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베네수엘라,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

위기의 베네수엘라,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

베네수엘라 침공에 대한 반대는, 이러한 제국주의적 수탈이 다른 곳에서 침공이라는 극도로 폭력적이고 부당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에 맞서 싸우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2025년 9월 13일

[읽을거리]국제베네수엘라, 라틴아메리카, 쿠데타, 제국주의, 미국

한국 좌파 또는 사회운동이 베네수엘라라는 나라에 갖는 이미지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1999년 당선 이후 볼리바르 혁명(la revolución bolivariana)을 이끌며 2000년대 반세계화, 반WTO 투쟁 속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우고 차베스(Hugo Chávez)의 얼굴이다.

당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국제 연대 속에서 라틴 아메리카 핑크 타이드의 위상은 높았다. 90년대 반세계화와 반신자유주의, 반식민주의를 외치며 들고 일어난 멕시코의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 에콰도르의 라파엘 코레아와 탈성장, 반세계화의 대안으로 제시됐던 '부엔 비비르'(Buen Vivir; 충만한 삶), 우루과이의 노동자 대통령 페페 무히카, 볼리비아에서 원주민 농부 출신으로 사회주의 집권을 이루어낸 에보 모랄레스, 90년대 신자유주의 기조를 뒤엎고 나타난 금속노동자 출신 룰라 다 시우바, 미국의 기지였던 베네수엘라를 볼리바르 혁명과 유명한 코뮨 실험으로 새로운 길로 이끈 차베스까지. 이들에 대한 다양한 책과 글들이 출판됐고, 브라질, 멕시코에는 연수와 원정 투쟁까지 이루어냈다. 그 속에서 카리스마적이고, 21세기 사회주의의 중추였던 차베스와 그의 여러 대안 사회를 위한 시도들은 화젯거리가 됐다.

그러나 국제연대에 대한 관심은 반WTO 투쟁과 같은 전세계적인 공통 의제의 쇠퇴, 복수의 진보정당들로 나뉜 상황 속에서 일종의 사치로 여겨졌다. 이는 한국이 경제적인 '선진국'으로 입지를 다진 시기와도 맞물렸다. 그렇기에 가까운 동아시아나 서구권을 제외하고는 라틴 아메리카나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지역들과의 연대·협력은 하나둘 사라졌다. 좌파 고유의 시각 대신, 서구 주류 미디어에서의 시선과 프로파간다가 섞여 있는 소식만이 들려오게 됐다.

한국에서 베네수엘라에 대해 다시 시선을 끈 또 다른 이미지는 바로 베네수엘라에서 차베스의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 모로스(Nicolás Maduro Moros)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일어난 미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 그로 인해 촉발된 경제위기와 후안 과이도(Juan Guaidó)의 쿠데타 시도와 연결돼 있다. 그 후로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난 일들과, 그 현재에 관해, 한국좌파의 기억과 평가는 ‘단절’ 상태에 놓여 있다.

신추출주의의 구조적 모순

2010년대 들어 차베스 대통령의 건강이 악화됐고, 2012년 대선이 다가올 때에는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였다. 대통령선거 운동 와중 차베스의 얼굴은 이전과 비교해 크게 부어있었고, 그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은 자명했다. 2012년 12월, 차베스는 공개 방송을 통해 자신에게 만일 무슨 일이 생긴다면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에게 투표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고, 얼마 후인 2013년 3월 5일 눈을 감았다.

차베스의 유언을 따라 대행정부를 지나 2013년 대통령 선거에서 니콜라스 마두로는 50.61%, 상대 후보보다 단 1.4% 높은 득표율로 2019년까지의 대통령에 선출됐다. 전년 선거에서 차베스가 55.07%, 10.6% 득표 차로 당선됐던 것에 비하면 신임 마두로 대통령의 위치는 안정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베네수엘라 우파와 이들을 지원하는 미국에게 있어서 이와 같은 상황은 기회였다. 라몬 로드리게스 차신 전 내무부 장관 등 차베스 정부의 일부 인사에게 콜롬비아 내의 반군 FARC의 마약 유통을 도운 혐의로 해외 자산 압류 등의 제재를 가한 미국은 2014년 우파의 반정부 시위(guarimba)에 대한 진압을 핑계로 베네수엘라 인권시민사회보호법(Venezuela Defense of Human Rights and Civil Society Act of 2014)을 제정, 마두로 정부 고위 인사들의 미국 내 자산 압류를 위한 근거로 사용했다.

