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과 국정원의 ‘민주노총 때려잡기’를 어떻게 볼 것인가
2023년 1월 23일
“모든 죽은 세대의 전통은 악몽과도 같이 살아 있는 세대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다. 현 세대가 그들 자신들, 그리고 만물을 혁명화하고 이제까지 존재한 적이 없는 무엇인가를 창출해 내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는 바로 그 때, 정확하게 그와 같은 혁명적 위기의 시기에, 그들은 자신의 목적에 봉사할 수 있도록 과거의 유령을 주술로 초조하게 불러내며, 그들로부터 이름과 구호와 의상을 빌려와 세계사의 새로운 모습을 이처럼 유서 깊은 분장과 빌려온 용어로 제시하고자 한다.”
- 칼 마르크스,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 중
갑작스러운 간첩 사건
지난 1월 18일 국가정보원이 민주노총 사무총국과 보건의료산업노조 사무실, 제주 봉개동에 위치한 평화쉼터(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가 운영하는 ‘세월호 제주기억관’과 나란히 세워졌다), 전남 담양에 위치한 기아자동차 노동자 D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격적으로 실시했다. 언론 보도와 민주노총 대변인의 브리핑을 종합하면, 이날 아 침 9시10분께 국정원은 경찰 병력 수백 명을 동원하여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갑작스러운 압수수색 과정에서 각 노조 사무실 문 앞에서는 1시간 가량 대치가 벌어졌다. 압수수색 대상은 민주노총 조직국장 A, 보건의료노조 간부 B, 세월호 제주기억관 운영위원장 C, 기아자동차 노동자 D의 개인 책상이나 캐비닛 등이었다.

국정원은 민주노총의 전·현직 활동가들인 이들 A~D가 2016~19년 사이 캄보디아와 베트남, 중국 등에서 북한 공작원과 교류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국정원의 불투명, 비공개 수사 관행 때문에 정확한 내용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는데, 국정원의 말을 대신 전하고 있는 언론들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들 A~D가 “북한으로부터 공작금을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국정원은 아무런 입증도 하지 않고 있고, 대다수 언론들은 이를 기계처럼 받아쓰고 있다.
이에 앞서 국정원은 2022년 11월 9일 경남 창원과 제주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관련하여 일부 인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바 있다. 여기에는 경남 지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 진보당 제주도당 전 위원장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당일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들에 대 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구성”과 “회합·통신”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경찰은 두 사건이 서로 무관하다고 말하고 있다.
1월 20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번 수사는 국가정보원 비서실장 직속 조직인 ‘방첩센터’가 주도하고 있다. 국정원은 2022년 하반기 비서실장(2급) 산하에 ‘방첩센터’라는 내부 조직을 신설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국가보안법 위반 범죄에 대한 수사)는 일반적으로 2차장이 맡아왔지만, 2차장이 관할하는 조직 내부에 문재인 정권 시기에 국정원에 발탁된 인사들과 현 정권에 충성하는 인사들이 뒤섞여 있는 상황에서 보안 문제를 이유로 별도의 조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 대공수사를 이끌던 추명호 전 국장 라인이 대거 공안 수사에 복귀했다고 한다.

2017년 9월 27일, 추명호는 이명박 정부 시기 국정원 국익전략실에 근무하면서 ‘문화계 인사 블랙리스트’의 작성과 관리를 주도한 혐의, ‘박원순 제압문건’을 작성한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받았다. 이 혐의는 재판에서도 그대로 인정되었고, 2022년 4월 14일, 서울고등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