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탄압, 우리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월례포럼 후기
2023년 7월 26일
2023년 7월의 플랫폼씨 월례포럼에서는 건설노조의 이세훈 교육선전국장님을 초청해 현 건설노조 탄압 상황과 건설노조가 열악한 건설 노동현장을 어떻게 살 수 있게 바꿔왔는지를 들었다. 월례포럼 참석자가 블로그에 적은 후기를 허락을 받아 싣는다.
플랫폼씨 월례포럼 후기 "건설노조 탄압, 우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 월례포럼 다끝나고 일주일이나 지나서 올리는 후 기 ...
어느날 ㅅㅇ님으로부터 그녀가 후원하는 '활동가 모임'인 "플랫폼씨"의 월례포럼에 같이 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ㅅㅇ님이 같이 가자고 한 월례포럼 주제는 "건설노조 탄압, 우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였다. 노조 때려잡기로 윤 정부가 재미를 좀 봤다는 건 뉴스를 통해서 이미 들었기에 매우 흥미가 갔다. 대체... 이 나라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민주노총에 대한 뉴스기사를 참 많이 접한 것 같은데도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대로 이해 해 보고 싶었다.
사실 건설 자체는 나에게 멀지 않은 분야였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도 공간 만드는 곳이었어서, 건설까진 아니어도 전기 설비 네트워크 인테리어 등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익숙한 편이었고, 나도 오래된 집 살면서 셀프 인테리어로 안해본 게 없어서 더더욱 그랬다. 다만 한 번도 시민 운동 포럼 같은 걸 가 본 적이 없었기에 새로운 환경이 조금 겁나기도 했지만, ㅅㅇ님과 함께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ㅎㅎㅎ 그래서 어떤 분위기인지, 어떤 사람들이 모이는지 기대를 하며 플랫폼씨 강연 장소로 갔다.
이번 강연은 건설노조 교육선전국장 이세훈님께서 맡아 주셨다. 노조 조끼를 입고 계신 모습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먼저 건설 산업의 특징과 그런 특징으로 인해 생긴 건설 노동 환경의 폐해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1) 수주산업
건설산업에서는 물건을 다 만든 다음에 파는 것이 아닌, 누군가가 "만들어 달라"고 수주를 해야만 생산이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물건(건축물)의 원가를 정확히 알 수 없고 그저 "예상"만 할 수 있다. 자재비, 인건비 등등... 다 합해서 얼마일지 예상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공사 기간이 늘어나게 되면 비용이 올라서 원가가 올라간다. 즉, 공사기간이 수익과 직결 되어 있다. 이 때문에 공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사람을 갈아 넣는 상황이 발생한다. 건설노동자는 하루에 10시간~12시간씩 일하고, 일요일에도 일을 하러 가야 한다. 또한 건설노동자가 일용직으로 고용되는 이유가 바로 이 수주산업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며, 수주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면 건설노동자는 곧바로 실직 상태가 된다.
2) 이동성
건설회사는 전국의 모든 공사에 대해서 사업을 따 내기 때문에, 건설 노동자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일을 한다. 이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을 보기도 힘들고, 친구들과 약속을 잡거나 하기도 힘들어 사회 관계가 끊겨버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3) 옥외성
거의 모든 건설 현장의 일은 야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 때문에 폭염, 혹한의 날씨에도 일해야 하거나, 날씨 때문에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실직 상태가 된다.
4) 하도급
건설 산업은 발주처가 시공사(건설회사)에게 주문을 하면 그 시공사가 전문건설업체에게 또 하청을 주는 방식이다. 흔히 생각하는 시멘트 하고 철근 하는 그런 회사 말고도 창호, 전기, 도배, 미장, 조적 등 60여가지 종류의 하청업체가 한 건설 사업에 함께 들어온다. 그렇게 하청에 하청을 주다 보니 발주처에서 내려온 돈이 떼이고 떼이고... 내려가서 적은 돈으로 공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건설노동자의 임금 체불, 부실공사(철근 10개 넣을 거 8개 넣기)의 원인이 된다.
5) 종합성
위에서 언급했듯 다양한 종류의 산업체, 회사가 동시에 함께 일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전체 총괄하는 종합건설회사가 매니징을 잘 못하면 공정이 꼬이고, 사고가 발생한다. 한익스프레스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 도 비슷한 이유로 난 것이라고 한다. 한 쪽에서는 불에 잘 타는 우레탄폼 공사를, 또 한 쪽에서는 불꽃이 튀는 용접 공사를 하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화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건설노동자는 이와 같이 위험한 사고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건설노조가 어떻게 건설 산업 노동환경을 변화시켰는가? 이세훈 국장님은 몇 가지 건설노조가 바꾼 일들을 이야기 해 줬다.
