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당노동행위와 임금 삭감, 직장내 성희롱에 맞서 싸우는 여성노동자들

파리바게뜨 제빵사들이 일군 소중한 승리

2017년 가을, 고용노동부는 SPC 파리바게뜨의 제빵사 5,300명에 대한 불법 파견과 연장근로수당 110억1700만원 미지급, 부당노동행위를 확인했다. 이에 따라 제빵사 직접 고용과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사법 처리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SPC 사측은 시민사회운동의 비판과 법률 압박에도 불구하고, 간접 고용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노조 및 시민대책위와 사측은 “자회사를 통한 고용”을 하는 대신 급여를 3년 안에 본사 정규직과 동일하게 맞추고,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내용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다.

이 합의의 최종 이행 완료 시점은 3년 뒤인 2021년 1월 11일이었다. 그해 4월 1일, SPC는 사회적 합의를 이행 완료했다며 선포식을 열었다. 하지만 시민사회가 구성한 검증위원회가 검증한 결과, 사측이 실제 합의 내용을 이행한 항목은 2개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합의 이후 SPC는 제빵사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하지만 본사가 아닌 자회사 ‘피비파트너즈’로 채용함으로써 사실상 간접 고용 형태를 유지했다. 이후 피비파트너즈에는 기업별 노조가 설립되는데, 한국노총 산하의 해피파트너즈 노조와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가 연합함으로써 이들은 조합원 과반수를 확보하고, 교섭대표 노조가 된다. 이에 따라 기존의 민주노총 산하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지회장 임종린, 이하 파리바게뜨지회)는 소수 노조가 되어 교섭력이 없어지게 됐다. 사측이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악용한 것이다. 사측에서 인원이 많은 ‘어용 노조’를 만들어 민주노조를 소수로 만들어버리고, 교섭권을 무력화하는 이러한 방식은 삼성 자본이 사용했던 노조 와해 수법이다.

이와 동시에 SPC 자본은 민주노조측 조합원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노조에서 탈퇴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시작했다. 승진 차별이나 돈을 통한 회유, 해고 협박, 부당 징계 등 노조 탄압이 계속됐다. 휴게시간 사용 불가와 노동시간 상한 초과 등 열악한 노동 조건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사회적 합의 이행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도 이행 의무 기간이 끝날 때까지 지켜지지 않았다.

파리바게뜨지회는 계속해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라는 목소리를 냈다. 그럼에도 사측의 탄압은 계속됐고, 이에 맞서 임종린 지회장은 2022년 4월 단식 투쟁에 돌입한다.

다시 시민들의 이목이 쏠릴게 됐다. 사회적 연대와 불매운동이 확산됐고, 그럼에도 SPC 사측은 자신들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53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속된 임종린 지회장의 단식은 건강 악화로 중단됐다. 그러자 지회는 최유경 수석부지회장, 나은경 서울분회장, 박수호 대의원, 서정숙 제주분회장, 김예린 대전분회장 등 간부 5명의 집단 단식에 돌입했다.

사회적인 연대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여러 차례 시민 집회가 이어졌고, 동시다발 매장 앞 피켓팅과 인증샷도 이어졌다. 국제연대도 이뤄졌다. 프랑스노총 CGT가 연대의 메시지를 보냈고, 파리바게뜨 노동자를 위한 공동행동이 계속됐다.

10월 15일, SPC 계열사인 SPC 로지스틱스의 평택 제빵공장에서 밤샘 야근을 하던 23세의 여성 노동자가 산업 재해로 사망했다. 무리한 밤샘 근무 배치와 쉴 수 없는 노동 환경, 사측의 산업재해 안전 의무 위반이 재조명됐다. 논란은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시민들에게 전파됐고, 자발적인 불매운동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11월 3일, 사측은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기로 하면서 노사 합의가 타결됐다. 동시에 검찰은 피비파트너즈 황재복 대표이사와 임직원 27명은 노조 파괴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되었다. 실로 긴 투쟁 끝에 쟁취한 소중한 승리이다.

SPC 자본은 이전에도 사회적 합의 이행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전적이 있다. 게다가 평택 제빵공장 산업재해 진상 규명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투쟁과 사회적 연대가 이룬 소중한 승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지켜봐야 한다.

일각에서는 제빵업계에서는 파리바게뜨가 노동 환경이 그나마 ‘괜찮은’ 편에 속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 말이 사실이라 할지언정 이는 제빵 노동자들이 얼마나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는지 말해줄 뿐이다. 제빵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확장하는 싸움은 계속되어야 한다. ✊✊✊

유베이스 콜센터 상담사들의 고용안정 투쟁

2019년 3월, 유베이스 콜센터 수원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삼성전자서비스와의 위탁 계약 변경을 이유로 사측으로부터 타 지역(부천)으로 전환 배치하거나 퇴사해 실업급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는다. 이후 노동자들은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해 <금속노조 경기지부 유베이스 수원지회>를 설립하고, ‘고용안정과 노동조합 유지’를 목표로 3년 간 투쟁하고 있다. 조합원 대부분은 10~20년 동안 삼성전자서비스의 콜센터 상담사로 근무한 베테랑 노동자들이다.

