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위구르자치구 마을 이름 변경은 21세기의 식민주의이다

신장위구르자치구 마을 이름 변경은 21세기의 식민주의이다

2000년대 이래 중국 정부는 위구르족 주민들의 일상적인 종교·문화 관습과 정체성 표현을 폭력적 극단주의와 결부시켜왔다.

2024년 8월 9일

[동아시아]중국대륙신장위구르자치구, 식민주의, 소수민족, 제국주의, 팔레스타인, 시진핑

노르웨이의 비영리단체 ‘위구르에 도움을(Uyghur Hjelp)'은 휴먼라이츠워치와 함께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 국가통계국 데이터를 공동조사했다. 공동조사 결과, 해당 기간 신장위구르자치구의 2만3,291개 마을 중 약 3,600개 마을의 이름이 행복'(幸福), '단결'(团结), '화합'(和谐) 등으로 변경됐고, 이 중 630개 마을은 종교적, 문화적 또는 역사적 성격에 따른 명칭의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마을들의 명칭 변경은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분류된다. 먼저 종교다. 이슬람교 종파 중 하나인 수피교 지도자의 호칭인 호자(霍加), 수피교 건물의 일종인 하니카(哈尼喀) 등 이슬람 용어와 샤먼인 박시(巴合希) 등 샤머니즘에 대한 언급과 함께 종교에 대한 언급은 모두 삭제됐다.

두 번째는 역사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전의 왕국, 공화국, 지역 지도자의 이름을 포함한 위구르 역사와 관련한 명칭과 '궁전'을 의미하는 오르다(欧尔达), 술탄(苏里坦), 베크(博克) 등 과거 위구르족 역사에서 정치적 또는 명예적 칭호였던 명칭도 모두 바뀌었다.

세 번째는 문화. 당국은 또한 수피교 사원인 마자르(麻扎), 위구르 음악 문화의 핵심인 악기 두타르(都塔尔) 등 위구르 문화를 나타내는 마을 이름에서 해당 단어를 삭제했다.

2011~2023년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이름이 변경된 마을들의 수
2011~2023년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이름이 변경된 마을들의 수

마을 명칭 변경 대부분은 중국 정부의 반인도적 범죄가 이 지역에서 확대된 2017년부터 2019년 사이에 일어났다. 특히 위구르족 다수가 거주하는 신장위구르자치구 남부 카슈가르, 아크수, 호탄지구 등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명칭 변경은 마을 주민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한 마을 주민은 재교육 수용소에서 풀려난 후 마을로 돌아가려 했으나 버스 발권 시스템에 자신이 알고 있던 마을 이름이 더 이상 포함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그는 명칭 변경으로 인해 정부 서비스에 등록하는 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도 벌어졌다. 한 주민은 잃어버린 장소들을 기억하기 위해, 자신이 살던 곳 인근에 대한 시를 쓰거나 노래를 만들었다.

중국 정부가 아직 비준하지 않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 제27조는 "민족적, 종교적 또는 언어적 소수 민족이 존재하는 국가에서는 그러한 소수민족에 속한 사람들이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문화를 즐기고 자신의 종교를 고백하고 실천하거나 자신의 언어를 사용할 권리를 거부당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규약을 해석하는 독립적 기구인 유엔 인권위원회는 논평에서 "이러한 권리의 보호는 해당 소수민족의 문화적, 종교적, 사회적 정체성의 생존과 지속적인 발전을 보장하여 사회 전체의 구조를 풍요롭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며, “이러한 권리는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며, 소수민족의 권리 보호를 강조했다.

마을 명칭의 변경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 카슈가르 시의 쿠트페딘 마자르 마을(库普丁麻扎村)은 13세기 페르시아의 정치가이자 시인인 쿠트브 알딘 알 시라지의 사당 이름을 따서 명명된 것이었으나 2018년 장미꽃 마을(玫瑰花村)로 개명되었다.
  • 키질수 키르기스 자치주 아커다호현의 악 메시트 마을(하얀 모스크라는 뜻, 阿克美其特村)은 2018년에 단결촌(团结村)으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 아크수시의 호자 에릭 마을(수피 지도자의 개울이라는 뜻, 霍加艾日克村)은 2018년에 버드나무 마을(柳树村)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 카라카슈 현의 두타르 마을(都塔尔村)은 위구르 악기의 이름을 딴 마을로, 2022년에 붉은 깃발 마을(红旗村)로 이름이 바뀌었다.
  • 위구르어로 ‘나무’를 뜻하는 쿠차(库车, كۇچار)현의 모마티에렉 마을(莫玛铁热克村, Momatierek)은 용고단결촌(甬库团结村)으로 변경됐다.