2013년에 1인당 명목 GDP 18,860달러(IMF 기준)로 최고점을 찍은 베네수엘라 경제는 2014-16년 중국의 성장 둔화와 함께 역성장하기 시작했다. 라틴아메리카의 페미니스트 사회학자 마리스텔라 노에미 스밤파(Maristella Svampa)는 이것이 핑크타이드의 구조적 모순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스밤파는 1차 핑크 타이드 정권들이 추구한 경제 모델을 "신추출주의(neoextractivismo)"로 규정하면서, 이것이 2000년대 초 외채 위기를 겪던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 신속한 외화 확보 수단 제공하고 진보 정권들이 사회복지 확대와 빈곤 감축 정책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자원의 저주'를 낳고, 생태·환경을 파괴하는데 의존했다고 분석했다. 신자유주의와 단절을 선언했지만, 사실상 신자유주의적 세계시장 논리에 갇혀 있었다.

라틴아메리카 경제는 1940-70년대의 '수입대체산업화'로 대표되는 산업화 시도를 제외하면, 광물과 지하자원, 농축산물을 유럽과 미국 등지의 중심부에 수출하는 모델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핑크 타이드 정권에 들어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르헨티나·브라질·우루과이 등 수입대체산업화가 상당히 진전됐던 나라들을 제외하면, 볼리비아·베네수엘라·에콰도르 등은 단 한번도 1차 원료 수출 의존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선거로 당선된 이들 정부의 특성상 정책을 실행하고 성과를 내야 했고, 신추출주의 모델을 심화하는 것으로 귀결했다.

2000년 이래 중국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국제 시장에서 1차 원료의 가격은 상승했고,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수요 증가와 높은 가격이라는 호조건을 바탕으로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었다. 베네수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차베스가 당선되기 이전까지 미국의 '반(半)식민지적 국가'였던 베네수엘라는 미국 자본이 개발하고 시추하는 원유를 통한 이윤에 의존했다. 차베스 당선 이후 수력발전소 건설과 산업 능력 확보 시도 등 경제의 다변화를 위한 시도가 이루어졌으나, 무상의료·무상교육·재분배 정책 등 사회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재원은 결국 수출이었고, 원자재(특히 석유)에 대한 수출의존도는 높아져만 갔다.

2002년, 전체 수출액 중 86.2%를 차지하던 석유는 2011년에 이르면 95.5%를 차지했다. 기술적으로는 러시아와 독일 등 미국 회사에 대한 대안을 찾아 타국과 협력을 시작했으나, 자체적 기술 확보에는 실패했다. 다른 나라들이 그렇듯, 광물과 지하자원을 채취하고 농축산업을 경영하는 기술과 자본은 여전히 초국적 기업이나 외국 기업에서 나왔고, 국가 개입과 국유화를 통해 얻는 세수와 수입이 여러 복지 정책의 기반이 됐다.

그렇기에 2014~16년 중국 경기 둔화는 치명적이었다. 라파엘 코레아를 시작으로, 룰라의 뒤를 이은 브라질 호세프 대통령의 긴축 정책과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당선, 칠레 콘세르타시온(concertación) 정부의 몰락과 극우 세바스티안 피녜라의 당선, 아르헨티나 키시네르(Kirchiner) 정부의 몰락과 신자유주의자 마크리의 당선, 우루과이 광역전선(Frente Amplio)의 패배 등 볼리비아와 베네수엘라를 제외하면 핑크 타이드 정부는 모두 패배하고 극우적이거나 신자유주의적인 정권들이 속속 들어섰다.

2014년 베네수엘라가 겪은 역성장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았으나, 2015~16년이 되자 -3.6%, -17%의 역성장을 기록했고, 인플레이션은 200%를 넘어가면서 대위기가 찾아왔다.

