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 조란 맘다니, 자본주의의 본거지 뉴욕에 민주사회주의의 깃발을 꽂다
2025년 7월 12일
지난 6월 24일 치러진 뉴욕시장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스스로를 ‘민주적 사회주의자’이자 ‘시아파 무슬림’, ‘인도계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으로 소개하는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가 승리했다. 맘다니는 압도적인 1차 투표 득표율(43.45%)로 2위 앤드루 쿠오모(36.50%)를 누르고 승리했다. 민주당의 랭킹 선택 투표(Ranked-Choice Voting) 시스템에 따라, 조란 맘다니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연합’을 구성했던 브래드 랜더(Brad Lander)의 득표를 합해 7월 1일 최종라운드 기준 56.0%를 넘어 민주당의 공식적인 뉴욕시장 후보로 선출됐다.
조란 맘다니는 누구이고, 무엇을 대변하는가? 몇 달 전만 해도 지지율 1퍼센트에 불과했던 그가 맨하튼의 부유층이 장악하고 있던 뉴욕 정계를 뒤흔든 젊은 정치인으로 등극할 수 있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도계 아프리카 우간다 출신 이주민
조란 맘다니는 1991년 우간다 캄팔라에서 인도계 이주민의 자녀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마흐무드 맘다니는 아프리카 현대정치와 탈식민주의, 국가 폭력과 인권, 아파르트헤이트 등에 대해 연구해온 저명한 탈식민주의 연구자로, 권위주의화된 오보테 정권으로부터 우간다에서 추방됐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포스트 아파르트헤이트 시대 남아공 학계의 ‘식민화’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을 제기하다가 대학을 떠나기도 했다. 어머니 미라 나이르는 인도 출신으로 사회비판적인 통찰을 담은 작품들을 주로 만들어온 독립영화 감독이자 제작자로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맘다니 가족은 조란 맘다니가 7세이던 1998년 뉴 욕으로 이주했는데, 이러한 환경은 그가 다양성과 역동성을 고민할 수 있게 했다.
정체성에 대한 맘다니의 고민은 복잡하다. 언젠가 그는 대학 입학 지원서의 ‘인종’란에 어떻게 기재했는지 말한 적 있는데, “아시아인, 흑인, 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Asian and Black or African American)이라고 표기했고, 또 다른 공간엔 “우간다인”이라고 적었다고 한다. “한계적이긴 하지만, 제 대학 지원서가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반영하기를 원했습니다.” 자신의 복잡하고 다양한 정체성에 대한 그의 고민 자체가 이 인물을 구성하지 않을까 싶다. “이 모든 정체성들이 저를 만들었고, 저는 이 모든 것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이런 점을 감추려 하기보다는 뉴욕시장 캠페인에 적극 활용했다. “이 도시는 전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곳이며, 저의 경험은 바로 이 도시의 정신을 반영합니다.”
대학에서 ‘아프리카 연구’를 전공한 조란 맘다니는 졸업 후 뉴욕시의 주택 압류 방지 상담가로 일하며 지역사회의 경제적 곤경을 직접적으로 경험했다. 이를 통해 퀸즈 전역의 저소득 유색인종 주민들이 강제퇴거를 피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러한 활동 경험은 그가 “민주사회주의자”로서 공직에 출마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됐다. 2018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그는 2020년 뉴욕주 의회 제36선거구(Astoria, Ditmars-Steinway, Astoria Heights 포괄)에 출마해 민주당 현역 의원을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당선됐고, 이후 재선에도 성공했다.
2024년 10월 23일 맘다니는 뉴욕시장 선거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4개월이 지난 100여 일 후인 올 2월 초 여론조사(Emerson College Polling/PIX11/The Hill survey)에서 조란 맘다니는 1%의 지지율을 기록했는데, 이때만 해도 앤드류 쿠오모 전 주지사가 33%로 선두를 달리고 있었고, 현 시장인 에릭 아담스가 10%로 뒤를 이었다. 한데 이후 5개월 동안 그의 지지율은 1%에서 46%까지 급등하며 경선에서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도시
맘다니 캠페인은 뉴욕시의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도시(A CITY WE CAN AFFORD)’라는 슬로건으로 집약된다.
