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노동조합 때리기와 갈라치기에 맞서는 방법
2023년 3월 27일
윤석열 대통령과 그 집권세력은 민주노총을 무력화시키고 사회운동적 노동조합을 주적으로 삼고 있다. 아직까지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이것이 효과를 발휘해 노조의 위기로 이어진다면,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심화되고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로 나타날 것이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노동조합 혐오 정서의 토양이 되어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킨다. 불평등의 되먹임을 막기 위한 사회운동의 대응이 필요하다.
3월 6일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연장 노동시간의 주단위 상한을 풀어버리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에 따르면 주 80.5시간을 일할 수 있다. 하루 11.5시간, 휴게시간까지 포함하면 하루 13시간을 회사에 붙잡혀 있어야 한다. 양대노총을 비롯한 노동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라는, 대기업 사무직 중심의 신생 협의체에서도 반대 입장을 내고 보도자료를 뿌렸다. 결국 3월 13일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에 대한 재검토 지시하며 “MZ 의견 면밀히 듣고 보완하라”고 말한다.
"MZ세대를 대변한다"는 새로고침협의회는 누구인가? '새로고침협의회'는 2월 21일 공식 출범했다. (사실 조합원의 실제 구성을 살펴보면 그렇게 젊지도 않다.) 언론은 이들이 양대노총 비판과 탈정치를 핵심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협의회 출범식에 참석했으며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은 이들과 간담회를 갖고 지원을 약속했다. 일각에서는 "정권이 노조 길들이기를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새로고침노조협의회의 초동주체는 한국MSD 노동조합,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동조합, 부산관광공사 열린노동조합, 코레일네트웍스 본사 일반직 노동조합, 한국가스공사 더코가스 노동조합, LG에너지솔루션연구기술사무직노동조합, LS일렉트릭 사무노동조합 등 대기업 사무직 중심이다.
협의회 소속 MZ노조들의 공통점?
하지만 협의회에 참여하는 노조들의 공통점은 ‘조직 구성원이 MZ세대라는 것’이 아니다. 참여 노조들을 대리하거나 자문하는 이가 김경락 노무사(대상노무법인)라는 것이다. 김경락 노무사는 다국적 제약회사인 한국MSD의 영업사업 출신으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산하 기구인 국민의힘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후보와 본인이 자문하는 MZ노조 간 간담회를 주선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 김 노무사는 단체교섭에 노조 집행부와 함께 참석하는 교섭 노무사로 활동했다.
문제는 그가 교섭하며 돈을 버는 방식이다. 일례를 살펴보자. 한국MSD에는 한국노총 화학노련에 가입된 소산별 노동조합인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의 한국MSD지부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9년 9월 기업별 노동조합인 한국MSD노조가 생겨나 한국MSD지부의 교섭대표 지위를 가로채 단체협약까지 체결하게 된다. 이 과정에 김경락 노무사가 깊이 개입했다고 전해진다.
제약노조의 한 간부는 필자에게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 바 있다.
“노노 갈등을 부추겨 새로운 노조를 만들고 기존 노조를 무 력화해 깨뜨렸다. 이후 김 노무사는 한국MSD를 성공사례로 인식하고, 제약업계와 병원에서 같은 방식을 시도했다.”
잘 운영되던 기존 노조를 깨고 교섭권까지 빼앗은 이 사건은 ‘대상 노무법인’ 블로그 홍보성 게시물에 자세히 나와있다. 엘지전자노조 등 MZ노조 대부분은 교섭권이 없다. 조합주의를 표방하는 기업별노조가 교섭권이 없다면 연대 활동이나 상급단체 활동까지 전무해 정말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조합원들의 불만도 높아졌을 것이다.
교섭권이 없는 노조와 ‘교섭권을 빼앗은 경력이 있는’ 노무사와의 만남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후 그의 행보는 사무직노조 자문에 이어 현대차 사무직 노조, 서울교통공사 올(ALL)바른노동조합 설립 등 사무직들의 노조 설립을 돕는 역할로 이어진다.
