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 쿠데타 이후 파업에 나선 음식배달 라이더들

미얀마 | 쿠데타 이후 파업에 나선 음식배달 라이더들

그랩 라이더들은 이제 자신들이 단결해야만 그랩에 상당한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2024년 4월 4일

[동아시아]미얀마동남아시아의 그랩, 플랫폼노동, 파업, 쿠데타, 미얀마, 시민불복종운동

2022년 3월 14일 자정, 그랩 미얀마(Grab Myanmar)는 음식 배달 기사들의 주문 건당 수수료를 800짯(0.38달러)에서 600짯(0.28달러)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앱 알림을 받은 그랩 라이더들은 앱에서 로그오프하는 방식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양곤에서 일하는 300명 이상 그랩 라이더가 앱을 기동하지 않음으로써 이 파업에 참여했다.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은 악화됐고,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공간도 제한됐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여전히 조직을 결성하고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글에서는 2022년 그랩 미얀마 라이더 파업 사례를 통해 군부 통치 하에서의 노동자 조직화의 기회와 한계, 그 지평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글은 동남아시아의 그랩 시리즈 다섯번째 글로, '아시아 노동리뷰(Asian Labor Review)'에 실린 글 Horizons of Labor Organizing in Post-Coup Myanmar: Grab Riders on Strike을 번역한 것이다.

2022년 3월에 그랩 배달 기사들이 파업을 했을 때, 한 배달 기사가 미얀마 노동뉴스(Myanmar Labour News)와의 인터뷰에서 “평상시 하루 배달 주문을 10건 이하 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주문 한 건당 800짯(500원)을 받았는데, 이 정도의 수수료라면 어느 정도 생활할 만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랩 미얀마 측이 건당 수수료를 600짯(380원)으로 내리면서부터 기사들의 생활이 너무 힘들어졌다고 한다. 참고로 양곤에서 생수 1병의 가격이 딱 600짯이었으니, 배달 수수료가 얼마나 낮아진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2022년 당시는 쿠데타 후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군부는 군부에 맞서 불복종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시민들을 억누르려고 여러 (억압적)조치를 내놓았고, 이로 인해 경제 상황이 엉망이 됐다. 쿠데타 이후 경제는 망가졌고, 물가도 크게 올랐다. 당시 그랩 배달 노동자들의 파업은 이틀반에 걸쳐 계속됐는데, 결국 회사 측에 주문 한 건당 수수료를 600짯으로 내리지 말라고 요구해 이를 관철시킬 수 있었다.

같은 주인 3월 16일, 푸드판다 미얀마의 배달 라이더들도 주문당 배달 수수료를 400 짯(250원)에서 670짯(420원)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며 푸드판다 미얀마 작업 보이콧에 나섰다. 또한, 푸드판다가 구글맵을 활용하여 거리를 정확하게 계산할 것, 노동자에 대한 관리자의 통제권을 줄일 것, 근무시간 중 운전자의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질 것 등을 요구했다. 이 파업은 5개월 동안 지속된 장기 투쟁으로 이어졌고, 결국 회사 측의 불확실한 약속으로 끝났다. 그 결과 수백 명의 라이더가 그랩으로 옮겨 일하게 됐다.

그랩과 푸드판다 라이더들의 이러한 행동은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 노동자 조직화의 동기와 가능성에 대해 질문들을 제기한다. 아래부터는 그랩 라이더의 노동 조건, 그랩의 노동과정이 작동하는 방식, 그리고 쿠데타 이후 미얀마의 억압적 조건에서 그랩 라이더들이 어떻게 파업을 조직했는지 등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다.

시민불복종운동 대열에 동참한 푸드판다 노동자들
시민불복종운동 대열에 동참한 푸드판다 노동자들

미얀마에서 그랩 라이더가 된다는 것

코로나19 기간 동안 배달 노동자로 일하는 것은 인기 있는 돈벌이 일자리였다. 특히 미얀마에서는 푸드판다와 그랩 같은 음식배달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했다. 양곤에는 Food2U, 양곤 도어투도어, 하이소몰, 푸드판다, 그랩푸드 등 5개의 음식배달 서비스가 있다. 하지만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은 푸드판다와 그랩푸드 둘이다.

