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방류와 탈핵운동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방류와 탈핵운동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물에 희석해서 버리면 괜찮다고 하지만, 그 방사선 물질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핵발전소의 위험성은 단지 한·일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2023년 4월 11일

[동아시아]일본탈핵운동, 일본, 원자력발전, 환경운동

2023년 3월 16-17일에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강제징용 문제해결, 위안부합의이행,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등을 요구했고, 윤 대통령은 이에 화답했다.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대법원판결을 뒤집고 피고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이 아닌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을 중심으로 제3자가 변제하겠다고 해 공분을 샀다. 피해 당사자들이 반대를 표명했으나, 묵살되었다.

또, 후쿠시마핵발전소 오염수 방류 협조와 수산물 수입을 요구한 것에 대해 사실상 묵인했다. 이에 대해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바다 생태계의 생명과 그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핵테러를 묵인한 회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물에 희석해서 버리면 괜찮다고 하지만, 그 방사선 물질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또한, 방사선은 먹이사슬에 따라 축적률이 높아지므로 상위포식자인 사람에게 농축된 방사선이 미치는 영향은 심각할 수 있다. 핵발전소와 그 위험성은 단지 한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와 현재 상황

2011년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쓰나미로 후쿠시마 핵발전소 원전이 폭발했다. 쓰나미로 1만 8천명 이상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도쿄 전력 후쿠시마 제 1원자력발전소에 거대한 파도가 덮치면서 전원이 꺼져 밸브 조작이나 냉각용 펌프 등의 작동이 멈췄다. 이로 인해 원자로가 냉각되지 못하면서 주변 금속을 모두 녹였고, 핵연료 온도가 높아져 이후 폭발로 이어졌다. 폭발시 현장에 있던 16명이 죽거나 다쳤고, 방사능 오염으로 16만 명의 주민이 후쿠시마를 떠나야 했다. 그 이후 내부 피복 등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병들고 죽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2012년 도쿄전력과 정부의 비상사태에 대한 대비 부족 등의 책임을 묻는 형사 고소, 고발이 있었다. 후쿠시마 현 주민 그룹 등이 도쿄 전력 구 경영진의 형사 책임을 묻도록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도쿄지검은 전원 불기소 처분했고, 2020년 센다이 고등법원과 2021년 도쿄 고등법원이 민사소송에서 원자력 발전 피해자에 대한 국가과 도쿄전력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기도 했으나, 2023년 1월 현재 경영진은 모두 무죄 판결을 받은 상태다. 결국 진상규명도, 책임자에 대한 처벌도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은 셈이다.

한편 현재까지도 핵발전소 폐로(Decommissioning: 수명이 다한 원자로를 처분하는 것) 작업은 완료되지 않았다. 핵연료가 주변 구조물을 모두 녹여 덩어리가 된 것을 ‘데브리’라 하는데, 1-3호기를 통틀어 총 880톤의 데브리에서 높은 방사선을 내뿜고 있고, 피폭의 위험이 크다. 이런 데브리 인출 방식에 의문을 갖는 전문가가 많다고 한다. 냉각을 위해 계속 물을 주입해 왔는데, 이번에 일본 정부가 태평양 해양에 방류하려는 방사성 오염수의 양은 무려 123만 톤으로 앞으로 30년간 계속 바다에 버릴 계획이다. 하지만 탈핵신문 편집위원인 오하라 츠나키에 따르면 공기로 냉각하는 방식인 공냉화 기술을 이용해 현재 물에 잠겨있는 데브리를 꺼내지 않고 오염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수동형 공냉화 시스템 (자료=원자력시민위원회)
수동형 공냉화 시스템 (자료=원자력시민위원회)

현재는 데브리를 식히기 위해 물을 계속 주입중이고, 그렇게 오염된 물을 계속해서 탱크 속에 보관해 왔다. 만약 공기로 냉각이 가능하다면 데브리를 무리하게 발전소 바깥으로 인출 한 후 데브리 육상 보관을 위한 부지확보를 위해 오염수 탱크 부지를 급히 비울 필요가 없어진다. 즉, 공냉화 기술을 사용하면 굳이 데브리를 꺼낼 필요가 없어 오염수 해양 방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원자력시민위원회 등이 공냉화 방식의 채택을 주장하고 있으며, 오염수의 육상 보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 핵발전소 1호기의 경우 격납용기를 지탱하는 페데스탈(구조물 하부의 짧은 철근콘크리트 기둥)이 향후 대형 지진 발생시에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붕괴할 가능성이 있고, 핵발전소 건물 수조 안에 보관된 핵연료의 인출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도쿄전력은 30-40년에 걸친 1호기의 폐로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했으나, 쉽지 않은 공정이고, 안전 상의 문제 등으로 순조롭게 진행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대안이 있는데도 오염수방류라는 악수를 두는 일본정부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상황 (이미지=탈핵신문)
후쿠시마 핵발전소 상황 (이미지=탈핵신문)

