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여대 청소노동자 투쟁이 남긴 의미와 성과, 그리고 한계
2023년 5월 3일
이 글은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박장준 조직부장이 격월간 『비정규노동』 5·6월호에 기고한 2022~3년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투쟁 평가이다.
“내가 쓰지 않으면 사건들은 그 끝을 보지 못한다. 그저 일어난 일일 뿐.” - 아니 에르노(Annie Thérèse Blanche Ernaux)
덕성여대 청소 노동자들 투쟁은 2022년 3월 14일 시작해 2023년 4월 7일 끝났다. 사실 작년 말부터 조합원들은 그로기(groggy) 상태가 됐다. 상처받고 질리고 지쳤다. 그런데도 이 싸움에서 이겼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있다. 상대는 우리보다 더 상처받고 더 질리고 더 지친 것 같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단 한 명의 조합원도 탈퇴하지 않았다.
시급 400원 인상, 커피 한 잔의 권리
결국, 2022년 임금을 올렸다. 시급 400원. 하루 3200원, 한 달로 치면 8만 3600원이다. 물가를 따라잡지 못하는, 그래서 실질임금은 오히려 삭감된 수준이지만, 월급 185만 원(세후, 식대 포함) 청소 노동자에게는 정말 큰돈이다. 어떤 사람이 보기에는 청소 노동자가 분수에 안 맞게 아메리카노를 사 마실 수 있는 돈이다. 우리는 커피 한 잔의 권리를 쟁취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와 집단교섭을 벌인 12곳의 학교들은 덕성여대보다 먼저 임금협상 등에 합의했다. 이후 길고 길었던 덕성여대 투쟁으로 서울지역 대학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들의 2022년 시급은 모두 9790원이 됐다. 법정 최저임금에 비해 630원 많지만, 2023년 최저임금(9620원)보다는 고작 170원 많은 수준이다. 우리는 올해도 투쟁해서 임금을 올릴 것이다. 요컨대 청소 노동자의 생활임금 투쟁은 곧 최저임금 인상 투쟁이다.
내용만 따지면 완승은 아니다. 인원 감축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물론 노동강도가 강화되지 않는 것을 전제하긴 했지만, 청소 면적 감소 계획을 확인하지 않고 인원 감축에 합의했다. 그간 원청 학교가 추진하려던 '노동개악'을 감안한다면 소중한 성과이지만 우리는 원청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에 일정 부분 타협했다.
그럼에도 덕성여대 투쟁과 그 결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지금 정부와 자본이 주도하는 노동개악과 구조조정, 그리고 비정규직 차별의 적나라한 본질이 덕성여대 투쟁에서 드러났고, 공정 담론과 능력주의에서 발현한 노조 혐오가 선명하게 등장했고, 이런 공격을 견뎌내고 끝내 승리했기 때문이다.
노동 개악, 노조 탄압
2022년 여름 졸업식, "취업하면 노조 가입, 창업하면 노동 존중" 현수막을 내걸고 졸업생들에게 장미꽃을 선물하면서 총장 면담을 요구한 우리에게 학교 고위관계자는 "뒷감당할 수 있겠냐"며 겁박했다. 윤석열 정부와 자본이 추진하는 노동개악의 압축판이었고, 청소 노동을 평가절하하는 시선 또한 명확했다. 교수와 직원들의 호봉제와 각종 수당은 '정당한 임금'이고 청소 노동자의 생활임금 요구는 "특혜를 바라는 집단이기주의"라는 게 학교의 공식 입장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투쟁해야 했다.