2017년 택시 서비스로 미얀마 시장에 진출한 그랩은 2019년 11월 양곤에서, 2020년 7월에는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만달레이에서 음식배달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또한 그랩은 팬데믹 기간 동안 식료품 배달을 제공하는 ‘그랩마트’ 사업도 시작했다. 그랩푸드에는 약 550명의 라이더가 근무하고 있는데, 대부분인 500명은 양곤에서, 약 50명은 만달레이에 일한다.

코 아웅 르윈(가명)은 푸드판다 보이콧 행동에 참여한 노동자 중 1명이다. 그는 푸드판다 라이더 계정이 평소와 같은 일자리를 제공하지 않자, 그랩 쪽으로 갈아타기로 결심했다. "2시간 교대 근무를 했지만 단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어요. 회사는 라이더들의 요구를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시위를 주도한 노동자 리더들에게는 일감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조작했죠."

코 아웅 르윈에 따르면, 그랩 라이더가 되기 위해선 사진이 포함된 이력서와 주민등록증, 호적등본, 그리고 다른 라이더 동료의 연락처를 제출해야 한다. 신입 라이더는 그랩에 보증금으로 8만 짯(5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5만 짯(3만2천원)은 선불로 지불하고, 나머지 3만 짯(2만8천원)은 주문 5건당 1천 짯(640원)의 비율로 임금에서 공제한다.

실제 총 3만 짯(1만9천원)이 지급될 때까지 연속 30일 동안 매일 1천 짯를 공제한다는 의미이다. 만약 라이더가 그랩을 퇴사하게 되면, 이 보증금을 공식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공식적으로 그랩을 그만둬야 하는데, 대부분의 라이더는 그렇게 하지 않고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을 때 앱을 지우거나 닫아버리기만 할 뿐이다.

오토바이 배달부 코 윈 아웅(가명, 45세)은 그랩푸드가 만달레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지 6개월 후부터 그랩푸드에 합류했다. 그는 자신의 운전면허가 없었기 때문에 친구의 운전면허증을 빌려 일을 시작해야 했다. 신입 라이더로서 그는 초기 할부금 2만 링깃(9.52달러)과 함께 50,000 링깃(23.80달러)을 입금했고, 나머지는 월급에서 공제됐다.

양곤의 라이더들은 배달 수수료 외에 주행거리 1킬로미터당 200짯을 받는다. 고객이 라이더에게 팁을 주면 그랩은 팁의 100%를 라이더에게 전달한다. 한 경로에서 두 번의 배달이 이루어지면 라이더는 추가로 200짯을 벌게 된다.

양곤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는 그랩 라이더는 주당 약 6만 짯(3만8천원)~15만 짯(9만6천원), 한 달에 40만 짯(25만원)~60만 짯(37만5천원)의 수입을 올린다. 만달레이의 그랩 라이더는 보통 주당 약 8만 짯(5만원)~15만 짯(9만6천원)을 벌며, 월 최소 30만 짯(19만2천원)을 받을 수 있다.

만달레이의 라이더들은 양곤의 라이더들보다 ‘킬로 카야’(추가 킬로미터 이동에 대한 보너스)가 더 낮다. 이에 대해 코 윈 아웅은 아래와 같이 말했다.

"‘킬로 카야’는 킬로미터당 100짯이에요. 그러니까 3킬로미터를 이동하면 300짯, 5킬로미터를 이동하면 500짯을 받게 되죠. 2천600짯은 제가 주문으로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수료인데요. 11킬로미터를 주행하면 다른 보너스 수수료가 추가되어 해당 배달에 대해 4,000짯(2,500원) 이상을 받게 돼죠. 그랩은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목요일에 임금을 송금합니다. 그랩 라이더로 일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어요. 하지만 좋은 휴대폰이 필요하죠. 푸드판다와 달리 배치 시스템이 없거든요."

