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는 멈추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는 멈추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해서는 휴전을 넘어 식민지배의 종식과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치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2025년 10월 23일

[읽을거리]반전평화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 이스라엘, 트럼프, 제국주의

10월 18일 보신각에서 열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 2년 규탄 집회 '우리 모두가 팔레스타인이다'는 휴전을 넘어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염원하는 목소리였다. 이날 집회소식을 전하며, 휴전 후 팔레스타인 상황을 짚어보고자 한다.

지난 10월 10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휴전 1단계가 발효되었다. 다행히도 집단학살의 고통을 견디던 가자지구에 잠시나마 폭격이 멈추고, 인질들이 풀려났으며 구호물자가 반입되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여전히 가자의 53%를 통제하고 있으며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가자지구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통제 지역과 그 외 지역으로 분할하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학살 2년 규탄 집회 ‘우리 모두가 팔레스타인이다’ 가 열렸다. 휴전 중임에도 18일에 보신각에는 2500여명이 모여 이스라엘과 그에 공모하는 한국기업과 한국 정부를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의 해방과 평화를 외쳤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덩야핑은 휴전 첫날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주민들을 살해하는 이스라엘을 강력히 규탄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포로의 시신 28구를 돌려주지 않는 것을 명분으로 이스라엘이 집단학살 재개의 명분을 쌓고 있다며, 하마스가 시신을 ‘못 돌려주는’ 이유는 폭격으로 잿더미가 된 콘크리트 잔해를 치우기 위한 중장비와 전문 인력을 이스라엘이 들여보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간인 즉결 처형 영상의 유포에 대해서는 “당연히 민간인도 아니고”, “국제지명수배범 네타냐후 총리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IS와 연계된 가자지구 갱단들에게 무기와 자금을 지원한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저항운동이 이스라엘뿐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을 죽이고, 돈과 구호품을 약탈하는 갱단들과도 싸우고 있는 참담한 현실을 전했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재판소도, 감옥도 없어진 상황에서 이스라엘에 부역하는 자들에게 어떻게 재판하라는 것이냐며, 이 끔찍한 상황을 만든 원인이 바로 이스라엘이며, 팔레스타인의 미래는 팔레스타인 민중이 결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활동가 마리암 이브라힘은 석방된 모든 팔레스타인인과 여전히 이스라엘 감옥의 끔찍한 환경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모든 이들을 기리며, 이스라엘의 폭력으로 목숨을 잃고 기억 속에만 남은 모든 팔레스타인인을 위해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우리는 부스러기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인종차별과 식민 점령의 종식, 구호물자의 안전한 반입, 고향에서 강제로 쫓겨난 사람들의 귀환, 정의와 존엄, 완전한 해방을 요구했다.

이어서 한국기업과 한국석유공사, 한국정부에 대한 규탄 발언이 있었다. HD현대 해고노동자 변주현씨는 자신들이 저지른 불법과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죽어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현대를 비판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가옥을 파괴하는 데 사용되는 굴착기를 이스라엘에 판매한 HD현대의 책임을 물었다.

한국석유공사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의 해역 자원 약탈에 동참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석유공사의 자회사 다나페트롤리엄은 이스라엘이 불법으로 점령한 팔레스타인 가자 인근해역의 가스 탐사권 12개 중 하나를 사들여,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며 이 거래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편, 한국정부는 2023년 10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이후에도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수출을 지속하고 있으며, 전범국가 이스라엘의 무기 회사 라파엘, IAI, 엘빗시스템즈가 한국의 무기박람회에서 활보하도록 도왔다. 이영아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은 한국정부에 이스라엘과의 모든 외교·경제 관계의 재검토와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는 밴드 허클베리핀의 공연으로 이어졌다. 허클베리핀은‘비처럼’과 팔레스타인을 떠올리며 만들었다는 곡 ‘낯선 두형제’를 열창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새벽을 난 보았어

그 새벽을 난 보았어

그 새벽을 (바람 속을 도주하는 두 형제를 아는가)

난 보았어 (오래된 숲의 나무들 모든 것을 보았어

그 새벽을 (하루아침 소리 없이 지워지는 사람들)

난 보았어 (내일이 사라진 새벽 미소 짓는 두 사람)

그 새벽을

<낯선 두형제> 중

이어서 무대에 오른 이수민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조합원은 연구노동자들이 전개하고 있는 학술보이콧을 소개하며 한국기관들이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단절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순천 활동가 아진은 “시민들이 줄줄이 묶여 반나절만에 재판을 받고 총살당했다는 여순사건의 유적지”를 보며, 팔레스타인의 집단학살을 생각하고 행동할 수 밖에 없었다는 내용을 발언에 담았다.