하지만 제약회사와 달리 제조업 기반 기존 노조들의 조직력은 강했고, 사측이 개별교섭에도 응하지 않으면서 김경락 노무사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맥락에서 김경락 노무사가 개입하고 있는 있는 노동조합들과 정치권의 만남은 돌파구 마련을 위한 자구책으로 보인다. 노무사 입장에서는 MZ 노조 지도부들을 달래는 기회를 제공하고, MZ노조 지도부 입장에서도 국민의힘이 마련한 간담회 자리에서 마이크 잡는 게 일선 조합원들 만나면서 조직하는 것보다 쉬우며, 자의식을 충족했을 수 있다.
정치권 입장에서도 꽃놀이패다. 언론에 키워드를 던져주고 '이대남 현상'과 연결시키면 꽤 그럴듯한 그림이 나온다. 국민의힘 직능조직 내에는 아직까지 한국노총 일파가 있으니 그림으로 쓰다가 양자 간 취사 선택해도 괜찮을 것이다.
석연치 않은 협의회 설립 시점
김경락 노무사처럼 정치권과 노조 사이를 이어주고 거간하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은 늘 있어왔으므로 새롭지는 않다. 하지만 단순히 MZ노조로 불리는 일군의 고학력, 사무직 중심 노조들이 협의회 형태로 조직을 구성하고 정권에 의해 선택된 과정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협의회 설립 이전부터 이들 노조 간 만남은 계속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협의회 조직구조를 만들고 출범식까지 논의하게 된 시점이 중요해진다. 취재에 따르면, 2022년 말 화물연대가 총파업 돌입을 예고하는 등 민주노총과 정부간 갈등이 첨예해지던 시점 즈음 협의회 설립을 위한 사전회의가 진행됐다.
화물연대 파업과 건설노조에 대한 압박으로 지지율을 소폭 회복한 윤석열 정권은 노동개혁을 제1의 국정과제로 삼았다. 모든 개혁에는 협력파트너가 필요하다. 협력파트너 없는 일방적 개혁은 정당성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건국 이래 정부의 노동 부문 협력파트너는 이승만이 직접 만든 대한노총으로부터 이어진 한국노총이었다. 형식적인 정당성을 획득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한국노총의 현 상황이 변수였다. 한국노총은 1997년 김대중 지지 이후로 친민주당 파벌과 친국민의힘 파벌로 나뉘게 됐고, 올해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선 친민주당 성향 후보 2명과 친국민의힘 성향 후보 1명이 맞붙었다. 결과는 친민주당 성향 후보의 승리였다. 한국노총 위원장이 결정된 1월 17일에서 보름이 지난 2월 2일, 새로고침협의회의 존재가 여러 경제지에 실렸다.
2월 21일 새로고침노조협의회가 출범한 날, 윤 대통령은 “노조의 기득권은 젊은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게 만드는 약탈 행위”라며, 'MZ노조'를 직접 호명한다. 윤 대통령이 양대노총을 기득권 노조로 규정하고 견제하면서 자연스레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출범식이 대비되어 온갖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이틀이 지난 23일 고용노동부는 기다렸다는 듯 ‘노동단체 국고보조금의 절반은 양대노총이 아닌, MZ노조 등 제3노조에 50%를 배당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결국 새로고침노조협의회의 준비와 출범은 정권의 민주노총 탄압과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 등 양대노총의 시계와 맞물려 돌아갔다. 타락하고 부패한 양대노총인 ‘그들’에 속하지 않은 탈정치화된 순수한 노동자 세력인 ‘우리’ 제3노조, 새로고침 노조협의회가 바야흐로 윤석열 정권의 협력 파트너로 등극한 것이다. 근데 제3노조라니 기시감이 든다. MB노총으로 불린 제3노총, 국민노총 이야기다.
낯선 새로고침협의회에게서 국민노총의 향기가…
국민노총은 2011년 11월 양대노총에 비판적인 42개 노조가 모여 출범한 제3노총이다. 국민노총이 설립된 시기는 공교롭게도 이명박 정부를 지지했던 한국노총이 타임오프제 등 노동정책을 둘러싸고 정부와 갈등을 빚기 시작한 때였다. ‘노동계 안 우군’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진 이명박 정권은 국가 주요 기관을 조직적으로 동원하여 제3노총을 조직했다.
