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봉제노동자가 서구패션브랜드의 철수를 요구하다

미얀마 봉제노동자가 서구패션브랜드의 철수를 요구하다

미얀마는 서구 패션브랜드의 가장 큰 아웃소싱 국가이다. 미얀마 봉제 노동자들은 군부독재와 하청으로 인한 이중의 인권⋅노동탄압에 직면해 있다.

2023년 5월 14일

[동아시아]미얀마동아시아, 미얀마, 노동운동

서구 패션 브랜드들은 미얀마에서 법적으로나 노동조건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미얀마 현지에서 이 산업에 노동자들은 파업을 벌이는 등 여러 저항을 계속해 왔다. 관련하여 자국의 민주주의와 노동권을 위해 미얀마에서 해외 패션 브랜드 공장 철수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소개한다. 이 글은 미얀마의 봉제노동자 카잉 자르 아웅(Khaing Zar Aung)의 증언과 '깨끗한 옷 캠페인(Clean Clothes Campaign)'의 미얀마 봉제산업에 대한 보고서를 정리한 것이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자라(ZARA) 셔츠와 에이치앤엠(H&M) 바지를 입는다. 그러나 이런 인기 패션 브랜드의 생산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의류 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노동 집약적인 제조 산업 중 하나이다. 의류업체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옷을 만들 수 있는 생산지를 찾아왔다. 지난 몇 년 동안 미얀마는 값싼 노동력과 유리한 수출입 관세 때문에 의류 산업의 인기 있는 공급처가 되었다. 원래 미얀마의 주요 수출품목은 천연가스였지만, 2018년부터 미얀마 봉제공장의 의류가 제1의 수출품목이 되었다.

유럽의 자라(Zara), 에이치앤엠(H&M)같은 패스트패션 업체들은 미얀마에 생산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산업의 성장과는 반대로 미얀마 봉제 노동자들은 군부와 하청공장의 노동권 침해, 신체적⋅정신적 학대, 부당해고, 결사의 자유 제한 등 매우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

미얀마 노동조합연맹(Confederation of Trade Unions Myanmar: CTUM)의 재무담당이자, 산업노동자연맹(Industrial Workers’ Federation of Myanmar: IWFM)의 대표인 카잉 자르 아웅(Aung:이하 아웅)은 산업노동자연맹에 보낸 보고서에서 “노동권을 위한 평화적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매니저가 나를 군에 신고했습니다. 그런 후에 나를 납치하고, 집에 불을 지르고 고문하고, 오빠의 머리를 다치게 했습니다”라고 증언했다. 아웅(Aung)은 양곤 북서부의 다국적 소매 대기업 H&M과 Mark & Spencer의 직물 생산 공장에서 근무한 전직 의류 노동자이다. 그녀는 그 사건 이후 해고당했다.

군사 쿠데타 이후 아웅과 같은 사례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2021년 군부점령 이후 2년간 최소 10만 4천여명의 의류노동자들이 노동권 및 인권 침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아웅은 EU 등 다른 나라의 외화가 군부의 자금줄이 되어주는 상황을 비판했다. 패션업체들의 고용주들은 안전을 보장받고 금전적 이익을 얻기 위해 군 당국과 협력하며, 관리자는 의류 공장에서 군대의 감시견 역할을 하고 있다.

미얀마 의류제조업체 협회는 지난해 의류 수출액이 47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고했는데, 산업노동자연맹에 따르면 노동자의 급여는 그 수입의 5.3%에 불과하다. 현재 미얀마 의류 공장의 최저임금이 하루 1.68달러로 쿠데타 이전의 절반 수준이다. 1.68달러로는 한 사람의 생계를 보장받을 수 없는데, 이마져도 공장에서 할당한 작업량을 완료하지 않으면 임금을 받을 수 없다. 할당한 작업을 완료하려면 휴무 없이 하루 10~14시간을 일해야 한다.

양곤의 봉제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
양곤의 봉제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

아웅은 노동자들은 노예취급 받고, 군은 저항하는 노동자를 체포⋅고문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군대는 고용주와 연합해 노동운동을 하는 이들의 마을을 불태우기도 했다. 그녀는 계속 되는 탄압과 위협 속에 쿠데타 직전 독일로 갔고, 군사 점령 후에 해외에 머물면서 미얀마에 있는 동료들과 계속 협력했다. 하지만 미얀마 내 그녀의 동료들은 당국의 사무실 급습으로 컴퓨터와 문서들을 압수당해 현재는 전국에 흩어져 익명으로 일하고 있다.

