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날 맞이 ① 대학생들이 덕성여대 청소노동자과 함께 한 이유
2023년 3월 7일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의 농성 투쟁 142일차인 2023년 2월 22일, 대학생들과 청소노동자들이 노학연대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플랫폼C와 고려대 한국근현대사연구회, 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서강대학교 인권소모임 노고지리, 이화여대 학보사 등 다양한 단위가 참여했다. 이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를 요약해 소개한다.
2021년 3월 14일,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은 시급 400원 인상, 휴게실 개선 등을 요구하며 투쟁을 시작했다. 서울지역 대학 청소노동자 집단교섭에서 덕성여대 측의 어깃장으로 교섭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이에 청소노동자들은 작년 10월 4일, 김건희 총장실 앞 농성 투쟁을 시작했다. 이 투쟁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 간담회에는 14명의 대학생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활동가 A, 덕성연대분회의 청소노동자들이 함께 했다. 편의상 학생들의 말은 '대학생'으로, 청소노동자들은 '청소노동자'로, 그리고 공공운수노조 활동가의 말은 '활동가A'로 표기했다.
그런 눈빛을 본 적이 없어요
대학생 : 작년(2022년) 3월부터 계속 교섭하다가,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해서 지금까지도 계속 투쟁하고 계신데요. 지금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청소노동자🧹 : 작년 11월 중순쯤이었어요. 학교측이 2026년도에 12명을 줄이면 시급 400원 인상에 합의해주겠다는 안을 내놨어요. 그래서 우리는 총장실까지 들어가서 '2026년도까지'가 아니라, 매년 상황 발생시 협의하자고 제안했죠. 그랬더니 이를 학교측이 거절했고, 협상이 결렬된 거에요. 결국 올해도 정년이 다 돼서 나가는 청소노동자가 3명 있어요. 남자 분까지 포함하면 4명이죠.
덕성여대재단 이사 장 사무실이 있는 종로캠퍼스로 가서 '우리 생각을 전달해보자'고 판단하고, 아침 선전전을 시작했어요. 종로캠퍼스에서 민감하게 반응하긴 했는데, 직접적인 변화는 전혀 없어요. 총장실 앞에서 계속 농성하고 있지만, 그 사람들은 우리가 여기서 잠을 자든, 뭘하는 터치를 전혀 안 해요. 완전히 무시하는 거죠. 그러니까 맥이 빠져요. 그래서 저희가 다시 대화 요청을 했어요.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활동가들이 같이 면담하는 것에 굉장히 민감해 하니까, 덕성여대 조합원이기도 한 부지부장과 분회장 둘이서만 들어갈테니, 만나자고 제안을 했죠. 그랬는데도 안 만나주는 거예요.
이번주(2월 마지막주)에 졸업식도 있고 입학식도 있었잖아요. 외부인들이 많이 들어오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어제 간부회의를 통해서 선제적으로 학내에 게시된 벽보나 플랑을 다 떼어주면서 대화를 유도해보자고 시도했어요. 대화를 시작할 시 모든 선전전이나 집회를 중지하겠다고 용역회사를 통해서 학교에 전달했어요. 대화를 위해 양보한 거죠. 그런데도 학교에서 대화에 참여하지 않으니 졸업식 때 집회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제(2월 21일) 졸업식 때 많이 모여서 집회를 했더니, 총무처장을 비롯한 주무부서 직원들과 자리가 만들어졌어요. 1시간 넘게 대화했던 것 같아요. 거기서 나온 얘기가 뭔고 하니, 총장님이 미화 구성원(청소노동자) 대표만 입학식 끝나고 오후 4시에 만나주겠다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우리가 이용당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4시면 행사가 다 끝난 이후잖아요. 전제 조건은 입학식 선전전을 안 하는 거였죠. 사실 금요일 만남도 느낌은 좋지 않아요. 워낙에 총장님이 강경해서 말이죠. 한 활동가 분이 얘기하시는데 어제 총장님 눈빛이, 세상에 그런 눈빛을 본 적이 없대요. 무시하고 경멸하고 하는 그런 눈빛. 아주 눈빛이 무서워요. 들어가서 또 실컷 총장님 훈계만 듣고 나오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 경찰을 저렇게 많이 배치할 줄 몰랐어요. 경찰버스만 3대였죠. 학교 측에서 아주 강력하게 요청한 거죠. 그리고 학내에 웬 로봇이 돌아다녀요. CCTV를 달고 캠퍼스를 돌아다니면서 감시하고 촬영하는 거예요. 그걸 왜 갖다 놨는지 모르겠어요. 처음 봤어요.