미국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17년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 1기 정부는 즉각적으로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 제재를 시작했다. 국영석유회사 PDVSA와 자회사들에 대한 거래를 금지했고, 이후에는 베네수엘라 석유 자체에 대한 거래 금지를 시행했다. 쿠바에게 가하는 경제 제재와 동일하게 베네수엘라 석유를 거래한 제3국의 기업의 미국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형태였다. 한 때 전체 GDP의 28%를 차지할 정도였던 석유 수입이 중국 성장 둔화로 14%로 감소한 데 이어서, 미국과 EU에 대한 수출과 기술 협력 중지는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특히 식료품과 공산품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베네수엘라에게 있어 수출의 거의 전부를 차지했던 석유 거래 중지는 치명적이었다. 영양실조가 전국을 휩쓸었고, 백만에서 2백만에 달하는 베네수엘라인들이 외국으로 빠져나갔다. 부유층은 미국과 유럽으로, 중산층은 칠레, 아르헨티나로, 노동 계급은 콜롬비아, 페루, 에콰도르로 이민을 갔다.

역내 상황도 부정적이었다. 상기했듯이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브라질,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칠레에서 극우 정부가 집권하고 있었고, 이들은 베네수엘라 이민자에 대해 여권 만료가 됐어도 쉽게 비자를 내주며 이민을 적극 장려했다. 경제 제재에도 동참하며 아르헨티나는 기계류 수출을 중지했고, 국내 베네수엘라 자산을 압류했다.

계속된 고비

그러나 경제 제재 속에서도 2018년 대통령 선거에서 마두로는 다시 한번 선출됐다. 미국이 아옌데 인민연합 정부의 칠레에서 행했듯, 라틴 아메리카에서 미국이 개입할 때는 몇 가지 단계가 있다. 처음에는 정치적 압박을 사용하여 사회주의적 정책을 저지한다. 정부가 순종하지 않으면, 경제 제재를 가해 물질적 조건을 악화시키고, 우파 부르주아의 파업을 지지하며 국가 경제를 마비시킨다. 이와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좌파 정부가 무너지지 않을 때는 내부 군부에서 분열을 조장하여 쿠데타를 일으키거나, 군부가 동요하지 않는다면 의회 쿠데타 혹은 직접 개입을 통해 물리적으로 제거한다.

경제 제재로도 무너지지 않았으니, 쿠데타의 시기가 찾아왔다. 2018년부터 야당 “Vente Venezuela”(와라, 베네수엘라)의 수장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María Corina Machado)는 마두로의 재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며 UN평화유지군의 주둔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8월 4일에는 드론을 사용한 마두로 암살 기도가 있었다.

가장 큰 고비는 2019년에 왔다. 1월 5일, 2017년 결성된 반베네수엘라 그룹인 리마그룹(캐나다·브라질 등 16개국)은 마리아 코리나의 주장과 같이 2018년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마두로 대통령의 취임과 당선이 무효이며, 야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국회에 권력을 이양하라고 주문했다. 이런 협박에도 불구하고 1월 10일 마두로 대통령이 취임하자, 1월 11일 국회의장 후안 과이도가 대통령 취임 선언을 하며 쿠데타는 현실화됐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마두로 대신 과이도를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인정했다. 문재인 정부도 미국을 따라 과이도를 사실상 인정했고, 이 때문에 베네수엘라는 한국에 대사를 파견하고 있지 않다.

한편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국영 석유·가스 회사 PDVSA와 Citgo(PDVSA가 1986년 인수한 미국 내 정유·석유유통 자회사)의 자산인 정유소를 압류했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은 과이도 세력으로 흘러가게 했다.

이 쿠데타는 수도 카라카스(Caracas)를 둘로 갈라놓으며 국정을 마비시켰다. 조직적 우파 시위대가 거리와 고속도로를 봉쇄했고, 과이도의 트윗 메시지에 호응하며 반마두로 시위를 벌였다. 이로 인해 치안 공백이 커져 범죄 조직들도 더욱 기승을 부렸다. 9월엔 후안 과이도가 콜롬비아 우파 민병대이자 마약 카르텔 로스 라스트로호스(Los Rastrojos)와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2019년 1월 말, 베네수엘라에서 출국해 남미 우파 정부를 순회하던 과이도는 3월 말 콜롬비아 국경을 통해 입국하여 “자유 작전”의 마지막 단계를 선포했다. 이에 따라 4월 30일에는 과이도를 지지하는 군부 일파가 쿠데타를 시도했다. 그러나 군부 내 다수는 마두로를 지지해왔고, 쿠데타는 실패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분열은 지속됐고, 팬데믹이 베네수엘라를 덮칠 때까지 위기는 끊이지 않았다. 2020년 5월에는 2019년부터 준비해온 기디언 작전(Operation Gideon)으로 베네수엘라에 침투 부대 수백 명을 보냈으나, 이들은 베네수엘라군에 의해 저지됐다.

