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세계 경제 전망과 이에 맞선 사회운동의 과제
2024년 2월 24일
이 글은 지난 2024년 2월 24일(토) 오후에 서울 아랫마을에서 열린 플랫폼c 회원 총회에서 발표된 '정세 전망' 꼭지 중 경제 부문을 해설한 일부이다. 총회에 참석한 80명(활동회원 69명, 후원회원 11명)의 플랫폼c 회원들은 정세 전망 발제를 함께 듣고 토론하였다.
2023년 세계경제는 많은 주류경제학에 기반한 내로라하는 거대 경제기관이나 경제학자들의 예측과는 달리 3.1%라는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의 3.4% 성장과 큰 차이가 없다. 미국 등 선진제국에 국한한다면 이 예측 실패는 더욱 현저하다.
여전히 높은 물가와 미국, 유럽 등 주요국 금리인상이 소비와 투자에 부담으로 작용해 세계경제는 고물가-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것이 쥬류경제학자들의 전망이다. 한국의 많은 사회운동단체들도 래리 서머스를 많이 인용하면서 대공황이나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을 전망한 바 있다.
IMF는 2023년 미국과 영국의 경제성장률을 2023년 초에 각각 1.4%와 –0.6%로 예측을 했는데 실제 성적은 2.5%와 0.5%로 나타났다. LG경영연구원 역시 2023년 미국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 예측하면서 성장률을 0.3%로 예측했고, 오바마 정권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경제학자 래리 서머스(Larry Summers)는 인플레를 잡기위해 5년 동안 5% 이상 실업률이 요구되며 긴축 정도에 따라 2년간 7.5% 이상, 5년간의 6% 실업률, 1년간의 10%의 실업률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 경제는 4% 이하 실업률하에 물가상승률이 3%대 초반으로 내려온 상태다. 미 연준은 2023년 3월에 미국 2023년 4사분기의 2022년 4사분기 대비 성장률을 0.3~0.8%로 예측했는데, 2023년의 거의 모든 경제실적이 드러난 2023년 12월에는 예측치를 2.5~2.7%로 바꿨다. 실제 성장률은 3.1%로 나타났다.
자본주의는 주기적 과잉생산 공황으로 위기를 반복하지만, 주류경제학 기반 경제기관들이나 경제학자들은 이 위기를 예측하는데 계속 실패하고 있다. 이번에는 경제위기가 도래하지 않았는데 경제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헛짚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이들에게 주 기적 과잉생산으로 인한 경제위기 발발 메카니즘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자본주의는 주기적 과잉생산 위기 이외에도 장기에 걸친 이윤율의 저하 및 낮은 수준에서의 정체로 인해 구조적 위기를 겪기도 하는데, 현재 미국과 한국 등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는 1970년대 이후 구조적 위기에 처해 있다. 구조적 위기 속에서도 경기순환이 주기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나선 신자유주의는 추가적인 이윤율 저하를 막아내긴 했다. 하지만 이 구조적 위기를 결정적으로 극복하지 못한 채 부익부빈익빈, 간헐적인 자산거품의 형성과 붕괴만을 초래하고 있다. 구조적 위기와 신자유주의의 지속은 인구성장률을 둔화시키고 있다. 일본, 한국, 중국 등 많은 나라에서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 혹은 핵심생산가능인구(25-54세인구)를 감소시키고 있어 구조적 위기하에서의 장기불황(미약한 마이너스 성장에서 3% 이하의 성장률)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중심부 자본주의와 각국 지배계급의 성장, 이윤, 과소비 추구는 미증유의 기후위기를 초래해 인류 전제의 생존에 위협을 가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미중 경쟁 속에서 수출중심의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도 높아질 것이며, 윤석열 정부의 친기업/반노동 정책, 긴축재정으로 불평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체제가 노동자서민의 착취와 억압으로 유지되고,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사회운동은 민중의 관점에서 전망과 투쟁을 고민해야 한다.