아웅은 해외 브랜드업체들은 미얀마 노동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며 떠나야만 한다고 말한다. 유럽 본사에 부당한 노동탄압 현실을 알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 제보를 하는 사람들은 체포와 탄압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미얀마 현지 공장의 부당한 대우를 본사에 알린다고 해도, 현지 공장에서 혐의를 부인할 경우 유럽 본사는 문제를 해결할 권한이 거의 없어 묵인할 가능성이 높다. 본사 입장에서는 노동자들의 낮은 임금을 이유로 미얀마에 하청을 준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 및 인권 리소스센터((Business & Human rigjts resource centet: 인도네시아에 있는 글로벌 기업윤리 감시단체)의 관리자인 나탈리 스완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제 브랜드들은 아웃소싱 공장에서 부당한 상황이 있을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다. 또, 국제 브랜드들이 인권침해를 개선 할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에 미얀마처럼 권리가 약한 국가에서는 실제로 조사하고 감시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얀마에서는 '컷 앤 런(cut and run: 보다 비용적으로 효율적인 공급망이 나타나면 재빨리 갈아타는 것)'방식을 채택하는 국제 브랜드가 증가해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게 되었다. 이를 막기 위해 의류산업의 비정부기구인 '깨끗한 옷 캠페인(Clean Clothes Campaign)'은 올해 초 미얀마 의류 부문의 실사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비공식지침 목록을 발표해 의류 브랜드 업체들이 노동자와 시민사회, 소비자에게 보다 투명해 질 것을 촉구했다.

현장에서는 노동자 학대와 규정위반에 대한 보고가 넘쳐난다. H&M는 공장의 모든 이해관계자와 협력할 것이라고 했으나, 노동자에게 공정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노동권을 무시한다.

H&M은 당장 미얀마를 떠나지 않을 것 같지만, Primark, Aldi South Group, C&A같은 업체들은 작년 미얀마에서 철수를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철수가 진행되었는지 알 수 없다. 이들 브랜드와 현지 하청 공장의 관계가 계약기간에 따라 다르고, 각 공장은 일반적으로 6~7개의 서로 다른 브랜드와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기업이 발을 빼는 것만으로는 현지 공장의 생산에 큰 타격을 주지는 못할 가능성이 높다.

책임있는 하청운영?

주미얀마 유럽상공회의소(European Chamber of Commerce in Myanmar:EuroCham) 책임자 카리나 유퍼트(Karina Ufert)와 미얀마 책임경영센터 소장 비키 브라운(Vicky Brown)은 이들 브랜드가 더 강력하게 실사를 수행하고 공장과 통합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얀마에서 아웃소싱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브랜드가 노동자들의 근무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이들이 철수 한다는 것은 노동자 권리 상황을 악화시키고 실업률을 높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군부 통치하에서 노동권, 인권 침해를 막을 수 있는 조치는 별로 없어 보인다. 지난 해 9월 양곤 경찰은 미얀마 국적의 전직 영국 대사이자 장기거주자인 바우먼(Victoria Jane Bowman)을 남편과 함께 체포했다. 혐의는 바우먼의 국내 외국인 등록과 관련 있었지만 쿠데타 이후 반대세력을 단속하려는 군부의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전직 영국 대사조차 체포되는 엄혹한 상황에서 국제브랜드들이 군부에 문제를 제기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미얀마상공회의소와 책임경영센터의 프로그램은 노동자들과 노조활동가들의 강한 반발을 일으켰으며, 이것이 역효과를 불러왔다. 공식적 절차를 만들기 위해 노동자와 경영진을 '교육'하는 것에 중점을 둔 이 프로그램은 작업장 조정위원회 대표 대다수를 고용주로 구성했다.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이 금지된 미얀마에서 이런 프로그램은 사실상 불만을 제기한 노동자를 색출해 고문하거나 체포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근 EU상공회의소와 독일에 본사를 둔 에사쿠아 그룹(Esacua group)은 향후 4년 동안 미얀마 봉제 산업 개선사업을 위해 이해관계자들과 협업해 ‘Made in Myanmar 사업’을 발표했다. 특히 사업 예산으로 300만 유로(43억1,232만 원)와 다양한 의류 브랜드들의 추가 기부를 통해 예산을 추가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아웅은 “이 사업은 국제노동기구(ILO)가 국가관리위원회를 합법적인 정권으로 인정하는 것 뿐 아니라 노동권 침해도 은폐하게 될 것이며, 단지 보여주기 식으로만 진행되며, 국가관리위원회가 노동자를 위해 더 나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해결해 나가는 척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얀마 최대노조인 미얀마 노동조합연맹(CTUM) 도 EU가 추진하는 미얀마 봉제 산업 개선사업은 노동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국가관리위원회만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참고 자료

https://southeastasiaglobe.com/western-brands-myanmar-garment-woker-abuse/

<Southeast Asia Globe> Western fashion brands in Myanmar called out for worker abuse. 2023.4.6

https://cleanclothes.org/file-repository/resources-recommended-reading-the-myanmar-dilemma-can-the-garment-industry-deliver-decent-jobs-for-workers-in-myanmar/view

<Clean Clothes Campaign> The Myanmar Dilemma. Can the garment industry deliver decent jobs for workers in Myanmar? - full Report 2017.02

글 :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