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뉴스레터는 지난 2021년 5월 4일에 발송되었다. 동아시아 사회운동 뉴스레터 동동은 월1회 발송된다.
반환 이후 홍콩 사회운동의 1세대 리더 리척얀(李卓人) 홍콩 직공맹(香港職工會聯盟) 사무총장과 렁쿽훙( 梁國雄)이 지난 4월 16일 각각 구속됐다. 한 번의 연기를 거쳐 내려진 이날 판결에서 홍콩 법원은 2019년 8월 19일과 31일에 있었던 집회에 대해 각각 징역 14개월과 징역 18개월의 판결을 내렸다. 둘 외에도 공당(노동자당) 소속의 시드 호(何秀蘭)전 의원, 민주당 소속 아우녹힌(區諾軒) 전 의원, 홍콩과 대만의 유력 언론 중 하나인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도 구속됐다.
리척얀과 렁쿽훙은 오늘날 홍콩 사회운동 좌파의 대표적 인사들이다. 1957년 중국 광둥성 산터우 출생인 리척얀 사무총장은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홍콩으로 이주한 후, 줄곧 홍콩에서 살았다. 대학 시절 학생운동에 참여하면서 활동가의 삶을 시작했으며, 30대 초반이었던 1989년 당시 베이징에서 민주항쟁이 발생하자 홍콩 시민들의 기부금을 모아 직접 베이징으로 찾아갔다. 이때 당국에 체포된 후로는 대륙 방문이 금지됐다. 지난 30여 년간 그는 홍콩의 노동조합과 사민주의 좌파 운동의 영역에서 활동했다. 2011년에는 동료들과 함께 ‘공당(Labour Party; 工黨)’을 창립했으며, 2015년 이래 후배들이 전면에 서도록 하고 다시 노동조합에서 활동해왔다.
렁쿽훙 역시 홍콩 좌파를 대표하는 인사이자, 대중적인 신망을 얻고 있는 활동가이다. 1975년부터 1991년까지 혁명마르크스주의자동맹(革命馬克思主義者同盟)을 결성해 활동했으며, 해산 이후에도 줄곧 거리의 운동가로 살아오며 여러 차례 체포된 바 있다. 가령 2005년 WTO 홍콩 각료회의 반대시위에서도 한국에서 온 900여 명의 노동자 및 농민들과 함께 체포됐었다. 2004년 입법회 의원선거에 출마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으며, 2010년과 2016년에도 연임에 성 공한다. 2016년 당시 그는 우산운동의 여파 속에서 ‘애국 선서’를 거부하였고, 이로 인해 의원 자격을 박탈 당했다.
지난 4월 1일 리척얀은 “홍콩 민중과 함께 행진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는 것은 우리에겐 명예의 뱃지죠”라고 말했다. 7일에도 그는 “역사는 저를 무죄라 할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민중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싸운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16일 판결 직전에는 이런 말을 남겼다. “저는 홍콩 민중에게 ‘넌 결코 혼자 걷지 않아(You’ll Never Walk Alone)라는 노래를 헌사하고 싶어요. 우리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어둠 속에서도 함께 걸을 것입니다.”
1993년부터 그와 관계를 맺어온 한동팡(韩东方)은 “표현의 자유와 결사는 노동조합 운동의 기본 실천입니다. 리척얀 동지는 노동운동가로서 할 일을 했고, 자기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노조운동의 리더이자 민주주의 투사로서, 노동자들의 정치적/경제적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데 있어 리척얀의 리더십은 홍콩의 청년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구속은 그의 투지를 약화시키기는커녕 젊은 세대가 더 나은 삶과 정의를 위한 싸움에 동참하도록 격려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리척얀 등의 구속에 대해 국제노총(ITUC) 섀넌 버로우(Sharan Burrow) 사무총장은 “리척얀 등은 정치범”이라며, “국제 노동조합 운동은 홍콩에 민주주의 운동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척얀과 렁쿽훙이 대표하는 공당과 사회민주연선은 홍콩 민주파의 왼쪽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홍콩 노동자운동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고, 2019년 6월 폭발한 범죄인 송환조례 반대운동 일부를 이끌어왔으며, 정치적 책임을 다 하기 위해 분투해왔다. 최근에는 공동 행동을 빈번하게 기획하면서 보다 끈끈한 관계를 확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