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6년 1월 3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특수 부대를 동원하여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를 유린하고 한 나라의 대통령을 납치했다. ‘확고한 결의 작전’(Operation Absolute Resolve)이란 이름으로 치뤄진 침략과 마두로 대통령 부부의 납치는 국가 주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제국주의적 폭거다. 이르면 1월 5일 밤(미국 동부 현지시각),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다.
진작부터 미국은 베네수엘라 침공을 위한 준비를 치밀하게 해왔다. 2025년 1월 10일, 트럼프는 마두로의 3선 취임식을 “부정 선거”로 규정했고, 3월에는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구매하는 국가들에 25% 보복 관세를 부과했으며, 이런 고립 작전을 통해 내부 동요를 유도했다.
군사 작전이 본격화된 것은 여름부터다. [참고: 볼리바르 혁명 이후 딜레마와 '가장 어두운 날들'] 8월 8일, 마두로에 대한 현상금을 5,000만 달러(약 750억 원)로 2배 인상했으며, 마두로를 ‘솔레스 카르텔(Cartel of the Suns)’이라는 마약 밀매 조직의 보스로 명시하며 ‘범죄자 사냥’ 프레임을 만들었다. 그리곤 ‘마약 소탕’을 명분삼아 카리브해 일대에서 해상 타격 작전을 개시했는데, 실제로는 베네수엘라 해군력을 정찰하고 무력화하려는 것이었다.
10월 15일, 트럼프는 CIA의 베네수엘라 내 비밀 작전을 승인하고, 베네수엘라 내부의 정보원을 포섭하고, 정밀 타격할 좌표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항공모함과 수천여 명의 병력, F-35 스텔스 전투기를 카리브해에 배치했고, 베네수엘라의 항만 시설에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이 일대에서 최소한 115명의 베네수엘라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에 더해 1월 3일 공습과 납치 과정에서 최소 80명의 베네수엘라 군인과 쿠바 출신 경호원,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플로리다 팜비치의 호화로운 별장에서 “TV쇼를 보듯” 명령을 내리자 수백여 명이 자신의 땅에서 학살된 것이다.
베네수엘라 대선은 조작되었나?
트럼프는 2024년 베네수엘라 대선이 ‘조작’되었다면서, "마두로는 찬탈자이며,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군사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한국의 아스팔트 극우세력마저 이 주장에 들떠 트럼프가 한국에 처들어와 한국 대통령을 납치해주기라도 바라는 것처럼 떠들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전자투표 시스템은 투표 직후 종이 기록지를 출력하며, 각 정당 참관인이 이를 나눠 갖게 되어 있다. 2024년 대선 이후 베네수엘라의 우익 야권 세력은 전국 투표소의 약 83%에 달하는 개표 기록지를 확보해 스캔한 뒤 온라인에 공개한 바 있다. 이 기록지들에 따르면 경쟁 후보 후보 에드문도 곤살레스 후보가 약 67%를 득표한 반면, 마두로 대통령은 30% 초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카터센터(Carter Center)는 “베네수엘라 대선은 국제적인 선거 청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민주적이라고 간주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에 반해, 2024년 대선 당시 5명의 참관인을 베네수엘라로 파견했던 전미변호사협회(National Lawyers Guild, NLG) 국제위원회는 여러 투표소를 직접 방문하여 수천 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과정을 지켜본 결과, “투명하고 공정하며 민주적이었다”고 평가했고, “사기나 심각한 부정행위의 사례를 목격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서방 매체들이 주요 근거로 삼는 '카터센터'의 보고서에 대해 법리적·절차적 관점에서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베네수엘라의 전자 투표 시스템이 매우 견고하며, 유권자들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 대선 결과를 “민중의 의지가 반영된 참여적 민주주의의 결과”라 규정했다.