- 우선, 뉴욕시장이 임명하는 9명으로 구성된 임대료 가이드라인 이사회(Rent Guidelines Board)의 결정에 따라 아파트 절반의 임대료를 동결하겠다고 약속하고, 과거에도 임대료를 세 차례 동결한 선례들을 언급했다. 또한, 현 시장 에릭 아담스(Eric Adams)가 2백만 명 이상의 시민들의 임대료를 9% 인상했으며, 추가 8% 인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둘째, 총 5개의 시립 식료품점 시범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이는 식료품 가격 상승과 식품 사막화(음식 구입이 어려운 지역)라는 이중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총 6천만 달러의 비용이 들 뿐이며, 기업형 슈퍼마켓 보조금 프로그램 비용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 셋째, 버스 시스템의 주요 축을 보편적으로 접근 가능하고, 빠르며,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무료 버스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무상교통 시범 프로그램에서 탑승객이 30-38% 증가했으며, 새로운 탑승객의 11%가 자가용이나 택시 대신 무료 버스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보탰다. 이에 더 해, 대중교통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Fix the MTA’라는 8개의 법안 패키지를 제안했다. 이 법안은 요금 동결, 서비스 증대, 버스 무료화 외에도, MTA 재원 확충과 버스 전용 차선에 정차하는 차량에 대한 단속 강화, MTA 이사회에 승객의 투표권 부여 등을 포함한다.https://www.youtube.com/watch?v=RScORcC0ssQ (시내버스 무료화 공약 영상)
- 넷째, 5세 미만 아동을 위한 보편적 무상 보육.
- 다섯째, 대규모(20만 가구) 공공주택 건설.
- 여섯째, 2030년까지 최저 임금을 시간당 30달러로 인상(2027년에는 20달러)하겠다고 공약했다. 이것의 논리적 근거는 뉴욕시의 독신 성인을 위한 생활임금 기준이다.
- 일곱째, 경찰이 심각한 범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신건강 대응팀을 포함한 지역사회 안전 부서(Department of Community Safety) 창설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뉴욕경찰은 ICE(미국 이민세관단속국) 작전을 지원할 게 아니라 시민들의 공공안전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맘다니는 자신의 정책에 대한 재원 조달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선 법인세율을 뉴저지주의 세율(7.25%에서 11.5%)과 맞추어 50억 달러의 추가 수입을 확보하고, 연간 100만 달러(14억 원) 이상의 고액소득자 중 상위 1%에 대한 소득세를 2%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트럼프 행정부 감세 조치 이전보다 납세자들에게 더 적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재정정책연구소(Fiscal Policy Institute) 분석을 인용해 상위 1%의 도시 이탈률이 다른 소득계층보다 4분의 1 수준이며, 이탈하더라도 뉴저지나 캘리포니아와 같은 고세율 주로 옮긴다는 점을 언급했다. 실제 2021년 뉴욕주 의회에서 억만장자와 기업에 대한 세금 인상이 추진되면 부자들이 떠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유입자들이 더 많았다. 자본 이탈에 대한 공포를 실증적인 사례를 통해 논박한 것이다. 임대료 동결의 경우, 시의 재정 지출이 없더라도 ‘임대료 가이드라인 이사회’ 결정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바로 시행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소개하는 페이지에서 그는 자신이 친기업 정책에 맞서 다른 대안을 지향한다는 점을 밝힌다. “뉴욕이라는 글로벌 대도시의 주택 위기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선택된 것’이라는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이는 수십 년간 이뤄진 친기업 정책의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항상 변화의 기회가 있으며, 조란 맘다니는 그 일부입니다.” 그가 미국 사회의 지배적인 통념과 이데올로기를 재정의하고, 공공성을 포괄하는 의미로 전유하고자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그는 ‘아메리칸 드림’은 “삶의 안정에 대한 꿈”이라면서, “많은 시민들이 열심히 일하고도 고향이라고 부르는 도시에서 살 만큼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하는 현실”을 환기하고 있다.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나?
