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해방과 기후정의의 목소리는 연결돼 있다

팔레스타인 해방과 기후정의의 목소리는 연결돼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가자 앞바다 자원개발로 이스라엘의 학살과 점령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한국의 평화활동가 해초는 그 학살을 끝내기 위해 바다를 건넜다.

2025년 10월 9일

[읽을거리]반전평화제국주의,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 이스라엘, 기후위기, 트럼프

팔레스타인은 지난 2년간의 폭격과 집단학살, 봉쇄로 초토화되었다. 6만 6천 명 이상이 살해당했으며, 물과 식량 부족으로 생존 위기에 놓인 사람은 230만 명에 달한다. 폭격으로 나무와 집은 불타 재가 되었고, 물은 썩어가며, 토양과 공기는 오염되고, 바다의 산호초와 물고기가 죽어가고 있다. 이 끔찍한 재앙을 초래한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927 기후정의행진 시민투표에서 ‘기후걸림돌’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그런 네타냐후가 노벨평화상 후보로 트럼프를 추천했다. 트럼프는 ‘기후위기는 사기극’이라며 기후협약을 탈퇴하고 화석에너지 사용을 맹렬히 확대해 왔다. 현재 트럼프와 네타냐후는 집단학살과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대표적인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석유공사 역시 기후파괴와 팔레스타인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석유공사는 현재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13개국 17개 지역에서 석유 및 가스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중에는 2005년 이후 한국석유공사가 100% 지분을 소유한 스코틀랜드의 에너지 기업 다나페트롤리엄(이하 다나)이 있다. 다나는 팔레스타인 앞바다 자원 개발에 동참하는 대가로 이스라엘에 1,500만 달러(약 204억 원)를 지불했다. 다나가 팔레스타인 해역에서 거둘 수익의 대부분은 한국석유공사의 몫이 될 것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석유개발로 인한 탄소 배출을 통해 기후위기를 가속화할 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자원의 수탈과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위치에 놓여 있다.

덧붙여, 한국석유공사는 동해에서 석유·가스 탐사·개발·생산을 지속하고 있다. ‘대왕고래’ 사업은 실패로 판명됐지만, ‘석유 확보=국가 경쟁력’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동해 탐사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엑손모빌 같은 미국 석유 대기업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CCS)을 ‘청정에너지’로 포장하는 등 그린워싱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CCS는 막대한 비용과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하며 실효성이 낮다는 점에서 한계가 크다. 한편 트럼프 역시 석유 대기업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CCS 투자를 명분으로 화석연료 산업 확대를 정당화해 사실상 탄소 배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석유 대기업들은 이스라엘에 무기용 연료를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 이스라엘의 폭격 소식에 이들의 주가가 상승했다.


기후정의와 팔레스타인 해방은 하나다

지난 6월, 구호품을 싣고 가자지구로 향했던 마들린 호와 그레타 툰베리
지난 6월, 구호품을 싣고 가자지구로 향했던 마들린 호와 그레타 툰베리

증기기관으로 시작된 산업화는 전쟁과 식민지 학살, 환경 파괴와 함께 자본주의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 소수의 권력과 이윤 독점은 수 세기 동안 전쟁을 반복시키고, 자연을 파괴하며, 오늘날 기후재앙과 집단학살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땅과 물과 바람은 모두의 것이며, 기후에 국경이 없듯 우리의 삶 또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소수의 지배와 끝없는 이윤 추구는 자연과 사회 모두를 위협할 뿐이다. 이제 전쟁과 탐욕을 멈추고, 다수의 안전과 평화를 우선하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전 세계적 기후파업을 이끈 기후정의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가 가자 구호선단 ‘글로벌수무드함대(GSF)’에 합류해 팔레스타인 가자로 향하며, 국제적 연대운동을 다시 한번 촉발하고 있다. 툰베리는 지난 6월 첫 출항 기자회견에서 “이번 일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생중계된 대량학살 앞에서 전 세계가 침묵하는 것만큼 위험하진 않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가자로 향하는 구호선단들을 나포하자, 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 등에서는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이어졌다. 9월 중순부터 이탈리아 항만노동자들은 이스라엘 관련 선박의 정박과 선적을 막아왔으며, 10월 3일에는 약 200만 명의 노동자들이 총파업으로 팔레스타인 지지를 외쳤다. 오랫동안 친이스라엘 성향이 강했던 네덜란드에서도 지난 10월 6일, 약 25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연대 시위가 열렸다.