투쟁이 또 다른 가능성을 만든, 투쟁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그래서 타결 가능성을 만들어낸 시기가 두 번 있었다. 첫 번째 시기는 총장실 앞 농성과 함께 9일간 전면파업을 했던 지난해 가을이다. 우리가 10월 4일 총장실 앞에 농성장을 차리고 10월 12일 파업으로 불편을 초래하자 학교는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바로 '노동개악'이었다. 학교는 재정 위기를 이유로 청소 노동자에게도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학교는 노동조합에 중장 기적으로 청소용역비를 동결해야 한다면서 2022~2026년 정년퇴직자 TO를 충원하지 않거나, 노동시간을 단축해서 임금을 동결할 것을 요구했다. 향후 청소 노동을 3~4시간짜리 단시간 일자리로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투쟁해야 했다.
투쟁이 강한 만큼 혐오와 비난의 목소리도 커졌고, 이때 학교의 '정치' 또한 최고조였다. 어찌 됐든 언론도 우리 투쟁을 주목하기 시작했고, 정치권도 중재에 나섰다. 노동조합/학교/용역업체 3자 교섭/대화가 여러 차례 진행됐지만, 학교는 '2022~2026년 구조조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용역업체 계약 기간을 넘어서는 요구를 노동조합은 받아들일 수 없었고, 교섭은 결렬됐다.
투쟁이 강한 만큼 혐오와 비난의 목소리도 커졌고, 이때 학교의 '정치' 또한 최고조였다. 어찌 됐든 언론도 우리 투쟁을 주목하기 시작했고, 정치권도 중재에 나섰다. 노동조합-학교-용역업체 3자의 교섭·대화가 여러 차례 진행됐지만, 학교는 '2022~2026년 구조조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용역업체 계약 기간을 넘어서는 요구를 노동조합은 받아들일 수 없었고, 교섭은 결렬됐다.
결정적 사건 : 졸업식 대응 투쟁
우리는 견뎌야 했다. 학교는 총장과 학교 명의의 담화문, 용역업체를 통해 보낸 내용증명을 통해 청소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간부의 출근선전전, 조합원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해 임금을 삭감했다. 학교는 지역구 국회의원, 서울북부노동지청의 중재에도 대화 자체를 거부했다. 오로지 탄압만 했다. 우리는 겨울(방학)을 이렇게 버텼다. 서울지부의 동지 분회들, 플랫폼C, 지역 페미니스트, 세종호텔 동지들과 같은 연대 단위의 관심과 연대, 공동투쟁이 없었다면 겨울을 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두 번째 시기 2월이 왔다. 우리는 신입생이 입학하는 2월 말과 3월 초에 투쟁을 집중하기로 결의하고, 학교에 대화와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예상대로 학교는 대화를 거부했다. 우리는 2월 21일 졸업식 때 총장 면담 투쟁에 나섰다. 흙바닥, 돌바닥에 드러누워 총장에게 소리쳤고, 우리를 지나쳐 빠져나가려는 총장의 차량 아래 드러누웠다. 세 시간의 투쟁으로 "금요일 입학식 끝나고 만나자"라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리고 3월 한 달간 대화와 교섭을 한 결과, 2022년 임금 인상과 구조조정 문제를 풀 수 있었다. 17번의 집회, 147일의 농성, 389일의 몸자보 투쟁은 이렇게 끝이 났다.
덕성여대 투쟁의 교훈
“노동자의 단결과 끈질긴 투쟁, 그리고 소중한 연대로 끝내 승리했다.”
이렇게 끝을 보려는 게 아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덕성여대 투쟁은 뚜렷한 한계가 있었고, 복기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래야 청소 노동자, 비정규직 투쟁 전체가 전진할 수 있다.
잊지 않기 위해, 전진하기 위해 이 지면에 고민을 남겨 공유하고자 한다.
- 청소 노동에 대한 구조조정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상시지속업무 정규직화라는 사회적 요구를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
- 재정 위기에 빠진 대학 안에서 "능력에 따른 차별은 정당하다"는 학생과 시민들 사이에서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
- 대학이라는 작은 커뮤니티, 철저하게 신분제 사회가 된 대학에서 저항과 연대를 조직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글 : 박장준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조직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