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비판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비판

강원도민의 아픔은 난개발이 아니라 공적 보상 및 지원, 공공인프라 확대 등을 국가에 요구하는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

2024년 5월 6일

[읽을거리]지역강원도, 지역운동, 환경운동, 민주주의, 발전주의

이 글은 정의당 강원특별자치도당 사무처장인 필자가 도당에서 발표한 성명에 기초하여 수정·보완됐다.

강원특별법 제정 배경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강원특별법)은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2008년 강원도의회의 요구로 시작되었다. 이후 선거 때마다 꾸준히 언급되다가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때 본격화되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강원경제특별자치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강원평화특별자치도를 주장했다. 22년 대선 이후 치른 지방선거 강원도지사 선거에서도 국민의힘 김진태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후보는 서로 자신이 강원특별법을 더 잘 만들어 통과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강원특별법은 2022년 6월 10일, 내용은 전혀 없는 상태에서 23개 조항으로 명칭과 간단한 뼈대만 있는 상태로 통과되었다. 법령 시행일이 제정일로부터 일 년이기 때문에 딱 일 년이 지난 후인 2023년 6월 11일, 강원도는 일제히 ‘강원특별자치도’로 이름을 바꾸었다. 쉬운 통과를 위해 내용물을 다 뺀 상태에서 졸속 통과시킨 강원특별법은 22년 하반기에 ‘지원위원회’가 들어간 한 번의 간단한 개정작업을 거쳤다. 이후 내용을 채우기 위한 본격적인 개정작업에 들어갔다. 각 시군의 특례과제 490개를 모으고 이를 181개 법률조항으로 만들어 23년 1월, 강원특별법 2차 전부개정안 초안을 만들었다.

2차 개정 초안을 구성하는 181개 조항에는 강원도에서 핵심 4대 규제로 보고 있는 산림, 환경, 군사, 농업 부문에 대한 규제 해제 특례가 73개로 가장 많다. 그 외 전략산업 및 지역개발 특례가 57개, 행·재정 특례 24개, 교육 특례 27개가 들어있다. 이 특례조항들은 23년 2월 6일 여야 86명 공동발의로 총 137개 조문으로 조정 발표되었고, 최종적으로 85개 조가 반영된 법률안이 23년 5월 25일에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강원특별법, 무엇이 문제인가?

강원특별법 2차 전부개정안은 강원도를 난개발로 특별하게 만드는 환경파괴법이자, 도민이 아닌 도지사에게만 무소불위의 권한을 넘겨주는 반민주주의법이다. 환경부와 산림청의 주요권한이 도지사에게로 넘어와서 도지사가 마음만 먹으면 국민의 감시망을 피해 환경영향평가를 무력화시키고 천혜 자연의 보고인 강원도 산림을 난개발의 온상지로 만들 수 있다.

몇 조항만 살펴보면, 규제자유화 선언으로 마구잡이 개발의 포문을 연 점(13조), 공익성을 담보하는 각종 인허가제도를 무력화 한 점(41조), 사업자에게 백두대간 훼손을 허용한 점(42조), 산림청의 주요권한을 도지사에게 이양해 전 국토의 일관된 정책과 집행을 무력화 한 점(55조), 환경부의 주요권한 이양으로 환경영향평가 및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무력화 한 점(64, 65조)이 그러하다. 더 기만적인 것은 환경파괴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강제력 하나 없는 탄소중립 자치도 조성 조항을 끼워 넣었다는 점이다(59조).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을 개발계획에 포함할 수 있고, 환경오염시설 사업자가 오염물질 배출기준을 넘겨도 문제 삼을 수 없으며, 산림보호구역을 마음대로 지정·해제할 수 있다. 토건 대기업에 조세감면의 혜택을 주어 난개발의 길을 터주고 세금·이익금은 춘천 레고랜드처럼 제대로 받지도 못할 수 있다. 환경단체, 시민사회와 진보정당의 반발로 환경영향평가 권한이양 특례의 존속 기한을 3년으로 정했으나, 현재의 흐름대로라면 3년이 지난 후에도 환경영향평가 권한이 도지사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또, 지방자치와 관련하여, 기관자치는 있으나 주민자치는 없다. 특별법 내에서 도지사에게 제왕적 권한이 부여되나 이를 견제·감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정부가 아닌 도지사 발 강원도민 소외론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강원도는 주민자치로 특별한 도가 아니라 제왕적 도지사가 군림하는 ‘김진태 공화국’이 될 뿐이다.