푸드판다의 배치 시스템(Batch system)은 라이더의 실적에 따라 순위를 매기는 방식을 취한다. ‘배치1(Batch 1)’은 최고의 성과를 낸 라이더를 위한 등급이고, ‘배치6’은 신규 라이더를 위한 등급이다. ‘배치1’에 속하는 라이더는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고 다른 라이더보다 높은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미얀마의 최저임금인 1일 4,800 짯(2018년에 마지막으로 인상함)과 비교하면 그랩 라이더의 일일 수입은 더 높다.

그랩은 노동자를 규제하는 크레딧 시스템을 사용한다. 라이더의 크레딧이 50,000크레딧 미만이면 주문을 받을 수 없다. 이 경우 노동자들은 회사 핫라인으로 전화해야 하며, 회사는 150만 또는 200만 크레딧을 추가한다. 근무시간이 끝난 밤에는 라이더가 현지 송금 애플리케이션인 KBZ pay를 통해 고객으로부터 받은 돈을 그랩으로 이체해야 한다.

그랩에는 교대 근무나 성과에 대한 지표는 없지만, 주문 수락률 제도는 있다. 라이더의 주문 수락률에 따라 배달 배정의 우선순위가 정해진다. 라이더들의 주문 거부율이 높으면 그랩 사측은 3일 동안 해당 라이더의 계정을 닫아버린다. 라이더의 계정을 정지하는 다른 사유로는 그랩으로 송금을 거부하거나, 등록된 해당 계정을 통해 일하는 다른 노동자가 있을 경우 등이 있다.

라이더는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할 수 있으며, 근무 가능 시간을 파악해 근무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라이더들은 특정 시간에 일할 수 없는 경우 애플리케이션을 닫으면 된다. 푸드판다와 달리 그랩 라이더는 양곤과 만달레이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네피도와 칼로(Kalaw)에서는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코 윈 아웅은 이렇게 말했다. "온라인 상태일 때 주문을 거절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해요. 월요일에 첫 주문을 취소하면 주문이 없게 되거나, 한 주 동안 주문 할당이 적어지기 때문에 월요일은 우리에게 중요하죠." 단, 오후 9시 이후부터는 라이더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고 주문을 거절할 수 있다.

대부분의 라이더는 젊은 남성이다. 코 윈 아웅만 해도 만달레이에서 알고 지내는 여성 라이더가 단 세 명뿐이다. (양곤의 경우에는 15명의 여성 라이더가 있다.) 이에 더 해 그는 도시 내 대부분의 라이더가 20~30세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랩 라이더들의 시위, 보이콧, 파업

보통 그랩 라이더들의 집단 보이콧이 성공하게 되면, 시스템상에서 로그오프하고 활성 라이더를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되면 고객들은 주문을 넣을 수는 있지만 음식을 배달할 사람이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2020년 11월 3일, 100명이 넘는 그랩 라이더들이 양곤의 그랩 사무실 앞에서 배달 1건당 수수료가 1km당 1,200짯(750원)에서 800 짯(500원)으로 인하된 것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러한 변경 조치는 이틀 전인 11월 1일에 발표됐는데, 그 전에는 라이더가 주문 건당 1,200짯을 받을 수 있었고, 야간 근무를 선택하면 300짯(190원)을 보너스로 받았다. 이에 항의했던 한 라이더는 “보통 하루에 10건의 주문을 받았는데, 예전에는 괜찮았어요. 하지만 수수료가 감소한 이후로는 수입이 충분하지 않더군요. 요금을 1,000짯(625원)으로만 인하했더라면 우리도 살 수 있었을 것에요"라고 말했다.

시위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라이더들에게 퇴거를 요구했다. 경찰은 노동청에서 그랩 사측과 라이더 간의 협상을 촉진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그 후 경찰은 시위 중인 라이더 3명을 노동청으로 데려와 그랩과의 면담에서 라이더들을 대표하도록 했다. 그러나 회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과 정부 관리의 개입으로 인해 다른 라이더들은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 채 자리를 떠났다. 이 분쟁에서 회사는 승소했고 배달 요금은 800 짯로 인하됐다. 그 이후로 피해를 입은 라이더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16개월 후인 2022년 3월 14일, 앞서 설명한 대로 그랩이 기본 주문 요금을 1km당 800짯에서 600짯으로 더 낮추려고 시도하면서 두 번째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이 때는 모든 라이더들이 어플리케이션에서 로그아웃했다. 라이더들의 집단 파업은 그랩에 상당한 압박을 주었다. 그 결과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결국 라이더들은 성공했고, 회사 측은 요금을 인하하지 않았다. 이 글을 쓰는 현재, 그랩 라이더의 기본 배달 요금은 여전히 800짯이다.

