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 극장을 지키는 것이 죄가 된다면

원주 | 극장을 지키는 것이 죄가 된다면

검찰은 시민 24명에게 총 5년 10개월의 징역과 4,500만원의 벌금형을 구형했다. 시민들의 탄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아카데미의친구들을 지켜주세요’ 손피켓 인증사진도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 여러분의 연대와 후원이 우리가 끝까지 싸울 수 있는 용기가 될 것이다.

2025년 7월 20일

[읽을거리]지역강원도, 지역운동, 원주, 공공성, 문화예술, 극장

나는 원주에 사는 평범한 시민이다. 그리고 2023년 10월, 아카데미 극장을 지키려다 피고인이 되어 법정에 섰다. 함께 재판을 받은 23명의 이웃들과 나는 극장을 지키기 위해 평화 행동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검찰은 우리에게 징역 2년에서 6개월, 벌금 500만원에서 200만원을 구형했다. 이것이 죄가 된다면, 이 땅의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아카데미 극장을 지키려 했던 이유

1963년 개관한 아카데미극장은 한국에서 원형을 간직한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이다. 나는 2016년에 원주에 왔고, 아카데미극장의 ‘극장 건축투어’에 참여하면서 그 가치를 알게 됐다. 이곳은 단순히 “오래된 건물”이 아니라, 이 도시에 살아온 사람들의 문화적 기억과 연결된 공간이었고, 공공성이 살아있는 곳이었다.

2021년 2월, 아카데미극장이 철거 위기에 놓이자 도시재생단체, 지역 미디어센터, 예술가, 청년 등 시민들을 중심으로 '아카데미극장 보존 추진위원회'가 결성되었다. 위원회는 철거 위기에 대응하고 극장을 지키기 위해 '100인 100석 프로젝트'를 개시하여 3주 만에 1억여 원을 모금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원주시가 32억 원을 들여 매입하는 결정을 내리도록 만들었다. '아카데미극장 보존추진위원회'의 활동은 2023년 '아카데미의친구들'이라는 시민모임으로 확산되었다. 전국 54개 영화문화단체와 1,300여 명의 문화예술인이 우리와 함께했고, 문화재청장은 두 차례나 등록문화재 지정을 권고했다.

극장은 그저 오래된 건물 하나가 아니었다. 황해도 출신 극장 소유주가 한쪽에 이북5도민 사무실을 운영하고, 초등학교 졸업식이 열리던, 우리 마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었다. 나와 같은 평범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하고 함께 가꾸며 문화적 가치를 키워온 우리 모두의 공간이었다.

ⓒ아카데미의친구들
ⓒ아카데미의친구들

극장 앞에 서기까지

2023년 4월, 원강수 원주시장은 전임 시정에서 32억 원에 매입하고 국도비 39억 원을 확보했던 기존의 보존 정책을 하루아침에 뒤엎었다. 공청회 한 번 없이, 시민 수백 명이 청구한 공개 토론 요구를 터무니없는 까닭으로 거부했다.

급기야 원주시청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공무원은 익명으로 “4월 7일 밀실 결재를 통해 보존사업을 변경하고, 시민단체와의 만남 하루 만인 11일 기습적으로 철거를 발표했다”며, “본회의 전 하루 만에 날림으로 처리한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안은 절차도 없이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죽은 행정의 결정체”라고 폭로했다.

시민들은 이런 부당함을 보고만 있지 않았다. 시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모은 후 내린 결정이 극장 철거였다면, 이처럼 허무하진 않을 것이다.

2023년 8월, 아카데미극장 철거를 위해 건물로 진입하려는 시청 공무원 및 용역들과 이에 맞서 극장을 지키는 시민들의 대치 상황 (KBS강원 뉴스화면)
2023년 8월, 아카데미극장 철거를 위해 건물로 진입하려는 시청 공무원 및 용역들과 이에 맞서 극장을 지키는 시민들의 대치 상황 (KBS강원 뉴스화면)
극장이 철거되던 날
극장이 철거되던 날

그 여러 날들 동안 우리는 어떤 욕설이나 폭언도 행사하지 않았다. 물건 하나 손괴하지 않았다. 우리는 극장 앞에 서서 팔짱을 끼고 구호를 외쳤고, 일부는 극장 안에 들어가 평화적으로 점거했다. 때로는 점심시간을 활용해 아카데미 부지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극장을 한 번 부수면 되돌릴 수 없기에, 우리는 끝까지 막아보려 했다. 조례에 따른 토론도 거부당하고, 법령상 절차도 무시당한 상황에서 우리는 민주시민으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모든 권리를 행사했다.