천개의 메들린호(Thousand Madleens to Gaza)에 탑승했던 해초도 영상통화로 자리를 함께했다. 그는 “이스라엘 군인과 감옥은 제게 처음 느껴보는 공포를 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함께 있는 모든 사람들이 ‘프리 팔레스타인’을 위한 저항감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스라엘 군인들의 조롱과 폭력 속에서도 강한 마음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가자에 가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만나 전세계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민중들이 있음을 분명하게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연결 되어야 합니다. 그 누구도 고통 속에 고립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이 작은 연결들이 거대한 자본과 군사와 국가에 금을 내고 깨뜨릴 것입니다.”라며 연대를 호소했다. 해초는 두번째 항해를 준비중이다.

성명문 낭독 후 행진에 나선 참가자들은 “우리가 팔레스타인이다”, “휴전은 시작이다. 팔레스타인 해방으로”, “팔레스타인의 미래는 팔레스타인이 정한다”등의 구호를 힘차게 외쳤다. 소수자연대풍물패 장풍과 브라질리언 퍼커션 앙상블 호레이(Hooray)의 멋진 공연이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으며 행진은 보신각 정리집회로 이어졌다.

팔레스타인인 살레는 휴전으로 안도를 느끼는 한편 가족과 친구들을 잃은 아픔이 교차하는 감정을 느낀다며 팔레스타인이 자유를 되찾고 해방된 땅으로 돌아갈 때까지 목소리를 높여달라고 호소했다. 살레의 마지막 발언 후 깃발 휘날리기와 장풍의 대동놀이로 이날 집회는 마무리 되었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는 멈추지 않는다

휴전1단계가 통과되었지만, 2~3단계의 하마스 무장해제, ‘국제안정화군’(ISF)의 파견,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등 여전히 난제가 쌓여있다. 무엇보다 이번휴전안에는 팔레스타인 집단학살과 식민지배에 대한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정부 및 군의 전쟁범죄에 대해 책임을 묻는 내용이 없다. 가자지구의 53%를 통제 중인 이스라엘의 철군 일정도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반면 ‘국제안정화군'이 하마스의 무장해제 범위와 터널망 파괴를 포함할지 등을 논의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서방국가들의 지원으로 구성되는 ‘국제안정화군’은 그 이름과는 달리 또 다른 점령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현재 가자지구의 휴전과 별개로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합병을 추진하려 한다.

또,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장하는 가자지구 ‘평화구상안’에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평화’를 위한 자치권에 대한 언급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관해 묻자 그것은 가자지구 재건 계획과는 별개라며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답했을 뿐이다. 그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터(Jared Corey Kushner)와 이라크전쟁을 일으킨 주범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 등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재건에 참여하기로 했다. 팔레스타인에 폭탄을 쏟아부어 6만 8천명을 죽이고, 무기판매로 돈을 벌고, 폐허가 된 땅에 관광단지를 조성해 다시 돈을 벌겠다는 발상이 이들이 보여준 역겨운 ‘평화구상안'의 실체이다.

앞에서 언급되었듯 하마스가 처형했다고 보도된 ‘가자주민'은 사실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고 그들에게 부역했던 갱단이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키워온 세력이다. 이들에 대한 처형은 기본적인 사법 체제조차 붕괴되어 기본적인 치안도 유지할 수 없는 극한의 현실에 처한 팔레스타인의 처참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는 한국 식민지 시기 일제에 부역한 친일파에 대한 분노와 무력으로 저항할 수 밖에 없었던 독립운동가들의 처지를 떠오르게 만든다. 물론 테러는 집단학살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하마스가 오점이 없는 완전무결한 세력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지지는 여전히 존재하며, 무엇보다 트럼프와 네타냐후, 토니 블레어같은 자들에게 하마스를 단죄하게 둘 수는 없다. 하마스에 대한 비판, 혹은 심판은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몫이 되어야 하며 팔레스타인이 온전히 그들의 자치권을 가질 때 그 또한 가능해 질 것이다.

1단계 휴전을 맞이했지만, 2,3단계 휴전, 나아가 팔레스타인의 식민지배 종식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가 보신각에 모여 ‘휴전을 넘어, 팔레스타인 해방으로'를 외친 이유다. 천개의 매들린 호가 두번째 항해를 준비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수많은 이들이 이 끔찍한 집단학살과 식민지배를 규탄하며 연대할 것이다. 우리의 평화와 해방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팔레스타인이다.

공동성명서 : 우리 모두가 팔레스타인이다

“너희는 멈추고, 우리는 쏜다.”