2009-2023년 간 삭제되거나 변경된 마을 이름의 빈도
2009-2023년 간 삭제되거나 변경된 마을 이름의 빈도

한편 특정 단어는 마을 이름에서 삭제될 가능성이 더 높았다. 2009년 신장에 '마자르'라는 단어가 마을 이름에 포함된 마을은 47개였는데, 6개 마을을 제외한 모든 마을이 이 단어를 마을 이름에서 삭제됐다. 2016년에는 28개 마을의 이름에 '호자'가 등장했지만 2023년에는 3개 마을만 남아있었다. 신장에서 수피교도들의 집회를 뜻하는 '하니카'라는 단어가 들어간 13개 마을 중 10개 마을에서 이 단어가 사라졌다.

이를 대신해 등장한 단어들은 '행복'(幸福), '단결'(团结), '화합'(和谐),'광명(光明)' 등이었다. 각각 79개, 69개, 55개 마을이 이들 단어들이 포함된 이름으로 변경됐다.

이러한 중국 당국의 위구르족 마을 명칭 변경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마을 명칭 변경을 떠올리게 한다. 팔레스타인 지리학자 슈크리 아라프의 1992년 연구에 따르면 이름이 히브리어로 변경된 역사적 장소가 약 2780개로, 340개의 마을과 도시, 1,000개의 키르바트(유적), 560개의 간헐하천과 강, 380개의 샘, 198개의 산과 언덕, 50개의 동굴, 28개의 성과 궁전, 14개의 연못과 호수 등이다.

2014년 5월, 중국 정부는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폭력 테러리즘에 대한 강경 대응 캠페인'을 시작한 바 있다. 또, 2017년부터는 위구르족과 다른 투르크계열 무슬림(카자흐족, 키르기스족, 우즈베크족 등)에 대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탄압을 벌이기도 했다. 여기에는 대규모의 구금, 고문, 실종과 감시, 문화적·종교적 박해, 가족과의 분리 조치, 강제노동, 성폭력, 생존권 침해 등이 포함된다.

2000년대 이래 중국 정부는 위구르족 주민들의 일상적인 종교·문화 관습과 정체성 표현을 폭력적 극단주의와 결부시켜왔다. 2017년 4월, 중국 정부는 “비정상적인 이름으로 종교적 열정을 전파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신장위구르자치구 탈극단화 규정’을 공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사담, 메디나 등 전 세계 무슬림에게 공통된 종교적 의미를 지닌 수십 개의 이름이 “종교적 열정을 과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금지됐다.

2022년 8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신장 지역에서 중국 정부의 인권 침해가 “국제 범죄, 특히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수백 년 넘게 이어진 위구르족 마을 이름을 바꾸는 문제는 정착민 식민주의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가령 오늘날 정착민 식민주의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이스라엘 시오니스트들은 팔레스타인 지명의 히브리어화를 오랫동안 추진해 왔다. 1880년 유대민족기금(JNF)는 아랍계 사람들이 살던 땅을 하나씩 구매해 이 땅의 지명을 히브리어로 변경해왔다. 1948년 나크바 이후에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계승하여 1949년 후반 네게브 지역·지명 지정 위원회를 창설해 지명의 히브리어화를 추진했다. 당시 총리였던 다비드 벤구리온은 자신의 일기에 “우리는 이 장소에 히브리어 이름을 붙여야 한다. 만약 옛 이름이 있다면, 없다면 새로운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했고 네게브 위원회에 보낸 편지에도 “우리는 국가적 이유로 아랍어 이름을 제거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가 아랍인의 정치적 토지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그들의 영적 소유권과 이름도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가령 루루비야 마을은 라비 마을로 바뀌었고, 사푸리아 마을은 지포리 마을로 바뀌었다.

중국 당국의 위구르족 마을 이름 변경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명과 마을에 한 것과 다르지 않다. 그것은 위구르족의 문화, 역사, 종교 등을 배제하고 삭제하는 행태이며, 정착민 식민주의의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는 중국 고위관료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국가민족사무위원회 주임이자 중국공산당 중앙통일전선 공작부의 부부장 판위에(潘岳)는 “중국이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의 식민지배 방식에서 배워야 한다”며, “한족 정착민을 서부(신장) 국경 지역 유입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참고: 중국과 이스라엘은 오랜 시간 사회운동 억압에 협력해왔다). 식민지의 아픔을 겪은 모든 시민사회는 이러한 방식의 억압적인 식민주의에 반대해야 한다. 위구르족을 비롯한 소수민족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밀고, 다양한 민족과 공동체가 어떻게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2017년 12월 4일, 감시카메라와 "애당애국"이라 적힌 현판 앞이 걸린 카슈가르 서부의 모스크 입구 앞을 두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GIULIA MARCHI
2017년 12월 4일, 감시카메라와 "애당애국"이라 적힌 현판 앞이 걸린 카슈가르 서부의 모스크 입구 앞을 두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GIULIA MARCHI

글 : 박성우 (동아시아 사회운동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