‘핵무기‘와 달리 ‘핵발전’은 안전한가?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는 모두 원전이 안전하다며 기후위기를 위해서도 원전을 쓸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한번 사고가 난 원전이 대재앙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과 수습과정이 이미 보여줬다. 이미 수 조엔이 들어간 원전 수습은 앞으로 완료까지 4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며 오염수의 방류에 의한 해양 오염, 온배수 배출로 인한 바다의 온난화 가속, 핵종 물질의 인체 축적과 피폭, 그로 인한 부작용 등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우라늄을 채굴하는 과정, 건설 과정, 핵폐기물의 보관, 운반, 처리 등의 후 단계 및 폐로까지 핵발전 대부분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어 기후위기시대의 에너지 대안이 될 수 없다.

방류될 방사선 오염수에는 삼중수소(트리튬), 세슘 134·세슘 137, 스트론튬 90등의 방사성 핵종 물질이 포함돼있다.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이 물질들을 처리하고, 그것을 물로 희석해 바다로 내보낸다고 한다. 이중 가장 거론이 많이 되는 것은 '삼중수소'이다. 삼중수소는 양자 1개, 전자 1개, 중성자 2개로 이뤄지는데, 물과 화학적 성질이 같아 화학적으로 분리하기 쉽지 않으며, 바다에 그대로 남아있을 확률이 높다. 이 삼중수소가 인체에 축적되면 정상적인 수소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이후 베타선을 방사하면서 삼중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핵종 전환(양성자수와 중성자수에 의해 특징지어지는 원자핵의 종류)'이 일어나 유전자 변형과 세포 파괴로 각종 암을 유발하고, 생식기능이 저하되는 등 피폭의 위험이 높아진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64개 핵종 가운데 총 31개 핵종에 대해서만 농도를 측정하기로 했다. 제외 핵종 중 분리되지 않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피폭된 개인에게 돌아가게 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핵 테러’라고 부르는 시각도 있다. 인류가 ‘핵’을 다루는 자체가 ‘테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핵이 개발된 후 수많은 ‘핵 테러’가 벌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소의 대립이 심화되었고, 이는 핵 개발의 경쟁으로 나타났다. 냉전기간 핵보유국들은 2000회가 넘는 핵실험을 했으며,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시설에서 대량의 오염수가 바다에 방출됐다. 1945년 원폭 투하로 4만명이 희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953년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은 군비 확장과 핵무기 증강을 감추기 위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성명을 발표했고, 일본을 미국의 전략에 호응하게 해 핵발전 대국으로 변신하게 만들었다. 핵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핵을 ‘군사적’ 이용과 ‘평화적’ 이용으로 분리해 착한 핵과 나쁜 핵으로 구분지은 것이다.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일본 열도에 무려 54기의 원전이 들어서게 된 배경이다. 일본은 국민들에게 ‘안전신화’를 선전했고, 이를 위한 비용은 고스란히 일본 국민의 몫이 되었다.

그러나 오염수방류와 피폭의 위험, 사고시 생기는 수많은 문제점들과 해결책 미비에도 불구하고, 기시다 후미오 정권은 원전 재가동, 운전기간 실질 연장 등을 발표했다.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핵발전 비중 20-22%까지 확대, 20조엔 규모의 경제이행채 발행 등을 발표했다. 의견교환회에서 많은 시민들이 원전 추진 정책과 졸속적 정책 결정방식을 비판했음에도, 경제산업성은 답변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원전 사용을 확대하려는 한국이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를 겪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1974년 박정희는 핵실험에 성공했는데, 재처리 시설을 서둘러 도입하려고 한 것 때문에 미국이 한국의 독자적 핵무기 개발을 의심했다. 한국의 원자력 학계와 업계는 10.26으로 박정희가 죽고 전두환이 집권하면서 미국의 지지가 필요했기에 미국이 불편해 했던 핵 관련 기술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8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핵발전소 건설이 주춤했던 것은 미국의 핵발전소에서 노심용융(멜트다운:핵 주변이 녹는 것)사고가 있어서였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계 최대의 핵보유국인 미국과 소련에서 가장 많은 핵발전소 사고가 있었다. 그러나 세계는 여전히 핵발전소를 짓고 있다. 한국은 24기의 핵발전소를 보유 중이며, 4기를 추가 건설 중이다. 윤석열은 핵발전소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으며,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과 핵 공동훈련을 운운하며 방위산업의 확장과 핵무기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한반도는 지진 안전국가가 아니기에 6.5도 이상의 강진이 있을 경우 후쿠시마같은 참사가 다시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대형참사가 난 후 사후약방문 식으로 대처하는 일을 우리는 이미 너무나 많이 겪었다. 원전사고가 한국의 또 다른 트라우마로 작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시민사회의 반발과 대응

핵무기의 사용을 반대하고 평화를 요구하는 운동은 1940년 대 말부터 있었다. 핵실험에 반대하는 과학자,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을 중심으로 한 반핵 평화운동이 있었다. 일본에서도 당파를 초월해 핵무기 금지 서명운동을 통해 650만 명이 반대를 표명했고, 전 세계적으로 약 5억명이 서명해 한국전쟁에서 원폭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데 영향을 미쳤다.