우리뿐 아니라, 여기 캡스(경비용역) 분들 계시잖아요. 그분들도 고용이 위험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직장이 좀 편안해져야 하는데, (로봇 때문에) 굉장히 위협을 느끼는 거죠. 여기(간담회 장소) 앞이 총장실인데, 여기 청소 담당하는 분이 우리 조합원이에요. 그런데 오늘부터 청소를 못하게 했대요. 총장실에 들어오지 말라는 거죠. 이것도 좋은 마음으로 대화할 의지가 있으면 그렇게 할 필요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대화가 잘 될까 걱정이 있습니다.
저희는 차별받고 있어요
대학생 : 지금 계속 쟁점이 되는 게 인원 감축 문제랑 시급 400원 인상하는 거잖아요. 인원 감축을 하게 되면 민주노총 조합원 중에서 감축을 하게 되나요?
청소노동자🧹 : 아니요. 꼭 우리뿐만이 아니고,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도 해당자가 있으면 같이 감축을 하는 거죠. 학교에서는 지금보다 업 무 강도는 세지 않게 해주겠다고 해요. 지금은 교수실, 연구실, 실험실 저희가 다 청소하거든요. 그런 부분을 안 해도 되게 정리를 해주겠다고 하는데, 우리 조합원들이 평상시에 하던 일이라 다 할 것 같아요. 어쨌거나 범위는 굉장히 넓어지는 거죠.
지금 총장님이 지금 이 시스템에 문제가 있고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신대요. 직고용도 생각하고 있다고 하고, 오전반-오후반 나눠서 운영할 생각도 있대요. '학생들이 일하게 해서 전액 장학금을 주는 게 낫지 않냐'는 얘기도 나온다나봐요. 작년에 제안했을 땐 총장님이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퇴근을 일찍하라면서 임금을 동결하자고 했거든요. 우리 근무 시간을 줄이는 것(이를 통해 임금을 줄이는 것)을 굉장히 원하는 것 같아요.
그때도 제가 그랬어요. "이렇게 전체의 생존권에 관한 문제를 논의 없이 바로 실행하시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만약 학교가 굉장히 어려워서 그런 계획을 해야 한다면, 학교 구성원들과 사전에 대화를 해야 된다" 그랬거든요. 그런데 무조건이에요. 지금 청소노동자 조합이 있지만, 존재 자체를 무시해서 그런 거에요.
저희는 지금 차별받고 있어요. 여름방학 때 교직원들은 단축 근무를 하거든요. 작년부터 우리는 내버려두고, 자기네만 퇴근해버리더라고요. 이번 명절에도 자기들은 단축 근무했어요. 이전에는 저희도 같이 단축했었거든요. 이런 것들뿐만 아니라, 눈빛과 태도에서 느껴져요. 너무들 오만하셔요.
오늘 동문들 오셔서 발언해주시고 하니까 우리 조합원들도 조금 힘이 나는 것 같아요. 저 역시 마 찬가지고요. 오늘 졸업생 중 대표로 발언하신 분도 예전에 학생일 때 자주 보고 많이 도와줬거든요. 너무 반가웠어요.
덕성여대도 예전에는 잘 했었어요. 근데 지금 총장 오시고 나서는 다 멈춘 거죠. 예전에는 모든 대학 노동자들이 우리 학교를 되게 부러워했어요. "덕성 너무 잘 된다"라며 모두 부러워했는데, 지금은 집단교섭에서 민폐를 끼치는 당사자가 되어버렸어요. 우리가 마무리를 지어주지 않아서 합의된 문서가 없고, 그래서 연세대 같은 경우는 작년에 잠정합의가 끝났지만 인상분을 지급하지 않는대요. 일치된 합의서를 못 만들고 있으니까 한 곳씩 따로 분리교섭·개별교섭하자고 나와요. 서울지역 청소노동자 집단교섭이라는 틀 자체를 흔들고 있는 거죠.
알게 모르게 노동개악
대학생 : 시급 400원을 인상하면 예산이 8600만원이 더 들어서 학교에서는 그 돈이 없다 이렇게 나오고 있는거죠?
청소노동자🧹 : 그게 아깝다는 거죠. 우리한테 들어가는 돈은 그보다 훨씬 별거 아닌 돈이더라도 안 쓰고 싶은 것 같아요.
