의 역량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크게 약화되었다. 섣불리 행동했다가 학생들 사이에서 ‘좋은날 재뿌린다’는 여론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을 기점으로 각자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 결과 오세훈 시장의 잘못된 시정을 알리고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부착하고, 유인물을 만들어 강연장 주변에서 학생들에게 배포하기로 했다.

'약자와의 동행'

오세훈 서울시정의 ‘약자와의 동행’ 의 기만성을 명확히 지적하면서도 축제날 분위기에 맞춰 다소 발랄한(?) 톤의 대자보와 유인물이 완성되었다. 강연 전날 캠퍼스 내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세 곳에 대자보를 붙였다. 당일에는 캠퍼스 곳곳에서 유인물을 배부했다. 오랜만에 학생들을 직접 만나는 이런 대면 캠페인을 하려니 처음에는 많이 떨렸다. 두 시간 동안 400여장의 유인물을 학생들에게 직접 배포했다. 유인물을 받아든 한 학생이 관심을 보이며 내용을 질문하길래 답변해주자 “학교는 이런(오세훈 시장 강연) 쓸데없는 짓거리 하는 대신 축제에 연예인이나 한 명이라도 더 불러주지” 라고 했을 때는 쓴웃음이 났다.

연대

진짜 하이라이트는 오세훈시장 동국대 강연 항의행동이 끝난 다음에 있었다. 유인물과 대자보에서 퀴어퍼레이드 참가 성소수자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서울시의 약자탄압 대상 중 하나로 언급된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소속 돌봄 노동자들이 우리에게 정식으로 감사인사를 보내온 것이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돌봄 노동자들은 코로나 19 판데믹 당시 어린이집이나 복지센터에서 독거노인, 장애인, 노숙인 등 돌봄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곁에서 도우며 맹활약하여 서울시민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정 이후 이들이 마주해야 했던 건 별다른 이유 없는 대규모 예산식감과 관련 프로그램 폐지 및 축소였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오세훈 시장의 동국대 방문 소식을 듣고 항의행동을 고민했으나 학교 축제에 방해가 될까봐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던 터에, SNS에서 우리들의 항의행동 소식을 접하게 이렇게 감사인사를 전하게 되었다는 게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소속 동지들의 설명이었다. 해당 감사문은 대자보 형태로 우리 대자보 바로 옆에 붙여졌고,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연대체 너머서울(코로나 너머 새로운 서울을 만드는 사람들) 에서도 우리에게 감사인사를 보내왔다. 매우 보람차고 뿌듯한 일이었다.

우리가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이 경험하는 차별과 혐오에 눈길을 줘야 하는 이유는 그들의 사연이 너무 불쌍해서도, 그들이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는 순수한 존재여서도 아니다. 한 사회 내 구성원으로서 우리들의 삶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평적인 관계맺음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호혜적으로 돕는 활동을 우리는 연대라고 부른다.

‘가짜약자’

오세훈 시장이 취임 때부터 강조한 ‘약자와의 동행’ 이라는 구호가 공허하게만 들리는 이유도 수평적인 연대의 정신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세훈의 ‘약자 동행 특별시’ 에서 약자들은 서울시 행정당국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시혜(이마저도 대단히 불완전하고 불충분한)를 미소를 띤 채 군말 없이 감사히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런 순종적이고 고분고분한 약자상에 들어맞지 않는 이들, 예컨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나 돌봄노동 종사 노동운동가들, 퀴어축제 주도 성소수자들과 같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이들은 ‘가짜 약자’ 이자 ‘불순한 존재’ 로 낙인 찍혀 경찰 진압, 지원 식감 등 다양한 방식으로 탄압의 대상이 된다. 오세훈 시장의 ‘약자와의 동행’ 이라는 구호가 단순 세련된 홍보문구에 그치지 않으려면, 겸손한 자세로 연대의 정신을 배우려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비록 작은 실천이었지만 이번 오세훈 시장 동국대 방문 항의행동은 우리로 하여금 진정한 연대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 서로 동떨어져 있던 학내주체들이 이번 행동을 계기로 뭉쳐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고,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돌봄 노동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보다 추가적인 노학연대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무엇보다도 오세훈 시장의 ‘동행’ 아니라 우리의 ‘연대’가 서울시의 약자들과 함께 하는 적절한 방법이라는 것을 보여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글 : 김 원

아래는 당일 동국대학교에 학생들이 부착한 대자보내용이다.