한국 평화활동가 해초(김아현)도 지난 9월 27일 구호품을 싣고 팔레스타인 가자를 향한 항해중이다. 그는 ‘글로벌 수무드 함대’를 이어 ‘자유함대연합’(FFC) 소속의 ‘가자로 향하는 천개의 마들린호’(TMTG·천개의 매들린)에 탑승하고 있다. 그는 새만금 신공항 사업 취소를 요구하는 ‘새, 사람 행진’에 참여하며 국내 기후정의 운동에도 함께해 왔다. 이번 항해는 팔레스타인 문제와 기후정의 운동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해초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22년부터 항해를 하면서 국경 없는 바다를 건너는 일이 봉쇄를 부수고 연대와 연결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수많은 민중들의 연대로 자본과 군사가 만든 봉쇄를 끊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해초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연대를 실천하는 사람들을 기억하며, 한국석유공사 규탄 서명운동과 10월 18일 4시 보신각에서 열리는 집중집회에 함께하자. 기후정의운동과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의 연대를 확산시켜, 모두의 안전과 평화를 위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 글을 쓰는 동안 해초가 함께한 ‘가자로 향하는 천개의 매들린호’ 선단이 10월 8일 오전 11시 40분(한국시간) 이스라엘에 의해 나포되고, 인도주의 활동가들이 이스라엘에 억류되어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한국시민사회긴급행동, 강정친구들, 개척자들은 10월 8일 해초의 나포소식에 맞춰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선단 나포 규탄 및 활동가 구금 해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추석 연휴기간임에도 기자회견에는 50명 이상이 함께 했으며,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기아학살에 이어 가자로 향한 민간 선박을 나포하고, 활동가들을 구금해 인권 침해하는 것을 규탄했다. 한국 정부에는 나포된 활동가 석방 및 가자 지역으로의 구호품 전달을 도울 것, 이스라엘의 방해와 불법 봉쇄를 멈추는 데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장에서 낭독된 플랫폼C 나민 활동가의 '해초에게 보내는 편지'를 덧붙인다.

해초야.

니가 떠난 뒤로 니가 보는 빛이 계속해서 나의 눈으로 도착하고 있다고 생각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세계가 곧 너의 눈으로부터 온 빛으로 드러나는 중이라고. 그래서 더는 '여기'의 세계가 이전과 같지 않게 느껴진다고.

'여기'는 이제 무슨 세계가 되었니? 네가 일러준 것은 "여기는 바람이 부는 세계"라는 것이야.

'여기'는 전쟁이 평화를 뒤집어쓰고 안전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편이라는 헛소리가 더는 납득되지 않는 세계, 땅 위에서 살아가는 일이 종속된 목숨이라 오인되지 않는 세계. 이윤창출을 위한 경향성만이 생존을 위한 방편으로 수긍되지 않는 세계.

'여기'는 다국적 기업의 이윤을 위한 상품을 과적한채 운행되는 배가 아니라, 바람으로 인해 배가 나아가는 세계.

이 바람. 그제 밤 골목 사이를 지나가는 길에 거센 바람이 불었어. 온 몸으로 바람을 맞고 있을 때, 문득 이건 너의 배를 나아가게 하는 바람이라는 걸 알았다.

팔레스타인 상영회를 마친 밤에 벤치에 앉아서 너가 해준 이야기를 생각해. 그때도 바람이 아주 크게 부는 날이었지. 항해를 마치고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은 너는 이 땅 너머로 바다가 있다는 게 생생하게 느껴진다고 했어. 그 바다 너머에는 또 땅이 있다고. 거기에는 난파가 된 배를 수리해주고 자고 가라고 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말해주었지. 그 이야기를 하다가 너가 손가락으로 바람의 방향의 쪽을 가리키던 순간을 기억해.

항해를 한 사람들끼리 바람이 불면 했던 농담을 알려주었다. 세일은 절대 직선으로 안 가고 바람을 타고 곡선을 그리면서 나아간다고 그 기억을 가지고 육지에서 바람이 불면 세일처럼 대각선으로 몸을 돌렸다고 그래야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하곤 했다고. 그래서 바람이 크게 부는 날이면 나도 몸을 대각선으로 돌려서 걸어본다.

이것은 자본의 동력이 멈출 수 없는 배. 이것이 자본의 움직임 그 자체를 부서트리는 네가 탄 배의 움직임이라고 생각해봐. 이 움직임으로 사는 일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돈을 내야지만 물건을 사고, 축적해야지만 삶을 영위하고 착취를 수긍해야지만 목숨이 이어지는 일. 가만히 있어도 죄와 부채가 쌓이고 무기를 앞세워 방어를 피력하는 국경같은 것은 없다. 완전히 다시 살아야 해. 그것이 이제부터 너의 눈이 전한 빛으로 여기를 보는 우리의 일이다.

자본의 동력이 아니라, 바람의 동력으로 그 배들이 나아갈 때 우리의 삶이 삶으로서 형성되는 것. 그 자체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해초야. 나는 어제 일본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집회에 갔어. 아시아에서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걸었어. 자본이 아니라 노동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들, 삶을 구획하는 경향성을 초과하는 법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

내 눈, 여기서 보는 것이 너의 눈에서 나는 빛이라면 여기서 내가 보는 것을 너도 보고 있겠지?

사람들이 걸을 때마다 옆에서 바람이 인다. 구호를 외치며 함께 떨리는 몸들. 사람들이 도시를 찢고 도로를 멈추며 행진한다.

이것이 우리의 세계를 완전히 바꾸는 일이라는 걸 알지. 그 모든 끔찍한 준칙로부터 돌려놓는 일이라는 것 알지. 그러니 나는 여기서 계속 걸을게. 너를 움직이는 바람이 여기서도 일어나는 것을 계속해서 느낄 수 있도록 걸을 게. 그것이 다시 너의 배를 미는 바람이 되겠지.

너가 쓴 시의 마지막 구절을 기억해.

내 말을 믿으라
너 알고 있지
나 너의 말만큼 더 믿는 게 없다는 걸

너는 이어서 이렇게 썼어.

총총걸음으로 걷는 동물은 붉은 심장을 다시 붉게 되돌릴 수 있다
나는 이것을 언제나 생각한다
그리고 묵묵히 믿는다
다시 붉게 되돌리는 것을

돌아와.

빨리 다시 도로 위에서 행진하자.

나민.



글·정리 :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