후쿠시마 원전폭발 이후 2년이 지난 2013년 후쿠시마현에서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누출사고가 있었고,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 등의 시민단체들이 거리로 나와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시민회의에는 30여 명의 후쿠시마 현지 주민과 그 밖의 시민까지 50여 명이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방사선물질의 해양 유출을 반드시 막아 바다를 지키고, 시민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관련한 강연회나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 현 등에 각종 요청서를 제출, 1인 시위와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홍보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20년 10월 19일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가 일본 정부의 방사성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후쿠시마현청 앞 시위를 진행 중이다.
2020년 10월 19일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가 일본 정부의 방사성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후쿠시마현청 앞 시위를 진행 중이다.

여러 시민단체들이 경제산업성 및 원자력 규제청과의 의견교환회에서 원자력 발전 운전기간에 반대하는 7만 5214명*의 서명을 전달하는 등 핵발전소의 운영에 의구심을 갖는 일본인이 적지않다.

한국에서도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로 ‘반핵’에서 더 나아가 핵발전을 벗어난 대안적 사회시시템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미의 ‘탈핵’운동이 자리잡게 되었다. 탈핵은 기후정의운동의 주요 요구사항 중 하나이기도 하다.

  • 📑'원칙 40년, 최장 60년' 으로 규정된 원전 기간 재검토 움직임에 대해 국제환경NGO등 시민단체는 2월9일 현행 규정을 변경하지 말라는 서명을 22년 11월에 이어 두 번째로 제출했으며 135개 시민단체가 인터넷등을 통해 받은 서명은 총 7만9천명이다.

탈핵운동이 국제주의여야 하는 이유

누군가는 오염수 방류를 일본과 한국의 외교적 대립의 문제로 본다. 일본과 한국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정부의 굴욕적인 과거사 문제 해법, 오염수 방류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묵인을 찬성하는 한국국민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일본 국민은 오염수 방류로 인한 피해에서 자유로운가?

부산 기장군 해녀 회장 김정자(74) 할머니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원전이 바다를 어떻게 바꿔놓는지 목격한 바를 전했다. 30~40년 전만 해도 해삼, 전복, 소라, 미역 등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했다. 1978년 기장 앞바다에 고리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선 이후 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온수의 영향으로 숲을 이루던 미역, 다시마, 곰피 같은 해조류가 줄었고, 몸이 기형인 물고기도 자주 보인다고 한다. 최근 몇 년간 바다에 들어가면 등이 굽거나 꼬리나 지느러미가 없이 태어난 물고기를 많이 본다.

이미 한국 핵발전소의 온배수만으로도 문제는 심각한데, 오염수가 방류되면 그 피해가 얼마나 커질지 알 수 없다. 해녀들만 오염된 바닷물을 먹는 것이 아니고, 해산물만 안 먹는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소금 역시 바다에서 난다. 우리와 그 자손들이 오염된 먹거리를 먹게 되는 것이라며 오염수 방류에 강하게 항의했다.

일본의 어민과 주민들 역시 피해를 보는 것은 한국과 다르지 않다. 바다를 영토처럼 나눠 흐르지 않게 고정시킬수는 없으니 말이다.

참고 자료

  • "윤 대통령,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앞두고 침묵... 무책임해", 2023.03.17, 오마이뉴스
  •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 탈핵에 국경 없다···한일 반핵연대 필요, 2021년 05월 25일, 레디앙
  • 사고 후 12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상황, 2023.03.09, 탈핵신문
  • 후쿠시마: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왜 논란인가?, 2021. 4.13, BBC
  • “오염수 방류는 총칼 안 든 전쟁…결국 다 먹어, 왜 남 일처럼 봐?”, 2023.03.18., 한겨레
  • 핵발전소 짓기도 전에 핵무기가 갖고 싶었다, 2013.02. 01, 한겨레
  • 일본 시민단체 "정부는 떠보는 중... 오염수 방류 꼭 막겠다", 오마이뉴스
  • 『마주보는 한일사 (일본반핵운동의 시작)』
  • 후쿠시마 사고 그 후, BBC JAPAN
  • 후쿠시마 형사재판 2심 패소 관련 기사, 2023. 01. 27., 주간금요일
  • 베르나르 라퐁슈 핵 물리학자 인터뷰 일부, 2023. 02. 03, 주간금요일
  • 원전복귀에 대한 주민 의견회 1차 -미츠타 칸나 활동가 기사 일부, 2023. 02. 10 & 17, 주간금요일
  • 일본 원전 핵심 근무자(현재 은퇴)이자 피해자 인터뷰 일부, 데모크라시 타임즈

글 :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