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지금, 팔레스타인 긴급구호 모금에 함께 해야 하는 이유

바로 지금, 팔레스타인 긴급구호 모금에 함께 해야 하는 이유

230만명의 팔레스타인 가자인들이 기아로 절멸할 위기에 처해있다. 한국기업의 '가자 홀로코스트' 공모를 끊고 팔레스타인인들의 존엄한 삶을 지켜야 한다.

2025년 8월 24일

[읽을거리]반전평화제국주의, 한국, 팔레스타인, 역사,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

평화가 함께하길 바랍니다. 아랍어 인사말인 ‘앗쌀라무 알라이쿰(السلام عليكم)’의 뜻이기도 합니다.

마르하반(مرحبا). 환영합니다. 아랍어로 편하게 인사할 때 쓰는 말이며, 방문자를 환대하는 아랍 유목민의 문화가 반영된 말입니다. 평화와 환대를 인사말로 건네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평화와 터전이 파괴된 지 680여일이 넘었습니다. 7월 29일을 기점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6만명 이상 사망한 상황에서 안부 인사 건네봅니다. 그간 잘 지내셨나요?

한국에서 8월은 광복의 달입니다. 올해로 독립 80주년이라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사실 저는 2023년 10월 7일 이후부터 광복절을 편하게 기리고 있지 못합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제국주의 국가가 자행하는 폭력과 학살이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고, 식민지에서 독립한 한국이 꽤나 적극적으로 학살에 가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광복 80년을 채우기 딱 하루 모자란 25년 8월 14일, 한국 외교부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면 가자 문제가 해결되는지 반문하며, 직접 관여한 나라가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명백히 ‘남의 일’로 치부하는 태도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사실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사람들도 꽤 자주 받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에 왜 그렇게 까지 신경을 쓰는지?’

21세기는 지구 반대편도 손바닥만한 전자기기로 들여다 볼 수 있을 정도로 전 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시대입니다. 현재 한국과 팔레스타인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특히 한국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가자지구 학살에 연루되어 있는지 말하고 싶습니다.

한국 기업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연루

팔레스타인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로 이루어진 국가입니다. 상대적으로 한국에 덜 알려진 서안지구의 폭력부터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는 이스라엘이 관할하는 구역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관할하는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산이나 언덕으로 가서 불법적인 정착촌을 짓고 거주하는 사람들을 이스라엘 정착민이라 부릅니다. 이들은 밤중에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집에 불을 지르고 물건을 파괴합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전적으로 정착민의 편을 들고, 법을 무기로 팔레스타인 주거지 파괴와 정착민 거주를 보장합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집에는 무작위로 철거경고장이 날아오는데, 대개는 일주일 안에 퇴거하지 않으면 철거하겠다는 통보문입니다. 일주일 안에 다른 거주지를 구하는 게 가능할까요? 일단 전 못합니다. 통보한 시일이 되면 한국기업 HD현대의 굴착기가 와서 집을 허뭅니다. 국제앰네스티가 HD현대측에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질의하자, HD현대는 이스라엘 정착촌 활동에 관여하지 않았다고만 답변하고 추가 질의에는 입을 다문 상태입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석유 및 가스탐사권 소유한 한국석유공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석유 및 가스탐사권 소유한 한국석유공사

가자지구에는 바다가 있습니다. 17년간 이스라엘군이 불법적인 해양 봉쇄를 자행한 결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낚시를 하러 출항할 수도 없습니다. 이스라엘은 국제법상 팔레스타인의 배타적 경제 수역 내에 위치한 석유 및 가스탐사권을 다나 페트롤리엄에 팔았는데요, 아마 이름을 처음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에너지 기업은 놀랍게도 2010년 한국석유공사가 인수하여 100%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팔레스타인의 에너지 공급은 이스라엘이 통제하고 있습니다. 전쟁 이전에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정책상황에 따라 하루 4시간만 전기 공급을 제한하기도 했고, 전쟁 중인 지금은 아예 공급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전기가 없으면 폭격으로 신체를 잃고 다친 사람들이 치료받기 어렵습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에너지 자원을 빼앗고, 팔레스타인에 돌아가는 자원이 하나도 없는 지금, 자원을 탐사할 권한을 획득하고 그로부터 이익을 얻는 다나 패트롤리엄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착취에 가담하고 있습니다. 그 책임은 한국석유공사가 져야겠지요.

전쟁 이후 이스라엘에서는 새로운 관광 상품이 생겼습니다. 가자지구에 정착을 희망하는 예비 정착민들이 배를 타고 나와서 폭격당하는 가자지구를 지켜보는 투어 상품입니다. 한국 역시 전쟁으로 이익을 얻은 사례가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 성장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1970년대 중동건설 붐은 중동 전쟁으로 공터가 된 토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의 건설회사는 이스라엘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전쟁특수를 누려 왔습니다. 만약 가자지구가 끝내 점령당해 ‘사람이 살지 않는’ 공터가 되어 한국 건설기업들이 계약을 따낸다면, 다시 한번 특수를 누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계획이 실현되는 것이 큰 이득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외면하면, 중동전쟁으로 만들어진 피의 공터 위에서 기업들만 이익을 누린 역사가 반복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한국은 정말 팔레스타인과 이해관계가 없을까요?

가자 홀로코스트

한국은 식민지배의 폐해가 무엇인지 알고 그렇기에 더 발전에 목매단 역사를 지닌 나라입니다. 전쟁을 겪었고, 학살이 무엇인지도 우리는 압니다. 같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국제적으로 제노사이드 협약을 만드는 등 최소한의 인도적 선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죽음이 생중계되고 학살당하는 당사자가 직접적으로 도와달라고 말하고 있는데도 도움의 손길은 부족합니다. 가장 큰 원인은 이스라엘의 구호품 봉쇄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날아오는 구호품이 차단된 상태에서 이스라엘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배급소로 구호품을 받으러 온 아이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습니다. 누구나 안전하게 식량을 얻을 권리가 있지만 팔레스타인가자인들은 기본적인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230만 명의 피난민들이 기아로 죽을 위험에 처해 있는 초유의 상황이며 이것은 말 그대로 '가자 홀로코스트'입니다.

지금 사단법인 아디가 주관하고 259개 단체의 연대체인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이 함께하는 가자지구 4차 피해주민 긴급구호 모금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구호품도 받지 못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연대하는 마음으로 한끼 단식 후 그 돈을 후원하는 캠페인도 진행중입니다. 1차 모금에서 끝나길 간절히 바랐는데 어느새 4차 모금입니다. 모금은 9월 15일까지입니다.

모금 종료일로부터 약 한 달 뒤인 10월 7일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이 시작된 지 2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번 긴급구호 모금이 마지막이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내어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이 팔레스타인을 더 가깝게 느끼기를, 모금 종료 후에도 77년 째 식민지배 상태인 팔레스타인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연대해 주실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이 해방된 세상에서 만날 날을 고대하며,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슈크란(شكرا) 감사합니다!

글 : 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