태풍이나 과부하 등으로 인한 타워크레인 전도 사고를 막기 위해 건설노조가 10년동안 문제 제기를 해서 타워크레인 설치 방식을 벽체 고정으로 바꿨다고 한다.
2) 한전 활선공법 폐지
이건 내가 회사 다닐때 동료로부터 뉴스를 전해 들었는데 그 때도 정말 잘 됐다고 생각했었다. 24시간 전기가 필요한 우리 회사(이젠 아니지만) 서비스에 잠깐 지장이 가더라도 당연히!!!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까.
건설노조가 하는 일들은 또 있다
이것도 예전에 뉴스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인분이 아파트 내부에 들어 있었다고... 이세훈 국장님은 이것이 건설노조가 잘 한 일이 아니며, 정말 창피한 일이지만 이 일이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 원인을 찾게 되면 화장실이 너무 멀어서 그런 것이었다고 했다. 하긴 고층에서 공사 중인데 급똥신호가 와버리고.... 그 와중에 계단 걸어 내려간 다음 또 15분 걸어서 화장실을 가야 한다면...... 그냥 그 자리에서 똥을 싸고 싶을듯.... 과거 홀로코스트 때 유태인 수용소에 화장실이 없었던 것이 사람으로 하여금 아무데나 볼일을 보게 만들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스스로 포기하게 만들도록 한 것이었다는데. 건설노동자도 화장실을 가기 싫어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건설노조에서 이런 일까지 하는지는 몰랐다!!! 심지어 교육은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함께 건설 산업을 이끌어나갈 노동자를 발굴하고 키우는 데에 진심인 것으로 보였다.
이세훈 국장님이 노조 내 교육 프로그램에서 노조 회원들에게 "노동조합 하고 무엇이 좋아졌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그림으로 그리도록 하였는데, 그 때 노조 회원들이 대부분 비슷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바로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모습. 노동조합 덕분에 하루 8시간만 일하고, 저녁에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친구랑 약속도 잡고 하는 삶을 살게 된 것이 너무 좋다고 한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그 때부터 약간.. 허벌 눈물 시작.. 물론 "임금을 더 많이 받게 되었다", "현장에서 무시를 당하지 않는다" 등등의 이야기도 있었지만, 역시 가족을 위해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과의 시간이 아닐까? 그리고 노동조합 활동 이전에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일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고 말씀하셨다는 게 정말 마음 아팠다.
또한 강연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양회동 열사의 불에 탄 명찰 사진을 보고 눈물을 흘리고 코를 훌쩍였다(이미 나는 눈물참기 챌린지 하고 있었지만). 모두가 그 슬픔에 공감하고 있었다. 강연을 다 듣고 나서, 인간의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면 당연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10년씩이나 싸워야 하는 사회가 통탄스러웠고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또한 현재 검찰이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규정하고, 조폭의 상납구조가 건설노조에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압수수색(20회)과 구속(28명)까지 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노조가 이를 무사히 헤쳐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검찰 조사를 11시간 동안이나 받은 어떤 노조회원은 "양회동 열사가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이해가 될 정도였다"고 하였으니, 그 과정에서 노조회원들이 상당한 치욕을 당하고 있으리라고 본다.
강연을 들은 모든 사람들이 다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세훈 국장님은 "건설노조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건설노조가 받고 있는 공안탄압이 어떤 것인지 관심 가져달라"고 당부하셨다. 특히 노조 집회할 때 다 조끼 입은 사람들 뿐이라고, 알록달록한 풍경을 보고 싶다고 말씀 하셔서 모두가 크게 웃었다. 사실 건설노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다. 다들 집 사는 데에는 관심이 있지만 집 만드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관심은 없으니까. 나도 이번에 강연을 듣고 알게 되었고, 세상이 참 넓다, 나도 할 일이 많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행동과 금전적인 도움도 할 수 있으면 좋지만, 그것이 힘들다면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자세를 갖추고, 정확한 진실을 아는 것" 만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실을 아는 것 자체가 나에게 힘이 되고 사회에도 힘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사회 뉴스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런 이슈에 늘 눈과 귀를 열어두고자 마음을 먹었다. 함께 가자고 해 준 ㅅㅇ님께 감사드리고 재미있고 알기 쉽게 이야기를 풀어주신 이세훈 국장님과 자리를 마련해 주신 플랫폼씨 활동가분들에게도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글: norah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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