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의 외침에 귀기울이고 함께 해야 한다

“저는 진짜 끝까지 싸울 겁니데이~
이대로는 억울해서 못 끝냅니데이!
끝날 때까지 농성장서 자라면 자고, 집회 하라면 할 것이니께,
긍께 우리 힘들더라도 끝까지 같이 합시데이~~”
– 2022년 11월 7일로 철야농성 35일차를 맞은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중식 집회, 김정숙 조합원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이 △시급 400원 인상 △휴게실 개선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며 덕성여대 김건희 총장실 앞에서 철야 농성 중이다. 이 투쟁은 무려 1년 전인 2021년 11월 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날부터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서울지역대학 청소노동자 사업장(고려대, 고려대 안암주차, 동덕여대, 덕성여대, 서강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연세대, 연세대재단, 이화여대, 인덕대, 홍익대, 카이스트서울 총 13개 사업장)은 2022년도 노동조건 합의를 위해 동일한 요구안을 걸고 집단교섭을 시작했다. 이후 석 달 동안 10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다. 하지만 사측은 안을 내지 않아 교섭은 결렬되었고, 3월 14일부터 투쟁이 시작됐다.

청소노동자들은 각 대학 사업장별 선전전, 순회 집회, 대통령 인수위원회 앞 기자회견, 집중 결의대회 등으로 투쟁의 수위를 올렸다. 집단 투쟁 석 달 후인 6월 10일, 홍익대분회에서부터 합의가 이뤄졌다. 9월까지 덕성여대를 제외한 12개 대학·재단은 노동자들과 잠정 합의 도달했다. 이처럼 덕성여대뿐 아니라 다른 사업장들도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 투쟁은 쉽지 않았다. 무려 열 달의 시간동안 자신들의 정당한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단호하게 투쟁하며 교섭에 임했고,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문제는 덕성여대다. 집단교섭을 진행했기 때문에 한 사업장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덕성여대 당국의 버티기로 인해 시급 인상분을 올해 1월분부터 소급 적용받기로 한 12개 다른 대학 노동자들의 임금도 동결된 상태다. 13개 사업장 청소노동자들이 공동교섭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합의가 완료되어야 합의안이 집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덕성여대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결국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은 농성 투쟁을 택했다. 지난 10월 4일부터 김건희 총장실 앞 철야농성을 중심으로 한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농성 36일째(11월 8일 현재)까지 단 한 명의 조합원도 이탈하지 않고, 뭉쳐서 싸우고 있다. 그 사이 9일 간의 전면 파업과 14일 간의 간부파업이 진행됐다.

모욕

사실 덕성여대 용역업체인 프로에스콤은 일부 내용에 한해 안을 냈다. 하지만 덕성여대 김건희 총장은 “청소용역비를 동결하겠다”는 입장을 고집했다.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사회적인 관심이 쏠리자 학교 측은 대화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이 와중인 10월 19일 학교 명의로 내놓은 담화문에서 노동조합의 투쟁을 “특혜 바라는 집단 이기주의”, “인면수심”이라고 비난하고 모욕했다.

11월 1일 학교당국이 제시한 수정안은 시급 400원을 올리는 대신, “향후 5년간 12명에 이르는 정년퇴직자 TO를 충원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오히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안을 낸 것이다. 노동자들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통보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덕성여대는 이미 지난 10년 동안 청소노동자 8명이 정년 퇴직한 빈 자리에 신규채용을 하지 않았다. 인원이 줄면 남은 사람들의 1인당 청소면적은 늘고, 노동강도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해서 노동조건이 악화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당국은 노동강도를 더욱 악화시키겠다는 방침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11월 2일,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노동조합 기만⋅모욕, 청소노동자 구조조정 시도, 덕성여대는 ‘낙제’입니다”란 제목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동자들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점심 선전전에 참여한 윤경숙 덕성여대 분회장은 아래와 같이 말하며 단호하게 투쟁 의지를 밝혔다.