중남미 국가들의 전직 선거관리위원장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라틴아메리카 선거전문가협의회(CEELA)도 수십 차례의 감사를 근거로, 베네수엘라의 투표 및 집계 시스템이 해킹이나 조작이 불가능한 수준의 기술적 무결성을 갖췄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야권이 공개한 기록지가 법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민간 차원의 자료임을 지적하며, 국가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와 최고사법재판소의 공식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언론들은 주로 서구의 주요 외신들의 기사를 받아쓴다. 이 때문에 상기한 반박 논거들은 전혀 소개되지 않고, 여전히 ‘받아쓰기’만 반복하고 있다.

마두로는 마약 카르텔의 수괴인가?
트럼프는 이번 침공의 또 다른 근거로 ‘마약 카르텔과의 연루’를 들고 있다. 그는 “무법자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는 미국에 엄청난 양의 치명적인 불법 마약을 유통해 온 거대 범죄 네트워크의 왕초”라며, 마두로가 “베네수엘라를 국가가 아닌 마약 테러조직으로 운영해 왔다”고 주장했다.
2025년 2월 20일,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갱조직 ‘트렌 데 아라구아(Tren de Aragua, TdA)’를 ‘해외테러조직(FTO)’으로 지정하며, 침공의 근거를 축적했다. 2026년 1월 공개된 미 법무부 공소장에 따르면, “마두로와 그의 측근들은 TdA의 수장인 '엘 니뇨 게레로'와 협력하여 미국으로의 코카인 유입을 방조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타당한 근거인가에 대해선 따져볼 만한 반대 근거도 많다. 마두로 정부는 집권 기간 TdA를 적대시하며 여러 차례 갱단 소탕을 시도했다. 2023년 9월, 마두로 정부는 1만1천 명의 군경을 투입해 TdA의 본거지 토코론 교도소를 전격 습격했다. 2024년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 18개 정보기관의 의견을 종합한 정보기관 연합 보고서 「국가정보위원회 공동체 판단 비망록: 마두로 정부와 트렌 데 아라구아 간의 관계」에 따르면, “TdA가 베네수엘라 정부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는다는 명확한 증거는 부족하며, 이들은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범죄 기업에 가깝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미 마약단속국(DEA) 자체 자료와 마약범죄사무소(UNODC)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으로 유입되는 코카인의 90% 이상은 태평양, 콜롬비아, 콰테말라, 에콰도르, 멕시코 루트를 거쳐 유입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루트는 매우 미미하다.
이런 사실로 볼 때 베네수엘라산 마약을 침공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사기극이다. 트럼프가 내세운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프레임은 과거 파나마 침공(노리에가 체포) 때와 마찬가지로, 부당한 침략을 통한 ‘정권 교체’를 위한 시도를 ‘범죄자 검거’라는 형사 사건으로 둔갑시키기 위한 전형적인 제국주의 수법일 뿐이다.
실제 트럼프가 마두로를 수장으로 지목한 ‘태양의 카르텔(Cartel de los Soles)’은 단일한 조직도 아니다. 이것의 이름의 유래는 1990년대 베네수엘라 언론이 마약 밀매에 연루된 고위 장성들의 '태양 문양'의 견장을 보고 비꼬기 위해 만든 저널리즘적 수식어였다. 국제위기그룹(ICG)의 필 건슨(Phil Gunson) 연구원은 “‘태양의 카르텔’이라는 본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군부 내부에 만연한 개별적 마약 밀매 행위’를 통칭해 부르는 말에 가깝다는 것이다.