활동가A(공공운수노 조 서울지부) : 총장은 “이 8600만원을 가용할 수 있다면, 학생복지를 쓰겠다”고 말하고 있어요. 그런 식으로 계속 학생들을 선동하죠. 청소노동자의 생활임금과 학생복지가 대치되는 것처럼 분리하는 거에요.
집단교섭에 대해 첨언하자면, 집단교섭은 학교와 사업장에 있는 용역업체들이 한 곳에 모여서 다같이 교섭을 하는 거예요. 매년 똑같은 조건으로 타결을 하는 거죠. 13개 대학에 16개 업체가 있는데요. 이 16개 업체를 모아서 13개 사업장 조합원들이 노동조건을 똑같이 개선하는 방향으로 12년 동안 안을 내놓았고, 조금씩 맞춰 왔어요. 지금은 똑같습니다. 작년까지는 시급 9,390원으로 똑같았어요. 명절 상여금 30만원씩, 식대는 12만원으로 똑같게 했죠. 이렇게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계속 맞춰왔던 역사가 집단교섭이었는데요. 권리를 많이 발전시키기도 했지만, 실은 각 사업장마다 벌어지는 개악 움직임에 맞서서 방어하는 목적이기도 했거든요.덕성여대 투쟁은 어떤 측면에서는 굉장히 늦었고요, 어떤 측면에서는 노동권 방어의 마지막 투쟁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왜 늦었다라는 생각이 드냐면 저는 고려대도 담당을 하고 있는데, 고려대는 건물이 덕성여대에 비해서 훨씬 많아요. 근데 이미 여러 가지 형태로 청소노동자들의 조건이 많이 후퇴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한 50개 되는 건물 중에 15개의 건물 그리고 기숙사는 학교가 직접 청소 인력을 투입합니다. 직접 고용해서 투입하니 좋은 것 같잖아요. 근데 다 1년 계약직이에요. 8시간도 있지만 4시간도 있어요. 그런 식으로 알게 모르게 노동 개악이 이루어져 왔고, 그나마 서울지부가 집단교섭으로 8시간 풀타임 청소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면서 노동 조건을 조금씩 계속 올려왔거든요.
덕성여대 투쟁은 어떤 측면에서는 늦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는 고려대분회도 담당하고 있는데, 고려대는 건물이 덕성여대에 비해 훨씬 많아요. 근데 이미 여러 형태로 노동조건이 많이 후퇴했습니다. 예를 들어, 50개쯤 되는 건물들 중에서 15개 건물, 그리고 기숙사는 학교가 직접 청소인력을 투입합니다. 직접 고용해서 투입하니 좋은 것 같잖아요. 근데 다 1년 계약직이에요. 8시간도 있지만 4시간도 있어요. 그런 식으로 알게 모르게 노동개악이 이뤄져 왔죠.그나마 서울지부가 집단교섭으로 8시간 풀타임 청소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면서 노동 조건을 조금씩 계속 올려왔거든요.
그나마 서울지부가 집단교섭으로 8시간 풀타임 청소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면서, 노동조건을 조금씩 개선시켜왔거든요. 그러니 덕성여대 상황은 일자리에 대한 공격입니다. 지금 모든 대학의 총장이 청소용역 관련 예산을 다 동결시키거나 아주 조금만 올리려고 해요. 근데 덕성여대는 굉장히 노골적으로 5년 동안 동결하겠다는 거예요. 올해도 청소 면적을 이미 줄였어야 해요. 한 명이 나가서 T/O가 줄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어디를 줄였냐" 물어보면, 대답도 못해요. 계획도 없습니다. 그냥 5년 동안 12명을 감축하면 올해 청소 용역비와 5년 뒤 청소 용역비가 같은 거예요. 이걸 밀어붙이겠다는 거예요. 이런 식의 개악들이 대학들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덕성여대는 그런 것들을 마지막으로 지키고 있는 현장이라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들고 있습니다.
꺾이지 않는 마음?
대학생 : 작년부터 합의안이 타결이 되지 않고 있는데, 올해는 시급을 얼마 받고 일하고 계시나요?