2011년 3월 이채필 당 시 노동부 차관은 국정원에 “최근 대통령께서 ‘민주노총을 뛰어넘는’ 제3노총 출범을 지시했는데, 노동부 예산은 감사를 받으니 국정원에서 특활비로 3억 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한다. 이후 임태희 비서실장과 민병환 국정원 2차장을 거쳐 국정원은 KT노조 위원장 출신인 이동걸 당시 노동부 정책보좌관에게 1억 7천 7백만 원의 특활비를 지급한다.
이명박 정부의 노골적인 국민노총 편애는 더욱 심해졌다. 2012년에는 노사정 신년인사회에 늘 참석하던 한국노총 대신 국민노총을 참석시켰다. 정부는 각종 위원회에 국민노총이 추천한 사람들을 위원으로 임명했다. 정부가 최저임금위원회에 국민노총 자리를 내주려 하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위원회를 보이콧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정부는 민주노총 20분에 1도 안되는 규모의 국민노총을 대정부교섭의 협력 파트너로 삼았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 정보처장 회의에서 국민노총 설립지원에 특활비를 사용하기로 결정하며 직원들에게 “민노총 와해를 서두르고 제3노총 설립지원을 통해 중간지대를 확장시키면서 기존 민노총 등 종북좌파세력의 입지 축소를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국민노총과 같은 제3노총 설립의 목적은 분명하다. 바로 ‘민주노총 무력화’다.
이는 법원도 인정한 사실이다. 2022년 12월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MB 정부 시절 이뤄진 노조 파괴 공작에 대한 대한민국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민주노총 등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국정원이 ‘민주노총 무력화’ 라는 분명한 목표와 계획을 수립한 후, 제3노총 설립지원을 통한 제압을 시도하고 민 주노총 하부조직들의 탈퇴 및 국민노총 가입을 유도·개입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국정원이 민주노총 산하 노조 선거 및 총회 결의 과정에 개입했으며, 민주노총 전체 차원에서의 조합활동과 사업장 내 조합활동을 사찰하고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노조할 자유가 보장되어 있음에도 국정원이 신규노조 설립을 방해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박근혜 정부의 민주노총 탄압은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나도 잘 알 것이다.
물론 새로고침협의회는 이전의 국민노총과 같은 상층 명망가 중심의 조직보다는 대중적 기반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대기업에서 사무직 중심으로 성과급 공정분배를 내세우며 별도 노조 설립 흐름이 만들어졌고, 이에 일부 공사(서울교통공사·가스공사)에서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며 만들어진 제2노조들이 힘을 보탰다. 이 두 흐름은 능력주의 공정담론과 배타적인 조합원 실리주의(직종 분할도 서슴치 않는)라는 공통분모를 가진다. 그런 점에서 이후 민주노총 산하의 조직들이 조합원 저변에 깔려 있는 능력주의와 배타적 실리주의를 넘어 서지 못한다면,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질 수 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자유'를 제1의 가치로 여긴다는 보수정 권에서 노조할 자유, 민주노총을 선택할 자유는 인정되지 않는다. 취임사에서 자유만 35번을 외친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노조할 자유, 상급단체를 선택할 자유는 인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나도 노골적으로, 집권 초부터 전격적으로 민주노총 무력화에 나서고 있다. 대통령과 자본가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자유인 셈이다. 윤 대통령이 이렇게나 민주노총 무력화에 골몰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 있는’ 윤석열의 노조 때려잡기
조돈문 한국비정규센터 이사장은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1%포인트도 안 되는 역대 최저 득표차로 당선됐다. 그 뒤로도 국정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회통합·국민통합을 표방하는 대신, 대선 이후 이탈한 보수 지지층을 재결집하는 게 급하다. 이때 필요한 게 ‘공통의 적’이고, 그 공통의 적이 지금 노조와 북한 아닌가. 그런 면에서 노조 탄압은 대단히 정치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통한 지지율 상승을 위해 공통의 적인 민주노총 무력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우리’와 ‘그들’을 갈라치기 하고 혐오와 차별을 부추겨 인기에 영합하는 우익포퓰리스트의 등장으로 평할만 하다. 미국의 포퓰리즘 연구자 카스 무데(Cas Mudde) 조지아대 교수는 2019년 펴낸 『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주류(우익) 정당과 우익포퓰리즘 정당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우익포퓰리즘 정당과 이념은 언론과 경제, 시민사회, 정치권에 의해 용인되고 받아들여진다. 이는 영국의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당선을 계기로 새 국면에 도달했다.”