실제 오늘날 중남미의 마약 유통은 수많은 작은 조각들이 이익에 따라 붙었다 떨어지는 네트워크형 구조를 띄고 있다. 중남미 국가의 부패한 군인들은 국가의 명령이 아니라, 자신이 관리하는 항만, 공항, 검문소라는 ‘지대’를 활용해 마약 조직으로부터 통행료를 받거나 운송을 돕는 개별 자영업자처럼 행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마두로 개인이 어떤 ‘카르텔’을 지휘한다는 증거는 미국 정부로부터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오히려 미국 법무부의 기소장은 대부분 측근들의 증언에만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여전히 '카르텔'이라는 수식어를 남용할까? 국제법상 ‘주권 국가’를 공격하는 것은 불법이며, 미국 국내법으로도 의회 동의를 거치지 않기에 불법이지만, ‘마약 카르텔’을 공격하는 것은 ‘사법 집행’이 된다. 즉, 베네수엘라 정부를 하나의 범죄 집단으로 규정함으로써 외교적 해법이 아닌 군사적 타격의 대상을 정당화하는 논리에 동원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가 베네수엘라를 마약 테러 국가로 규정하는 이유는 단지 미국이 원하는 침략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기만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한국 언론들이 서방 언론을 베껴 쓰며 트럼프의 명분을 선전해 주는 것은 의도적이건 의도되지 않았건 저널리즘의 자격을 상실한 오보다.
제국주의 탐욕과 야만에 맞서
우리는 21세기 국제질서가 얼마나 무력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 그리고 제국주의의 탐욕이 어디까지 야만적일 수 있는지 목격하고 있다. 이번 침략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미국이 남반구의 자원과 공급망을 강탈하여 미국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패권주의일 뿐이다.
미국 행정부는 마두로 정부의 부패와 실정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마두로 정부의 사회운동 탄압을 비판하고, 심지어 맞서 싸울 수는 있을지언정, 다른 나라 정부가 군대를 동원해 그 국가를 침공하는 것에 동의할 수는 없다. 조선 시대 말기, 왕조가 농민들을 괴롭히고 탐관오리들이 폭정을 일으킨다고 해서 일제나 서구 제국주의 군대의 조선 침공에 찬동할 수 없듯이 말이다. 그것은 제국주의 침략의 명분이 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현재 이재명 정부가 ‘실용외교’를 명분삼아 모호하고 무의미한 입장으로 일관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스스로의 존립 기반을 위태롭게 한다. 몇 달 전 미국은 전라남도 신안군의 인권 문제를 언급했는데, 만약 트럼프가 이를 구실로 삼아 갑자기 전라남도로 군대를 보낸다면 우리가 이를 지지할 수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국내 보수언론과 극우세력의 입장은 진실과도 멀고, 반역사적이다.
미국이 미는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María Corina Machado), 에드문도 곤살레스(Edmundo González), 그리고 과거의 후안 과이도(Juan Guaidó) 같은 야권 지도자들은 민주주의자가 아닌 신자유주의 대리인들이다. 이들이 제시하는 국가 재건 계획인 ‘플란 파이스(Plan País)’나 마차도의 경제 공약을 보면, 서방 자본의 이익과 일치하는 지향점이 드러난다. 베네수엘라 헌법은 석유 자원을 국가 소유로 명시하고 있다. 마차도는 이를 “완전 민영화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엑슨모빌이나 셰브론 같은 거대 석유 자본이 다시 베네수엘라 유전을 장악할 길을 열어주겠다 는 것이다. 나아가 이들은 정부 지출을 줄이고, 저소득층을 위한 식량 보조금(CLAP)이나 공공요금 지원을 중단하는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주도하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모델을 모방한 것이다.
<조선일보> 같은 보수언론들은 빈곤층을 위한 ‘복지 지출’을 ‘포퓰리즘’이라고 몰아붙이며, 이것이 경제를 망쳤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경제가 무너진 진짜 원인은 ‘석유에만 의존하는 경제 구조’(= 지대 국가)를 탈피하지 못한 데 있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수십 년 전부터 석유 수출로 번 돈으로 생필품을 수입해 쓰는 구조였다. 이는 차베스 이전 신자유주의 정부 시절에도 마찬가지다. 포퓰리즘이 문제가 아니라, 고유가 시대에 벌어들인 돈을 산업 다각화와 육성, 새로운 경제 체제의 구축에 다다르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석유라는 단일 자원에 의존한 ‘추출주의(Extractivism)’는 유가 하락이나 제재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하며, 필연적으로 환경 파괴와 부패를 낳는다.
