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예능 프로그램 속 싱가포르의 모습은 부유하고, 선진적이며, 관광으로 특화된 첨단 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TV프로그램에 나오는 표면적인 모습으로 이 도시국가의 내부까지 알기는 어렵다.
SF작가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은 “싱가포르는 사형제도가 있는 디즈니랜드”라고 표현했다. 1993년 싱가포르 취재를 다녀온 후 쓴 르포 기사에서 그는, 싱가포르의 건축 문화와 이 도시의 깔끔하고도 싱거우며 순응적인 인상을 생생하게 묘사한 바 있다. 그의 묘사 속에서 싱가포르 정부는 기업가적이고 관료주의적이며, 매우 엄하게 사형을 집행한다.
국제엠네스티에 따르면, 1977년에 사형제도를 폐지한 국가는 16개국 뿐이었다. 그러나 2018년에는 법률상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가 106개국으로 크게 증가했다. 또, 법률상으로는 사형제도가 존치되어 있으나 한국과 같이 10년 넘게 실제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사실상 폐지국’은 49개국이다. 전쟁 시기를 제외한 일반 범죄에 대해서 사형을 폐지한 국가도 7개국이다. 이렇게 법률적이든 실질적이든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는 2018년 기준 총 162개국이다. 유엔 기준 주권국가 195개국(정회원국은 193개국, 참관국으로는 바티칸시티, 팔레스타인) 중 33개국만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중국, 일본, 북한,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은 여전히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마지막 사형 집행일은 1997년 12월 30일로, 김영삼 정권 말기에 23명의 사형수에 대해 전격적으로 집행되었다. (1948년 이후 한국에서 집행된 사형 인원수는 920명이다.)
싱가포르의 사형집행에 대해 특히나 주목해야 할 만한 점은 인구당 사형 건수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라는 것이다. 유엔 집계에 따르면, 사형 집행이 최고조에 달한 1994년부터 1998년까지 5년 동안, 인구 100만 명당 13.83명의 사형을 집행하여 투르크메니스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사형 집행을 많이 한 국가로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