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5일 국민의힘 소속 강석주, 김영옥, 유만희, 이종배, 최호정 서울시의원은 지난 2월 5일 <서울특별시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지원 등에 관한 조례> 폐지안을 발의했다. 서울시의회는 4월 19일 부터 열리는 임시 회기에서 이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민간서비스 난립과 돌봄노동자의 노동권 저하로 얼룩진 사회서비스를 제대로 바로잡기 위해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공공 돌봄을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국가 지원이다. 4월 3일 과 4일 양일간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칼럼을 필자의 동의를 얻어 증보판으로 게재한다.
돌봄 노동자가 부족하다
돌봄에는 세 가지 구성요소가 있다. 이용자, 돌봄 노동자, 제도. 상호적인 서비스인 돌봄은 서비스 이용자와 서비스를 제공할 돌봄 노동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주로 가정 내에서 이뤄지며 여성들의 무급 노동에 기대어 이뤄지던 돌봄을 공공의 영역으로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법과 제도도 중요하다. 영유아보육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이 그것이다.
특히 돌봄 노동자는 돌봄의 구성요소인 제도와 이용자 사이에서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용자가 있고, 돌봄과 관련된 법과 제도가 정비되어 있다 하더라도 돌봄 노동자가 없다면 돌봄이 실현될 수 없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돌봄 노동자 부족’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돌봄 노동자가 부족하면 이용자와 제도가 있어도 실질적인 돌봄에 있어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좋은 법과 제도를 마련한다 하더라도 돌봄 노동자 확보에 대한 대책이 빠져있다면 결국 돌봄 대란은 피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제5차 장기요양위원회 개최 보도 자료를 통해 “연구용역 및 협의체 논의를 통해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등 인력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각 과제별로 추진 및 후속 연구를 실시하기로 하였다”라고 밝혔다. 이 보도자료 중 <요양보호사 인력 확보 방안 마련 협의체 논의 결과> 파트는 돌봄 인력 수요의 지속 증가를 예상하고, 동시에 처우개선 및 인력확보와 관련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 장기근속장려금 개선, 도서·벽지 지역 인력 대상 추가 지원, 요양시설 종사자 인센티브 지급 등 구체적 처우개선 방안 마련
- 돌봄기술 보급 확대, 인권침해 방지, 경력 인정 확대 등 요양보호사가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안 추진
- 해외 인력 도입 등 인력 공급 경로 다변화
- 장기요양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등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같은 자료에서 제시된 ‘요양보호사 인력 추계 결과’에 의하면 2027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요양보호사 필요 인력수는 755,454명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실제 공급 전망치는 679,755명에 그친다. 필요 인력의 10퍼센트가 넘는 75,699명의 요양보호사 인력 부족이 확실히 예상된다.
이러한 전망은 보건복지부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행은 이슈노트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를 통해 “돌봄서비스직 노동공급 부족 규모는 「2022년 19만명 → 2032년 38~71만명 → 2042년 61~155만명」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정부도 한국은행도 인정하는 돌봄 노동자 부족
보건복지부의 <2022년 사회서비스 수요·공급 실태조사: 공급조사>를 살펴보면 “사업체가 인력을 확보(구인, 채용 등)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는지 여부”에는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용시설(46.4%), 생활시설(70.7%), 이용 및 생활시설(60.2%) 모두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이 많았다. 특히 노인 요양 복지시설 운영업(74.4%), 노인 양로 복지시설 운영업(79.8%) 등은 노인 관련한 업종에서 심각했다.
공공운수노조가 보건복지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내용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자격취득자 수(총인원)는 2,807,559명(’23년 12월 기준)이지만 현재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의 수는 646,671명 밖에 되지 않는다. 2023년 12월 기준으로 장기요양서비스가 필요한 노인수(수급자)가 1,097,913명 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수요-공급 비율은 0.59명으로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 가히 ‘돌봄 공백’이라 부를 만하다. 돌봄 공백은 다양한 이유로 발생할 수 있지만 인력부족으로 인한 돌봄 공백은 이용자와 제도사이의 매개 역할을 하는 서비스 제공자가 없는 것으로 매우 치명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간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노인 장기요양인력 중장기 확보 방안(임정미 외, 2019)>에서 요양시설, 방문요양에 종사하는 요양보호사 8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통해 요양 인력 수급불균형의 원인 및 문제점으로 다음과 같은 7개의 대범주를 제시한다.