유엔 팔레스타인 특별보고관은 이스라엘에게 휴전이 의미하는 바를 이렇게 정의했다. 2년간 수 없이 죽을 고비를 넘긴 피란민들이 집단학살 중 세 번째 휴전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환호하자 이스라엘은 이들을 폭격했다. 휴전 발효 후에는 귀향길을 폭격하고 있다. 라파 국경 봉쇄를 풀지 않고, 약속한 구호물자의 반입을 절반도 허용하지 않고, 그마저도 전면 금지하겠다고 위협하며 매일 휴전 합의를 위반하고 있다.

집단학살 2년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폭탄 20만 톤을 쏟아부었다. 2,700개 가구 일가족 전원이 몰살당했다. 생존자가 단 한 명인 가구도 6,020개다. 아동 사망자는 2만 명, 12개월도 채 살지 못한 아기는 1,015명, 집단학살 중 태어나고 살해된 아기는 450명이다. 사망자 수는 6만 7천여명이라 발표됐지만 휴전 후 한때 집이라 불렀던 폐허로 돌아온 가족들이 잔해에 묻힌 1만 구의 주검을 맨손으로 수습하며 이미 1천명이 늘어났다.

가자지구 230만 주민 전체에 대한 기아 학살 정책으로, 이스라엘은 집단학살 초기부터 유엔 등 구호 기관 활동가를 표적으로 540명을 살해하고 구호 체계를 마비시켰다. 결국 가자지구에는 유엔 통합식량안보단계(IPC) 최고 단계인 5단계 ‘기근(famine)’이 선포됐다. 이렇게 굶겨 죽인 주민 463명 중 157명이 아동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유엔 구호품 배급소를 폐쇄하고 만든 가자인도주의재단(GHF) 식량배급소에 구호품을 받으러 온 2,605명도 표적 살해했다. 외국 정부들이 공중투하한 구호품에 깔려 사망한 사람도 23명이다. 의료진 1,670명, 기자 254명, 소방대원 140명… 사망자 명부는 끝이 없다.

독성물질과 병원균으로 오염된 강과 땅은 7천만 톤의 콘크리트 잔해와 불발탄으로 넘친다. 생존 아동들은 현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절단 아동 집단이 되었다. 영양실조 임산부 1만 2천 명이 유산을 하고, 10만 7천 명의 임산부와 수유 중인 산모, 그리고 그 아기들의 생명이 위태롭다.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집단학살의 피해는 세대를 거쳐 팔레스타인인의 몸으로 이어질 것이다.

불안과 고통 속에도 재회와 귀환의 기쁨이 넘친다. 이스라엘 식민 감옥에 갇혔던 팔레스타인 인질 1,718명과 종신수와 장기수 250명이 풀려났다. 그러나 죽음에서 돌아온 이들이 마주한 것은 그리던 가족의 죽음과 사라진 집이었다. 석방된 운동가 154명은 국외로 추방돼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 식민지 감옥은 또다른 집단학살 현장이었다. 이스라엘의 고문과 강간으로 78명이 살해됐다. 이스라엘은 여전히 아동 360명 등 주민 1만 명을 가두고 있고, 이름이 아닌 숫자로 매긴 700여구의 시신을 냉동고 속에 방치한 채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

장기간 지속되어 온 이 집단학살은 이스라엘 일국의 소행도, 부패한 총리 네타냐후 한 개인의 소행도 아니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서방국가는 이스라엘에 끝없이 무기를 지원하며 전쟁범죄에 공모해왔다. 또한 이스라엘 국민 대다수의 지지에 기반해 수행된 이 집단학살은 홀로코스트 생존 자녀가 언급한 것처럼 인류 역사상 “가장 민주적이고 가장 기술화된 집단학살”로 기록됐다. 그러나 이들은 가자지구를 무너뜨리는 데도, 팔레스타인의 의지를 꺾는 데도 실패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평화구상’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개발업자들이 가자를 통제하는 새로운 식민 지배 형태를 제시한다. 논의 시작부터 이후 가자의 재건과 통치까지 팔레스타인인의 참여와 역할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불법 군사점령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마스와 저항 세력의 무장해제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며 협박하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흔들림 없는 저항 즉 ‘수무드’와, 우리의 강한 연대가 집단학살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2년간 우리가 목도한 것은 집단학살만이 아니라 온 세상이 팔레스타인이 되는 과정이었다. 오늘 우리가 흔드는 팔레스타인 국기는 인류의 깃발이다. 정의와 해방, 평화의 깃발이다. 이스라엘도, 미국도 전 세계로 이어진 우리의 연대를 이길 수 없다. 우리는 1단계 휴전을 영구적인 휴전으로 만들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과 식민 지배를 끝내 종식시킬 것이다. 집단학살 국가 이스라엘을 제재하고, 전쟁범죄자들에게 그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다. 이로써 팔레스타인의 해방과 우리의 해방을 함께 앞당길 것이다.


글: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