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운동의 짧은 역사
지금 기후위기에 맞선 기후운동이 세계적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2019년 9월 21일 기후파업에는 150여 개국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한국에서도 6000명이라는 사상 최대의 인원이 모인 기후집회가 열렸다. 숫자만 많아진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가 아니라 체제변화’를 요구하는, 기후정의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체제 전환을 호소한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점거와 봉쇄 등 시민들의 직접행동으로 각성을 촉구한 영국의 멸종저항, 화석연료 기업과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을 타깃으로 한 미국의 선라이즈 무브먼트가 등장했다. 북미의 원주민들은 송유관 건설 반대 운동을 통해 화석연료의 추가 채굴을 막았다.
이런 운동들은 제3세계에서 시작된 민중 중심의 기후정의운동에 빚지고 있다. 2004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대기를 사유화하고 탄소배출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만드는 배출권거래제와 탄소거래를 비판하는 ‘탄소거래에 관한 더반 선언’이 발표되었다. 2007년 COP14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지금 기후정의를!’이라는 국제연대체가 결성되었다. 여기에는 북반구와 남반구를 아우르는 대안세계화운동 및 기후정의운동 단체들, 환경정의그룹, 농민운동과 원주민운동 등이 참여했다. 그들은 ‘즉각적인 기후정의’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2010년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는 기후변화 민중총회가 개최되었고, 기후위기에 대한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책임을 묻고 체제 전환의 필요성을 밝힌 ‘코차밤바 선언’이 채택되었다. 2015년에도 코차밤바에서 세계민중기후회의가 열렸다. “자본주의는 삶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되었다. 공동선언문은 “우리는 파리 회의가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요인에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한다”며 “이는 사적 부문을 촉진하고 가부장제와 신자유주의를 강화하는 더 많은 시장화 메커니즘을 통해 자본주의 모델을 보강하는 협정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기후정의운동의 오랜 요구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가 심각해진 까닭은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후 정치의 역사와 에너지 전환 성공론을 비판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
기후위기에 맞선 새로운 사회운동을 위하여
한국의 기후운동은 지금 막 형성 중이다. 2019년 이전에도 환경단체와 전문가 중심으로 정부의 기후정책에 비판적으로 개입하는 시민운동은 있었다. 2010년에는 기후정의를 내걸고 기후정의연대가 결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후정의운동을 형성하려는 시도는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2019년부터 풍향이 바뀌었다. 세계적인 기후정의운동의 영향을 받아, 새로운 주체들이 기후운동의 공간에 뛰어들고 있다. 이제 우리도 기후위기에 맞서는 새로운 사회운동으로 기후정의운동을 키워나가야 한다. 기후정의운동은 무엇보다 기후위기의 구조적 원인인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것을 지향한다. 기후위기에 대한 잘못된 해법인 시장주의, 기술주의를 비판하고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사회·경제적 변혁을 추구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시민, 즉 노동자, 농민, 빈민과 함께 대중적인 운동을 만들어 가보자.
여기에 실은 글은 필자가 2008년부터 최근까지 기후위기와 기후운동에 관해 쓴 글을 모으고 수정한 것이다. 설익은 글들이 부끄럽지만 한국의 기후정의운동을 위해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누구나 직감하듯이 기후위기에 맞선 사회운동의 형성을 위해서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다. 한국의 기후정의운동. 이제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라!
구성
4 프롤로그
22 대안세계화 운동과 기후 운동이 만나다
28 기후변화 담론과 탄소거래의 문제점
46 그린 뉴딜, 위기극복의 만능열쇠?
58 기후정의운동이 첫 걸음을 떼다!
66 뉴욕 민중기후행진과 에너지민주주의노조네트워크
74 폭스바겐의 사기극과 기후변화
80 파리 기후변화총회는 과연 성공적이었나?
84 파란 하늘을 보았니?
90 전력 판매 민영화론의 거짓말
96 스모그는 평등하지 않다
102 ‘소송’과 ‘시장’으로 미세먼지를 해결하자고?
108 미세먼지 누가 어떻게 줄일 것인가?
114 ‘탈핵’ 문제 앞에 선 노동운동의 선택
120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숙의 민주주의의 위대한 실험이었나?
126 재생에너지가 에너지 민주주의를 불러오진 않는다
: 『탄소 민주주의』 서평
132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자유화가 필요하다?
138 기후악당 포스코를 막는 기후행동을 만들자
144 기후 정치, 시장주의와 민주당 의존성 버려야 가능하다
152 한국 에너지 체제의 정의로운 전환
170 진정한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산업 재공영화로!
174 민자 발전소 확대, 이제는 멈춰야 한다
180 민영화를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한다고?
184 정의로운 전환 논쟁
212 매력적인 전환의 정치와 국민기후일자리
226 일람
서지 정보
기후위기에 맞선 새로운 사회 운동 : 기후정의운동의 전진을 위하여
초판 4쇄 발행 2021년 8월 22일
글 구준모
교열 김윤영 박상은 유민희
편집 홍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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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14,000원
ISBN 979-11-97525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