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자유를 위한 싱가포르인들의 외침
2020년 6월 30일
싱가포르 전역에서 유일하게 자발적 집회가 허용되는 장소. 영국 런던과 캐나다 레지나, 호주 시드니 등에도 설치되어있는 독특한 공공장소다. 싱가포르의 스피커즈 코너는 2000년 9월 1일 싱가포르 도심 홍림공원(芳林公園) 내에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시민들은 이용 규칙을 준수하는 한, 경찰의 집회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홍림공원은 1950~60년대의 싱가포르의 여러 집회가 열렸던 역사적 장소다. 2004년에는 공개 전시회와 공연이 가능해졌고, 2008년 9월부터는 경찰 허가 없이 시위를 조직하거나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국립공원관리위원회 웹사이트에서 이용 신청이 가능하다.
지난 몇 달 동안 수백 명의 싱가포르인이 Smile In Solidarity(연대의 미소)라는 새로운 온라인 운동에 참여했다. 싱가포르의 활동가 졸로반 웸(Jolovan Wham)과 함께하는 많은 사람들이 언론 자유, 집회와 연설에 대한 정부의 탄압을 알리기 위해 ‘웃는 얼굴’을 그린 피켓을 들고 있는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이에 홍콩의 좌파 활동가·연구자 그룹 라우산(流傘)의 편집자이자 홍콩 기술산업 노동자 동맹 활동가 JS가 웹과 함께 ‘연대의 미소’ 캠페인에 대해 인터뷰를 가졌다.
원문 : Smile in Solidarity: Singaporeans’ call for political freedom, JS & Jolovan Whamon, 流傘
싱가포르에서 ‘연대의 미소’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다음 달에 선거가 치러지는 싱가포르는 제도 상으로는 민주주의 국가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싱가포르는 언론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제한해왔고, 나라 전체의 풀뿌리 사회운동을 억압하는 보수우파 정당 인민행동당(People’s Action Party, PAP)에 의해 통치되어 왔다.
공공장소에서 정부 비판 연설을 하거나, 온라인 상에서 정부를 비판 의견을 공유하면 실질적인 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싱가포르에서 정부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싱가포르 전체에서 시민들이 합법적으로 집회를 열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바로 스피커즈 코너(Speaker’s Corner)뿐이다. 또한, 싱가포르의 사회 정의를 위한 거의 모든 활동은 실질적으로 정부에게 비판적이지 않으며, 일부 순응적인 비영리 단체의 영향권 안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싱가포르 사람들은 정부에 도전하기 위해 용기 있게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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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 : 연대의 미소가 뭔가요?
졸로반 : ‘연대의 미소’는 싱가포르의 언론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진행되는 온라인 시위예요. 단지 ‘웃는 얼굴’이 그려진 피켓을 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이 저에게 탄압을 가한 후, 저는 이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경찰은 제 핸드폰을 압수하고 저를 조사했죠. 많은 싱가포르의 동료 시민들이 이 사실에 대해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 순간을 활용해 그들과의 연대를 구축하고, 싱가포르의 자유로운 집회와 연설에 대한 공론장을 넓히는 길을 찾고 싶었어요. 그래서 연대의 미소 운동을 시작한 거죠.
저는 모두가 즐겁고, 스마트하며, 과격하지 않은 방식으로 시민적 자유에 대한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어요. 또 사람들에게 그들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악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드러낼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을 제공하고 싶었죠. 그래서 제가 생각한 방법이 바로 ‘웃는 얼굴’이 그려진 피켓을 들고 있는 인증샷을 SNS에 공유하는 거였어요.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 #smileinsolidarity 해시태그를 통해 사람들이 인스타 그램에 게시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어요.
공개적인 반대에 대한 싱가포르 사람들의 두려움을 잘 알기에, 운동을 시작할 때 50명 이상의 사람들이 참여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많은 네티즌들이 거의 200장에 달하는 사진을 저에게 보냈습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개인 SNS에 게시한 사진들을 제외한 (제가 받은 것만을 센) 숫자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확산은 많은 싱가포르 사람들이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를 위해 기꺼이 행동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에 특히 희망적입니다.
JS : 졸로반 씨가 맨 처음에 ‘웃는 얼굴’이 그려진 피켓을 든 인증샷을 공개적으로 올렸던 이유는 뭔가요?
졸로반 : 올해 초에 싱가포르의 기후정의 활동가 두 명이 기후위기 사안에 연루되어 있는 정부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어요. 18세의 한 여성이 엑손모빌 사무실 밖에서 시위를 진행했고, 22세의 한 남성은 경찰서 밖에서 시위를 진행했죠. 그리곤 두 사람 모두 그들의 시위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어요. 그 1인 시위가 합법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그들을 소환해서 스마트폰을 압수하고 수사를 진행했어요.