  • 👀기디언 작전 : 2020년 5월 3일–4일 미국 플로리다 기반의 민간 군사기업 실버코프(Silvercorp USA)와 베네수엘라 출신 망명자들에 의한 마두로 대통령을 무력으로 전복하려는 시도. 주도자는 전직 미군 특수부대원인데, 과이도 측 인사들과 접촉해 계약서를 맺었다는 주장이 있다. 미군 특수부대 출신 미국인 용병 2명 포함 다수가 체포됐다. 마두로 정부는 이를 “미국이 지원한 테러와 침략”이라 규정했다.

“가장 어두운 날들”

팬데믹은 위기를 가중시켰다. 내부적으로는 팬데믹 조기 봉쇄, 지속된 하이퍼 인플레이션(물가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급격하게 치솟는 극단적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인한 실질소득 하락이 닥쳤다. 외부적으로는 국제 유가 하락, 2021년까지 이어진 라틴아메리카 내 극우 정부들과 미국의 지속적인 경제 제재로 인한 물자 부족, 과이도 잔존세력의 도전과 미국·콜롬비아·브라질의 정치적 개입 시도 등 정치적 불안까지 겹쳐졌다. 베네수엘라에서는 2017년 경제 제재부터 2021-2년 코로나 팬데믹 종료 시점까지 이어진 이런 내우외환의 시기를 "가장 어두운 날들"이라고 지칭한다.

2021년 5월 26일,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경제 제재로 인해 외환 수입 99%가 사라졌"으며, "국제 금융계에 7억 달러 이상이 '납치'됐다"고 발표했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었다. 도처에 영양실조가 만연하고, 베네수엘라를 떠나는 사람들도 많았다. 10년 이상 지속된 볼리바르 혁명에도 불구하고, 콜롬비아 국경에 근거지를 두고 베네수엘라 국내에서 활동을 지속하던 마약 카르텔들도 이민자들의 대열에 섞여 해외로 진출해 나갔다.

'경제 제재'는 다른 측면의 변화를 낳기도 했다. 일찍이 차베스 정부 시절부터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던 베네수엘라는 경제 제재와 팬데믹이라는 이중고 하에서 BRICS 쪽으로 급격하게 돌아섰다. 2020년 10월 헌법적 위치를 갖는 반봉쇄법(La Ley Antibloqueo)을 제정해 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통령 직권으로 “전략적 우호국”과의 협력을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중국, 러시아, 튀르키예와의 경제적 교류와 협력이 강화됐다.

현재 베네수엘라 석유의 90% 이상은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고, 중국·러시아·인도를 위시로 한 전략적 우호국 기업들은 '경제 재활성화'를 명목으로 여러 산업 시설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엔 차베스 정권 시기 국영화된 '제당공장'을 비롯 여러 국영 기업들이 포함된다. 특히, 2016년 '아르코 미네로(Arco Minero)'를 전략적 광물을 채굴하기 위해 지정된 특별 채굴 구역으로 설치했다. 중국·러시아·인도의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를 받아 석유 수출과 함께 주요 수출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또, 1970년대 국영 석유·가스 기업(PDVSA)을 통해 석유 전매 수출로 외환을 벌어들이며 생필품과 식량, 사치재 수입에 사용하던 기존 모델을 벗어나, 민간 기업도 자체적으로 수출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반봉쇄법으로 설립된 베네수엘라 반봉쇄 전망연구소(Observatorio Venezolano Antibloqueo)에서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신경제(nueva economia)는 '중국 모델'을 지향하며, '광업, 관광업, 제조업, 농어업(커피, 설탕 등)을 4개의 주력 산업으로 국가 경제 다변화'를 추구한다. 2023년에는 중국을 본따 특별경제구역법이 제정됐고, 앞서 언급된 아르코 미네로 등 4개 특별경제구역을 지정했다. 설립과 운영 1년까지 면세 혜택을 주고, 각 경제 구역의 산업에 맞는 30여 개 전문 대학을 건립해 필요한 인적 자원을 공급하며, 현지 노동자 문맹률·인터넷 보급률 등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제공하고 있다.

즉, 민간 부문을 늘리고 신산업과 외국 투자를 유치하는 중국식 자본주의 형태의 구조가 새롭게 자리잡고, 그 범위를 늘려가고 있다. 이로 인해 환경 파괴, 아마존 지역 현지 원주민 공동체에 대한 침해 등 자본주의적 경제 개발에 수반되는 악영향들도 보고되고 있다.