전통적으로 뉴욕은 민주당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도시다. 뉴욕시 유권자 중 민주당 등록 유권자의 수는 공화당 유권자보다 훨씬 많고, 시장을 비롯한 주요 선출직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 민주당 내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지만, 오랫동안 월가를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성향의 세력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친기업적이고, 정부 재정의 건전성을 강조하며, 착취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에는 무관심하다. 그렇기에 민주사회주의 경향은 오랫동안 소수파에 불과했다. 이들은 강력한 사회안전망·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급진적 정책·노동권 강화·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과감한 조치 등을 주장하며, 종종 민주당 주류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OC)와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민주사회주의적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소수파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란 맘다니가 뉴욕시장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면 조란 맘다니는 어떻게 억만장자들과 월스트리트의 대변자인 쿠오모에 맞서 승리할 수 있었나? 가장 많이 언급되는 점은 “강력한 풀뿌리 운동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이다. 조란 맘다니에 따르면, 캠페인에 함께 하는 4만 6천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150만 호의 문을 두드렸고, 210만 회의 전화통화를 하는 등 강력한 풀뿌리 운동을 펼쳤다. 이는 분명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역량이다. “자원봉사자들은 폭우가 쏟아지거나 섭씨 35도가 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활동”했고, 사회초년생부터 70대 활동가, 82세 노인 등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이에 함께했다고 한다. 이러한 풀뿌리 조직은 자본가 엘리트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돈에 대한 사람들의 승리"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풀뿌리 활동은 단순히 선거운동 시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맘다니가 막 주의회 의원으로서의 임기를 시작한 2021년 8월, 많은 뉴욕 주민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거나 수입이 감소해 임대료를 지불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한데 당시 지방정부는 강제퇴거 유예 기간을 만료하게 됐고, 수많은 세입자들이 강제퇴거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 뉴욕주 전역의 세입자 및 홈리스운동의 연대체인 '모두를 위한 주택 정의(Housing Justice for All)'는 ‘주거는 인간의 기본권’이라며, ‘퇴거 유예 기간의 연장’과 ‘영구적인 세입자 보호 조치’를 요구하며 투쟁했다. 8월 19일, 맘다니를 비롯한 브루클린 집회 참가자들은 시청 앞 도로를 봉쇄하고, "퇴거를 멈춰라, 생명을 구하라(stop evictions, save lives)"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 결과, 맘다니를 비롯한 17 명이 체포됐다.

이외에도 주거권과 노동권을 위한 맘다니의 연대 사례는 더 많다. 뉴욕의 택시 노동자들은 택시사업 면허증 ‘메달리온(medallion)’ 취득 과정에서 막대한 빚을 진다. 설상가상 우버와 같은 승차플랫폼 서비스가 시장을 잠식하면서, 메달리온 없이도 영업을 할 수 있게 됐고, 빚더미인 채 권리는 사라진 ‘깡통 메달리온’ 상태로 전락하게 됐다. 2021년 10월 펼쳐진 택시 노동자 투쟁에 함께한 맘다니는 뉴욕시청 앞 택시 노동자들의 45일 연속 시위에 연대하다가 체포됐고, 15일간의 단식 투쟁에도 동참했다. 이러한 투쟁 끝에 2021년 11월 3일, 뉴욕시, 뉴욕 택시 노동자 연합, 그리고 최대 메달리온 대출 기관 사이에 부채 경감 합의가 이루어졌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맘다니는 풀뿌리 대중운동과 유대감을 형성했고, 공통의 요구를 만들 수 있었다. 특히 ‘임대료 동결(rent freeze)’ 공약은 맘다니가 만난 평범한 시민들에 의한 아래로부터의 요구가 만들어낸 것이었고, 지역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에 더 해 선거운동 기간 맘다니는 지지 자들과 쉴새없이 셀카를 찍고 지하철을 이용해 움직이는 등 파급력 넘치는 에너지를 보여주었다. 이런 에너지는 바이럴 비디오와 대담한 아이디어를 통해 확산됐다.