“우리의 투쟁이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쳐도 실제로 바위가 깨어질 수 있습니다.
바위에 부딪혀 깨진 계란을 먹기 위해 많은 새들이 부리로 바위를 쪼아서 깨어진다고 합니다.
우리는 승리할 수 있습니다”

정당한 요구

노동자들의 단호한 의지는 내걸고 있는 요구안의 정당성에서 나온다. 이들의 ‘통상시급 400원(하루 3,200원, 월 8만3,600원)’ 인상 요구는 올해 최저임금(9,160원)보다 고작 230원 높은 임금 수준이다. 현재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의 통상시급은 9,390원에 불과하다. 24년 만의 최고 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지금, 시급은 1만원도 되지 않는다. 식대 12만 원을 포함하더라도 세후 월급 185만 원인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는 오히려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휴게실 개선’ 요구도 학내의 대부분 휴게실이 환기가 불가능하고, 심지어 일부 휴게실은 노동부 근로 감독과 실태조사에서 ‘부적합’ 판결을 받은 것에서 비롯됐다. 이는 학교 당국이 반드시 시정해야 하는 의무다. 올해 8월부터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따르면, 용역 노동자의 휴게시설 보장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휴게실 미설치 시 과태로 부과, 최소한의 냉난방, 환기 및 편의시설 확보, 휴게시설 설치의 원청 책임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의 정당하고도 상식적인 요구에도 학교 당국은 노조를 공격하는 담화문을 냈다. 사태를 왜곡하고, 학생들과 청소노동자들을 갈라치기하는 부당한 입장을 취했다. 이러한 갈라치기의 결과, 투쟁 과정 중 재학생 들 일부가 노골적인 투쟁 반대를 표현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일부의 목소리일 뿐,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학생들의 자보도 학교 곳곳에 붙어 있다.

10월 18일,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파업을 지지하는 대학생 기자회견에서 덕성여대 학생이 직접 나선 바 있다. 이 학생은 김건희 총장에게 쓴 편지에서 이렇게 적었다.

“청소노동이 중단된 지 단 하루 만에 학교는 난장판이 됐습니다. 이는 청소노동이 우리 대학과 사회의 필수노동임을 증명합니다. 청소노동자의 시급 400원 인상 요구는 노동의 귀중함을 생각하면 겸손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총장님은 ‘최저임금보다 높게 주고 있으니 감사하게 생각하라’며 혐오와 차별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청소노동자의 노동은 최저가 노동이 아닙니다. (…) 신당역에서 여성노동자가 살해당하고, 에스피씨 로지스틱스(SPL) 공장에서 20대 여성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대학이 노동을 존중하는 모범을 보여야 할 시기에 총장은 반노동적 시선을 드러냈습니다.”

덕성여대는 여성 독립운동가가 최초로 설립한 여학교라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 덕성을 설립한 독립운동가 차미리사 선생은 “주체적 삶, 창의적 지식, 실천적 사고(자생, 자립, 자각)의 정신”을 강조하며 여성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설립 102년이 지난 지금, 그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바로 자신의 노동에 대한 부당한 비난과 멸시를 묵과하지 않고, 이에 맞서 투쟁하는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이다. 이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주체적 삶과 실천적 사고”라는 덕성의 정신을 현실에서 구현하고 있다. “자랑스러운 모교인 덕성”을 강조하는 김건희 총장은,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하고 몰염치한 탄압을 멈추어야 한다. 지금 당장, 노동자들의 요구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스스로 평범한 여성들의 적을 자처하지 않겠다면 말이다.

오는 11월 9일(수) 오후2시반, 덕성여대 캠퍼스에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투쟁 집중 결의대회가 열린다. “미화도 덕성의 구성원이다”, “덕성 위해 청춘을 바쳤다”고 말하는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은 대학의 뻔뻔한 구조조정 시도에도 끝까지 투쟁할 결심을 갖고 있다. 생활임금 쟁취! 구조조정 반대! 휴게실 개선 및 샤워실 설치!를 위해 싸우는 덕성여대분회 조합원들에게 힘을 실을 때다. 🔥

글: 류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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