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침공 시도에 맞서 끝까지 싸우려는 이유
2025년 9월 15일
차베스 이후 베네수엘라에 대한 한국 내의 평가는 매우 박하다. 보수언론들은 "포퓰리즘" 운운하며 조롱해왔고, 진보언론들로부터도 철저하게 외면받거나, 비판받아 왔다.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며 사회주의를 표방했지만, 실제 경제의 토대는 석유 수출 중심의 1차 자원에 의존하는 성격이 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볼리바르 혁명 이후 딜레마와 '가장 어두운 날들' | 위기의 베네수엘라 글이 소개하듯, 외형적으로는 반신자유주의지만 실질적으로는 세계 자본주의적 분업 구조에 깊이 종속되어왔다는 한계를 노정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카리브해 베네수엘라 앞바다에 미 해군이 집결하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는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베네수엘라 전투기를 격추할 권한"이 있다고 경고하며 군사적 침략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위기 정세 속에서 주한 베네수엘라 대사관의 이사벨라 카를로 쿠에로(Isabel Di Carlo Quero) 대사대리를 만났다. 쿠에로 대사대리는 트럼프가 내세우는 ‘마약과의 전쟁’이란 프레임을 강하게 반박하고, 제재 이후의 경제·사회적 대응(반봉쇄법, 코뮌, 민중외교)을 통해 국가 회복을 모색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베네수엘라 사태를 단순한 진영 논리를 넘어 구체적 맥락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터뷰가 베네수엘라 민중과의 연대, 지난 역사에 대한 성찰을 모두 심화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트럼프의 침략 위협
산 | 베네수엘라 대리대사이자 외교관으로서, 최근 미국의 명백한 침략 시도 때문에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실 것 같습니다. 미국은 이 지역의 마약 밀매를 소탕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침략 또는 개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 진짜 목적은 마두로 대통령 정부와 베네수엘라 국민의 주권을 무너뜨리는 데 있습니다. 저희는 이 제국주의적 침략 행위를 예의주시하고 있 습니다. 이는 20세기 방식으로 라틴아메리카 전역에 자행되었던 개입의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사벨 | 현 상황은 매우 심각하고 위태롭습니다. 카리브해의 상황은 아시아의 태평양과는 전혀 다릅니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모든 국가는 이곳을 ‘평화의 지역’으로 선포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이는 정치적 선언이며, 그 어떤 나라도 이 라틴아메리카 공존 협약에서 후퇴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 원칙은 라틴아메리카-카리브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의에서 조약·선언·합의를 통해 확고히 정해졌습니다.
이에 더해,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는 ‘틀라텔롤코 조약’과 같은 구체적인 협정도 있습니다. 이는 전쟁 목적의 핵 개발을 금지하는 역내 규범입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이 지역의 평화로운 공존을 모욕하는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미군은 국제 수역이자 베네수엘라의 정면에 위치한 해역에 들어와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해양 영토의 면적이 육지 영토와 거의 맞먹습니다. 카리브해에만 900km에 달하는 영해를 가지고 있죠.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군사적 존재는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매우 공격적인 행위이며 사안을 극도로 민감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무장 선박뿐만 아니라 핵잠수함까지 동원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과거 독일 잠수함이 베네수엘라 유조선을 격침시켰던 역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수많은 미군 무기들이 베네수엘라 석유 덕분에 움직일 수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베네수엘라의 북쪽 정면인 카리브해에 핵 위협이 존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며, 미국이 내세우는 명분 또한 터무니없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과거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사태를 연상시킵니다. 당시 거짓 정보를 보증했던 과학자는 나중에 자신의 실수를 고백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지금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모두가 그 일화를 기억하실 겁니다. 완벽한 거짓말이었죠. 이처럼 미국은 거짓된 주장과 날조된 명분을 근거로 베네수엘라에 불법적인 행동을 저지르려 하고 있습니다.