아르코 미네로 금광 [사진 Vilisa Morón-Zambrano]
아르코 미네로 금광 [사진 Vilisa Morón-Zambrano]

코뮨의 재부상

이런 흐름과는 반대로, 차베스가 협동조합에 이어 대안 사회의 모델로 실험을 시작했던 코뮨이 확장되고 있기도 하다. 경제 제재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공무원의 월급이 월 1달러 수준으로 감소하고, 경제 마비로 많은 생산 시설과 서비스가 가동을 멈추면서, 지역 공동체 내 생존을 위해 자원을 보다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분배하고 공동의 프로젝트를 실행할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기존 협동조합 실험의 기풍 또한 남아 있었는데, 카라카스 지하철이나 인큐베이터 수리 등 외국 기술과 수입에 의존하던 분야에서 노동자들이 자체적으로 집단화를 통해 운영에 나서는 코뮨의 사례들도 나타났다. 지역 공동체 코뮨은 돌봄 노동과 식량, 생필품을 필요한 가정과 사람들에게 분배하고, 지역에서 필요한 사업을 총회를 통해 결정하며, 경제 제재 속에서 사회 붕괴를 막은 큰 버팀목으로서 평가받았다.

팬데믹이 닥치자 코뮨의 유용성과 필요성은 더욱 부각됐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봉쇄 조치나 백신 보급에 더해, 각 지역에서 확진자와 동선을 추적하고, 락다운(봉쇄) 속에서 각 가구의 상황과 필요한 물품을 확인하며 백신 접종을 조직했다. 이런 대응을 통해 인접국인 아르헨티나나 브라질에서 수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온 것과 달리, 베네수엘라는 경제의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팬데믹을 잘 극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동체적 생활 조직 이외에도 생산 수단과 그 운영에 직접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들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코뮨에서 인민 질의(consulta popular)를 통해 정부에서 받을 수 있는 사업 예산은 최대 1만 달러에 불과하여 제약이 존재한다.

경제적 봉쇄라는 조건 하에서 마두로와 PSUV는 중국식 자본주의 모델의 개발과 동시에 차베스의 볼리바르 혁명의 유산인 코뮨 사업을 더 크게 진행하려는 이중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다. 상기 언급된 반봉쇄법과 특별경제구역 설치 등의 조치와 평행적으로 2025년 기준 등록된 코뮨은 3,663개소, 코뮨보다 작은 단위인 공동체 평의회(consejo popular)는 37,576개소에 달한다. 마두로 정부는 이를 2026년까지 5000개소로 확장하고, 1999년 헌법을 대체하는 신헌법 제정을 통해 코뮨이 공식적으로 정부 예산을 받을 수 있고, 정부-주 정부-지역 정부-코뮨의 4단계로 정부 구조를 바꾸어 코뮨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도록 하는 정책적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인민 질의'
베네수엘라 '인민 질의'
5,338개 지구 중 한 마을의 공동체 평의회 회의 모습
5,338개 지구 중 한 마을의 공동체 평의회 회의 모습

미국의 침공 시도

지난 2024년, 6년 임기의 제2기 마두로 정부 임기가 마무리되며 다시 대선이 열렸다. 미국의 침공과 UN 평화유지군의 인도적 개입을 요구해 12년간 공직 출마 금지를 받은 마리아 코리나를 대신해, 아바타인 에드문도 곤살레스가 야당 대표로 출마했다. 대선 전부터 미국의 여론 공작과 그에 합작한 야당의 캠페인은 매우 거셌다. 콜롬비아·에콰도르·페루·칠레·아르헨티나 등에 거주하는 베네수엘라 이민자 중 우파 성향인 이들은 각지의 베네수엘라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야당 후보 당선과 마두로 정권의 종식을 연호했다. 이에 서방 주류 언론들은 야당 측 후원을 받는 여론조사 정보들을 인용하며 대세가 이미 야당에 있다고 홍보했다.