- 직업적 편견과 낮은 사회적 인식
- 열악한 노동환경과 부적절한 노무관리
- 불공정한 임금체계
- 업무 범위·업무 분담의 불명확성과 과다한 업무량
-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체계 부재와 미흡한 업무 이해
- 업무 관련 피드백 부재
- 심신의 피로감
이에 따른 요양보호사 안정적 확보 방안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제안되었다.
- 요양업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개선
- 불공정한 임금체계 개선(근로기준법에 적합한 임금체계, 임금인상 가이드라인 제시하고 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수가 인상, 경력을 인정해주는 임금구조 필요)
- 노동환경과 근로조건 개선
- 기관의 인력관리 및 중재 기능 강화
-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 체계화와 전문직관 형성 지원
- 임금 외 보상체계 확대와 직원의 심리·정서적 지원 확대
- 직장 내 인간관계 지원
- 인력 배치 기준 조점과 보조기구,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업무 부담 완화
왜 돌봄 노동자가 부족할까
앞서 살펴본 보건복지부 의 <2022년 사회서비스 수요·공급 실태조사 : 공급조사>중 “사업체가 인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웠던 주된 이유”항목 중 노인 요양 복지시설 운영업은 50.6%가 ‘취업지원자가 없음’, 26.7%가 ‘열악한 근무여건’이었다. 이러한 내용들을 볼 때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돌봄 현장에서 노동자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처우개선이 급선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우려스러운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의 이슈노트 하나가 논쟁거리를 제공했다.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에는 돌봄서비스직 노동공급 부족 규모를 전망하면서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되,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함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두 가지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 사적계약을 통해 이주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서 최저임금 적용을 피하는 방식
- 이주노동자에 대한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서비스업을 포함하고, 동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하는 방식
사적 계약과 고용허가제 확대 후 동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의 내용은 최저임금을 낮추는 방안은 이미 심각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는 돌봄 노동자들의 현실을 외면하고 돌봄 노동을 저생산 노동으로 낙인찍어 노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으로 대안이 될 수 없다. 돌봄/이주노동자, 시민사회들은 당시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 공공운수노조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지부 등은 한국은행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이는 “인종차별적이고 돌봄노동자의 근무 환경을 더 악화시키는 내용”이라며 비판했다.
돌봄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나아지지 않으면 요양보호사 부족사태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일은 힘든데 보상이 적다면 누가 그 일에 선뜻 나서겠는가. 요양보호사 인력 확보 방안과 관련해서 처우개선은 필수적이다. 현재도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요양보호사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수는 매우 부족하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자격취득 건수(연도별 누적)는 ’21년 2,206,730명, ’22년 2,524,912명, ’23년 2,807,559명으로, 2년 동안 60만명이 넘는 인원들이 신규로 자격을 취득했다. 자격취득만 놓고 보면 금새 돌봄 부족이 해소되고도 남을만한 수치이지만, 열악한 돌봄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환경을 생각해본다면 요양노동 부족 현상이 근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듯하다.
돌봄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돌봄에 들어가는 비용을 낮추자는 이야기는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열악한 돌봄 노동자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돌봄 비용 부담 완화’ 주장은 돌봄 노동의 처우개선은 물론이고 인력확보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필자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에 소속된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보육교사 대다수가 가입한 공공운수노조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현재 ‘고비용 저효율’을 혁신방향으로 삼고 기본 급 조정을 골자로 한 소정근로시간 단축(8시간→6시간)내용이 담긴 임금체계를 내놓은 상황이다.
