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착취해 만든 건국우유 비즈니스의 비밀
2024년 7월 17일
건국유업과 건국햄은 건국대학교 축산대학을 기반으로 1960년대부터 60여년 동안 다양한 유제품 및 육가공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쿠팡 등 온라인 쇼핑몰이나 일반 매장 등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다. 건국대학교 측은 이렇게 우유와 햄을 팔아 남긴 수익을 건국대 학생들의 장학금에 사용한다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돈이 노동자들을 부당하게 착취해 벌어들인 돈이라면 어떨까? 그 이윤의 수혜자인 학생들이 흔쾌히 학업에 임할 수 있을까?
지난 3월 음성노동인권센터는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건국유업·건국햄(이하 ‘건국우유')에서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용직 노동자를 사용하고 근로계약서 미작성, 주휴수당 미지급, 연차휴가 미부여 등 이들의 노동법상 권리를 침해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에 음성노동인권센터는 건국우유 및 사내하도급업체 ㈜제이앤비맨파워, 직업소개소 돼지인력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을 청원했고, 지난 7월 1일 현장 근로감독 결과 사내하도급 업체 직업소개소 사이의 불법파견 관계가 적발됐다.
건국우유 공동행동은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건국대지부, 음성노동인권센터, 전국교수노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학생사회주의자연대 등 음성지역과 서울지역, 노동자와 학내 주체 간 연대로 구성되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건국우유 공동행동뿐만 아니라 음성민중연대, 플랫폼C 등 기자회견 공동주최로 나선 시민단체들도 함께 하였다. 또한 10여 명의 건국대 학생들을 포함해 20여 명이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충북 음성의 다단계 간접고용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건국대지부 지부장으로 사회를 맡은 심규원 건국우유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나의 학교가 앞장 서서 노동 착취를 벌이고 있는 현실에 분노해 학생들이 모였다”며, “우리는 건국대학교가 건국우유에서 자행하고 있는 불법파견 관행을 철폐하고 공장 내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할 것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참가자들은 “건국대학교는 건국우유의 불법파견/간접고용 철폐하라!”, “건국대학교가 건국우유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책임져라!” 등 심 위원장이 제창한 구호를 함께 외쳤다.
첫 번째 발언에 나선 박윤준 음성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은 “최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에스코넬-아리셀 화재 참사 역시 간접고용과 불법파견으로 점철된 불안정 노동의 현장이었다”며 “음성 지역 또한 지난 20년 간 직업소개소와 사내하도급 업체, 원청 간의 다단계 간접고용 구조가 뿌리 깊게 자리잡은 지역”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박 상담실장은 “고용노동부 충주지청의 근로감독 결과, 건국우유의 하청업체인 제이앤비맨파워가 지역의 직업소개소들과 불법파견 관계를 맺고 일용직 노동자들을 착취해 온 것이 밝혀졌다"며,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고 임금이 얼마인지도 모른 채 임금을 착취당하며 일하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박윤준 실장에 따르면 건국우유는 "본인들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고, 이사장 면담을 요청하였음에도 본인들과 관계가 없는 사안이라며 면담을 거부"하고 있다. 박 실장은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가 진짜 사장인 건국대학교가 이 사안에 대해서 책임지라고 요구하자”며, 원청인 건국대학교의 책임을 강조했다.
노동자 착취해 벌어들인 장학금 거부
다음으로 건국대학교 학생들의 규탄발언들이 이어졌다. 이인진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건국대지부 부지부장은 “건국우유라고 하면 우리 학교가 운영하는 수익사업체 중 하나로만 알았다. 그런데 노동자 당사자분의 생생한 착취 증언을 듣고 몹시 송구스러웠고 학교에 분명한 책임을 묻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직업소개소에서 값싸게 파견된 일용직 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조차 보지 못한 채 노동 현장에 그야말로 내던져졌다고 한다. 이처럼 일용직 노동자들을 고용해 가장 이득을 보는 대상은 누구인가? 도망치지 말라. 이 착취 고리의 최종심급은 하도급업체도 직업소개소도 아닌 원청이 건국우유, 그리고 건국우유를 경영하는 건국대학교 법인에 있다”고 건국대학교의 무책임을 비판했다.
이어서 이 부지부장은 “대학에서 건국우유를 경영하며 발생한 수익금은 대학의 장학금으로 사용된다. 노동자들의 눈 물과 피로 일군 장학금은 거부하겠다. 우리 학교는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의 어려움에 민중을 위한 공동체와 혁신의 정신으로 설립되었다. 우리 대학의 역사를 다시 돌아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건국대 학생인 김소연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건국대지부 회원은 “이번 사안을 마주하는 마음이 유독 더 분노스럽고 비통한 것은 제가 몸담고 있는 학교에서만큼은 노동자를 착취하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일말의 신뢰와 애정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대학 당국에 대한 분노와 실망감을 표출했다.