베네수엘라의 비집권 좌파도 마두로 정권에 비판적이다. 경제 제재와 코로나19 팬데믹이 낳은 BRICS로의 편입과 경제 재활성화 정책은 필연적으로 다국적 기업과의 협력과 자원 추출의 다변화, 투자 유치와 채산성을 위한 노동 조건 악화, 재원 부족으로 인한 사회 정책의 후퇴라는, 신자유주의적 조건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이 문제 삼는 지점은 PSUV 내외부의 좌파 후보 출마 금지, 군부와 비PSUV 관료들의 여전히 큰 영향력, 월 1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연금, 의료서비스 후퇴, 국영 시설과 기업에 대한 BRICS 사기업의 불투명한 투자, 물가 상승과 저임금 등이다.

그럼에도 이번 대선은 다른 좌파 후보 없이 사실상 마두로와 에드문도의 양자 대결로 치뤄졌다. 지난 2018년 대선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통해 과이도가 쿠데타를 시도했듯, 이번 대선에서도 우파의 전복 시도는 강력하게 나타났다. 이미 투표소 앞에서 우파의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졌고, 야당 측 선거감시인을 들여보내기 위해 여러 곳에서 진입 시도를 하기도 했다. 개표 당일에는 개표 도중 시스템이 다운됐다가 재개 이후 마두로의 당선이 발표됐다. 시스템 다운 이전 마리아 코리나는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에드문도가 70%를 득표해 당선됐고, 마두로의 승리는 부정선거"라고 거짓 선동했다.

개표 이후 카라카스에서는 중산층-상류층 거주지를 중심으로 폭력 시위대가 출몰했다. 공항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점거·봉쇄해 국제 참관단 일부가 출국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마두로 정부는 우파 시위대에 대해 폭력 진압을 결정, 부상자와 구금자가 수백 명 발생했다.

이런 맥락에서 우파는 국제 언론과 이민자 커뮤니티를 통해 부정선거론을 퍼뜨렸다. 비PSUV 좌파 중 일부도 분열됐다. 일부는 부정선거론을, 일부는 마두로 정부가 제시한 북마케도니아발 해킹 시도를 주장하며 논쟁을 벌였다.

2기 출범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25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석유를 미국 것으로 만들어야" 하며, "(1기 정부가 끝나가던 시점엔) 거의 정권이 붕괴 직전에 있었다"는 발언을 하며 베네수엘라 개입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다가 3월에는 미국 정유회사 셰브론(Chevron)이 베네수엘라 석유 시추에 협력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면허를 허가했고, 5월에 취소했다가 7월에 다시 면허를 허가했다. 이는 지난 1기 행정부 당시 베네수엘라 특별 담당 의원이었던 엘리엇 애브람스의 특별 브리핑에서 언급됐듯이 “면허를 준 것은 정권이 교체되고, 민주주의로 회귀된 뒤 석유 생산 회복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으로, 사실상 개입 시도의 기초 작업이었다.

푸틴과의 정상회담이 물밑에서 윤곽을 잡아가던 8월 7일, 미 법무장관 파멜라 본디(Pamela Jo Bondi)가 마두로 대통령의 체포 현상금을 2배 증가한 500만 달러로 올리겠다는 발표를 했다. 트럼프와 젤렌스키, 유럽 정상들이 회담을 가진 8월 17일 이후 열린 백악관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3척의 구축함과 잠수함, 4,500명의 해병대를 베네수엘라 북부 해역으로 배치 중이고, “로스 솔레스” 카르텔의 수장인 마두로와 카르텔들의 마약 거래를 저지하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담은 내용을 발표했다.

즉각적으로 마두로는 민병대 450만을 소집했다. 전국 각지에서 민병대 소집에 응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마리아 코리나는 베네수엘라 내에서 몸을 숨기고, 연일 미국 언론과 인터뷰하며 침공을 지지하고 마두로가 마약 카르텔의 수장이라는 미국의 주장을 정당화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여러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백악관 브리핑이 있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일 먼저 콜롬비아 좌파 대통령 구스타보 페트로가 미국의 침공을 규탄하며 로스 솔레스 카르텔이라는 것 자체가 허구라고 소명했다. 멕시코의 셰인바움 대통령 또한 침공이라는 주권 침해는 용인될 수 없다며 아침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그 다음날 소집된 베네수엘라 주도의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공동체 ALBA-TCP 긴급회의에서 쿠바의 디아스-카넬 대통령, 볼리비아의 아르세 대통령, 니카라과의 오르테가 대통령이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천명했고, 오르테가 대통령은 라틴아메리카카리브국가공동체(CELAC)이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것을 비판했다.