해외 주재 베네수엘라 대표로서 저희의 주된 임무는 베네수엘라의 진실을 널리 알리고,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불법적인 사건들에 대해 국제 사회에 고발하고 문제 제기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국제법과 국가 간의 선린관계(우호적이고 평화로운 관계) 원칙을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이며, 심지어 국가 간 무력 사용이나 위협을 금지한 <유엔 헌장>에도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일방적인 강제 조치가 주는 위협과 그 고통을 꿋꿋이 견뎌내며 저항해왔습니다. 이런 종류의 침략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2025년 8월 14일) 브라질 또한 베네수엘라와의 연대를 선언하며 미국 에 카리브해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처럼 사태는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전체의 진보, 즉 ‘평화의 지역’이라는 대의를 위협하는 다른 차원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그들(미국)이 내세우는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명분은 실상 거짓이며, 마약 밀매에 대한 베네수엘라의 실제 노력과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와 그 지도자들을 마약 카르텔의 수장으로 몰아세웠습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에는 카르텔이 성립하려면 생산·유통·판매라는 세 가지 요소를 모두 장악해야 한다는 논리적인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마약을 생산하지 않을뿐더러, 모든 종류의 마약 밀매와 강력하게 싸우고 있는 국가입니다. 우리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모든 차원의 국제 협력에 적극적으로 임해왔음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지난 일요일, 마두로 대통령은 마약 밀매가 성행하는 콜롬비아 국경 지대에 1만5천 명의 추가 병력을 배치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지난 주말, 베네수엘라에서는 전례 없이 교훈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상황을 우려한 마두로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군 입대를 호소한 것입니다. 그러자 베네수엘라 전역의 볼리바르 광장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경제적·정치적 보상도 없이 오직 자발적인 신념으로 입대하러 나왔습니다. 이는 조국에 대한 침략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굳은 의지를 보여줍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마두로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에 대한 침해이기 때문입니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자국을 방어하는 데 헌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자발 적인 참여야말로 가장 아름답고 의미 있는 일입니다. 이는 우리 국민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부당한 낙인찍기에 얼마나 지쳐있는지를 보여주고, 외국의 개입, 특히 군사적 개입에 맞서 얼마나 굳건히 단결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평화를 사랑하고, 우호적이며, 평화롭게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입니다. 유엔 헌장의 근간이 되는 ‘세계 평화 유지’라는 권리가 우리에게도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의 포위와 제재는 중단되어야 합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2024년과 2025년, 2년 연속으로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2024년 7월 28일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2025년에는 주지사 선거와 시장 선거가 있었습니다. 이 두 선거가 끝난 후의 선거 지도를 보면, 대통령 선거의 결과가 그대로 재확인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매우 간단한 논리입니다. 즉, 베네수엘라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민주적이고 정치적인 정당성을 확고히 부여받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미국이 더 이상 베네수엘라를 공격할 명분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민주주의, 인 권, 마약 밀매 문제를 구실로 삼을 수 없습니다. 제재는 이미 우리 국내 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이제 들고나온 카드가 바로 에세키보 영토 문제입니다. 베네수엘라가 자국의 영토인 에세키보를 수호할 주권적 권리를 문제 삼아 트리니다드 토바고나 가이아나 같은 이웃 국가들을 이용해 우리를 공격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들의 의도는 명백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들이 수년간 시도해 온 것처럼, 정권 교체를 강요하여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부를 세우려는 것입니다. 베네수엘라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고, 광활한 영토와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화석 연료에 기반한 그들의 생활 방식을 유지하는 데 매력적인 요소들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저희는 유엔의 역할이 약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유엔 사무총장에게 공식적으로 개입을 요청했습니다. 미국이 우리 카리브해에서 전쟁 위협을 철회하도록 분별력을 발휘해 달라고 촉구한 것입니다. 저희는 다자주의 체제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고, 유엔 체제와 국제법 규범이 존중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전 세계 국가들이 이 상황의 심각성과 이것이 아시아 국가들의 라틴아메리카 투자 안정성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제대로 인식하기를 바랍니다. 이제는 분별력을 발휘하여 베네수엘라가 자유롭고 독립적인 주권 국가로서 평화롭게 살아갈 권리를 존중해야 할 때입니다.
베네수엘라라는 이름을 계속해서 폄훼하고 범죄시하려는 시도에 우리는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이는 우리 국민에 대한 심각한 모욕입니다. 이제는 이성과 분별력이 중재하여, 우리나라가 평화롭게 자율적으로 발전해 나갈 권리를 존중해야 합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무관심을 넘기 위해
산 | 베네수엘라에 대한 한국 사회운동의 관심과 입장은 2019년 후안 과이도 쿠데타 시도 이후 사실상 정체 상태입니다. 혹시 아실지 모르겠지만, 과거 2000년대에 한국의 민주노동당은 베네수엘라에 대표단을 파견한 적이 있습니다. 차베스 대통령이 추진했던 무상 의료와 무상 교육이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직접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차베스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했지만 아쉽게도 성사되지는 못했습니다. 이처럼 한때는 대표단을 파견할 정도로 관심과 참여의 수준이 높았는데, 지금은 멈춰있는 상황입니다.
이사벨 | 저는 그동안 베네수엘라에 대한 참여와 관심에 꾸준한 연속성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대사관에서도 한국 사회운동 대표들이 선거 과정에 참관인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교류가 앞으로도 계속되고 더욱 다양해지기를 바랍니다. 또한 베네수엘라가 더 많은 한국의 활동가들을 국제 행사에 초청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올해 2025년 10월에는 베네수엘라에서 식민주의를 주제로 한 국제 행사가 열릴 예정입니다. 주최 측은 이 행사가 국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번에 저희가 나눴던 이야기와도 연결됩니다. 식민주의 문제가 더 이상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만의 이슈로 한정되지 않고, 아시아에서 벌어졌던 다양한 식민주의 사례들까지 포괄하며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도록 아시아 지역 사회운동 지도자들의 더 많은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최근 저희는 한반도 해방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례들은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역사적 과정에 큰 영감을 줄 수 있습니다. 국제 관계와 세계의 균형이라는 근본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비전을 교환할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일방적인 세계가 아닌, 균형 잡힌 세계를 만드는 것이죠. 이러한 역사적 경험들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이해하고, 우리 역사에서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교류가 완전히 단절된 것이 아니라, 간헐적으로나마 참여가 있었고, 관심의 끈은 계속 이어져 왔다는 점을 기록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산 | 한국 사회운동 전반적 으로 보면, 대부분의 활동가들은 그동안 베네수엘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최근 제국주의 침략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베네수엘라의 현실과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침략 행위가 부당하고 불법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베네수엘라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더 의미 있는 연대 활동이 가능할 것입니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 베네수엘라가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그 맥락을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그래야 한국의 활동가들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통의 주제를 찾아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사벨 | 그 질문은 베네수엘라 외교 정책의 핵심 기조인 ‘민중 외교’와 맞닿아 있습니다. 저희는 단순히 국가 대 국가의 관계를 넘어, 민중과의 관계, 즉 공동의 대의를 위해 연대하는 국제 연대 그룹들과의 관계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베네수엘라는 아직 국제적으로 완전한 국가 인정을 받지 못한 민족들의 대의를 지지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팔레스타인입니다. 우리는 팔레스타인이 인구, 정부, 영토라는 국가의 3요소를 모두 갖춘 독립 국가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대의를 지지합니다. 이러한 반식민주의적 입장은 베네수엘라 외교 정책의 일관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제국주의 역사가 팔레스타인 민중의 자치권을 훼손하려 했지만, 우리는 그들의 대의를 지지합니다.