오세훈 시장은 과연 ‘약자와 동행’하고 있나요?
5월 25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우리 학교에서 특강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우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삶의 지혜, 동행특별시 서울을 소개한다고 하는데요, 정작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는 지혜 대신 정치적 술수, 동행 대신 배제와 경쟁을 향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의 반인권 정치, 각자도생의 정치를 거부하는 우리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오세훈 시장이 표방하는 ‘동행특별시 서울’이 허상이라고 주장합니다.
오세훈 시장은 이태원 참사의 피해자들과 동행하고 있나요?
지난 4월, 서울시는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앞으로 약 3000만 원의 변상금을 부과하였습니다. 서울광장의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기간 내에 철거하지 않았다는 까닭이었습니다. 한데 희안합니다. 어째서 분향소 운영기간을 서울시가 멋대로 정했을까요?
유가족들은 서울시가 분향소 설치 직후 접수된 서울광장 사용신청도 단 하루 만에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시민대책회의가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 분향소 운영을 위한 집회신고서를 남대문경찰소에 직접 접수하였고, 이것이 적법하게 수리되었는데도 말입니다. 서울시는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서울광장에서 시민 분향소 운영을 불허하는 것에 대해 합리적인 이유를 전혀 대고 있지 못합니다. 오히려 유가족들과의 대화를 중단 선언하여, 행정대집행을 통한 강제적 철거의 가능성을 시사하기만 했지요.
서울광장의 합동분향소는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바라는 유가족과 시민들의 마음이 모인 자리입니다. 분향소 운영을 불허하고, 철거 위협으로 일관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과연 이태원 참사의 피해자들과 동행하고 있나요?
오세훈 시장은 성소수자 이웃들과 동행하고 있나요?
지난 5월 초,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가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했습니다. 서울시는 7월 1일 같은 날 퀴어퍼레이드를 위해 서울광장 사용을 신청한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와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를 열겠다는 기독교 단체중 기독교 단체만의 개최를 허용했습니다.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어린이, 청소년 관련 행사의 신고 순위가 우선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였습니다.
해당 회의의 회의록에는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음성적이다”, “서울 시민들에게 불편을 준다.”는 혐오발언으로 가득했습니다.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신고시간이 겹칠 경우, 신고자들 간의 협의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음에도 어떠한 조정회의 안내도 없었습니다. 서울시 조례를 서울시가 지키지 않았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우리 학교를 방문하는 5월 25일은 우리 학교 대동제의 마지막 날로, 가장 많은 학우들이 축제를 즐기는 날입니다. 오세훈 시장님, 축제 중인 동국대학교에 잘 오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7월 1일에도 축제하고 싶습니다. 시장님이 만들고 싶은 서울은 어떤 모습인가요? ‘약자 동행 특별시’를 표방하고 있습니다만 동성애 혐오를 내세워 차별을 선동하는 반인권적 행사를 허하고 성소수자가 시민사회에서 함께 살자는 축제는 금하는 행정은 약자와 동행하는 행정이 맞나요?
오세훈 시장은 취약계층과 동행하고 있나요?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임 이후 서울시 공공돌봄 서비스가 후퇴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서울시의회가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예산을 142억원 삭감하기로 결정했고,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황정일 대표는 오세훈 시장의 기조에 발맞추어 공공 어린이집과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공공돌봄 센터를 대폭 축소하려 하고 있습니다. 사회서비스원과 서비스원이 운영하는 기관들은 양질의 돌봄을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지고 제공할 수 있는 공공돌봄의 자원입니다. 코로나19로 우리는 돌봄이 공공의 영역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또 재난은 취약계층에게 더욱 가혹하다는 것과 , 사회가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행정의 목표이자 존재근거라는 사실 또한 우리는 배웠습니다. 지방정부의 공공성 보장은 우리의 삶을 행정이 방치하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약속입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어디로 가고 있나요? 서울시는 서울사회서비스원의 예산을 삭감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센터를 축소/통·폐합하며 공공돌봄이 설 자리를 없애고 있습니다. 공공성이 사라진 자리엔 무엇이 들어찰까요? 각자도생의 치열한 경쟁만이 남을 뿐입니다. 오세훈 시장은 경쟁만으로 온 사회의 재화를 공평하게 나눌 수 있다는 능력주의의 거짓말을 믿고 있나요? 우리가 믿길 원하는 걸까요? 오세훈 시장이 약속했던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은 거짓말이었나요?
맑스철학연구회/진보당 서울청년진보당 대학생위원회 동국대 분회/진보대학생넷 동국대 지회 /청년학생 사회주의 독서모임 송곳 동국대 모임/동국대 북한학과 여성주의 소모임 고잉페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