미국의 주류언론과 정치인들은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나 AOC 같은 좌파 성향 정치인들의 ‘에너지’만 주목하고 정책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틀렸다. 맘다니의 인기는 무엇보다 그의 정책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싸운다’고 시민들에게 반복적으로 설파하는 것이 그가 가난한 시민들의 지지를 광범위하게 획득한 이유다. 실제 유고브(YouGov)와 야후 뉴스(Yahoo News)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맘다니의 정책은 뉴욕 시민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가령 5세 이하 어린이 무료 보육에 대해선 62%가 찬성한다고 밝혔고, 저소득층 세입자를 위한 임대료 동결에 대해서도 60%가 찬성했다. 이윤추구보다 저렴한 가격 유지에 중점을 둔 시립 식료품점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공약 역시 51%가 찬성(반대 31%)했으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나 버스 요금 무료화 역시 높은 지지를 보였다. 이는 맘다니의 정책이 뉴욕 같은 민주당 지지 성향이 높은 도시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팔레스타인과의 연대
풀뿌리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함께한 맘다니의 이력은 지역 사안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누구보다 이스라엘 시오니스트들에 의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학살에 맞선 운동에 적극적이었다. BDS 운동의 오랜 지지자이며, 대학 재학 시절엔 '팔레스타인 정의를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Justice in Palestine)' 지부를 설립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함께 했다. 지난 2년 사이 가자지구에서 일어난 끔찍한 집단학살에 맞서, 가자지구 사태와 관련하여 여러 시위에 적극 참여했으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 작전을 "집단학살(genocide)"이라고 일관되게 지칭해왔다. 2024년 11월엔 “시장이 된다면 네타냐후의 뉴욕 방문을 환영할 거냐”고 묻는 인터뷰어 질문에 “뉴욕시의 가치는 국제법과 일치해야 하”며, “베냐민 네타냐후를 체포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네타냐후의 집단학살 혐의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한 것이 그 근거였다.
혐오로 얼룩진 시대에 선거운동 기간 그가 미국 사회에 만연한 ‘무슬림’ 혐오 정서를 정면으로 돌파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그는 무슬림에 붙여진 딱지를 피하려 하지 않았다. 캠페인 기간 동안 “착한 무슬림은 죽은 무슬림(The only good Muslim is a dead Muslim)”과 같은 혐오 메시지를 수없이 많이 받았지만, 이를 회피하지 않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Q5e6ihnji-M
물론 민주당 주류 세력은 맘다니를 공격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벌써부터 리버럴 또는 친시오니즘 성향의 매체들로부터 온갖 가짜뉴스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가령 뉴욕타임스는 맘다니가 대학 지원서에 아시아계와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기재한 사실을 보도했는데, 이 기사의 정보 출처는 IQ 테스트 결과를 사용해 흑인이 다른 인종보다 정신적으로 열등하다고 주장하는 인종 과학자들의 연구를 정기적으로 옹호해온 조던 래스커(Jordan Lasker)다. 향후 시오니스트들은 유대인 위원회(Jewish Board of Deputies) 같은 이스라엘의 '대리자' 조직을 활용해 맘다니를 '반유대주의자'로 공격할 것이다. 맘다니는 이러한 공격에 절대 유화책을 쓰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신념을 굳건히 지키고, 자신을 지지하는 진보적 유대인들의 연대를 바탕으로 ‘반유대주의’라는 프레임의 잘못된 공격을 막아내야 한다.

차이와 한계를 넘어, 아래로부터 풀뿌리운동의 강화를
벌써부터 월스트리트의 투기꾼들은 ‘공화당’에 내주더라도 조란 맘다니를 떨어뜨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가령 뉴욕타임스는 6월 16일자 신문 사설에서 이례적으로 어떤 후보도 공식적으로 지지하지 않으면서도 맘다니에게는 투표하지 말라고 강력히 권고한 바 있다. 이 사설은 “우리는 맘다니가 뉴욕 시민의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경험은 너무 얕고 의제는 빌 드 블라시오 전 시장의 실망스러운 시정보다 더 과격한 버전으로 읽힌다”면서, 앤드류 쿠오모 전 주지사에 대해서는 윤리와 행동에 심각한 이의를 제기하면서도, “그(쿠오모)가 맘다니보다는 뉴욕의 미래에 더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맘다니의 뉴욕시장 후보 선출은 국내 주류 언론을 통해서도 크게 보도되고 있다. 급진적인 공약과 투쟁 경험을 내세우는 33살의 신인이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중심으로 일컬어지는 뉴욕 시장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중앙일보 등 보수언론들은 맘다니의 좌파적 성향을 부각하며, 무료 대중교통, 임대료 동결, 부자 증세 등 정책이 뉴욕의 기업 활동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한다.
