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20 홍콩 항쟁과 홍콩 사회를 둘러싼 역사적 모순에 대해 다루는 『홍콩은 불타는가』는 플랫폼c에서 처음으로 발행한 팜플렛입니다. 2019년 말부터 틈틈이 작성된 글, 최근의 홍콩 항쟁 정세에 대한 조사, 현지 활동가들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홍콩 내 좌파들의 고민과 실천에 대해 소개합니다. 플랫폼c 팜플렛은 회원들과 연대 단위 및 활동가들에게만 배송됩니다.
이 책의 시작…
홍콩 항쟁은 2019년 4월부터 2020년 6월 현재까지 ‘ 국제금융허브’이자, ‘동방의 진주’라 불리던 홍콩에서 1년 3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대규모 시민불복종운동이자 대중 봉기다. 2019년 6월 9일 103만, 15일 200만 명이 참가해 홍콩 역사상 전무후무한 투쟁으로 점화됐고, 같은해 12월 1일에도 80만 규모의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740만 명 가량의 홍콩 인구에 비해 매우 큰 규모다. 게다가 홍콩 항쟁은 단지 홍콩섬 센트럴과 침사추이 등 도심부에서만 발생한 게 아니라, 지역사회와 백화점 내, 대학과 중학교 등 홍콩 사회 곳곳에서 매일 같이 벌어진 그치지 않는 운동이었다. 한국이 2016-17년에 걸쳐 겪은 박근혜 퇴진 촛불이 통상 매주 토요일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벌어진 것에 비하면 광범위하고 기간도 훨씬 길다. 그런 점에서 홍콩 항쟁은 이전까지의 대중 시위와는 양상을 달리한다.
2019년 홍콩에서 촉발된 반송중 운동(返送種運動; 이후 전개에 따라 점차 ‘홍콩 항쟁’으로 불리게 됨)은 상기한 대륙의 정치·경제적 위기와 맞닿아 있다. 2019년 홍콩특별행정구 정부는 1년 전 있었던 한 남성의 여자친구 살인사건을 빌미 삼아 범죄인 송환 조례를 개정하겠다고 공포했다. 이는 홍콩 시민사회운동의 즉각적인 반발을 낳았다. 홍콩의 시민사회운동 진영은 3월부터 6월까지 이어진 집회들을 통해 이 법안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했다. 가깝게는 직전까지 자행된 대륙 내의 사회운동 탄압, 멀리는 5년 전의 우산 운동과 몇 차례의 납치 사건 등 추문들이 이 법안에 숨겨진 정치적 의도와 연결돼 사회적 맥락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홍콩 항쟁은 6월 이후 1년 간 뉴스의 글로벌 지면을 장식하는 뜨거운 쟁점이 됐다. 사회운동의 혁신을 위한 공동 학습과 비평의 공간이자, 활동가 그룹인 플랫폼c가 처음 발간하는 이 소책자에서 홍콩 항쟁의 흐름을 시간순으로 돌아보고, 홍콩 항쟁이 관통하는 쟁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쟁점은 어떤 모순점이 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대면해야 하는 질문들을 통해, 작금의 홍콩 항쟁이 왜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와 연결되어 있으며, 동시에 한국 사회의 모순과 동떨어져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고자 한다.
구성
02 · 들어가며
04 · 차례
06 · 홍콩항쟁 키워드
10 · 홍콩 항쟁은 어떻게 흘러왔나
10 · 폭풍전야
12 · 항쟁 직전의 홍콩
14 · 항쟁이 시작되다
23 · 감시와 저항
27 · 시위는 어떻게 기획·조직되는가
29 · 점증하는 경찰 폭력
31 · 청소년들의 저항과 죽음
34 · Be Water
37 · 캠퍼스 항전
41 · 공회 가입 캠페인
46 ·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52 · 어둠 속으로
54 · 반환 이전 홍콩 사회운동의 작은 역사
54 · 아편 전쟁
57 · 대영제국의 식민지에서 벌어진 파업
58 · 1922년 홍콩 선원 파업
62 · 1967년 봉기
64 · 톈안먼광장에서 들려온 목소리
66 · 오늘날의 홍콩
66 · 반환기의 정치·경제
73 · 애국애항
75 · 부자의 영광, 빈자의 비참
82 · 노동권 없는 5만 달러 도시
83 ·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도시의 기원
91 · 가사노동의 국제분업
96 · 맺으며 : 란차오인가 변혁인가
96 · 모두가 산을 오르는 형제
99 · 란차오 혹은 변혁
105 · 맺으며
110 · 참고 자료
홍콩항쟁 키워드
#反送中運動 반송중운동 #香港抗爭 홍콩항쟁
‘홍콩 항쟁’을 지칭하는 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시위 발생 초기부터 한동안 현지 언론에서 가장 널리 쓰인 명칭은 ‘반송중운동’, 즉 ‘범죄인 송환조례 반대운동’이다. 국내 언론은 ‘민주화운동’이라 지칭하는데, 서사적으로 80년 광주민중항쟁이나 87년 6월 항쟁을 연결시키기다보니 그렇게 통용되고 있다. 이 글에선 ‘홍콩 항쟁’의 다면적 성격을 살피기 위해 ‘항쟁’으로 지칭하고자 한다.
