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보육 환경… 어린이집은 부족하고, 노동조건은 열악하다
2023년 2월 1일
많은 나라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문제를 겪고 있다. 2018년부터 세계 최초로 합계출산율 1 이하(2021년 0.81)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은 물론, 오랜 시간 강력하게 인구 관리 정책을 펼쳐왔던 중국조차 근래 인구 감소의 추세가 확연히 드러나며 출산율 증가 정책으로 선회했다.
한국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일본 역시 1970년대부터 출산율 감소의 문제가 대두됐다. 오랜 시간 일본 정부는 출산율 증가를 시급한 과제로 언급하며 대응책을 수립해왔지만, 결국 사망자수가 신생아수를 돌파하는 자연 인구 감소의 추세가 2011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아직 확정 통계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2022년 일본 신생아수가 최초로 80만명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일본 정부는 출산율 증가를 목표로 내건 정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월 23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정기 국회에 출석해 “종전과는 차원이 다른 육아 지원 정책”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국회에서 기시다 총리는 ① 아동 관련 정부 지출을 약 2배로 증액하고, ② 오는 4월 출범 예정인 ‘아동가정청’(こども家庭庁)을 통해 보다 전문적인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 👉출산율·출생률 : 출산율(fertility rate)은 가임기 여성 1000명당 낳은 출생아 수이고, 출생률(birth rate)은 남녀노소를 모두 포함한 전체 인구 대비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합계출산율은 '가임기(15~49세)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의 수이다. 출산율은 사회 변화에 따른 추이를 살피기에 좋고, 출생률은 지역 또는 시기를 특정해 서로 비교하는데 유용하다. 출산율은 출생률에 영향을 주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일본에서 뜨거운 화두가 된 ‘육휴퇴원’
그러나 단순히 예산을 증액한다고 해서 출산과 육아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만 하더라도 2006년 부터 2021년까지 저출산 예산에 국비 약 198조원을 편성하였지만, 오랫동안 인구 고령화 문제에 시달린 일본보다 더 심각한 신생아수 저하 상황에 직면해 있지 않은가. 상세한 평가는 6월에 발표될 정책을 살펴봐야 하지만, 현재까지 일본의 출산율 증가를 위한 정책 다수는 각종 지원금 지급 정책에 머물러 있다. 이와 함께 신규 보육시설 설립 지원, 적극적인 육아휴가 사용 지원 정책들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보육시설 문제는 꽤 오랜 기간 지적받아온 사항이다. 특히 보육시설 입소를 희망하는 사람의 숫자에 비해 보육시설의 수가 너무 적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비판받았다. 2022년 기준 명목상 일본 전국에 위치한 보육시설에 입소 가능한 총인원은 304만명이다. 이중 실제 보육시설을 이용 중인 인원은 273만명이며, ‘명목상’ 대기 인원수는 2,944명이다. 그러나 이는 언제 생길지 모르는 ‘빈자리’를 기다리려고 공식적으로 대기자 명단에 오른 케이스만 포함시킨 것이다. 일본 정부는 실질적인 대기 인원이 수십만명 내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근래 일본에서 매년 약 80-90만명의 신생아가 태어났음을 고려하면, 최대 정원 304만명은 결코 충분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일본의 보육 수요 : 어린이집 입원을 대기하는 아동수는 2012년 4월 약 2.5만 명(약 80%가 0-2세)이었다. 미쓰비시 UFJ 리서치&컨설팅의 보고서에 따르면, 보육 수요는 2017년도까지 증가 추세였고, 도쿄도의 보육교사는 2017년도 말에 약 2.2만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육휴퇴원’(育休退園) 문제가 화두에 올랐다. ‘육휴’는 육아휴직의 줄임말로, 육아휴직으로 인해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을 가리킨다. 일본은 원칙적으로 부모가 직장에 다니고 있는 가정에 한해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에서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부모가 직장에 다니고 있어도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해당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한 <기후신문>(岐阜新聞)에 따르면, 신문사가 위치한 일본 기후현 42개의 기초자치단체 중 총 16개 기초자치단체가 ‘부모가 육아휴가를 사용 중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보육시설에 아이를 보낼 수 없다’는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해당 기사가 화제가 되면서, TV아사히나, <동양경제>같은 주류 언론도 관심을 가지며, 1월 내내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문구상 부모가 육아휴직을 받는 기간에도 보육시설에 아이를 보낼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틈’이 있다. 각 기초자치단체마다 제반 사정 등에 따라 최종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예외규정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육아휴직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아동은 보육시설에 다닐 권리가 있지만, 적지 않은 지자체에서 ‘사정’을 이유로 문제적인 예외규정을 두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 지자체들은 어떠한 이유로 육아휴직하는 부모의 아이를 보육시설에 다닐 수 없게 하는 것인가. 해당 정책을 시행중인 100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취재를 한 <동양경제>에 의하면 입소 대기 인원이 지속적으로 발생 중인 상황에서 최대한 공석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보육교사의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 시책으로 최대한 늘리고 있어도 여전히 여유가 없다는 것이 이유이다. 게다가 육아휴직 중인 ‘여유가 있는 사람’이 다시 자신의 아동을 보육시설에 보내는 것은 ‘이기적’이라는 정서가 더욱 이러한 움직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노동조건 개선 외치는 보육 노동자들
일본 지자체들의 위와 같은 해명은 실제 현실의 공백을 설명하지 못한다. ‘육휴퇴원’ 문제가 일본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사이,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보육 노동자들은 근본적인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요양관리사, 복지관련시설 종사자, 그리고 보육교사 등 사회복지 노동자들을 위한 산별 노동조합인 ‘전국복지보육노동조합’(全国福祉保育労働組合)에 의하면 ‘보육교사 확보가 되지않아 충분한 보육 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자체의 해명은 전형적인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보육 노동자의 수가 적다는 말만 할 뿐 정작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전국복지보육노동조합은 보육교사들의 과중한 업무량을 해결하기 위해 보육 노동자의 수를 늘려달라고 호소하고 있어도, 정작 공립 보육시설에서 신규 채용하는 보육 노동자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음을 함께 언급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리버럴 경향의 언론 <도쿄신문>의 기사를 인용하며 저임금 상황에 더해 연장근로가 무급인 사례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또, 근래 들어 대학이나 전문학원의 보육 관련 학과 정원 충원율이 80% 미만으로 떨어졌음을 함께 지적했다. 보육교사나 요양관리사를 포함한 사회복지 노동자의 임금은 전국 평균의 4분의3 수준이다.
노조는 이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2022년 10월부터 공립 보육시설의 보육교사 채용 인원 확대와 보육교사의 평균 임금을 다른 직종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리기 위한 대책을 국회에 요구하는 서명 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