공소장상 피해자인 공사 업체들조차 우리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 오직 원주시만이 우리를 범죄자로 만들려 했다.

우리는 문화공간을 지켜야 한다는 공적인 요구가 형사 처벌로 돌아온 비상식적인 현실 앞에 서 있습니다. 행정의 위법한 결정은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지만, 비민주적 행정에 문제를 제기한 시민은 형사 처벌로 내몰리며 수개월째 가혹한 압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뢰를 무너뜨리고, 약속을 파기하고, 시민을 재판에 세워 고통을 주는 이 과정은 우리 지역의 역사에 뼈아픈 흔적으로 남을 것입니다. - 2025년 7월 14일, '아카데미의친구들' 기자회견문 중
아카데미의친구들은 지난 14일 마지막 공판 후 철거된 극장 부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 아카데미의친구들
아카데미의친구들은 지난 14일 마지막 공판 후 철거된 극장 부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 아카데미의친구들

우리가 함께 지켜온 것들

법정 최후진술에서 32년간 청소년 교육에 헌신해온 한 동료는 “오래된 공간의 가치를 알고 시민 참여로 지키려는 젊은이들의 마음이 너무 소중해서 함께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호소했다. 영화인들, 예술가들, 그리고 평범한 이웃들이 하나같이 극장과 함께한 추억을,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이야기했다.

최근 세계적 거장 켄 로치 감독이 우리에게 연대 편지를 보내왔다. 그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 “한 번의 전투에서 졌더라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 아카데미 극장은 무너졌지만, 우리가 극장 앞에서 보여준 민주시민의 자세와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히 살아있다.

”타인의 노동을 착취해 부를 축적하는 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모든 기회를 틈타 돈을 벌려 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건물들을 기꺼이 파괴하기도 하죠.
정말 긴 싸움입니다, 그렇지요. 우리가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유일한 사실은, 한 번의 전투에서 졌더라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계속 싸워야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분명, 여러분은 그렇게 하실 작정이시겠지요. 우리 모두에게 힘이 되는 것 중 하나는, 이렇게 국경을 넘어 서로 연결되는 일입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싸움의 일부입니다. 여러분의 힘은, 이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우리 모두를 지지해줍니다. 여러분 또한 같은 마음이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원주의 친구들께 감사드리며, 이곳에서 우리가 자주 쓰는 말로 인사를 전합니다. Solidarity(연대)!“ - From. Ken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가 무력해지고, 평화로운 시위가 범죄가 되는 세상을 나는 원하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는 이 도시에서, 시민의 목소리가 존중받는 그날까지, 우리는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다.

지금 나는 법정에서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원강수 시장은 권력의 힘으로 법을 무시하고도 뻔뻔하게 시민들을 고발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두려움이 없지 않지만, 시민들과의 연대 속에서 문화적 가치를 지켜나갈 것이다. 혼자였다면 어려웠을 일이 함께여서 가능했다.

아직 긴 법적 싸움이 남아있다. 검찰은 시민 24명에게 총 5년 10개월의 징역과 4,500만원의 벌금형을 구형했다. 시민들의 탄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아카데미의친구들을 지켜주세요’ 손피켓 인증사진도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 여러분의 연대와 후원이 우리가 끝까지 싸울 수 있는 용기가 될 것이다. 원주 아카데미 극장을 지키는 운동은 단지 극장 하나를 지키는 운동이 아니었고, 극장이 무너진 이후에도 이 운동은 지속되어야 한다. 이 운동은 자본의 개발 논리에 맞서 지역사회와 공공성을 지키는 싸움이며, 그렇기에 이 운동에 헌신해온 이들과 함께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주길 호소한다.

🚨긴급🚨아카데미극장 철거 저지 시민 24인 실형 구형, 탄원에 연명해주세요!
🚨긴급🚨아카데미극장 철거 저지 시민 24인 실형 구형, 탄원에 연명해주세요!
  • 지역의 문화자산을 지키기 위해 비폭력적으로 전개된 시민행동이 형사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 8월 11일 있을 선고에 앞서 피고인들의 선처를 구하는 취지의 탄원서에 개인과 단체 연명을 받고 있습니다.
  • 문화유산과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 문화예술과 영화를 사랑하고 애정하는 전국의 시민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 함께해주십시오!
  • 💪 https://bit.ly/시민24인탄원서
  • 💪후원계좌: 신협 131-022-446262 (아카데미의친구들)

‘아카데미의친구들’을 위한 연대의 방법은 아카데미의친구들 SNS를 통하여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 @wonjuacademy1963

글 : 김소혜 (플랫폼c 강원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