이에 저는 그들과 연대해 그들이 징계를 받는 게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지 보여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는 같은 경찰서에 가서 웃는 얼굴이 그려진 골판지를 들고 밖에 서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두 달 뒤 경찰이 전화를 걸어 공개된 장소에 서 있는 이유를 물으면서 조사 받으러 출석하라고 하더군요.
그들이 저를 기소할지 아닐지는 아직 모릅니다. 기소가 진행되느냐 아니냐의 여부와 무관하게 그들은 이미 이러한 방식으로 수십 년 동안 시민들을 위협해왔죠. 그렇게 해서 정부에 복종하도록 만들어 왔고요.
JS : 이 탄압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졸로반 : 가장 중요한 건 이 사건이 저를 ‘논쟁적 인물’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싱가포르에는 ‘좋은 활동가’와 ‘나쁜 활동가’라는 (왜곡된) 관념이 있는데요. 대다수의 사람들은 정부의 방침을 따르는 ‘좋은 활동가’와만 관계맺기를 원합니다. 예를 들어 비영리 단체는 ‘좋은 활동가‘, 즉 정부에 반대하지 않는 사람들만을 고용하려고 하죠. 따라서 당신이 ‘나쁜 활동가’로 찍혔다면, 직업 선택의 제한과 같은 특정한 위험에 대비해야만 해요.
게다가 이 사회 공동체에서 제 행동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저를 기피하고 저와 공개적으로 교류하길 원하지 않아요. 싱가포르에서 법을 어긴 전적이 있거나, 노골적으로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제가 완전히 고립된 건 아니에요. 제가 하는 일을 지지하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시민사회단체 내부에도 정부에 심하게 순응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절대 다수의 지지를 기대하지는 않아요.
정부가 쓴 각본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소위 “오염된” 사람들로 간주돼요. 게다가 인권과 정치적 자유에 대한 담론은 집권 여당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아직 이러한 대의에 동의하지 않죠. 감정적 애착을 갖지 않기 때문에 캠페인을 진행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경계를 뛰어넘는 걸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순응과 공포라는, 이 사회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문화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끈기를 갖고 공동체에 대한 사랑과 평화에 의거하여 행동한다면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가 결국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JS : 이 운동과 그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싱가포르 사회에 뭘 보여주고 있나요?
졸로반 : 이 운동이 증명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은 싱가포르 정부가 대중의 강력한 반대와 그 힘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역사가 보여주었듯 저항하기 위해 모인 많은 사람들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때문에 싱가포르 정부는 자신들만의 지배 질서를 유지하고, 자국민들의 집단적 행동을 막으려고 ‘이견’을 탄압해 왔죠. 극단적으로 정부는 어떤 사람이 공공장소에서 평화롭게 항의하는 것조차 범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불행히도 이 전략은 큰 효과를 거두고 있어요. 싱가포르 인구는 매우 적잖아요. 몇 년 전 로이터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때 있던 주요 질문 중 하나는 “온라인에서 정부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을 두려워하는가?”였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싱가포르에서는 응답자 중 63%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온라인에서 공개적으로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면 당국과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들의 비율 (Reuters Institute Digital News Report 2018)
선택적 징계 전술은 정부가 일부 시민들에게 본보기를 보임으로서 나머지 사람들을 고분고분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에요. 이 전술은 정부가 시민들의 자기검열을 통해 반대 의견을 쉽게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들죠. 반대 의견을 표명하면 직업 선택이나 법적 영역에서 억압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고, 그 때문에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침묵을 선택해요. 이는 심지어 정부가 활동가와 블로거들을 단속할 필요조차 없게 됐다는 걸 의미합니다. 정치적으로 탄압받는 사람들은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경고와 위협을 주기 위한 예시로 이용되죠.
저는 ‘연대의 미소’ 캠페인을 통해 이러한 자발적 복종과 자기 검열의 문화를 폭넓고, 안전한 방식으로, 조금씩 제거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이 운동을 통해) 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범주 안에서 행동하면서도 스스로의 신분을 숨길 수 있죠. 하지만 이건 우리 자신에게 물어봐야 할 더 광범위한 질문의 시작에 불과해요.
우리가 어떻게 사람들을 더 대담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이러한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을까요? 또 어떠한 방식으로 사람들이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끔 하는 사회적 구조와 지원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번역 : 이도영 (정의당 국제연대 당원모임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