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물·노동을 착취하고 재벌특혜로 점철된 '반도체특별법'

에너지·물·노동을 착취하고 재벌특혜로 점철된 '반도체특별법'

11월 25일 저녁 7시 국회 앞 집회에 참여하자!

2025년 11월 22일

[읽을거리]기후정의기후정의운동, 민주당, 반도체, 노동조건, 에너지, 제조업

반도체 특별법을 강행을 저지해야 하는 이유

민주당이 반도체 특별법을 11월 중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 힘이 주 52시간제 예외 문제를 쟁점으로 삼고 있지만, 이를 별도로 다루자는 입장을 내면서 11월 27일 본의회 통과가 유력시되고 있다. 민주당은 올해 4월 반도체 특별법을 “민생 법안”이라고 칭하며, 신속처리 안건(패스트 트랙)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은 노동권과 건강권, 물과 에너지, 재벌 특혜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무한정한 생산 증대는 바람직하지 않다. 반도체 산업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특별법을 처리해서는 안 된다.

첫째, 반도체 산업에는 노동자 건강권 문제가 있다. 반도체 생산에 수백 수천 종류의 유해화학물질이 사용된다. 2015년 반도체 사업장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밝히지 않은 것을 제외하고도 545종에 이르며 그중 발암성 물질이 53종, 생식독성 물질이 29종에 달한다. 유해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신규 화학물질이 계속해서 사용된다. 반도체 기업은 영업비밀이라며 화학물질 유해성 검증을 회피한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백혈병, 각종 암, 희귀질환으로 병들고 죽어간다. 유해 작업이 하청 노동자에게 전가되면서 위험의 외주화도 이루어지고 있다. 반도체 특별법은 정부가 반도체 고등학교와 반도체 특성화 대학교를 지정하고 지원할 수 있게 한다. 30만 명이라는 대규모 인력 육성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대책은 없다.

둘째, 반도체 산업은 엄청난 물과 전기를 소비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2035년 이후 필요한 공업용수가 하루 17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전체의 물 소비량의 약 60%에 달하는 양이다. 한강권역의 여분의 물을 모두 투입한다고 가정해도 하루 100만 톤가량의 물이 부족하다. 물 공급은 반도체 클러스터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다고 해도 해결하기 어렵다. 이전이 거론되는 지역은 한강권보다 물이 더 부족한 곳이다. 또한 반도체 산업은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은 16GW에 달한다. 현재 수도권 전체 전력수요가 약 40GW인데 그 40%에 달하는 엄청난 전기를 추가해야 한다. 반도체를 더욱 많이 만들수록 에너지와 유해물질 소비가 늘어나고, 이로 인한 온실가스와 오염물질 배출이 늘어나게 된다.

셋째, 대기업 특혜와 사회적 공공성의 문제다. 반도체 특별법이 통과되면 반도체 특구에 설치하는 용수, 전기, 도로 등의 기반시설 설치에 필요한 비용 전액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기업의 이윤을 위해서 정부, 지자체, 공기업 등 공공의 비용을 전용하는 것이다. 그 비용은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온다. 2025년 3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2조원,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11조원을 돌파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순이익률은 52%에 달한다. 이런 대기업에 일방적인 지원만을 퍼붓는 것이 타당한가? 특별법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정부의 책무로 규정하고 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가득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담고 있지 않다. 지원한 공공의 자금을 회수하는 조항도 없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재벌 특혜만 늘어난다.

넷째, 반도체 특별법은 노동 기본권을 침해한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법안에 주52시간 적용 제외가 빠졌다. 그러나 “노동쟁의에 관한 관계법률상의 절차를 엄격히 준수함으로써 산업평화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침해하는 조항이고, 지금도 제한받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합 활동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조항이다. 노동권의 온전한 보장과 노동조합과의 대화 없이 추진되는 반도체 특별법은 노동자의 희생을 기반으로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선언에 다름없다.

“데이터센터는 에너지 흡혈귀다!”
“데이터센터는 에너지 흡혈귀다!”

지역 이전은 대안이 될 수 없다

“규제 제로 원칙”으로 추진되는 RE100 산단

일각에서는 반도체 특별법은 논외로 하고 반도체 클러스터를 수도권 이외의 지역으로 이전하자고 주장한다. 전남과 전북 지자체가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을 주장하고 있고, 일부 시민사회단체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RE100 산업단지로 이전하라는 요구가 흔히 등장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으로 이전한다고 하더라도 반도체 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대규모 반도체 산업 공장을 추가적으로 건설하고 가동하면 전력 수요가 증가한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 비중이 적은 가운데 반도체 공장에 이를 우선 공급하면, 그만큼 다른 부문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할 수 없다. 전체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 누가 재생에너지를 먼저 사용하는지와 상관 없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게 된다. 또한 클러스터가 어디로 가든 반도체 산업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가 그대로 남는다.

민주당에서는 RE100 산업단지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5개의 법안이 발의되어 산자위에서 심사 중이다. 정부는 올해까지 법제화를 완료하고 내년에 RE100 산단을 지정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RE100 산단을 “원칙적으로 규제를 제로로” 하라고 지시했다. RE100 산단과 관련된 논의는 산업단지를 넘어서서 ‘재생에너지 자립 도시’로 번지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5개의 관련 법안은 45개의 인허가를 면제하고 환경영향평가 등에 대한 각종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산업기반시설 비용을 지원하고 소득세, 법인세 등 조세를 감면할 수 있다. 일부 법안에는 의료법인이 부대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의료 민영화를 부추기는 내용까지 포함되었다. 또한 RE100 산단이나 도시에 전기를 공급하는 사업자를 지정하는데 이는 한전이 아니라 민간 사업자에게 전기 판매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전력 판매의 민영화를 촉진하게 된다. 추진 중인 RE100 산단은 지역의 환경과 사회적 규제를 무너뜨리고 에너지 시스템의 정의로운 전환을 훼손하게 된다. 반도체 특별법과 RE100 산단 특별법이 만들 미래가 두렵지 않을 수 없다.

반도체 특별법 강행에 맞서 싸우자

기후정의를 훼손하고 재벌 특혜로 점철된 반도체 특별법 제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계 수용력을 넘어서는 산업 육성과 생산 증대는 불가능하다. 우리에겐 노동권과 건강권 등 공공성을 확보하는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반도체 산업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논의하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산업이 무엇이고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부당한 산업 확장에 맞선 운동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특히 AI 산업과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운동이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확산되고 있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지고 생계비가 오르는 가운데 데이터센터가 지역에 설립되면서 에너지와 물을 독식하고 요금을 상승시키며 문제를 악화하기 때문이다. 이 운동은 “데이터센터는 에너지 뱀파이어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 문제 제기하는 우리의 운동은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반도체 산업은 에너지, 물, 노동을 착취하고 재벌만 살찌운다.”

<재벌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 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은 2025년 11월 25일 저녁 7시 국회 앞에서 반도체 특별법 강행 처리에 반대하는 긴급 집회를 연다. 여기에 참여해 반도체 특별법 저지를 위한 힘을 모으자. ‘첨단 산업 육성’과 ‘경쟁력 강화’라는 말 속에 감추어져있는 진실을 폭로하자. 반도체 특별법이 강행되더라도 법 시행으로 인한 문제와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계속되어야 한다. RE100 산단과 같이 호도된 언어 속에 감추어진 문제를 드러내고 기후정의를 추구해야 한다. 반도체 특별법 저지 운동은 그러한 투쟁을 이어가기 위한 중요한 계기다.

글 : 구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