이러한 일관성 덕분에 우리는 국가를 통한 공식적인 인정뿐만 아니라, 오늘날 중요 한 역할을 하는 국제연대 그룹들을 통해서도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부의 공식 네트워크를 넘어, 이념적·정치적 일관성을 갖춘 수많은 연대 그룹들이 전 지구적으로 조직화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베네수엘라가 마약 밀매 국가라는 식의 가짜 뉴스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강력한 서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외교는 바로 이러한 연대 그룹들이 국제 정세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의식 있는 그룹이며, 중요한 담론을 만들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팔레스타인의 사례를 보십시오. 여기 서울 거리에서 매일같이 연대 시위가 벌어집니다. 만약 이분들이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참상에 대해 무지했다면, 결코 거리로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볼리바르 민중 외교’가 추구해온 바입니다. 전 세계 모든 언어로 된 국제 연대 그룹들을 베네수엘라의 대의와 연결하는 것입니다. 이 그룹들은 미국이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가해온 제재와 온갖 종류의 압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만약 실제적인 개입이 발생한다면, 이들이야말로 언론과 연계하여 미국의 새로운 침략 행위에 맞서는 목소리를 낼 핵심 주체가 될 것입니다. 실제로 사회운동의 힘은 매우 강력해서, 때로는 자국 정부조차도 그들의 목소리를 거스를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국민이 이미 진실을 알고, 정보에 밝으며, 문제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상황을 숨길 수 없는 것입니다. 이들의 목소리는 때로는 국가의 공식 입장보다 훨씬 더 강력한 연대의 힘을 발휘합니다.
산 | 현재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지속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에도 280개가 넘는 조직이 연대하고 있습니다.
이사벨 | 저는 베네수엘라에서 정부의 모든 정치 세력을 하나의 ‘역사적 블록’으로 통합하는 과정을 경험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일 정당 체제를 시도했고, 그 후 통합되지 않은 세력들을 역사적 블록으로 묶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당이라는 틀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 하는, 그러면서도 강력한 정치적 힘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이자 지도자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베네수엘라는 ‘교차성(intersecctionalidad)’의 관점에서 사회운동에 접근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사회운동과 그들의 대의를 인정했습니다. 동물을 보호하는 운동·인권 운동·평화 운동·성소수자 운동·종교 운동 등 각양각색의 운동이 존재합니다. 연구 결과, 베네수엘라에는 300가지가 넘는 교차성 대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특정 주제별로 사회운동을 조직화한 결과, 매우 구체적인 대의를 가진 300개 이상의 사회운동이 형성되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다양한 행동주의가 국가의 정치적 행동을 뒷받침하는 힘이 되어왔습니다.

우익 쿠데타 시도와 제재의 고난
산 |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죠. 과이도 쿠데타 시도 이후 현재까지 베네수엘라가 겪거나 경험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사벨 |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랄 만큼 방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슬픈 역사 동안 베네수엘라가 겪어야 했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고, 우리 국민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민주적으로 선출되지 않은 인물을 대통령으로 인정한 것은 베네수엘라에 헤아릴 수 없는 피해를 입혔습니다.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었고, 헌법을 유린하는 행위였으며, 그 피해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에 있는 베네수엘라 정유 시설, 해외 은행에 예치된 외환보유고 등 국가의 자산과 우리 미래 세대의 유산이 약탈당했습니다. 그 피해는 오늘날까지도 정확히 측정하거나 복구하기가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베네수엘라의 ‘반봉쇄 관측소’에서 장래성 연구를 진행했는데, 피해는 단순히 물질적인 손실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석유 산업이 파괴되면서 베네수엘라가 벌어들일 수 있었던 막대한 수입을 잃어버린 것과 같은 기회비용까지 포함해야 합니다. 과거 베네수엘라는 하루 평균 100만 배럴의 석유를 수출했습니다. 하지만 산업 기반이 무너지면서 그 수입이 사라졌고, 이는 국가 예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습니다. 이처럼 피해는 헤아릴 수 없습니다.