조란 맘다니의 등장을 통해 무엇을 배울 것인가? 앞서 언급했듯, 갑자기 특별한 선거 캠페인 기예에 의해 이뤄졌다고 봐선 안 된다. 선거운동 이전에 두터운 사회운동을 조직하는 것, 자본의 공공성 위협과 착취에 맞선 풀뿌리 저항에 능동적으로 함께 하는 것이 이 여정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멀리는 2011년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운동부터 가깝게는 2016년과 2020년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의 대선 캠페인, 2014년 혹은 2020년 전국적으로 폭발한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 2024년 이래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에 이르는 과정에서 형성되어 온 ‘민주사회주의’ 경향의 광범위한 네트워크가 있었기 때문에, “4만6천 명의 자원봉사자”라는 기반도 가능했을 것이다.
선거운동 문제를 좁혀 보더라도 단순히 조란 맘다니처럼 캠페인을 운용하자는 것이 해답이 되긴 어렵다. 미국과 한국의 선거운동 관련 법률은 매우 다르다. 특히 한국에선 공직선거법 제106조에 따라 '누구든지 선거운동을 위하여 또는 선거와 관련하여 호별로 방문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거리 유세와 같은 형태만 허용된다. 이는 자원봉사자 4만6천 명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150만 명의 시민을 직접 만났다는 맘다니 캠페인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건국 초기부터 1987년 민주화 이전까지 한국 정치사에서 선거는 극심한 혼탁과 부정이 만연했다. 특히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는 여당이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다양한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했다. 따라서 군부독재 시기가 막을 내린 후, 호별방문은 이러한 부정 선거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여겨졌다. 후보자나 선거운동원이 개별 가정을 직접 방문하여 지지를 호소하는 과정에서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거나, 유권자에게 직접적인 압력을 가 행사하는 사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정치인이나 활동가, 선거운동원이 유권자의 집을 직접 방문하여 대화할 기회를 빼앗기도 한다. 유권자들이 선거에 대한 심도 깊은 정보를 얻기 어려워져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소외된 계층은 후보자들이 직접 찾아와 목소리를 듣는 경험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는 곧 인지도나 자금력이 부족한 신인, 소수정당, 풀뿌리운동 기반의 후보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상실하게 됨을 의미한다. 개별 유권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이 제한되면서, 후보자들은 복잡한 정책보다는 간결하고 자극적인 슬로건, 이미지 메이킹, 또는 인물 자체의 매력에 의존하게 되고,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정책을 깊이 이해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한국 사회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는 채 싹을 틔우기도 전에 제도에 의해 짓밟힌 셈이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의 효율성과 자본의 논리를 강조한다. 마찬가지로 선거법상 호별방문 금지는 선거 운동을 ‘광고’나 오늘날 ‘유튜브’ 같은 매체를 통한 간접 접촉으로 전환시킨다. 이는 캠페인 비용을 증가시키고, 자본이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대한다. 선거가 돈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처럼 작동하게 만들어, 많은 자원을 가진 후보가 유리해지는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다.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한국에서 조란 맘다니 같은 현상이나 풀뿌리 정치 캠페인이 영원히 불가능한 것처럼 볼 수 있다. 하 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말이다. 제도의 장벽은 객관적 현실이지만, 그 장벽을 무너뜨리는 힘은 아래로부터의 열망을 사회운동으로 얼마나 광범위하게 조직해내느냐에 있다. 한편으로는 ‘자본 중심’의 공직선거법의 한계를 비판하면서도, 그것을 우회하는 다양한 투쟁들을 통해 그 장벽에 도전함으로써, 장벽을 무너뜨리는 운동을 펼쳐야 한다. 선거운동 시기가 아닐 때에는 얼마든 호별방문을 통한 사회운동 캠페인이 가능하며, 대규모 아파트단지라는 독특한 주거 형태가 오히려 효율적이고 능동적인 마주침을 자극하기도 한다. 문제는 아래로부터의 조직력을 강화하는 기획과 실천의 존재 여부다.
글 : 홍명교 (플랫폼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