청소노동자🧹 : 오르기 전의 예전 시급을 그대로 받고 있습니다. (총장님이) 우리한테 용역비가 많이 나간다고 하길래, 대안은 '직고용'이라고 말씀드렸어요. "직고용이 비용을 조금 줄일 수 있지 않겠냐"하고요. 그래서 직고용도 생각한다는데, 대신 정년을 줄이고 싶은가 봐요. 근데 그건 요즘 흐름에 맞지 않아요. 요즘은 고령 인구가 늘어나니까 오히려 정년을 늘려줘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흐름이잖아요. 그런데 총장님은 전혀 반대로 가죠.
대학생 : 지금 학교가 용역업체와 계약을 하고 용역업체에 고용이 되어있으신 거잖아요. 그럼 용역업체는 지금 태도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청소노동자🧹 : 작년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용역회사가 자기네가 (추가비용) 절반은 내놓겠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덕성여대는) 그 나머지 절반도 내놓기 싫어서 진행하지 않은 거거든요. 용역회사에서 한 50% 내놓고 우리도 그렇게 하면 학교에서 내놓는 돈은 그다지 많지 않아요. 그렇지만 전혀 돈을 쓰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용역회사도 애쓰는 것 같은데 남는 것 하나도 없이 여기 투자할 이유는 없는 거잖아요. 좌우지간 (덕성여대와 용역회사 간의 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올해 12월 말이 중요해요.
대학생 : 학교에서 외부의 시선과 압력을 굉장히 많이 의식한다고 하셨는데요. 오늘 저희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이것도 학교가 적극적으로 의식할까요? 이후의 교섭에도 영향이 갈까요?
청소노동자🧹 : (총장님이) 많이 민감하셔요. 어떤 단어를 쓰는지에 대해서도 민감하시더라고요. 오늘 이 집회가 무기가 되서 금요일 대화에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어요. 지금 총장님이 문제니까, 모이면 저희가 총장님을 비판하잖아요. 오늘도 ‘총장님 상처 받으면 어떡하지’하고 걱정도 했는데, 발언하신 분들이 그렇게까진 비판을 안하신 것 같아요. 속으로 안도하면서도 사실은 조금 신경 쓰여요. 그 사람은 저항하면 저항할수록 더 심하게 하는 사람이래요. 자기 스스로 "절대 꺾이지 않는 마음이 있다"고 얘기해요. 그게 무슨 자랑입니까? 꺾이지 않는 것도 꺾일 때는 좀 꺾여야 되는 거 아니에요? 저희를 상대로 1년씩 싸운다는 게 말이 되나요?
사실 조합원들이 힘들어들 하세요. 쉬는 시간엔 나와서 선전전도 하고, 개강하면 집회도 더 많아질 거라고요. 우리 직장에 지금 평균 나이가 64.5살 고령자들이에요. 힘들어요. 근데 어쩔 수 없잖아요.
오늘 한 경찰한테 “뭔 일이 있다고 이렇게 많이 왔냐"고 물었어요. 학교 담당 정보관이 있거든요. 그랬더니 앞으로는 계속 이렇게 같은 수준으로 들어올 거래요. 우리한테 겁을 주는 거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행하겠다는 태도죠. 그래서 오히려 단단하게 싸움을 더 준비하게 되는 것 같아요.
대학생 : 오는 금요일(2월 24일)에 총장과 대화를 할 예정이라고 하셨는데, 만나면 구체적으로 어떤 걸 요구하실 예정인가요?
청소노동자🧹 : 지금까지 요구했던 걸 또 요구할 수밖에 없어요. 지금 2023년도 임금협상도 진행 중이거든요. 작년 것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이건(2023년 협약 요구) 이것대로 가야하기 때문에 참여하고 있어요. 이번에 가능하다면 올해 것까지 합의를 끌어내보려고 해요. 합의가 안 되면 올해 것 때문에 싸움이 또 이어지거든요. 지금 저희가 교섭 중인데, 대략 3월 말이면 조정까지 들어갈 것 같거든요. 조정에서 금액적인 게 나와요. 그럼 또 학교에 요구를 하려면 4월부터는 싸움이 시작되죠. 작년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올해 것 때문에 또 싸워야 하는 거예요.
- 📑조정(調停) : 노사간에 노동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이 불일치하면 법에 의해 노동쟁의가 발생한다. 이 경우 그해 쟁의를 신속·공정하게 해 결해 쟁의행위로 인한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노동조합법과 노동위원회법에 의해 행해지는 일련의 절차를 가리킨다.