사측이 노동조합에 보낸 시뮬레이션 자료에 의하면 기본급이 154만원정도이다(교통비와 식대는 별도). 올해 최저임금 9,860원으로 월 환산액(월 209시간 기준)은 2,060,740원이다. 소정근로시간의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기본급만 놓고 놨을 때 한 사람의 한 달 월급이라고만 생각해본다면 매우 가혹한 액수다. 임금체계 변경 등과 관련해서 서사원의 혁신방향이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것(2023년 서사원 혁신 계획에 관한 Q&A)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 이슈노트에서 나온 돌봄/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등적용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해당 문서에는 “임금 상승을 통해 내국인 종사자를 늘리는 것은 높은 비용 부담과 비효율적 자원 배분을 초래한다”라는 내용과 함께 ‘공적 돌봄서비스 확대’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도 공공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본고에서 제시된 방안들을 통해 돌봄서비스 비용을 낮추어 재정부담의 급격한 증가를 예방하는 조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서사원의 혁신방향, 한국은행 이슈노트 내용 등을 볼 때 돌봄 노동자 임금은 비용절감 측면에서 언급되고 있다. 돌봄에 있어서 돌봄 노동자의 임금은 매우 핵심적인 요소임에도, 일련의 흐름들은 처우개선이 중심이 아니다. 서사원의 소정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기본급 단축, 돌봄/이주노동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등 이 모든 것은 돌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킨다. 이는 앞서 우리가 살펴본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결론과는 상당히 동 떨어진 이야기다.
사회복지사업법 제5조(인권존중 및 최대 봉사의 원칙)는 “이 법에 따라 복지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은 그 업무를 수행할 때에 사회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하여 인권을 존중하고 차별 없이 최대로 봉사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봉사”라는 단어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이라는 뜻이다. "노동"으로서의 관점이 아닌 “봉사”의 개념이 되는 것이다.
노동현장에서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지만, 노동에 있어서 봉사의 원칙이 제시되는 것은 옳다고 하기 어렵다. 사회복지사업과 관련한 법에, 특히 노동과 관련해서 이런 내용이 있다는 것 자체가 씁쓸하다. 사회복지현장을 지탱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봉사자도 아니고, 천사도 아니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권을 지닌 노동자다.
누군가의 일상을 유지하고 돌보는 일이 적성에 잘 맞고 사명감을 느낄 수 있지만, 우리는 돌봄 노동자들이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돌봄은 봉사가 아니라 돌봄이라는 공공재를 생산하는 서비스 노동이다. 돌봄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떨어트리고, 돌봄 인력의 부족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비용절감 논리는 해결방안이 아니다. 돌봄 노동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 가치가 낮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과 몸을 돌보는 일을 해보면 이것이 얼마나 고된 노동인지를 알 수 있다. 우리는 돌봄 노동에 대해서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야 한다.
돌봄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비용부담의 관점이 아닌 인력확보 및 유인의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는 돌봄 노동자 부족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다. 서사원은 완전월급제로 돌봄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돌봄 노동자 부족사태를 시장에 해결하라고 맡길 수 없다. 더 위기가 오기 전에 정부와 지자체는 부족한 돌봄 노동자 수요를 파악하고 서사원과 같은 공공돌봄기관이 나서 안정된 노동조건으로 돌봄 노동자들을 확보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러한 지점에서 다수의 돌봄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한 서사원의 사례는 우리 사회 미래의 돌봄문제 대비를 위한 모델로서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의회의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서사원 관련 조례를 폐지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팬더믹 시기부터 지금까지 서울시민들을 위해 돌봄을 제공해왔고, 어려운 상황에도 지치지 않고 목소리 내오고 있는 돌봄 노동자들의 고용 조건을 개선하기는커녕 불안한 상황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시민들의 공공 돌봄의 열망도 무시하는 처사다. 일례로 서사원이 운영해 온 국공립어린이집의 경우, 서사원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4월 시행한 이용자 설문조사(324명 응답)에서 ‘민간 어린이집보다 서사원 어린이집 돌봄서비스가 더 낫다’는 질문에 응답자의 98.1%가 ‘그렇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96%는 서사원의 어린이집 운영중단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비용관점 넘어, 지속가능한 사회 위한 돌봄으로
비용관점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돌봄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공공돌봄이 필요하다. 공공 돌봄은 비용 절감 운운하는 시장 논리에 맞겨서는 안된다. 지금보다 더욱 돌봄의 공공성이 강조되고 공적체계가 갖춰지는 것은 물론 돌봄 노동자들이 지속가능한 노동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의 노동의 가치와 중요성만큼 노동조건과 처우가 개선되어야 한다. 우리가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지불하게 되는 사회적 비용은 우리 사회 지속을 위한 투자다.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조례 폐지 조례안을 발의한 시의원들. 이번에 당선된 국회의원들 그리고 한국은행 관계자들은 이러한 점들을 명심해야 한다.
글 : 김호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