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자의 말] 홍콩 투쟁이 6개월 째에 접어들었지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저항은 격화되고 있고, 무엇보다 홍콩 경찰의 폭력적 진압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에 달하고 있다. 지난 보름 간 몇몇 청년들이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었고, 수천 명의 청년들은 목숨을 걸고 자신의 대학을 지키려 했다. 경찰 폭력이 살인적 수준에 다다름에 따라 청년 시위대의 대응도 격화됐지만, 이 모든 비극은 홍콩 정부의 극심한 탄압이 자초한 것이며, 어떤 변명으로도 가릴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날 홍콩 시위가 왜 이토록 격화되고 있고, 어떤 모순을 뒤로 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단순히 ‘홍콩은 광주다’라고 선언한다고 해서 그것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은 아니며, 더 좋은 연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즉, 홍콩 사회의 모순을 더 잘 이해해야, 더 잘 연대할 수도 있다.
홍콩은 한국만큼이나 끔찍한 부동산 지옥이다. 이곳의 평범한 사람들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살만한 집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려있다. 지난 20년 간 부동산 재벌들은 갖가지 방식으로 부동산 가격을 높여왔고, 정부 엘리트들은 이에 협조했으며, 중국 정부는 이를 방조했다. 이 글은 홍콩의 급진 연구활동가 그룹 ‘라우산(流傘)’ 블로그에 소개된 인터뷰를 번역한 것으로, 홍콩 부동산 헤게모니의 내막을 아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홍콩 시위의 주요 요구에서 명시적으로 다뤄지고 있진 않지만, 높은 임대료는 홍콩 시민들의 삶의 모든 측면을 규정짓고 있다. 절반에 가까운 홍콩 인구는 월 2만HKD(약 300만원)이상의 임대료를 내고 있으며, 이는 가구당 평균소득의 70퍼센트 이상이다. 이는 홍콩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택시장으로 만들고 있다. 미사용 토지의 가용성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더 많은 공공 주택을 짓거나 임대료를 줄이지 않고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 홍콩에 남아있는 식민지 기관들 때문이기도 한데, 이곳의 관료들은 토지 개발자 및 토지 프리미엄 협상가로서 토지 재취득 및 계획을 담당하고 있다. 그들은 공공과의 협의나 감독 없이 민간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납세자 기금을 사용하고 있다.
도시재생국(URA), 홍콩도시철도(MTR), 링크부동산투자신탁 등과 같은 미로와 같은 반-공공 법률 기관들은 공공의 이익보다는 토지 프리미엄의 이익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가령 MTR은 생활비에 비례하지 않게 교통요금을 인상했다. 아시아 최대의 부동산투자신탁인 링크리트사(Link REIT)는 임대료와 관리비를 획기적으로 올려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특별행정자치구(HKSAR) 정부 세수의 토지보험료 의존도는 무모한 결과를 낳아왔다. 2017년, 폭등하는 교통요금 문제에 대해 캐리 람 행정장관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로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앨리스 푼(Alice Poon; 潘慧嫻)은 수십년 간 홍콩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전략을 직접 목격해왔다. 특히 홍콩에서 가장 큰 재벌인 선헝카이 부동산의 공동창업자 고 쿽탁셍의 개인 비서로 일하기도 했다. 일하던 중 그녀는 1880년 헨리 조지가 쓴 『진보와 빈곤』을 읽으면서, 지역 사회에서 불로소득을 뽑아내는 토지 소유자들에 대한 그 책의 비판이 홍콩 부동산 업계에서 꽤 익숙한 풍경이 됐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회 정의를 위해 연구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녀의 연구 결과인 『홍콩의 토지와 지배계급(Land and the Ruling Class in Hong Kong; 地產霸權)』은 중국-영국 공동선언에서 여섯 가문이 어떻게 토지 공급 제한을 이용해 홍콩의 토지에 대한 집중적인 독점권을 형성했는지에 대한 명쾌한 역사를 보여준다. 당초 2005년 자가 출판된 이 책의 중국어 번역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공개 담론에서 ‘부동산 패권'(地產霸權)을 부상시켰으며, 토지정의 운동의 시금석이 됐다. 우리는 이 저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시위의 논란에 있어서 토지 독점의 역할에 대해 토론했다. 이 인터뷰는 명확성을 위해 다소 요약 및 편집됐다. 인터뷰어 브라이언 응(Brian Ng)은 홍콩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공학자이자 활동가이다.
브라이언 응 : 2011년 『홍콩의 토지와 지배계급』은 홍콩의 정치적 담론에서 부동산 헤게모니(地產霸權)란 개념을 대중화시켰었죠. 선생님께선 역사적으로 토지 공급 한도가 지금의 (부동산) 독점권과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혜택을 주는 담합된 법안을 통해 소수의 부동산 족벌들의 손아귀에 부와 영향력을 강화시켜줬다고 주장하셨는데요. 이후에 홍콩의 부동산 헤게모니는 어떻게 변해왔나요? 혹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나요?