과이도를 인정하고 기존 제도를 부정하면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었고, 이중적인 행정 체계가 만들어져 국가에 큰 혼란을 초래했습니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이중 정부라는 명분을 내세워 미국의 국제개발처(USAID) 기금을 횡령했는지 말입니다. 이 원조 기관의 자금은 베네수엘라 이주민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부패한 세력에게 흘러 들어갔지만, 정작 베네수엘라 국민에게는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극심한 불안정이 초래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고국을 떠나 이주해야만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졌고, 이주민들의 인권은 처참히 짓밟혔습니다. 끔찍한 인신매매 사례도 발생했습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인명 피해와 우리 국민이 겪어야 했던 굴욕입니다. 나라를 망가뜨려 놓고, 이제는 자국에서조차 우리를 원하지 않는다며 추방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행기가 아닌 걸어서 국경을 넘는 가난한 이주민에 대한 일종의 혐오, 즉 ‘이주민 포비아’를 조장한 결과입니다. 베네수엘라에 가해진 이 모든 행위는 분별없는 폭력이었습니다. 그 결과는 오늘날까지도 측정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고 심각하며, 여러 세대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조국에서 가족과 함께 살 권리가 있는 우리 국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고통받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정부는 ‘조국으로 돌아가기(Vuelta a la Patria)’ 계획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영 항공사(콘비아사) 비행기를 동원하여 자국민의 귀환을 돕는 나라입니다. 이는 어떤 국제적 지원도 없이 오직 국가 예산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해외에 있는 우리 국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외무부 내에 이민 문제를 전담하는 차관 부서를 신설했습니다. 과이도 사태 이후 많은 국가들이 베네수엘라와의 관계를 단절하면서 해외 공관이 폐쇄되었고, 이로 인해 우리 국민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베네수엘라를 ‘실패한 국가’로 낙인찍기 위해 자행된 체계적인 파괴 행위의 결과입니다.
이 새로운 형태의 전쟁은 처음에는 교묘하게 위장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베네수엘라를 ‘신뢰할 수 없는 국가’로 분류하는 식의 미묘한 방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오바마 행정부의 행정명령을 기점으로 노골적으로 ‘실패한 국가’로 규정되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라틴아메리카의 어떤 대통령이 이 모든 제재 속에서 베네수엘라 대통령만큼 버텨낼 수 있었겠습니까? 만약 칠레의 구리 수출이 제재를 받았다면, 칠레 정부가 과연 버틸 수 있었을까요? 아르헨티나의 자동차 수출이 금지되었다면, 그 정부가 단 하나의 주력 수출품에 대한 제재를 견뎌낼 수 있었을까요? 이것이 바로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들은 우리 경제의 근간인 국영 석유 산업을 공격하여 국가를 실패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과거 베네수엘라는 단 하나의 품목, 즉 석유 수출만으로도 국가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수입을 얻는, 비교적 안락한 국가였습니다. 광활한 영토와 풍부한 자원 덕분에 국제 분쟁 시기에는 오히려 수입이 늘어났고, 2천만 명(현재는 3천만 명)의 인구를 부양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산 | 미국과 유럽연합의 제재가 가져온 재앙적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여러 프로젝트와 계획을 추진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들이 있었고, 이를 통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최근 몇 년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이사벨 | 베네수엘라는 제헌 과정을 통해 국가와 국제 투자를 보호하기 위한 특별한 법, 바로 ‘반봉쇄법(Ley Antibloqueo)’을 제정했습니다. 이는 2017년에 통과된 헌법적 효력을 지니는 법률입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제재 행정명령이 2015년에 내려졌고, 2016년과 2017년은 베네수엘라가 제재의 여파 속에서 힘겹게 버티던 시기였습니다. 당시에는 아직 외환보유고가 남아있었지만, 2017년에 이르러 자원이 고갈되기 시작하면서 국가 경제가 본격적으로 타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국가 경제를 보호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반봉쇄법이 제정된 것입니다.
제재의 목적은 당시 미국 고위 관리가 직접 언급했듯이,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가능한 한 최대의 고통을 안겨주는 것이었습니다. 고통과 괴로움을 통해 국민들이 지쳐서 스스로 정부 교체를 요구하도록 만드는 것이었죠. 이것이 제재의 진짜 목표였습니다.
이 새로운 법적 틀을 통해, 베네수엘라는 전통적으로 의존해왔던 에너지 분야 외에 다른 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했습니다. 광업, 농업, 관광업과 같은 분야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은 것입니다. 제재로 인해 타격을 입은 에너지 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경제를 다각화하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최근 몇 년간 베네수엘라는 단순히 회복을 넘어 새로운 성장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때 최악의 바닥을 쳤지만, 이제 그 위기를 넘어 회복의 길로 들어섰고, 지난 2년간 꾸준한 경제 성장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미국을 좌절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이며, 군함을 베네수엘라 앞바다로 보내는 것과 같은 도발 행위로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그들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우리를 억압했지만, 베네수엘라가 계속해서 재기하고 성장하는 것을 참을 수 없는 것입니다.