강원도 난개발의 동지가 된 김진태 도지사와 허영 의원
강원도 난개발의 동지가 된 김진태 도지사와 허영 의원

강원특별법,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현재의 강원특별법은 강원특별자치도의 비전을 ‘미래산업 글로벌 도시’로 설정하고, 환경규제 대폭 해제 및 토건 개발로 인한 경제성장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방향 설정부터 다시 해야한다.

강원도가 가진 특별함은 녹색과 평화이다. 강원특별자치도 비전과 법률안에 토건 난개발이 아닌 녹색과 평화의 가치를 충분히 녹여내야 한다. 국제사회는 심각한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 경제, 산업, 문화 전반에서 탄소중립 및 대안에너지로의 전환을 이야기하고 있다. 강원도는 강원도가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개발의 걸림돌로 여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보존하면서 자연 친화적인 생태 도시로서의 강원특별자치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국가발전의 희생양이 되어 공적 손해를 봤던 강원도민의 아픔은 난개발이 아니라 공적 보상 및 지원, 공공인프라 확대 등을 국가에 요구하는 방식으로 풀어가야 한다. 또한, 분단도라는 지리적 특성을 화합과 공존의 장으로 살려 각종 평화 프로세스를 선도적으로 구현하는 평화 마중물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덧붙여 현재 개정안이 놓치고 있는 지역민에 대한 구체적인 보호 및 지원방안, 예를 들어 노동자 생활임금 보장, 농어민수당 확대, 골목상권 활성화 방안 등을 담아야 한다.

자치와 관련하여, 정부 부처는 5,200만 국민의 감시를 받고 있지만, 강원도지사는 전 국민의 3%인 150만의 감시를 받는다. 도지사 권한의 크기만큼 그 권한을 철저히 감시·통제할 수 있는 도내 민주주의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역주민의 목소리, 다양한 소수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체계가 필요하다. 권한이양이 꼭 필요하다면 철저한 준비와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추진해야 한다. 강원도민,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과의 공감대 속에서 단계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어떠한 권한을 얼 만큼 이양해야 하는지, 이양한 권력을 어떻게 사용하고자 하는지 꼼꼼히 따져 물어 소수의 기득권과 대기업이 아닌 주민 자치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에 녹색과 평화를

강원특별법이 난개발 조항으로 점철된 데에는 강원지역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권한이양과 규제 해제 조항만 가득 들어간 법률안을 만들어 놓고선 제대로 된 논의와 검토 없이 밀어붙였다.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여주기식으로 급하게 특별자치도 의제를 내건 김진태 도지사와 국민의힘 의원들, 법안을 발의한 허영 국회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모두의 책임이다. 그러나 강원도정과 보수 양당 정치인들은 정반대의 행동을 벌이고 있다. 2차 개정안 통과를 앞다투어 자기성과로 자랑하면서 2차 개정안에 담지 못한 규제 해제 관련 법안을 보완하기 위해 분주하다.

김진태 도지사와 강원도 보수 양당 국회의원들은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및 미래산업글로벌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라는 이름의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을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발의하려고 한다. 각종 규제 해제 안과 더불어 교육 불평등을 키우는 국제학교 설립, 경제적 불평등을 키우는 대기업 자녀 상속세 감면 안도 담고 있어 문제다.

강원특별자치도에 난개발이 아닌 녹색과 평화의 가치를 부어야 한다. 국가발전의 희생양이 되어 공적 손해를 봤던 강원도의 아픔은 난개발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공적 보상 및 지원을 요구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야 한다. 도민이 살고 싶은 강원, 세계인이 오고 싶은 강원은 민주적이고 생태적이면서 평화로 특별한 강원,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도 차별당하지 않고 살 수 있는 평등의 땅 강원이다.

2023년 4월 서울에서 열린 강원특별법 반대 기자회견 ⓒ환경운동연합
2023년 4월 서울에서 열린 강원특별법 반대 기자회견 ⓒ환경운동연합

글 : 이효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