지금 상황은 학생들이 보는대로에요. 도서관 옥상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니까 우리 현수막으로 빼곡하게 도배가 되어있더라고요.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저는 이러려고 노동조합 세운 게 아닌데, 학생들에게 미안해서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제가 노동조합을 세웠던 이유는 돈이 아니었어요. 너무 인격적인 대우를 못 받았기 때문이에요. 입사하고 들어와서 보니까, 너무 이상하더라고요. (노동자들의 존엄과 인권이) 너무 방치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설립했던 거거든요.
지금 총장님이 굉장히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한테만 고통을 주는 게 아니에요. 덕성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폐를 끼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일단 지난주에 플랑을 다 거둬들였잖아요. 하지만 이 싸움이 끝나지 않으면 이대로 있지 않겠죠. 또 별의별 플랑을 다 걸 거예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화하실 생각이 없으고 "나는 꺾이지 않는다" 이렇게 얘기하는 건 대체 뭘까요. 오로지 돈에만 딱 꽂혀 계시는 거죠. 그러면서 우리를 아주 염치도 없고 극악무도한 사람이라고 얘기해버리잖아요. 총장님이 청소노동자들을 향해서 "겉만 사람이고 속은 짐승같다"고 실제로 폄하하셨거든요.
최저임금만 받으라는 거죠
대학생 : 지난 임금 인상은 언제였나요?
청소노동자🧹 : 2022년도에 합의가 안 됐잖아요. 2021년도에 했죠. 임금 인상은 매년 해요. 법정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그 수준으로 인상시키는 거죠. 근데 저희가 최저임금보다 시급 230원을 더 받아요. 그걸 엄청 싫어하더라고요. 최저임금만 받으라는 거죠.
노조 설립한지 햇수로만 16년차 거든요. 최저임금보다 230원 많은 건 그 오랜 시간동안 만들어낸 금액이에요. 최저임금이 오르면 그 정도 수준에서 조금씩 더 올려온 거죠. 그런데 김건희 총장은 그 돈을 너무 아까워하죠. 2022년도 인상분을 지금 합의 해주지 않잖아요. 이제는 '법정 최저임금'으로 맞춰지게 생겼어요.
- 📑참고로 윤영득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0년도 기준 덕성여대의 총장 연봉은 1억7036만원(청소노동자의 8배)이었다. 이에 더해, 그해 총장 판공비는 약 1900만원이었다. 정교수 평균 연봉은 1억1284만원, 최고 연봉은 1억3883만원이었다.
대학생 : 저희는 아무래도 내부인이 아니다보니까, 외부에서 연대를 할 수밖에 없잖아요. 연대에도 여러 방식이 있는데, 가장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방식이 있으신가요?
청소노동자🧹 : 집회에 오셔서 발언도 해주시고, 이렇게 직원들 다니는데 같이 간담회하는 것도 보여주잖아요. 이렇게 보여주는 것도 저희는 좋아요. 방식은 뭐든 좋아요. 여기서 식사시간 되면 우리 짜장면 시켜서 먹고 하거든요. 그렇게 보여주는 것도 좋고요.
대학생 : 총장이 대외적인 것을 많이 신경 쓴다고 하셨잖아요. 그런 면에서 총장이 있는 자리에서 하는 직접 행동들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은데요. 그런데 입학식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요. 투쟁이 계속 이어지게 된다면 총장이 직접 나오는 행사라든가 그런 게 또 있나요?
청소노동자🧹 : 제보가 계속 있어요. 이번에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대한민국의 대학 총장님들이 모이는 자리가 있어서 찾아 갔어요. 그랬더니 우리 총장님만 안 왔더라고요. 저희가 컨벤션홀 안을 들여다봤는데요. 그 호텔 직원분이 안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는데, 보니까 덕성여대 총장님 명찰만 그대로 있고, 안 오신 것 같다고 귀뜸해 주더라고요.
저희가 아직 총장님이나 이사님 집 앞에서 1인시위하고 그런 건 안 했어요. 여기 총장실 점거 농성도 안 했거든요. (당시 농성장은 총장실 앞 복도였다.) 그런 점거 농성은 그냥 들어가서 앉아 있으면 되는 거죠. 주변분들한테도 어떤 걸 해보면 괜찮을 것 같다는 조언을 받아서 계속해야 할 것 같아요.