베네수엘라가 독립과 주권의 상징이 되는 것을 막으려는, 한 국가에 대한 굴욕적인 처사입니다. 이는 라틴아메리카를 자신들의 통제하에 두려는 제국주의적 시각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를 처벌함으로써, 다른 어떤 나라도 감히 베네수엘라와 같은 독자적인 길을 걷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산 | 이 인터뷰를 준비하며 관련 자료를 찾아보던 중, 살바도르 아옌데 정부 시절 칠레에 대한 미국의 개입 방식과 현재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 방식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정치적 위협으로 시작해서, 구리 수출을 막는 경제 제재, 자본가와 우파의 파업, 그리고 연이은 쿠데타 시도와 개입으로 이어지는 패턴이 놀랍도록 닮았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여러 차례의 쿠데타 시도를 막아냈지만, 이제는 직접적인 침략 위협에 직면하게 되었군요. 이러한 지정학적 상황 속에서 베네수엘라는 브릭스(BRICS)와 가까워지고 있고, 특히 중국, 러시아, 인도, 터키와 같은 국가들과 경제 관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사벨 | 네, 오펙(OPEC) 회원국 및 중동 국가들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산 | 그 결과 이들 국가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설탕 정제소, 광산, 여러 국영 기업에 이르기까지 크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경제의 일부이자, 말씀하신 새로운 성장 동력의 일환이겠지요. 반봉쇄 프로젝트의 성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국제 협력과 외국기업 투자가 노동조건 악화나 노동조합 활동 제약과 같은 반사회주의적, 반노동자적 결과를 낳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베네수엘라 정부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이사벨 | 구체적인 사례가 바로 떠오르지는 않습니다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베네수엘라 헌법의 기본 정신과 국가 철학은 인간 중심의 사회주의라는 점입니다. 현재 베네수엘라를 이끌고 있는 마두로 대통령 역시 노동자 출신입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 문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임을 인지하고, 최대한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제재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노동자들이 겪는 희생은 말로 다할 수 없이 큽니다. 베네수엘라가 입은 피해를 제대로 분석하려면 앞으로 수십 년의 연구와 여러 세대의 분석가들이 필요할 것입니다. 한 노동자가 월급으로 단돈 1달러를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가혹한 현실인지 상상해보십시오. 제재로 인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속에서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정부는 특히 공공 부문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전쟁 보너스’, ‘임금 보너스’와 같은 여러 보완책을 시행해왔습니다.
미국 관리들이 공공연하게 말했듯이, 제재의 목표는 ‘가능한 한 최대의 피해’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국민들에게 심리적 타격을 주기 위함입니다. 슈퍼마켓에 가도 평소에 사던 물건을 살 수 없게 만들어, 처음에는 좌절감을, 나중에는 분노를 유발하려는 것이었죠. 그리고 그 분노의 화살이 정부를 향하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베네수엘라 국민을 상대로 한 새로운 형태의 심리전, 즉 ‘사회적 쇼크’ 상태를 유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모든 압박 속에서도 베네수엘라 국민은 스스로 대응 메커니즘을 찾아냈습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공동체 조직’입니다. 사람들은 풀뿌리 단위에서부터 서로 돕기 위해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연대와 상부상조라는 볼리바리안 헌법의 정신과 베네수엘라 국민의 철학에 부합하는 대응이었습니다. 이는 ‘로빈슨적인 철학’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로빈슨은 시몬 볼리바르의 스승이었던 시몬 로드리게스를 의미합니다. 서로 돕고, 함께 해결책을 찾는 것, 이것이 바로 코뮌(Comuna)을 통해 우리가 목격한 놀라운 저력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장비 수리 문제를 봅시다. 제재로 인해 기계 부품 수입이 막혔을 때, 우리는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지하철 시스템은 원래 계약에 따라 스페인에서 부품을 공급받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스페인의 라호이 정부는 제재에 동참하며 계약 이행을 거부했습니다. 그렇다고 지하철이 멈췄을까요? 아닙니다. 지하철 회사의 노동자들이 직접 필요한 부품을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베네수엘라 지하철의 좌석이나 색상이 조금씩 다른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바로 그 노동자들이 지하철 운행을 멈추지 않기 위해 직접 부품을 만들고 수리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저항의 경제’이자 ‘회복력의 철학’입니다.

제재에 맞선 베네수엘라 사회 내부의 대응
산 | 그 노동자들이 회사의 운영을 정상화시킨 이후, 그리고 지금처럼 전략적 파트너들 덕분에 상황이 다소 완화된 후에도, 여전히 그들이 직접 회사를 운영하고 있나요?
이사벨 | 그렇습니다. 이 위기는 베네수엘라의 사고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우리 스스로 해낸다’는 철학이 생겼습니다. “내가 바로 그 주체이고,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이 철학이 베네수엘라의 국제 계약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과거 우리는 석유 수입에 의존해 편안하게 살았고, 모든 것을 외부 계약에 맡겼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교육하고, 우리가 원하는 변화를 직접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전문 대학들을 설립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전통적인 종합대학 외에도 20개가 넘는 전문 대학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과도 유사한 모델입니다. 관광 대학, 교통 대학, 환경 대학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대학들을 설립하여, 미래에 필요한 변화를 우리 손으로 직접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교육하고 준비하여, 우리가 원하는 변화의 주역이 되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 분야를 다루는 과학 대학도 설립되었습니다. 이 대학은 베네수엘라의 가장 상징적인 과학자 중 한 명인 움베르토 페르난데스 모란의 이름을 땄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이처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인물들을 많이 배출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베네수엘라의 국민성을 폄훼하려는 시도는 근거가 없을뿐더러 무의미합니다.
베네수엘라에는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인물들이 있습니다. 프란시스코 데 미란다는 식민지 시대 베네수엘라에서 태어난 스페인계 후손, 즉 크리오요(Criollo)였습니다. 그는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삼색기의 기원이 된 깃발을 처음 가져왔고, 미국 독립 전쟁과 프랑스 혁명에도 참전했으며, 러시아에서도 활동했던, 그야말로 세계적인 인물이었습니다. 라틴아메리카에 독립 사상을 전파한 선구자였죠.