한편, 러시아는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에 미사일 배치와 게란 드론 2000대 판매를 고려하고 있다는 발표를 이어갔고, 프랑스는 미국에 호응하여 카리브 해의 영토인 과달루프 제도에 레이더 기지와 군대 배치를 발표했다.

8월 24일에는 마두로 대통령이 15,000명 규모의 추가적 군대를 콜롬비아 국경에 배치했다. 지난 2019년 쿠데타 시도와 2020년 침공 시도에서 콜롬비아가 과이도와 침공 부대들의 기지로서의 역할을 한 것과, 페트로 대통령이 밝혔듯이 콜롬비아-베네수엘라 국경의 카타쿰보 지역에서 전 세계 60%의 코카인이 재배되고, 이것이 국경지대에 잔존하는 ELN(민족해방군), FARC(콜롬비아혁명군) 비협정파, 우파 민병대, 카르텔들이 밀수하여 북쪽으로 보내는 허브라는 점에서 통제 노력을 보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해군의 와스프급 강습상륙함 USS 이오지마, 샌안토니오급 강습상륙함 USS 샌안토니오, USS 포트로더데일 2척 (위성사진)
미국 해군의 와스프급 강습상륙함 USS 이오지마, 샌안토니오급 강습상륙함 USS 샌안토니오, USS 포트로더데일 2척 (위성사진)

명백해진 전선

콜롬비아 페트로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카타쿰보와 베네수엘라에서 코카인을 밀수하는 사람들은 마두로 대통령이 아니라며, "(그것은) 콜롬비아 검찰, 부르주아, 정계의 인사들과 유착한 거대 조직"이라며, "로스 솔레스 두목이라는 누명은 터무니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미 국회에서는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 “자기 형량을 스스로 싸인한 셈”이라며 사실상 콜롬비아에도 개입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치는 반응을 보였다.

오랫동안 침묵을 유지한 브라질 정부는 "마두로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면서도, 8월 21일 미국 군함의 배치와 개입 시도에 대해선 '반대'를 천명했다. 브라질은 가이아나 문제로 베네수엘라와 갈등이 있었고, 룰라 정부 하에서도 2024년 선거를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불인정, BRICS 가입에 대한 거부권 행사 등 적대적 태도를 보여왔다.

9월 5일, 콜롬비아 페트로 대통령이 의장으로 주재하는 CELAC는 이번 침공 시도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는 33개 회원국 중 쿠바, 칠레, 브라질, 콜롬비아, 멕시코, 온두라스, 니카라과, 우루과이, 도미니카 공화국, 과테말라, 베네수엘라 등을 포함하는 20개국이 서명했다. 극우 시오니스트 밀레이의 아르헨티나, 국회 쿠데타로 좌파 카스티요 대통령을 탄핵한 디나의 페루, 노보아 당선 후 사실상 미국 보호령이 된 에콰도르, 트럼프가 추방한 이민자를 수용하는 감옥까지 만들고 종신 집권을 합법화한 엘 살바도르는 서명에서 빠졌다.

이로써 누가 제국주의에 반대하고 누가 협력하는지 명백한 전선이 그어졌다. 지난 9월 3일 미국 국무장관이자 쿠바 혁명으로 쫓겨난 대지주의 아들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는 에콰도르를 방문해 카리브해 마약 밀수를 통제하기 위해 군사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에콰도르 노보아 대통령은 마두로를 "마약거래상"이라며 비난했다. 9월 5일엔 멕시코를 찾아 셰인바움 대통령과 공개 담화를 갖고 "마약 카르텔들은 테러리스트 집단이고, 이들을 퇴치하기 위해서라면 적극적으로 무력을 사용하겠다"며 으름장을 늘어놨다.

