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에 호주의 연방선거(총선)에서 다수의 예상을 뒤엎고 보수 정당이 3연속 집권에 성공했다. 다수의 노동조합과 사회운동이 지지했고, 집권이 유력해 보였던 노동당이 패배한 것이다. 노동당 패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기후 정책, 에너지 전환 정책이 꼽혔다.
노동당은 정의로운 전 환을 공약했지만, 노동자나 지역사회와 제대로 소통해서 만들어진 정책이 아니었다. 보수 정당의 일자리 위협이 먹혀들었고, 신규 탄광 산업을 기대한 지역의 유권자가 노동당에 돌아섰다.
구체적인 대안, 일관된 정책이 없는 에너지 전환은 실현가능하지 않고 노동자들을 설득할 수도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글에서 강조되지 않지만 호주 노동당은 서구의 다른 중도좌파 정당과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를 대폭 수용하여 시장주의적 기후․산업․노동 정책을 펴왔다.
호주의 사례는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 노동조합, 환경운동, 진보정당이 준비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노동자와 시민이 지지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공적이고 민주적인 전환의 비전과 구체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원문 : Losing the “climate election”
글 : 자넷 버스탈(Janet Burstall)
번역 :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2019년 5월 연방선거(총선)에서 호주 노동당의 기후행동 강령은 매우 야심찬 것이었다. 선거 전의 여론조사는 유권자들이 기후변화에 높은 우선순위를 뒀다는 점을 보여줬다.
자유-국민 연합은 기후행동에 관해 분열했다. 기후변화를 부인하는 사람들이 당권을 장악해서 하원의원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을 지도자로 선출했다. 그는 석탄화력 발전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국회에 석탄 덩어리를 들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해졌다. 그러나 노동당은 선거에서 졌다.
두 주요 정당은 1차 선호 유권자의 약 1%를 소수 정당, 특히 우익 정당들에게 빼앗겼다. 녹색당(보통 호주의 대안 선거 시스템에서 노동당과 선호가 교체되는)은 부진했다. 노동당이 왜, 어떻게 패배했는지에 대한 사후 논의가 진행 중이다. 기후행동은 노동당, 노동조합, 좌파들 사이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주요 정책 중 하나일 뿐이다.
기후변화 정책은 중심 이슈였지만, 그것이 투표에 미치는 영향은 고용과 경제 정책과 관련시켜야 이해할 수 있다. 퀸즐랜드 주 북부와 뉴사우스웨일스 주 헌터밸리의 탄광 지역이 노동당에서 가장 크게 이탈한 곳이다.
퀸즐랜드 주 북부에서 노동당은 두 의견 사이에 끼어버렸다. 건설․임업․해양․광업․에너지 노동조합은 거대한 신규 탄광 사업인 아다니(Adani)가 실업률이 8%를 넘는 지역에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잘못된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기후 운동가들, 특히 녹색당과 학교 파업 중인 학생들에게는 ‘아다니 중단’이 주요 요구였다.
화석연료의 소비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탄광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러나 보수 정치는 ‘일자리 공포’를 무기삼고 있다. 노동당, 노동조합 지도자, 녹색당 등 그 누구도 생계를 걱정하는 노동자들에 대해 만족스럽거나 설득력 있는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노동당과 호주노총(ACTU)은 모두 ‘정의로운 전환’ 접근법을 채택하여 석탄화력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노동당이 에너지전환기관(Energy Transition Authority)에 재정을 투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에너지전환기관 공약에는 약점이 많았다. 그것은 소극적이었고, 특별히 강조되지 않았다. 에너지전환기관 공약은 석탄화력 발전소 주변 공동체들과 전혀 협의하지 않고 만들어졌다.
석탄화력 발전은 수익성이 없어지기 때문에 어쨌든 끝날 것이라는 주장이 그 근거였다. 노동당은 수출 광산업을 포함해 다른 기후변화 관련 산업들에 대한 ‘정의로운 전환’ 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린 뉴딜’의 노선을 따르는 공적 고용 프로그램을 제안하지 않았다.
노동당의 패배로 인한 충격과 호주 정부가 앞으로 3년 동안 탄소 배출을 강하게 억제하지 못하리라는 예측은, 기후행동 지지자들 사이에서 앞으로의 전략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건설․임업․해양․광업․에너지 노동조합에는 아다니의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모두 있다. 노조의 퀸즐랜드 주 건설 사무총장인 마이클 라브바(Michael Ravbar)는 아다니에 의구심을 표명했다. 퀸즈랜드 주 해양 사무총장인 밥 카네기(Bob Carnegie)는 아다니를 가장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노조 지도자이다. 전국노조(National Union of Workers)는 선거 후에 일자리 안정과 기후 안전에 관한 올바른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들은 “우리 운동이 크게 생각하고 앞장설 때”라고 밝혔다.
노동자와 구직자들이 기후변화 행동을 지지하도록 만들 려면 노동조합은 기후 이슈를 토론해야 한다. 또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 공동체들이 대기에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산업으로 전환하는 방법에 관한 구체적인 정책 개발에 참여해야 한다. 민간 기업이 이것을 하지 않는 지역에서, 공동체들이 주도권을 쥐기 위한 자신의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노동자들과 그들의 공동체가 참여해야만, 아다니 탄광을 지지하는 우익 정당으로부터 노동자들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선거 후에 이런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많은 논쟁이 진행 중이다. 앞으로 더 적극적인 접근법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