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피촌에 위치한 베이징노동자의집은 言值视频(‘옌쯔쓰핀’이란 이름의 비디오제작팀)과 함께 이곳 신노동자(농민공) 활동가들이 노래 혹은 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짧은 영상을 제작했다. 이 시리즈는 “노동자의 시와 노래(劳动者之诗与歌)”라는 제목으로 매주 1편씩 공개됐다.
신노동자의 시와 노래
베이징 피촌에 위치한 베이징노동자의집은 영상제작팀 옌즈 비디오(言值视频)와 함께 이곳의 농민공 활동가들이 노래 혹은 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짧은 영상 시리즈를 제작했다. 이 시리즈는 “노동자의 시와 노래(劳动者之诗与歌)”라는 제목으로 매주 1편씩 공개됐다.
한국에서 이런 영상을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시도는 매스미디어에 의해 괴물처럼 묘사되곤하는 노동조합을 우리 옆의 개개인의 이름으로 호명할 수 있기도 하고, 집단적·계급적 정체성을 상실한 ‘노동자들’을 일시적이고 한계적일지언정 집단적으로 호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시리즈에 출연한 노동자들은 '품팔이 노동자'(打工; 임시직 노동자 혹은 농민공)로서의 자기 삶에 대해 솔직하게 회고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노래 혹은 시를 낭독한다. 영상은 총 십여편이 제작됐는데, 아래 내용은 그 중 하나를 녹취 기록한 것이다.
영상에 등장하는 샤오하이(小海)는 29세(2018년 당시)의 노동자로, 피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이전에 폭스콘 공장에서 일했고, 광동성의 여러 공장을 전전하며 일했었다. 현재는 베이징에서 일하고 있으며, 피촌에서는 주로 연극 공연에 참여하고, 문학소조 세미나에도 참여한다.
나는 이름이 있고, 성이 있는,
스물아홉살.
나는 즐거움이 있고, 슬픔이 있고,
애인은 없어.
“15살 때쯤에 ‘알바(打工)’를 하러 고향을 떠났어요. 그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죠. 다니던 학교의 또래들도 다 낯설었으니까요. 그냥 큰 변화를 따라 휩쓸려서 '남하'(남쪽의 대도시로 일자리를 구하러 가다)했던 거예요. 아, 물론 그때는 아직 ‘남하’라는 말을 몰랐죠. ‘알바’란 말은 알았고요.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거잖아요.”
개혁개방 이후 크게 발전한 중국의 공업도시들은 주로 동부 연안의 광둥성과 푸젠성 등 남방에 위치해 있다. '남하'는 농민공들이 대도시의 공장으로 일자리를 찾아가는 이주를 지칭하는 세태를 드러낸다.
“그런 후에는 선전에서 동관으로 갔죠. 그리곤 광동에서 4년을 있었고요. 봉제공장 예닐곱 군데에 있었고, 전자공장에서도 있었고, 그리고는 또 닝보에도 갔고, 쑤저우, 창쑤, 상하이, 정저우, 자싱에 갔어요. 마지막으로 베이징까지 온 거에요. 그러다보니 순식간에 15년이 지났습니다.“
나는 뤼엔따 공장, 노키아 공장, 타이라이 공장에서 일했어.
선저우, 폭스콘에서도 일했지.
“도시는 점점 머무를 수 없는 곳이 되고 있어요. 왜냐하면 작업장에 있는 개인의 상태는 소외되고 있거든요. 그곳에서 사람드릉ㄴ 찢겨 갈라지고 있는 상태가 반복되고 있거든요. (대도시는) 폐허 같고, 끝없는 나날들에서 무미건조함을 느끼게 해요. 이건 진짜 (정신이) 붕괴되는 느낌이죠. 실은 매일 이미 붕괴되어버린 것 같 아요.“
나는 쉰들러 레스토랑의 노동자.
나는 7936115156100350 사원번호 123
”말하자면 이건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 거예요. 어떻게 바꿔야 할지 모르는 거죠. 저는 사실 매순간 매번 변해요. 그곳(컨베이어벨트)에 앉아 있으면서, 즉시 앞에 있는 물건을 다 던져버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죠. 항상 일종의 새로운 삶을 살아요. 하지만 계속 이런 식이었죠. 겪었던 어떤 날들을 생각해보면, 줄곧 이런 식이었죠. 왜냐하면 바꾸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거든요. 저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폭스콘 공장의 공상가
나는 그들 입 속의 공상가.
현실적이지 않은 문예청년,
여전히 정신 차리지 못했지.
구질구질한 가난뱅이,
평범하고, 솔로이고, 곤궁해
“다들 이런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다들 정도를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길 위에 있지 않아요. 우린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을 뿐인 거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런 삶을 살 거라고 생각해 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걸요. 하지만 소리 내는 사람도 없어요. 다들 여전히 묵묵히 이런 삶을 살고 있는거죠.
하지만 이것들 중
내 제품번호에 의해 만들어진 건 아무것도 없어.
”사실 우리의 마음은 이미 모두 백만 번은 죽었어요. 사실 우리는 이미 죽었던 거죠. 비록 우리가 몸을 훌쩍 날리진 않았지만, 사실 저는 우리의 진정한 마음이 모두 몇 번이고 죽었다고 생각해요. 지금 하루종일 우리는 작업장에 앉아 있는 자신이 아니예요. 그건 이미 죽어버렸죠. 근본적으로 인간이 아닌 삶이고, 기계와 같고, 폐허와 같은, 한도 끝도 없는 삶이예요. 우리의 청춘은 소모되고 있죠. 청춘이 없어졌어요. 그러니까 이미 당신이 거덜났다는 걸 의미하는 거죠.“
의연한 나는 지금
비할 바 없는 자부심을 가지라고
네게 말하려 한다
절대적이고 최상의 칭호를 남기노니
베이징의 떠돌이여
연이어 자신이 쓴 시를 낭송하던 그는 말한다.
“매일 죽을 지경에 다다른 위기에서 배회하고 있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죠. 그리곤 다행히도 시를 만났어요. 노래를 만났고요. 진실한 영혼이 어떤 것인지 느꼈죠. 시에 대해 진실한 자신, 시에 대해 진실한 생명을 느꼈죠.”
《흐르는 물 위의 청춘》
두 손은 점점 기계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반복 반복 다시 또 반복
우리의 청춘
나사, 빨간 전원선에서
마이크로레지스터 안에서 소모되는
해가 갈수록 가라 앉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