윤 대통령의 지난 1년 발언과 정책들을 떠올려보자. “손발노동은 아프리카 사람이나”,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 적자”, “여성가족부 폐지”, “전장연 시위에 법과 원칙 적용”, “간첩단 사건과 공안탄압”, “시민단체 보조금 삭감” 등 가히 재앙을 부르는 입과 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데는 “주류 정당들이 기회주의적인 이유로 그러한 정책들을 채택했는지, 아니면 진정 이념적으로 우경화한 것인지는 크게 상관없다. 이제 주류 정당들은 권위주의적, 토착주의적, 포퓰리즘적인 극우의 세계관에 빠졌다”고 말한다.
지난 2월 중앙대학교 신진욱 교수가 한겨레에 쓴 칼럼에서 언급했듯, “윤석열 정부의 성격을 계급, 이념, 권력의 측변에서 다각도로 조명해 본다면, 반노동·극우·검찰·국가의 면모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극우적 세계관에 기반한 갈라치기 전술이 사회운동 전 부문에서 나타난다. 무데는 “세상이 살기 힘들어질 때, 사람들은 정치에 쉽게 선동된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극우 정치에 면역력을 가진 나라는 없다. 아직까지 극우 정당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나라들이 있다 해도, 수요 문제라기보다 공급 문제일 뿐이다”고 말한다.
파시즘 작동 원리를 설명한 책 『우리와 그들의 정치』를 쓴 제이슨 스탠리는 “파시즘의 정치논리는 우리와 그들을 나누고 분열시키는 것인데, 이를 가로막는 하나의 장애물은 계급 내의 단결과 공감”이라고 설명하며 노동조합 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노동조합은 인종이나 종교보다는 계급에 따라 상호 유대를 형성한다. 그것이 노동조합이 우익포퓰리즘 더나아가 파시스트 이데올로기의 적이 되는 근본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스탠리는 파시스트 이데올로기가 노동조합을 표적으로 삼는 데는 더 많은 이유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파시스트 정치는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의 조건에서 가장 효과적이다. 노동조합은 경제 영역의 불평등한 발전에 대항하는 강력한 무기이다. 파시즘은 공포와 원한을 동원해 시민들을 서로 대립시킬 수 있는 경제적 불확실성의 상황에서 번성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파시즘 정치가 발판을 얻는 것을 막을 장치가 된다”고 말한다.
윤석열 정부가 곧 파시스트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과 그 집권세력이 펼치는 정책이 민주노총을 무력화시키고 사회운동적 노동조합을 주적으로 삼고 있는 상황이고, 이것이 효과를 발휘해 노조의 위기로 이어진다면,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심화되고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로 나타날 것이다. 이같은 민주주의의 위기는 노동조합 혐오 정서의 토양이 되어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켜 나갈 것이다. 불평등의 되먹임이다.
때릴수록 강해지는 강철처럼
윤석열 대통령의 노조 때리기가 아직까지 큰 성과를 내고 있지는 못하다. 대통령 지지율은 정권초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이라고 할 정도로 낮다. 작년 6월 이후로는 과반은커녕, 40% 대도 되지 못하고 있다. 20%대까지 떨어졌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작년 말 화물연대 탄압으로 우파들을 결집시키며 반등했을 때 조차도 40%를 넘지 못했다. 당시에도 정부의 화물연대 파업대응에 대해서 현 정부가 노동계 파업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1%였던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1% 였다. 이런 꾀죄죄한 성과를 당시 언론에서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에 지지세가 결집”했다며 윤정부가 엄청난 성과라도 거둔 듯 지지율 상승을 조명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가장 높은 지지율은 39%에 불과했다.