보수언론은 신자유주의를 유일한 대안처럼 말하지만, 중남미는 이미 그 모델로 인해 처참한 고통을 겪어왔다. 1990년대 신자유주의 모델을 충실히 따랐던 아르헨티나는 2001년 국가 부도를 맞았고, ‘신자유주의의 우등생’이던 칠레는 극심한 불평등 때문에 2019년 전국적인 민중 항쟁이 마주해야 했다. 신자유주의가 주장하는 ‘자유시장경제’는 초국적기업과 소수 엘리트의 배만 불렸을 뿐, 대다수 민중의 삶을 파괴했다. 베네수엘라의 비극을 ‘포퓰리즘’ 탓으로 돌리 는 것은, 실패가 예정된 신자유주의를 재소환하기 위한 기득권 세력의 논리적 속임수일 뿐이다.
실로 미국의 경제 제재와 코로나19 팬데믹이 낳은 BRICS로의 편입과 경제 재활성화 정책은 필연적으로 다국적 기업과의 협력과 자원 추출의 다변화, 투자 유치와 채산성을 위한 노동 조건 악화, 재원 부족으로 인한 사회 정책의 후퇴라는, 신자유주의적 조건을 동반했다. https://platformc.kr/2025/09/watch-venezuela/ 마두로 정부는 경제 위기 타개를 위해 '특별경제구역(ZEE)'과 민영화를 추진하고, 노동법을 무력화하려 했다. 이런 조치는 다른 사회주의 운동들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마두로 정권은 자신을 비판하는 좌파들을 "제국주의의 사주를 받은 좌익소아병"이라고 비난하며, '내부의 적'으로 규정했다. 2020년 베네수엘라 공산당(PCV) 등 마두로의 우경화된 정책에 반대하는 여러 좌파 정당들과 시민단체들이 선거연합을 결성하고 독자 노선을 걷자, 2023년 마두로는 이 당들의 지도부를 강제로 교체하고 마두로 지지파들을 그 자리에 앉혔다. 또, 군부와 비PSUV 관료들의 여전히 큰 영향력, 월 1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연금, 의료서비스 후퇴, 국영 시설과 기업에 대한 BRICS 사기업의 불투명한 투자, 물가 상승과 저임금 등도 마두로 정권을 후퇴시켜왔다.
마르타 하네커(Marta Harnecker)는 마두로 정권의 실패에 대해 “과거의 국가주의적 사회주의를 완전히 탈피하 지 못한 과도기적 오류”라 평가한다. 그러면서, “진정한 경제적 대안은 GDP 숫자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민중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변하고 스스로의 삶을 결정할 수 있게 되었는가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대안들은 베네수엘라 내부의 진보적 반대파 진영 내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으며, 미국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민중 저항의 이론적 근거가 되고 있다. 사회운동을 바탕으로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지향했던 좌파 운동은 마두로 정권의 우경화에 대해선 강력한 비판자였지만, 여전히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와 볼리바르 혁명을 지키고자 분투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민중은 트럼프의 침공을 환영하는가
미군의 정밀 폭격으로 인해 카라카스의 도시 인프라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작전 과정에서 주요 전력망과 통신 시설이 파괴되어 도시의 절반 이상이 어둠에 잠겼고, 가스 공급과 식량 배급 체계가 마비되면서 서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우리 언론이 전하듯, 베네수엘라 민중은 트럼프의 침공과 대통령 부부 납치를 반기는가? 베네수엘라에 어떤 ‘민주주의’가 찾아오고 있나?
현실은 반대다. 카라카스 도심 거리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고, 미국의 침공을 규탄하는 차비스모(Chavismo, 마두로 지지층) 세력의 거대한 저항이 지속되고 있다. 대통령 관저 앞에는 트럼프의 침략 직후부터 수만 명의 지지자들이 집결했다. 이들은 “마두로를 돌려내라”, “양키는 물러가라 ”는 구호를 외치며 미군의 침략을 ‘납치’로 규정하고 대규모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다.