2020년과 2022년에 모두 파업에 참여한 그랩 라이더인 코 쿄(가명)는 이렇게 평가했다. "회사가 배달 요금을 인하하지 않았어서 2차 파업에서 우리가 승리한 거예요. 하지만 그들은 라이더들을 더 통제하기 위해 취소율 측정을 추가했죠." 또한 그랩은 시스템적으로 라이더들을 통제하기 위한 더 많은 조항들을 도입했다. 특히, 그랩은 라이더가 전달받는 거의 모든 배달 주문을 수락하도록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랩은 라이더의 일일 주문 취소율이 10%를 넘거나 주간 주문 취소율이 10%를 넘으면 라이더의 계정을 3일 동안 정지시킨다.

2020년 11월 보이콧 당시 라이더들은 그랩 사측에 건강보험 제공과 근무시간 중 발생한 산업재해에 대해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 당시 미얀마 노동뉴스는 그랩 측이 라이더 산재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고 보도했고, 이 때문에 상해를 입은 라이더는 치료비 및 관련 비용을 직접 지불해야 했다. 이는 위험한 도로에서 일해야 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흔히 벌어지는 문제다. 푸드판다 라이더들의 경우, 2022년 3월 시위에서 기본 배달료 인상과 함께 동일한 요구를 제기한 바 있다.

이로부터 거의 2년이 지난 지금, 그랩 라이더들은 마침내 의료보험에 대한 그들의 요구를 쟁취했다. 코 아웅 르윈은 "한 라이더가 사고로 인해 3일간 휴가를 받고 6만 짯(28.57달러)를 받은 사례를 목격했어요. 라이더가 건강상으 이유로 일주일을 쉬어야 할 경우, 약 10만 짯(6만5천원)를 받았죠"라고 말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코 아웅 르윈은 푸드판다 라이더로 일할 때 회사로부터 건강 관리를 위한 재정적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상기했다. 그런 한편, 그는 "사고가 나면 그랩에서 의료비를 부담하는데요. 제 친구 중 한 명이 사고를 당했을 때 회사에서 비용을 부담하기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조직화를 위한 도전 과제

플랫폼 노동자에게는 수입 손실의 위험이 가장 큰 문제다. 이러한 위험 때문에 라이더들은 플랫폼 회사를 상대로 파업을 벌이는 동안 취약한 생계 상황에 놓이게 된다. 특히 현재와 같은 군부 통치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또한 2021년 2월의 군부 쿠데타는 노동자 조직화를 더욱 제한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라이더는 고용주에게 압력을 가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항의할 수 없게 됐다. 군부는 모든 형태의 공개 파업이나 거리 시위를 단속하고 탄압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랩 라이더들은 눈에 보이는 공개 시위에 참여하지 않고, 대신 시스템상에서 로그아웃하며 저항한다. [그랩이나 푸드판다 등 음식배달 플랫폼 업계에서] 조직된 노조가 없다는 점도 그랩과의 교섭에서 약점으로 작용한다. 이것이 바로 현재 그랩이 노동조건을 통제하는 데 있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주된 이유일 것이다.

그랩은 라이더를 ‘파트너’라는 이름으로 고용한다. 즉, 라이더는 직원이 아닌 프리랜서 노동자로 간주된다. 회사는 라이더와 서비스 계약을 맺고, 계약 내용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합법적인 노동권을 갖기 어려워진다. 코 아웅 르윈은 “계약서에 서명하고 회사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피하고 고용주와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했어요.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우리에게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부 라이더들은 계약서를 제대로 읽지도 않고 그냥 서명해요.”