그리고 시몬 볼리바르는 미란다의 독립 사상을 계승하여 남미 전역에서 혁명을 이끌고 스페인 제국을 몰아내, 미국 독립 혁명처럼 새로운 공화국들을 탄생시켰습니다.
과학 분야에서 움베르토 페르난데스 모란의 과학적 업적은 매우 뛰어나 노벨상 후보로까지 거론되었습니다. 하지만 노벨상위원회는 그에게 수상을 조건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는 “만약 내가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면, 베네수엘라 사람으로서 받을 것이다”라며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결국 그는 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으면서 그 권위가 실추되었다고 말하지만, 우 리 베네수엘라 사람들에게 노벨상의 권위는 이미 우리 과학자에게 미국 국적을 강요했던 그 순간부터 무너졌습니다.
예술 분야에도 세계적인 거장들이 있습니다. 키네틱 아트의 선구자인 헤수스 소토와 카를로스 크루스-디에스가 바로 그들입니다. 한국에도 소토의 작품 ‘구(Sphere)’와 크루스-디에스의 조각품 12점이 소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베네수엘라 국민의 본질과 정신은 변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정체성을 폄훼하려는 시도에 맞서, “이것이 바로 우리이고, 우리는 이런 일들을 해왔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을 성취할 능력이 있다”고 당당히 말하는 것입니다. 즉, 단순히 석유 수입에 의존해 분배받는 것에 익숙했던 수동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제재로 인해 파괴된 경제를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재건하려는 능동적인 사고방식으로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코뮌
산 | 바로 그 변화의 흐름 속에서 ‘코뮌(Comuna)’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팬데믹과 연이은 위기 속에서 코뮌이 크게 확장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코뮌은 국가나 민간, 외국 자본가에게 고용되어 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없는 기존의 자본주의적 생산 관계에 저항하는 대안적인 모델로 보입니다. 공동체가 함께 결정하고 주도권을 가짐으로써 제재의 혹독한 영향을 견디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과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현재 코뮌의 수는 얼마나 되고 전체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 베네수엘라 사회 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 모델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정부나 국민 차원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말씀해주십시오.
이사벨 |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배경을 이해해야 합니다. 수십 년간 베네수엘라는 두 거대 정당이 권력을 번갈아 차지하는 양당 체제하에 있었습니다. 소수 정당들은 실질적인 권력을 갖지 못하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빵 부스러기’를 얻는 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이 시기를 ‘제4공화국’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이 양당 체제는 부패와 민심 이반으로 인해 결국 붕괴했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정당 정치 과정에 참여한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위기 속에서 국민의 정치 참여를 다시 활성화하고 무관심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1999년의 제헌 과정과 새로운 헌법 제정이었습니다. 1999년 헌법은 기존의 대의 민주주의를 넘어 ‘참여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정치 체제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정당만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18세 이상의 모든 국민이 국가 운영에 직접 참여하고 결정권을 갖는다 는 의미입니다. 즉, 누군가 나를 대신해주는 대의 민주주의에서 모두가 직접 참여하는 참여 민주주의로의 전환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국민투표와 같은 다양한 직접 참여 메커니즘이 도입되었습니다. 이 새로운 체제는 정당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 외에도 사회운동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참여를 장려했습니다. 1999년 헌법이 추구한 것은 국민이 권력의 수동적인 객체가 아닌,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능동적인 주체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에게 실질적인 권력을 이양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졌습니다. 단순히 4년에 한 번 투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적 의식을 함양하고 경제적 자립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초기에는 기존의 협동조합 모델을 활성화하는 데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습니다. 그 후, 공동체를 핵심 단위로 하는 ‘코뮌’이라는 새로운 조직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국민에게 권력을 이양하려면, 먼저 국민이 조직되어 있어야 합니다. 조직되지 않은 대중에게 직접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권력을 준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사회적, 정치적 조직화 과정을 시작했고, 사회운동과 코뮌을 정치 참여의 중요한 형태로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코뮌이 제재와 봉쇄라는 미증유의 위기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저항 모델이 된 것은 바로 이러한 배경 때문입니다. 베네수엘라는 제재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네 차례의 심각한 기후 재앙까지 겪었습니다. 아라과 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사태는 국가적인 비극이었습니다. 산이 무너져 마을 전체가 매몰되었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했던 조직이 바로 코뮌이었습니다. 코뮌은 자신들의 조직 체계를 통해 누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고, 이는 신속한 구조 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산 | 참 험난하네요. 그렇다면 현재 코뮌은 베네수엘라 사회 조직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아직 대다수의 국민이 참여하지 않고 있어 더욱 확장해야 할 필요가 있는 단계입니까?
이사벨 | 베네수엘라의 코뮌은 이제 국가 구조의 일부로 헌법에 명시하는 개헌을 고려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수준으로 성장하고 강화되었습니다. 기존의 중앙정부, 주정부, 지방정부 체계에 ‘코뮌 정부’를 추가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미 코뮌의 발전을 위한 금융 지원 메커니즘도 마련되었습니다. 코뮌을 국가 발전의 중요한 축으로 인정하는 것은, 국가의 행정력을 분산시키고 전국적인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입니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에세키보를 포함하여 24개의 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코뮌 조직에 직접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인구가 많거나 투자가 집중된 주뿐만 아니라 소외된 지역까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입니다. 이는 국가가 단순히 보조금을 지급하며 수동적인 수혜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경제 활동의 주체가 되어 창업하고 국가 발전에 기여하도록 만드는 방식입니다.