주요국 경제 전망
미국 : 러-우 전쟁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대한 지원으로 정부지출이 크게 증가했다. 대선을 앞두고 의회 대립이 격화되어 재정지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고용 증가 폭은 둔화되고, 초과 저축 소진과 물가상승으로 소비 확대 역시 쉽지 않으리라 전망되고 있다. 팬데믹 후 주택 거래건수가 줄고, 소비자대출 연체율이 높아졌으며, 고물가와 급격한 금리인상(2022.3~2023.7)으로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중국 : 중국 경제에서 부동산 관련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30%에 달한다. 가계 자산 및 지방정부 수입에서도 부동산 비중이 높아 정부가 규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및 부실채권 정리과정에서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내수 소비가 약화되고 있다. 세계경제의 침체 속 수출 부진 역시 전망되고 있다. 양극화 확대, 직접투자감소, 인구 고령화 등으로 경제성장이 난관에 처해 있다. 금리인하 기조가 지속되면서 미국과의 국채 금리차가 역전됐으며 위안화 절상의 압력이 상승했다. 미중 갈등 등의 요인으로 자본유출 역시 심화되고 있다.
미중 갈등과 경제 :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과잉자본의 해소를 위해 일대일로 사업을 세계시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로인해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본격화되면서 둘의 관계가 악화됐다. 현재의 미중 갈등은 20세기 세계대전을 벌였던 독일과 영국의 관계와 흡사한 측면이 있다. 과잉자본을 수출해야 했던 독일의 해외 인프라 건설 확대로 영국과의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었던 것과 유사하다. 미국의 대다수 제조업 기업 등은 과거 중국에서 점차 동남아, 남아시아 등으로 이동해 엄청난 초과이윤을 누려왔다.
한국 기업들도 현재 동남아로 진출해 많은 이윤을 얻고 있다. 미중 간에 반드시 직접 전쟁이 일어난다고 볼 수는 없으나, 해외사업 확장으로 과잉자본을 해소하려는 갈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 지역들에서의 긴장관계가 군사적 충돌로 확대될 수 있다.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2022년 478억 달러(약 64조), 2023년 102억 달러(약 13조)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제한을 수용한 한국과 중국의 맞대응으로 대중국 수출이 19.9%감소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제조업의 중심이고, 한국 수출의 22%, 반도체 생산의 68%를 차지한다.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한국 반도체 산업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실제 칩4(미국, 한국, 일본, 대만의 반도체 동맹) 등 한-미 공조 강화는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심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같은 파편화되고 블록화된 세계경제의 변화는 수출시장뿐 아니라 내수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럽 : 고물가가 지속되고 긴축통화로 내수가 살아나기 어려웠다. 글로벌 제조업 경기하강으로 대외 수요 약화되고, 팬데믹과 러-우 전쟁을 거치며 재정적자 줄이려 시도하고 있다.
일본 : 2023년 엔저에 힘입어 수출이 2.4% 증가했으며, 낮은 금리에 기반해 민간영역이 1.6% 성장했다. 하지만 올해는 성장률이 둔화될 전망이다. 막대한 국가부채와 이자부담이 재정 지출을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엔화가치 상승, 수요부진이 더해지면서 수출과 투자 모두 약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24년 세계 경 제와 한국 경제
2024년 세계 경제는 단언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공황이 예상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 경제(많은 나라가 미국경제의 경기순환에 동조해서 움직이고 있음)가 ‘코로나 공황’에서 벗어난 이후 새로운 공황을 전망할 정도의 시간이 경과하지도 않았고, 과잉생산 공황을 야기할 정도로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진행되지도 않았다. 즉, ‘코로나 공황’ 이후의 회복 혹은 나름의 활황 국면에 놓여있다.
구조적 위기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회복 혹은 활황국면이라 하더라도 성장률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고, 경기는 여전히 장기불황 상태에 있다. 미 바이든 행정부는 성장률 제고를 위해 케인즈주의적인 정책을 일부 시행한 바 있으나 바이든 정부 2기가 출범할지, 출범한다고 해서 케인즈주의 정책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는 쉽게 예상할 수 없다. 국내총생산 대비 정부부채 규모가 120% 내외로 꽤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독일 등 주요국에서 케인즈주의 정책이 시행된다면 신자유주의 시대보다는 나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으나 정부부채 증대, 고인플레 등 부정적인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한국 경제는 2023년 1.4%라는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미국경제보다도, 장기불황경제의 대명사인 일본 경제보다도 더 낮다. 이는 감세에 따른 재정지출 축소, 반도체 과잉생산, 인구 및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미중 갈등이라는 지경학적 변수 등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윤석열 정권은 이런 변수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한미일 공조 강화, 재정균형론 등에서 보듯 경제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정책적 행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정부의 이런 정책노선이 지속된다면 한국 경제는 2023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은 양상을 보일텐데, 반도체산업 회복 여부가 약간의 변수가 될 수 있다.