이번 침공 시도가 적극적 반응을 이끌어 낸 이유는 역내외 각각의 맥락이 존재한다. 상기했듯 중국에 대한 수출을 통해 핑크 타이드 정권들이 경제 성장과 분배적 정책을 이끌어냈고, 이와 동시에 중국의 투자와 중국 자본의 진출 또한 심화됐다. 이미 대부분의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에서 가장 큰 교역 상대가 미국을 제치고 중국이 됐고, 전통적으로 친미적 성향을 보이는 칠레는 중국과 FTA를 체결하여 공업 부문에서 중국 제품이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미군 기지가 있는 온두라스에서도 2021년 중도좌파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며 중국으로 기울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4-16년 무너진 핑크타이드 정권 이후 다시금 좌파 대통령들이 당선되면서 미국의 패권에 저항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룰라가 재선되고, 멕시코에서는 오브라도르 대통령을 이어 모레나의 셰인바움 대통령이 당선됐다. 온두라스의 시오마라 대통령, 콜롬비아의 페트로 대통령, 우루과이의 오르시 대통령도 연이어 당선되면서 '2차 핑크 타이드'라 할만한 정세가 나타났다. 이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주제는 바로 “주권”이다. 역사적으로 서구에 대한 경제적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였던 수입대체산업화(ISI)는 미국의 개입과 쿠데타로 독재 정권들이 들어서며 파괴됐고, 민주화 이후에도 신자유주의 극우 정권들이 지속적으로 들어서며 불평등과 저임금, 이민과 착취라는 공통의 경험을 가진 이들은 경제적·정치적 주권을 되찾고, 서구에 대한 종속을 딛고 산업화와 경제 다변화를 이룩하겠다고 말해왔다.

트럼프의 관세 협상에서 강경한 태도로 대응한 셰인바움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급증하고, 거리로 시위대가 나오는 풍경에서도 알 수 있듯, 주권 담론은 이미 민중의 뇌리 속에 강력한 기제로 남았다.

라틴아메리카의 2차 핑크 타이드
라틴아메리카의 2차 핑크 타이드

야만의 세계화에 맞서 민중의 국제연대를!

핑크 타이드 세력들이 자주적 경제 주권을 세우는 기반은 중국·러시아·인도와의 기술 협력과 경제적 친연성 강화, 정치적 연대를 통해 미국 패권에 대항하는 것이다. 즉, 미국의 입장에서 직접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오랫동안 뒷마당으로 여겼던 라틴아메리카를 잃어버릴 상황이 온 것이다.

이에 더해 콜롬비아-베네수엘라 양국의 좌파 정권은 마약과 폭력이라는, 미국이 라틴 아메리카와 국내를 통제해온 기제에 대한 통제력 약화를 의미하기도 했다. 페트로 정권 출범 이후 콜롬비아 카르텔들은 코카인 수출 경로를 콜롬비아-베네수엘라 국경에서 콜롬비아-에콰도르 국경 및 에콰도르로 옮겼다. 이로 인해 에콰도르에선 대선 후보가 암살당하고, 방송국이 점거당하는 등 치안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또한 올해 열린 에콰도르 대선은 부정선거 의혹이 짙은 선거였는데, 극우파 노보아 대통령이 그대로 재선에 성공, 미국의 이민자 수용 등 꼭두각시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에게 있어 콜롬비아-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압은 BRICS의 역내 영향력 및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자립을 막고, 코카인 산지와 유통을 통제하며, 러시아 및 중동 국가들의 석유가 아닌, 거대한 석유 산지를 확보할 수 있는 일종의 기회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사회운동에게 있어 이번 침공에 대한 규탄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관세 협상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정권은 한국 재벌이 진정한 초국적 자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거대 대미 투자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한국의 산업 공동화와 자본 유출로 노동자 민중의 삶이 악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 사회운동 진영은 결국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고자 진행하는 제국주의적 수탈과, 한국 자본이 여기에 연계하여 한국의 노동자 민중의 피와 땀을 갖다바쳐 자신의 배를 불리는 매판 행위의 이중적 수탈에 맞서 싸워야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베네수엘라 침공에 대한 반대는, 이러한 제국주의적 수탈이 다른 곳에서 침공이라는 극도로 폭력적이고 부당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에 맞서 싸우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나아가 이는 베네수엘라가 경제 제재를 버텨내며 이어온 코뮨이라는 새로운 사회, 제국주의와 패권 경쟁이라는 국제적 정세 속에서 자립과 노동자·민중의 연대라는 문제를 고민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세계 각지의 좌파 조직들 간 연대 행동을 토론하고 결정하는 비대면 회의들이 연일 열리고 있다. 침공 반대 행동을 기점으로, 접점을 늘릴 수 있는 기회도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국제연대는 위기와 불안정의 시대를 살고 있는 한국 사회운동의 과제와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시몬 볼리바르, 우고 차베스, 체 게바라가 나란히 그려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시내의 한 벽화
시몬 볼리바르, 우고 차베스, 체 게바라가 나란히 그려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시내의 한 벽화

글 : 이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