산 | 그렇다면 베네수엘라 국가와 국민은 코뮌이라는 길이 위기 탈출의 해법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군요.
이사벨 | 그렇습니다. 우리는 국민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국민이 그 권력을 받을 수 있도록 조직되어야 합니다. 코뮌은 권력과 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재분배하는 직접적인 통로입니다. 말씀드렸듯이, 이미 코뮌 활동을 직접 지원하는 금융 기관들도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에는 ‘코뮌 대학’이라는 특수 목적 대학도 있습니다. 이 대학에서는 정치 교육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기술 교육도 함께 이루어집니다.
산 | 기술 교육도요?
이사벨 | 네, 그래서 지난 25년간 베네수엘라 국민이 받는 기술 교육의 수준도 상당히 향상되었습니다. 기술 교육을 통해 성공적으로 창업한 사례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오토바이 조립과 같은 분야에서 흥미로운 성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베네수엘라는 남미 통합을 목표로 역외 국가가 아닌 역내 국가들과의 교역을 확대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아르헨티나에서 신생아용 인큐베이터를 수입했습니다. 하지만 위기와 팬데믹 시기에 이 인큐베이터의 유지 보수가 필요해졌을 때, 당시 아르헨티나의 마크리 정부는 제재에 동참하며 계약 이행을 거부했습니다. 이는 인큐베이터뿐만 아니라 조선소 유지 보수 계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남미 국가들끼리 서로 돕자는 취지였는데, 그들은 계약을 파기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스스로 해낸다”는 정신으로, 대중 과학 기술 창업 운동을 통해 그 기계들을 직접 수리해냈습니다. 그리고 전국의 진료소들을 복구했습니다. 단순히 조명이나 에어컨을 고치는 수준을 넘어, 의료 장비까지 직접 수리해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카야파(Cayapa)’라고 부르는데, ‘다 함께 달려들어 해결한다’는 뜻입니다. 제재로 인해 버려졌던 수많은 의료 시설들을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살려낸 것입니다.
과거 베네수엘라의 자본주의는 국가가 석유 수입을 독점하고 민간 부문은 국가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국가 자본주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역학 관계가 바뀌고 있습니다. 국가가 경제를 통제하면서도,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국제 시장에 직접 진출하여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즉, 더 이상 국가만이 외화 수입의 유일한 창구가 아니라, 여러 생산 부문이 함께 경제 회복을 이끌어가는 것입니다. 이는 국제 무역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부의 분배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혼합 경제 모델입니다. 모든 국민이 경제 회복 과정에 참여하고 그 혜택을 누릴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우리는 통제받지 않는 자유방임 경제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통제된 경제, 즉 ‘국가적 경제 회복의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환율 시스템은 항상 정치적으로 이용되어 왔고, 변동성이 매우 커서 국민들의 소득이 줄어들 때마다 정치적 인식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상적인 목표는 환율을 지금처럼 100을 훌쩍 넘는 수준이 아니라, 훨씬 더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수준으로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한 자릿수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이 건전한 경제입니다. 베네수엘라에서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마치 건강검진처럼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주요 지표가 됩니다. 그리고 외부 세력은 항상 이 지표들을 흔들어 선거에 개입하려 합니다.

저물어 가는 미 헤게모니
산 |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사회운동의 입장에서 볼 때, 미국의 침략 시도에 저항하고 베네수엘라의 주권, 그리고 코뮌 확장이라는 대안사회 실험을 지지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특히 최근 한·미 정상회담과 관세 협상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과의 종속 관계가 새롭게 조정되고 있는 맥락에서요.
이사벨 | 베네수엘라는 외부의 강요에 굴복하지 않고 자율적인 길을 걷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러왔습니다. 그중에는 미국에 있는 우리 국영 정유시설 시트고(CITGO)를 강탈당한 것도 포함됩니다. 그것은 대통령의 소유가 아니라, 베네수엘라 민중 모두의 자산이자 유산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국제적인 자산을 빼앗겼을 뿐만 아니라, 평화롭고 연대적이었던 우리 국민들이 무의미한 포위 공격 속에서 부당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베네수엘라가 계속해서 저항하고, 높은 도덕성을 바탕으로 주권 국가의 모범을 보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나라는 세제 상자나 복권 추첨으로 독립을 얻은 것이 아닙니다. 해방자들의 피와 투쟁으로 쟁취한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나라와 영토, 그리고 우리 국민의 정신과 도덕성을 지키는 것은 베네수엘라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시리아나 리비아처럼 군사 개입이라는 명분 아래 국가가 유령처럼 변해버리는 것을 우리는 원치 않습니다. 그들은 국가를 비참하고 부끄러운 상황에 빠뜨렸습니다. 하지만 최근 다시 일어서고 있는 이라크의 모습에서 희망을 봅니다. 이처럼 베네수엘라는 국가의 존엄성과 우리가 원하는 정부를 선택할 자결권을 계속해서 수호할 것입니다. 또한 국제 관계에서 다자주의를 옹호하며, 우리 스스로의 주권적 판단에 따라 관계를 맺어 나갈 것입니다.