앨리스 푼 : 2010년 출판 이후 수년간 홍콩에서 중국어판이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됐고, 뜨거운 토론 주제였었죠. 하지만 홍콩특별행정구(HKSAR) 정부는 부유층에게 유리하게 왜곡된 토지 제도와 세금 제도의 근본적인 결함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사실상 아무것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한 일은 개발자들의 사기성 판매 관행을 규제함으로써 손목을 살짝 때리는 것뿐이었죠. 도널드 창(Donald Tsang), 렁춘잉(C. Y. Leung), 캐리 람(Carrie Lam) 행정부는 모두 주택 임대료 제한의 재도입을 단호하게 거부했는데요. 이(주택 임대료 제한)는 양도 전의 임대료를 통제하는 데 효과적이었고, 애초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조치였죠.
홍콩특별행정구 정부는 토지의 주요 공급자이자, 주요 재정 소득원으로 토지 수익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수십년 동안 가격을 높이고 사회에서 부의 격차를 넓히기 위해 노력해온 고지대 정책의 큰 개발자들만큼 많은 투자를 받는 것이 뒤따랐죠. 홍콩의 토지와 주택 문제에서 최대 난제는 바로 이겁니다.
더 나쁜 것은 공공주택‧교육‧의료보험‧노인복지 등과 같은 분야에서 동등한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모든 토지소득이 새롭고 종종 불필요하기도 한 인프라에 투자하기 위해 할당된 ‘자본사업 예비기금(The Capital Works Reserve Fund)’에 투입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한 지출은 토지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데요. 토지 재벌 사업자들을 위한 보조금과 더 많은 토지 영수증으로 바뀌는 거죠. 그리고 정부는 그 자체로 부동산 기업 노릇을 하는 MTR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메이저 플레이어이기도 합니다. 토지와 세금 시스템은 악순환을 일으키는 불의를 낳아온 거죠.
브라이언 응 : 2019년 7월 21일 위엔롱에서 발생한 폭력적인 충돌은 토착적인 토지로부터 이익을 얻는 부동산 개발업자와 토지 소유자 친화적인 정책을 써온 홍콩 입법회 간의 결탁에 대한 관심을 이끌었습니다. 입법 정치에 있어서 ‘흥이쿡(鄉議局; 신계 지역 기득권 세력의 법률자문기구)’ 이사회가 이끄는 신계(New Territories) 상류사회의 과잉된 영향과 토지 거래에 있어서 소형주택 정책의 역할에 대해 말해주시겠습니까?
앨리스 푼 : 소형주택 정책은 소멸된 Letter B(을종 토지교환권익서) 시스템과 결합돼 신계의 토지소유자와 대형 개발사 간 토지 거래를 촉진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죠. 그것은 신계에서 후자(대형 개발사)의 토지 축적 과정을 강화합니다. 사리분별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형주택 정책이 매우 불공평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왜 신계 출신 사람들은 다른 모든 홍콩인들에게 거부당하는 이 특별한 주택 특권을 영원히 누리고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반환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이 그룹의 정치적 지원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아마도 권위체제의 지도자들은 새로운 권위적 주인들에 의해 잘 굴러갔겠죠. 그러니 베이징의 암묵적 승인으로 입법부에서 확고한 발판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놀랄 일이 아니었습니다.
브라이언 응 : 홍콩 시위에서 MTR과 대중교통망의 역할을 어떻게 보십니까? MTR은 한편으로 경찰과 협력하면서 대중 집회를 방해했고, 시위대의 탈출로를 막았으며, 지하철역에서 시위대를 가둬버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중교통은 홍콩의 도시 생활에 필수적이었고, 투쟁 전략에 있어선 놀랄 만큼 중요했죠. 총파업에 대한 초기 논의에서 챈탁완(Chan Tak Wan)은 대중교통부문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파업 기금을 제안했었고, 9월 초 시위에서는 공항 교통을 가시적으로 지장을 줬습니다. 풀뿌리 정치 운동이 대중교통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앨리스 푼 : MTR이 무감각하고 둔감한 캐리 람 행정부를 대신해 홍콩 경찰과 협조해왔다는 건 분명합니다. 지하철역을 무작위로 폐쇄한 의도는 분명 승객들을 화나게 함으로써 시위대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도록 하는 것에 있죠. 대중교통 시설들을 겨냥한 기물 파손은 일반 시민들을 소외시키고 운동에 대한 지지를 어느 정도는 잃게 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시위 전술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평화적인 파업이 더 나은 대안으로 보일 겁니다. 하지만 캐리 람의 복면금지법은 모든 걸 유동적으로 만들었고, 이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