‘웨이 리더(way leader)’는 여러 구역을 관리하는 역할로 배정된다. 웨이 리더는 라이더를 감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라이더와 회사 사이에서 에이전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때로 웨이 리더는 파트너가 아닌 그랩의 공식 직원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은 앞서 소개한 두 라이더들의 파업에 관여하지 않았던 것이다. 코 쿄는 이렇게 말했다. "그랩이 배달 수수료를 600짯으로 인하할 계획을 세웠을 때 한 웨이 리더가 우리에게 알려주었어요.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서로 논의할 기회를 가졌죠... 웨이 리더가 파업에 참여하면 일자리를 잃게 되겠죠.”

사고가 발생하면 라이더는 웨이 리더와 그랩 핫라인에 모두 사고 사실을 알려야 한다. 그러면 웨이 리더가 라이더를 만나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방식이다. 고객이 잘못된 위치를 제공한 경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웨이 리더의 책임이다. 이러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라이더와 해당 지역의 웨이 리더가 Viber(남아시아와 서아시아 쪽에서 많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에서 그룹 채팅을 할 수 있다.

현장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회사는 즉시 웨이 리더 및 라이더와 회의를 주선하여 문제 해결을 시도한다. 그런 다음 웨이 리더는 라이더와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웨이 리더가 경영진에게 직접 문제를 보고하여 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되기도 한다. 그랩 라이더는 라이더 수가 적고 고용주가 노동권을 침해할 때만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라이더가 많기 때문에 노조를 조직하기 어렵다.

코 윈 아웅은 “노조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랩이 우리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 우리 라이더들은 노조가 필요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물론 그는 언젠가 라이더들에게도 노조가 필요할 것이라고 믿는다. 코 쿄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미 단결하고 있기 때문에 노조를 조직할 필요가 없어요. 각 지역에는 라이더를 대표하고 라이더가 해야 할 일을 결정할 수 있는 비공식적인 리더가 있어요.” 이 비공식적인 네트워크 조직망은 2022년 3월 2차 파업 당시 라이더들을 동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코 아웅 르윈은 그랩이 푸드판다에 비해 라이더를 위한 시설이 더 좋다고 말했다. 그는 푸드판다가 그랩과 같은 방식으로 라이더를 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랩의 라이더들에게도 임금과 근무 조건은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다. 코 쿄는 1년 전 미얀마에서 세 번째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친구로부터 20만 짯(12만8천원)을 빌려 지금도 갚고 있는 경험을 예로 들면서, 그랩 사측이 적절한 임금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21년 2월 군부쿠데타 이전에도 미얀마의 공식적인 노동 분쟁 해결 메커니즘은 매우 취약했다. 노동법 위반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지 못했다. 게다가 미얀마에는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는 구체적 법률이 없다. 두 차례의 그랩 라이더 파업에서 분쟁 해결은 그랩과 라이더 간의 상대적 협상력에 달려 있었다.

2020년 첫 번째 파업 당시에는 경찰이 출동하여 합의에 개입했다. 당시 경찰은 노동자들에게 퇴근 압력을 가할 수는 있었지만, 그랩이 라이더들의 요구에 동의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는 없었고, 적어도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두 번째 파업 기간 동안 그랩 라이더들은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그들은 집단적으로 애플리케이션에서 로그아웃했다. 이는 그랩에 상당한 압박을 주었다. 이틀 후 그랩은 배달 수수료를 인하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주문 수락률과 관련된 제한을 추가했다.

미얀마 그랩 라이더 투쟁의 사례는 플랫폼 산업의 착취와 억압적 경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노조를 조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랩 라이더들은 이제 자신들이 단결해야만 그랩에 상당한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쿠데타 이후] 군부는 미얀마에서의 정치적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로 인해 라이더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쿠데타 이후 미얀마 노동조합운동은 쿠데타에 맞선 시민불복종 운동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군부는 노조와 노동운동가들이 군부에 맞선 정치운동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억압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특히 최대 도시인 양곤 주변 공단 지역의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 노동권 침해 종식을 위해 조직을 결성하고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행동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미얀마에 군부의 강압적 통치가 지속되는 한 배달 라이더, 공장 노동자, 그리고 그밖의 노동자들이 조직을 결성하고 파업을 벌이며 고용주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협상할 수 있는 공간은 제한적일 것이다.

글 : Ko Maung

번역 : 홍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