모든 것을 찾아서 해볼 수밖에
대학생 : 만약 대화가 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에 투쟁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청소노동자🧹 : 그렇게 되면 3월부터 더 강하게 할 수 밖에 없어요. 삼보일배도 하고, 종로에 나가서도 집회하고 행진도 하고요. 문제 해결이 안 되면 싸울 수밖에 없잖아요. 근데 조합원 없이 싸울 수는 없어요. 지금은 (집회나 선전전하는 시간을) 전부 임금에서 삭제하겠다고 해요. 아침에 선전전 하는 것도 다 시간 체크하고, 공지하라고 해요. 그럼 조합원들이 금전적인 피해를 입게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걸 감당하면서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마음이 드네요. 저는 매달 임금 삭감이에요. 간부들이 안 할 수는 없으니까 종로에도 나가고 아침에도 선전전하고 계속 임금에서 까여요. 그래도 안 할 수가 없거든요. 학생들 개강해서 수업하고 하면 우리는 더 강도있게 싸울 수 밖에 없는 거고요. 학생들이 학생들을 무기 삼아서 이렇게 하는 게 맞냐 쪽지에 써서 붙이는데 저는 잘 안 읽어요. 너무 속상해서요. 그냥 어떤 얘기를 하는지 미루어 짐작하는 거죠. 이 싸움을 빨리 끝내야할 것 같은데 지금 그 키를 잡고 있는 총장님께서 이러고 있어요. 지금은 우리가 안하고 있었던 모든 것을 또 찾아서 해볼 수 밖에 없는 거예요.
어떤 분은 이런 얘기도 해요. 총장님 임기가 작년 5월에 시작됐으니 3년 남았거든요. 그냥 지금 멈추고, 총장 임기 끝날 때까지 기다리자는 사람도 있어요. 사실 그렇게 하기는 어려운거죠. 싸움이 완전히 끊기고 그때 새롭게 시작한다는 게요. 그건 아닌 것 같은데 힘드니까 그런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그래요. 새내기들 덕성여대 들어왔다고 좋아하고 할텐데 오면 플랑 다 걸려있고 매일 음악 틀어놓고 하는 걸 보여줘야 하는 게 안타까워요.
대학생 : 간담회를 마무리지어야 할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청소노동자🧹 : 어제 총장님이 졸업식에 참석하려고 나오셨는데, 저희가 붙잡고 "우리 문제 해결하셔라"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하시는 말씀이,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학교에 많"대요. 그래서 우리 동료 하나가,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있는 건 총장님이 부끄러워하실 일입니다"라고 얘기했는데 꿋꿋하게 가버리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와주시는 게 우리 희망이죠. (학생 여러분에게) 너무 감사해요. 덕성여대 인권연합동아리는 계속 지지해줄 것 같아요. 어제도 우리 동아리 회장님이 오셔서 저희 투쟁하는데 같이 했었거든요. 근데 동아리 학생들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지지가 더 많으면 빨리 이걸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어렵지만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현실적으로 청년들도 다 힘들잖아요. 그런 거 알죠. 근데 여성단체에서 페미니스트들도 나와서 엄청 활동하고 계시잖아요. 학생들도 밖에 나가면 바로 그런 문제들에 부딪히잖아요. 직장생활, 사회생활 시작하면 절대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거죠. 그런 인식을 하고 함께 한다면 본인도 얼마나 뿌듯하고 좋겠어요.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생각도 들 수 있잖아요. 오늘 어떤 분이 발언하시면서 그 얘기를 했거든요. 지금 이렇게 학생들과 대화가 막혀있는 것 같지만, 소셜미디어에 지지하는 글도 올라오고 한다고, 힘 잃지 말라고요. 그것도 참 좋았어요.
학생들이 방학하고 그래서 지금 연대가 끊긴 상태에요. 지속되어야 하는데, 오래된 문제가 되어버렸어요. 그런데 오히려 오래 돼서 문제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총장님이 이 문제를 이렇게 오래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은 학생들이 보기에도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 거거든요. 오히려 그렇게 풀어나갈 수도 있겠더라고요.
대학생들과 청소노동자들 간 간담회가 열린 날은 2월 22일이었고, 노동자들이 총장과 만나기로 예정되어있던 날은 2월 24일 금요일이었다. 이날 대화 결과, 결국 합의안은 도출되지 못했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이 겪는 저임금 문제는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은 착취에 저항하며 거리로 나섰다. 3·8 세계 여성의날,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은 "시급 400원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밖에도 여러 저임금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은 여성 파업의 포문을 열기위한 집회를 주최한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과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 여성해방을 위해 싸우는 모든 사람이 함께 여성의날 투쟁에 함께 하길 제안한다. 여성해방의 발걸음을 내딛자.
글 : 이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