카라카스의 정치적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볼리바르 광장(Plaza Bolívar)에서도 ‘반제국주의’이 결성되어 모든 민중들의 저항을 호소하고 있다. 성난 군중들이 성조기를 불태우거나 트럼프의 화형식을 거행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반응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나뉘지만, ‘주권 침해’에 대한 거부감은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평소 마두로 정부의 경제 실정을 비판하던 시민들 중 상당수도 “정권 교체는 우리 손으로 해야지, 미국이 총칼로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국의 침공을 비난하는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파 지도자들은 미군에 동조하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즉각적인 거리 축하를 자제하며 “인내와 절제”를 촉구하고 있다. 자칫 ‘외세의 앞잡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경우 정치적 미래가 불투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유층 거주 지역인 동부 카라카스 알타미라는 ‘사재기’와 ‘칩거’ 상태다.
마두로 납치 이후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에 곧바로 군을 상륙시키지도 않으면서 으름장을 늘어놓고 있다. 미국의 침공 직후 델시 로드리게스(Delcy Rodríguez) 부통령은 국영 방송을 통해 이번 사태를 “국가 원수에 대한 야만적이고 불법적인 납치”라며, 마두로 대통령 부부의 생사 확인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가 “협조하지 않으면 마두로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협박하자, “미국과 존중받는 관계를 맺을 용의가 있다”며, 유화적 제스처를 보였다. 미군의 전면적 상륙을 막고 정권의 붕괴를 지연시키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국방부 장관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Vladimir Padrino López)는 군의 동요를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미 특수부대의 습격 과정에서 대통령 경호원 다수가 살해된 것에 대해 “겁쟁이 같은 학살”이라며 분노를 표했다. 그러면서 전군에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명령하고, “단 한 명의 미군이라도 상륙한다면 베네수엘라는 그들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권의 2인자이자 강경파 디오스다도 카베요(Diosdado Cabello) 내무장관은 방탄조끼와 헬멧을 착용한 채 “우리는 무너뜨릴 수 없는 저항의 벽을 만들 것”이라며, “민중과 군이 하나가 되는 '민군 연합(Civic-Military Union)'”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의 침공이 ‘마약 소탕’이 아니라 “석유와 광물 자원을 훔치기 위한 제국주의적 강도 행위”라며, 국민들에게 장기적인 항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철권통치 국가들과는 긴밀히 협력하면서, 유독 베네수엘라에서만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군사력을 동원했다. 이는 미국의 잣대가 매우 이중적이고 기만적이라는 방증이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부에게 ‘비민주적 행태’나 ‘관료주의’가 있었다면, 이를 비판할 권리는 오직 베네수엘라 민중에게 있다. 제국의 침략이 외삽적으로 ‘민주주의’를 가져다준 사례는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
전 세계의 평화와 평등,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의 평범한 사람들은 이 땅에서 외세의 간섭과 전쟁의 위협이 어떤 고통을 주는지 뼈저리게 느껴왔다. 그렇기에 지금 베네수엘라 민중이 겪고 있는 공포와 분노는 남의 일 같지 않다. 더구나 트럼프의 이번 침공은 독립적 사건도, 결정적 결말도 아니다. 앞으로도 이어질 기나긴 투쟁의 일부일 뿐이다. 이미 트럼프는 쿠바와 멕시코, 콜롬비아에 대놓고 위협을 가하고 있고, 전 세계 어디에서든 대안적인 체제를 만들고자 하는 정치적 시도들이 두각을 보일 때 마찬가지로 위협을 가하려 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태평양 건너 불구경하듯 이 사태를 바라봐선 안 된다.
미국의 폭격 아래 있는 카라카스의 밤은 바로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 민중의 가슴에 불덩이다. 우리는 평화를 옹호하고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전 세계 모든 민중과 연대하여 이 불법적인 침략 전쟁을 막아내고 평화를 지켜내야 한 다. 트럼프가 꿈꾸는 세상이 미국 극소수 지배계급만을 위한 제국이라면, 우리는 그 제국을 무너뜨릴 전 세계 민중과 함께 연대해야 한다.
글 :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