2023년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민중들은 고물가(특히 생활물가 상승률이 높았음), 고금리로 고통받았다. 저임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활상의 고통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 그간 진행된 저출생 고령화의 영향이 본격화하고 이런 양상은 향우 십수년 동안 지속될 것이다. 정부의 인구추계에 따르면, 15년 뒤에는 25-54세의 501만 2천명이 줄어들어 연평균 약 33만명이 줄어들게 되고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는 15년 뒤에 약 714만 4천명이 줄어들어 연평균 약 48만명이 줄게 된다. 이들 연령 계층은 노동력을 공급하기도 하지만(비경제활동인구가 있으니까 전부가 노동력이 되지는 않는다), 국민경제의 수요의 커다란 부분을 창출하는 연령대다 .이들 인구의 지속적 감소는 특단의 정책이 없다면 만성적인 내수부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태에서 노동력 부족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자본은 로봇화 자동화를 더욱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며, 정년 연장과 연금수급연령 늦추기 등으로 65세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려 할 것이다. 그래도 부족한 노동력은 이주노동자로 채우려 할 것이다. 가령 정부는 당장 내년에 고용허가제로 ‘비전문 취업비자(E-9)’ 이주노동자 규모를 16만 5천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이고 이주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업종도 음식점업·광업·임업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런 이주노동자 유입 확대는 향후 15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변수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자명하다.
현재와 같은 인구구조 변화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것인데, 군단위 형정구역에서는 인구 자체가 급속도로 줄고 있고, 잔존한 인구의 연령구조도 고령인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고령인구 사망으로 앞으로는 인구감소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다. 이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문제의 심각성은 불을 보듯 뻔하다.
현 경제 상황의 정치적 함의
지금 시기는 주체적인 역량이 갖춰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객관적인 상황으로 보면 국내외적으로 이행의 시기다. 미국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는 만성화하고 있다. 가령 트럼프를 지지하는 백인 중하층 남성 노동자들은 이와 관련이 있다. 미국의 영향을 받는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도 지속되고 있다. 국내외 초국적 독점자본과 전 세계적인 노동자 민중들 사이의 모순의 심화를 국내적 국제적 생산관계 재편을 통해 해소해야 하는 정세가 1980년대 이후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생태위기의 심화의 경우라면 모를까 체제가 스스로 붕괴하는 사태는 거의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위기의 시기에 국가의 개입역량과 폭이 커지고 확대됐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 공황’ 때 미국과 유럽에서는 일시적이긴 하지만 국유화도 서슴지 않고 단행됐다. ‘코로나 공황’ 때 재난구제/경기부양 규모 역시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이런 정책들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구조적 위기에 처한 현재의 자본주의는 막연히 붕괴를 기다릴 게 아니라 제도정치 안팎의 투쟁을 통해서 지양되어야 한다.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강화하고, 민중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절실하다.
자본주의 경제는 구조적 위기로 향하는 경향이 있으나, 주류경제학의 성장률 등의 수치로는 이를 설명할 수 없다. 한국 자본의 이윤율은 하락하고 있으나 절대적인 이윤량인 자본의 몫은 계속 확대되어 왔다. 대중의 상황은 경제성장률의 수치와는 달리 높은 공공요금, 주거비, 저임금, 부채, 물가인상 등 불평등의 심화로 위기상태다. 자본과 정부는 노동자의 착취를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하므로 근본적으로 대립할 수 밖에 없다.
세계 및 한국경제 정책은 경제블록과 경제제재로 교역 침체를 낳고 세계적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킬 수 있다. 또, 미 연준의 금리인상과 주변국 경기침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여, 수입물가 폭등과 환율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나아가 고금리는 소비 저하를 낳고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를 폭발시킬 수 있다. 정부가 복지재정이 아닌 부자감세와 긴축재정으로 공공서비스를 축소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사회운동은 공공성 중심의 확장적 재정정책, 노동자 차별철폐 및 노동기본권 쟁취, 외교정책, 통화정책, 핵심산업의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중투쟁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