이렇듯 언론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노조 때리기를 환영하며 상황을 과장, 왜곡하기도 한다. 이러한 보도는 옥석을 가려야 하지만, 그럼에도 일부 시민들도 환영하는 모양새라는 점을 완전히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대통령 직무 수행평가(3월 2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33%인 긍정평가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노조 대응(18%)을 꼽은 이들이 제일 많았다. 이를 전체 수치로 환산하면 5%에 불과하지만, 노동조합에 대한 신뢰도가 그다지 높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유형근 부산대 교수는 “회사나 일상생활에서 노조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은 반노조 정서가 약한데, 그렇지 못한 노동자들은 반노조주의가 강하게 나타난다”면서 “한국의 노동조합이 일부 대기업·공공 부문 같은 좋은 일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많이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노동 정서가 대·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나뉜 노동시장의 이중성이 불평등을 키우면서 만들어낸 결과라는 의미다.
다시 조돈문 이사장의 인터뷰다. ‘노조 혐오’ 정서가 노조의 운신을 어렵게 하지 않냐는 질문에 조 이사장은 “혐오 정서가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정당한 근거는 없다. 또한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도, 나쁜 비정규직 일자리도 사용자가 만든 것이다. 비정규직이나 하청 노동자의 조직화를 방해하는 건 누군가. 자본이다. 비정규직 권리입법 투쟁, 최저임금 1만원 투쟁, 이른바 ‘전태일 3법’ 투쟁을 가장 열심히 한 주체는 바로 민주노총이다. 지금 민주노총의 조합원 가운데 3분의 1이 비정규직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객관적인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우리 자신을 바꿔야 한다. 시민들에게 민주노총의 효능감을 제대로 보여주고 홍보해야 한다. 비정규직 권리입법 투쟁, 최저임금 투쟁, ‘전태일 3법’ 투쟁 등 민주노총의 활동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내도록 하자.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권리쟁취를 위해 민주노총이 앞장서자. 사회운동적 노동조합운동을 통해 시민들 사이에 퍼진 노조 혐오 정서를 걷어내자.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나부터 토론하고 실천하자.
새로고침협의회라고 일컬어지는 제3노총을 통한 민주노총 무력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금속노조 산하 금속노조노동연구원에서 나온 「금속 노동자의 세대별 노조활동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속된 지회(분회)의 간부가 앞으로 어떤 부분에 중점적으로 역량 투입하길 바라는지 질문했을 때 연령대별로 각각 1순위가 달랐다. 40대와 50대 이상 응답자는 순서대로 “조합원 교육·상담·워크숍 증대”,“조합원 모임 활성화”를 1순위로 선택했다. 반면에 20대 응답자는 “노동조합 내 의사결정 기구를 다양한 세대로 구성”을 1순위(29.1%), “온라인 소통 활성화”을 2순위(20.3%), “청년 간부 육성”을 3순위(19.0%)로 꼽았다.
민주노총에 소속된 MZ세대 조합원의 대의가 반영될 수 있도록 노동조합 내 의사결정기구를 다양한 세대로 구성하고 청년간부를 육성해야 한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결론으로 끝난다.
“세대 간의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청년층 조합원의 의견과 그들의 경험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의사소통 체계와 조직문화를 혁신하여 청년 조합원이 의사결정 과정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조직이 청년 구성원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줄 때 그들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효능감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자신감과 효능감을 얻은 청년 조합원들은 더 적극적으로 민주노조운동에 결합할 것이다.”
때릴수록 강해지는 강철처럼 윤석열 정권과 자본의 탄압에 맞서는 과정을 민주노총과 한국의 노동자, 일하는 시민 모두가 더욱 성숙해지는 계기로 삼아보자.
글 : 야묘
교열 : 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