#手足 수족
문자적 의미는 ‘손과 발’을 뜻하지만, 홍콩에서는 ‘동지’라는 의미를 갖는다. 우리말 수족은 “자기의 손이나 발처럼 마음대로 부리는 사람”, “형제나 자식”을 비유하는 말인데, 홍콩에서의 뉘앙스와 다르다. 홍콩의 시위대와 활동가들이 서로를 친근하고 가깝게 지칭할 때 사용한다.
#義士 의사
우리로 따지면 ‘열사’에 가깝다. ‘수족’들 중에서 자신의 희생을 통해 운동에 기여하려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寶寶 보우보우
홍콩항쟁에 참가하는 중년·노년 시민들이 앞장 서서 싸우는 10~20대 시위대에 대한 애정을 담아 지칭하는 말.
#仔女 자녀
아들과 딸. 위의 ‘보우보우’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絲打 시따 #巴打 바따
홍콩항쟁에 참가하는 여성과 남성을 지칭하는 말로, 광둥어 발음으로 “sister”와 “brother”를 음역音譯한 것이다.
#家長 가장
부모들. 청년 시위대에게 투쟁 자금과 물자, 피난처 등 물적 지원을 제공하는 중년 시위자들을 가리킨다.
#銀髮族 은발족
말 그대로 노년 시위대들을 지칭하는 말. 홍콩항쟁은 청년 시위대로 상징화되어 있지만 수천 명에 달하는 노인들이 참가한 은발족 그룹 주최의 집회들도 종종 열렸다.
#和理非 화이비
평화和平; peaceful, 이성理性; rational, 비폭력非暴力; non-violence 등 세 원칙에 따라 시위에 참가하는 시민들을 일컫는다. 2014년 우산 운동 당시엔 평화 시위대에 대한 경멸적 용어로 등장했지만, 2019-2020 홍콩항쟁 기간엔 중립적인 의미를 갖게 됐다.
#鍵盤戰士 키보드워리어
홍콩에서는 2010년대 초부터 이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한국에서처럼 경멸적인 의미를 가졌으나, 이제는 온라인 액션을 통해 홍콩항쟁에 기여하고, 정부에 타격을 주려 하는 네티즌 전반을 가리키면서 어느 정도 중립적인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勇武 용무
경찰에 맞서 시위대 최전방에 나서는 이들, 나아가 도심에서의 기습적인 게릴라 시위를 펼치는 그룹들을 가리킨다. 이들 대부분은 모든 검정색 옷과 장비를 착용하고, 신원을 철저히 감춘다.
#後勤 #物資 후방근무 물자
경찰과 시위대의 대치상황에서 후방에서 물류를 지원하고 보급품을 최전선으로 전달하는 시위대
#哨兵 초병
격렬한 시위 현장에서 정찰 역할을 맡는 시위대를 일컫는다. 현장 주변에서 경찰 이동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동료 시민들에게 공유한다.
#〇〇師
통상 RPG 온라인게임에는 마법사나 검사 등 직업이 있고 플레이어들은 플레이 시작 전 직업을 선택한다. 홍콩의 청년 시위자들은 시위를 비디오 게임 플레이에 비유하곤 하는데, 스스로를 역할에 따라 ‘〇〇師’라고 명명한다.
#魔法師 마법사
다양한 방법으로 경찰과 싸우는 시위대를 지칭한다. 가령 ‘火魔法師’불 마법사는 경찰에 화염병을 던지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처럼 용무파 청년들은 자기 역할을 분명히 설정해놓고, 전담한다.
#結界師 결계사
시위 도중 경찰의 시위대 진압을 막기 위해 도로 한복판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藍絲 남색리본 #黃絲 황색리본
각각 친중 경향의 시민 들, 친민주파 경향의 시민들을 지칭한다. 홍콩항쟁 과정에서 시민들 간의 갈등은 격렬하게 폭발했다.
#港豬 홍콩돼지
정치적으로 사회 문제에 무관심하고 먹고 사는 문제에만 신경을 쓰는 사람들을 경멸적으로 지칭하는 말.
#Pepe 페페
홍콩 시위자들은 미국의 웹툰 캐릭터 페페를 전용해 스티커와 포스터를 디자인했다.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적인 요소를 담고 있지만, 홍콩에서는 그렇지 않다.
#連豬 린쯔 #連狗 린까우
린쯔와 린까우는 각각 돼지와 개를 상징화한 캐릭터로, 홍콩의 청년들이 가장 널리 사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링동LIHKG의 상징 아이콘이다. 홍콩 시위대는 이 캐릭터를 항쟁의 상징으로 전용하고 있다. 항쟁 이후 홍콩 시내 곳곳에 두 캐릭터의 선전물들이 부착돼 있고, 인터넷상에도 마찬
가지다.
서지 정보
홍콩은 불타는가 : 홍콩 사회의 모순과 항쟁의 전개
초판 1쇄 발행 2020년 10월 20일
개정판 1쇄 2023년 중 발행 예정
ISBN 미정
글·편집 홍명교
디자인 서희강·장다혜
펴낸이 플랫폼c
홈페이지 platform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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