마두로 대통령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 세대는 지금 세계 질서가 붕괴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더 이상 국제 관계를 이끌 도덕적 정당성을 갖춘 국가가 아니며, 그 역할이 부차적인 것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한때 세계를 주도했던 국가의 리더십이 다른 국가들의 불신과 피로감 속에서 마모되어 가는 과정입니다. 이처럼 쇠퇴하는 과정에서 어떤 국가든 희생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 험합니다. 우리는 이 쇠퇴 과정에서 미국이 재기를 명분으로 베네수엘라를 희생시키지 않도록 매우 신중하고 경계해야 합니다.
미국은 수십 년간 쌓아온 유엔 체제의 모든 합의를 짓밟았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로 대표되는 국제 무역 질서를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이처럼 엄청난 퇴행을 야기한 국가의 리더십은 당연히 의심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틈을 타 다른 국가들이 새로운 리더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할 때 어떤 행동이든 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우리를 감시해 온 미국이 이 쇠퇴의 과정에서 우리에게 어떤 해를 끼칠지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산 | 베네수엘라 민중의 저항을 지지하는 것이 곧 한국 민중이 자신의 삶을 지키는 길이 될 수도 있겠군요. 주어진 현실은 분명 다르겠지만요.
이사벨 | 베네수엘라는 현재 브릭스(BRICS) 가입을 앞둔 중간 세력 국가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경제가 본격적으로 이륙하면, 현재 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와 같은 국가들과는 물론이고, 지리적, 인구적 규모가 다른 브라질이나 멕시코와도 차별화되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미국이 우리를 위협하는 이유입니다. 오늘날 카리브해에 나타난 미국의 군사적 위협은 바로 베네수엘라의 도약을 막고, 다른 국가들이 베네수엘라처럼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길을 걷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입니다.
현재 힘의 균형은 매우 미묘합니다.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진 국가가 유엔이나 안보리도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의 잠재적 위협이 현실이 되지 않고, 이성이 승리하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결코 사회운동을 포기하지 말자
산 | 혹시 (한국에 파견 온 입장에서) 한국의 사회운동에 대해 기대하시는 바가 있으신가요?
이사벨 | 베네수엘라와, 그리고 베네수엘라의 대의와 연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신중함을 가지고, 필요한 시점에 정확한 방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연대가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나라에서 어떤 채널과 매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더 잘 아실 겁니다. “베네수엘라는 평화의 나라”라는 메시지를 전해주십시오.
베네수엘라는 독립적이고 주권적인 국가입니다. 국가의 운명을 재앙으로 몰고 갈 꼭두각시 대통령을 다시 강요하려는 시도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베네수엘라의 파시즘 지도자가 국가의 영토 보전과 국익에 반하는 얼마나 위험한 발언들을 해왔는지 똑똑히 보았습니다.
최근에는 정말 가슴 아픈 일이 있었습니다. 미국에 있던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이 엘살바도르로 추방되어 감옥에 갇히고 모든 인권을 유린당했습니다. 그들은 이제 베네수엘라로 돌아왔지만,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차마 듣기 힘들 정도로 비통합니다. 같은 라틴아메리카 국가가 어떻게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민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습니까? 결국 우리는 ‘위대한 조국(La Patria Grande)’을 공유하는 형제들입니다. 그런데 라틴아메리카 국가가 아무 죄 없는 베네수엘라 젊은이들에게 이런 일을 저지르다니요. 단지 몸에 문신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자로 낙인찍고 납치하여 감옥에 가뒀습니다. 인간의 고통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이런 야만적인 행위가 어떻게 라틴아메리카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습니까?
다른 국가의 국민을 굴욕시키고 모욕하는 데 동조하는 것을 보니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이주민 문제가 발생한 근본 원인이 바로 그들 자신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민자들을 손목과 발목에 족쇄를 채운 범죄자처럼 취급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콜롬비아인, 브라질인, 멕시코인 등 다른 국적의 이민자들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베네수엘라 사람들에게 집착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존엄의 상징입니다.
산 |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를 '적'으로 규정하는 관점이군요.
이사벨 | 항상 그런 식이죠.
산 | 오늘 귀한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대화를 통해 우리가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정신, 그들의 집단 심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사벨 | 네, 이것은 일종의 집단적 광기, 국제적인 광기입니다. 국가 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만들어진 유엔 체제와 모든 규범을 짓밟는 이 상황은 신속하게 해결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더 정의로운 새로운 대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합니다.
산 | 인터뷰를 마치면서, 한국의 사회운동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이사벨 | 사회운동은 정말 아름다운 것입니다. 저 자신도 사회운동가 출신이기 때문에 잘 압니다. 정당 활동처럼 엄격한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자발적이고, 사랑이 넘치며, 항상 연대하는 가장 아름다운 참여의 형태입니다. 모든 사회운동은 가치 있는 대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결코 포기하지 마십시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활동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의식을 만들어가고, 다음 세대가 중요한 문제들을 이해하고, 보이는 것 너머의 진실을 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산 | 현재 미국이 시도하는 침략 위협에 맞서는 상황과 관련하여, 우리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이사벨 | 우리 베네수엘라 국민은 자유롭고, 주권적이며, 독립적인 국가로 남을 것을 굳게 다짐하고 있습니다. 20년이 넘는 포위와 내정간섭 속에서도, 단 한 명의 베네수엘라 국민도 시몬 볼리바르가 해방시킨 이 땅, 베네수엘라에서 살아갈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터뷰어 : 이산
만난 사람 : 이사벨 디 카를로 께로 (Isabel Teresa Di Carlo Qu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