“대학이라는 공간은 사회적 가치를 배우고 형성해 나가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현 시대의 대학의 모습이 취업 사관학교 같은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저는 건국대에서 시대적 과제를 고민하고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기 위한 공부를 하고자 했습니다. 대학으로서의 공적 책임을 방기한 건국대학교 재단에 큰 실망과 분노를 표합니다!”
휴일·병가 없이 착취한 건국우유
이날 기자회견을 위해 음성 지역에서 올라온 이들도 있었다. 김규원 음성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은 “ 지역에서의 건국우유는 ‘충북우유’라고 알려질 만큼 지역에서 나름의 애정이 있다. 음성에 공장 이 있기에 음성토박이인 제 배우자도 어릴 때부터 음성의 우유라고, 지역의 우유라고 인식하며 지금까지 마시고 있다”라며, “그런데 건국우유 노동자들이 노동법상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현실에 건국우유를 끊어야 하냐는 고민이 있다. 지역의 제품을 사랑하고 싶어도 건국우유가 그러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건국우유가 가장 급선무로 해야 하는 일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온전하게 되찾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역의 소비자로서 이번 사안에 대한 입장을 말했다.
건국우유 공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10개월 동안 일하다가 하루아침에 부당해고된 노동자 A씨 또한 발언에 나섰다. A씨는 “건국우유에 일하는 사람들은 건국대라는 대학의 법인에서 일한다는 나름의 자부심이 있다”면서, 자신 역시도 “일용직으로 일하면서도 자부심을 가졌다"고 회고했다. 그런데 갑자기 작업시간이 바뀌게 되면서 "몸살이 나 병원에서 링거를 맞아가며까지 일을 했는데, 갑자기 ‘내일 아침부터 나오지말라’고 통보를 받고 해고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A씨는 “일용직 노동자들은 휴일도 없고 병가도 없다. 음성 지역에서 그래도 건국우유 공장이 큰 사업장에 속하는데 그런 사업장이 모범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다. 그렇게 피해를 입으면서도 당장의 생계로 인해 노동자들이 침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에 나라도 세상에 얘기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기자회견장까지 오게 됐다”고 지난 경과를 설명했다.
사실 A씨의 입장에서 기자회견 자리까지 참석하기란 쉬운 결심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모이고 특히 건국대 학생들까지 나서주니 기운이 생기고 용기가 난다"며, "다들 이렇게 연대해주어 정말 감사하다”고 고마움의 인사를 전했다.
원청 건국우유가 책임져라
마지막으로 발언에 나선 임용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파견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26년째가 되었다. 지난 26년 동안 일터 곳곳에서 저임금 고위험 장시간 노동을 하는 불안정 노동자들이 가득해졌다”라며, “우리 근로기준법에서는 중간 착취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파견법의 제정으로 간접고용이 더욱 만연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에서는 파견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이런 규정을 버젓이 무시하면서 인력 공급 업체를 활용해서 노동자들을 일회용품처럼 쓰다 버리는 일들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 활동가는 “이러한 간접고용 행태가 얼마나 위험하고 잘못된 일인지 우리 사회는 지난 아리셀 화재 참사를 통해서 똑똑히 두 눈으로 확인했다. 기업이 노동자를 단순히 비용으로만 봤기 때문이며 건국우유와 건국대 또한 그런 시각으로 지금까지 간접고용을 양산해 온 것”이라고 폭로했다. 그는 계속해서 건국우유와 건국대에 책임을 물었다.
“건국대는 고용과 사용이 분리된 간접 고용 구조는 적법하기 때문에 하등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건국대학교 이사장과 건국우유 측에 묻겠습니다. 지금 건국우유 생산 라인에서 일하는 일용직 파견 노동자들이 일시적인 업무에 종사하고 있어서 잠깐 쓰다 버려도 되는 그런 사람입니까? 그동안 일용직 파견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 그리고 각종 권리를 차별해온 것은 이 같은 다단계 하청구조를 방치해 온 건국대와 건국우유의 책임이 그 누구보다 크다고 생각합니다!"
규탄 발언들이 끝난 후 이어서 건국우유의 불법파견과 간접고용에 대해 건국대학교에 책임을 묻는 규탄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우유갑 모형을 들고 나온 건국대 학생들은 “건국우유의 수익금의 전액은 건국대학교 장학금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우리는 건국대학교 학생으로서 노동자를 착취해 만들어지는, 이런 부정의한 성분표로 가득찬 우유를 팔아서 나온 장학금을 거부한다”며, 우유갑 모형의 전면에 붙여진 성분표를 뜯어냈다.
성분표에는 다음과 같은 글자들이 적혀 있었다.
‘불법파견/간접고용’
‘다단계 하청/중간착취’
‘각종 노동권 침해’
글 : 차송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