2021년 12월, 유베이스 사측은 삼성전자와의 일부 업무 계약 종료를 이유로, 전직이나 희망퇴직(통상임금 600%)을 조합원들에게 제시했다. 이에 대해 여성들로 이루어진 유베이스 노동자들은 일방적인 전환 배치가 이뤄져선 안 되며, 가사와 일을 양립해야 하는 콜센터 노동자들의 환경을 고려해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사측은 다음 달에 송내나 부천의 다른 부서로 전환배치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일과 가사 노동을 병행해야 하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있어, 집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하루 4시간씩 통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게다가 기존 단체협약상 불이익한 전환 배치는 노사합의 사항이었다. 그럼에도 사측은 미봉책만을 계속 제시했고, 노사 간 합의가 성사되지 않자, 2022년 3월 25일 징계 해고를 통보했다.

그 사이(석 달 동안) 사측은 200명의 신규 상담사를 공채하고, 부산에서는 1천 명 규모의 컨택 센터를 유치하는 등 공격적인 사업 행보를 보였다. 큰 사업장을 새로 지을 역량은 있으면서 수원 사업장처럼 작은 규모의 사업장 하나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 유베이스지회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차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요청했다. 불행히도 이는 모두 기각되고 말았는데, 2022년 11월 현재 유베이스 노동자들의 기존의 투쟁을 유지하며, 향후 투쟁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콜센터 노동은 기업의 매뉴얼과 모든 업무들을 자세히 알고 상담해야 하고, 고객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등 숙련 노동이다. 하지만 ‘친절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폄하되며, 여성들에게 어울린다는 성별 편견과 연결되어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 조건에 처해있다.

콜센터 업계는 대부분 위탁 계약으로 운영된다. 계약에 따라 원청으로부터 일을 할당받은 후, 콜센터 기업들끼리 치열한 실적 경쟁을 거쳐, 실적이 좋은 기업만이 계약을 성사시키고 수익을 내는 구조다. 이와 같은 경쟁 압박은 고스란히 상담사들에게 전가된다. 대부분 상담사들은 정규직으로 계약해 일하지만, 원청과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언제든 해고되는 불안정한 위치에 놓여있다.

또한 실적에 대한 심한 압력은 노동조건에 대한 통제로 이어지고 있다. 불합리한 차별에도 콜센터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조직해 저항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 때문이다. 무한 실적경쟁과 수시로 일어나는 구조조정, 그리고 일과 가사를 양립해야 하는 여성 노동자의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형성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악조건에서 금속노조 유베이스수원지회는 3년 동안 서로 동고동락하며 싸워왔다. 상담사들의 인간다운 노동을 위해 힘쓰고 있다. 콜센터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투쟁에 견고한 연대가 필요하다. ✊✊✊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직장내 성폭력과 부당해고 맞선 싸움

2017년 문화관광체육부 산하 기관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하 문광연)에서는 정규직 남성 연구원이 3명의 계약직 여성 연구원들에게 “억지로 손잡고, 팔로 허리를 감싸고, 머리를 어깨에 기대게 하고, 입맞춤을 시도하고, 출장지 숙소에서 자정이 넘은 시간에 술에 취한 채 강제로 방에 침입”하는 등 성추행을 수 차례 저지르는 사건이 벌어졌다. 계약직 노동자였던 피해자들은 가해자에 의해 고용 여부가 결정되는 신분이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하지 못했다.

용기를 낸 피해자가 문광연 내 성고충위원회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한데 오히려 상사를 내부고발했다는 이유로 업무에서 배제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이 일어났다. 심지어 2020년 2월 29일 문광연 측은 성추행 피해자 중 한 명이자 공익제보자 정인영 씨의 해고를 통보했다.

2020년 7월, 피해자들은 가해자를 고소했다. 이후 1년이 넘는 법정 공방 끝에 2021년 11월 3일 가해자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가해자는 피해자들에 대해 무고나, 합의 하의 신체적 접촉이었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지만, 판사는 피해자들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고, 이에 근거해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더불어 이 사건의 범행은 피해자들의 고용을 좌우하는 업무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일반적인 추행 사건에 비해 죄질이 좋지 않고, 피고인의 지위와 피해자들과의 관계, 범행내용, 반복성,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 피해의 정도 등을 모두 고려할 때,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판단했다. 또한 문광연의 미진한 초기 대처로 인해 피해자들이 적절한 구제조치를 받지 못하고 2차 피해에 시달렸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부당해고를 당한 정인영 씨는 2020년 2월 29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같은 해 7월 30일 부당해고임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문광연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중노위에 항소했다. 이 항소 또한 그 해 11월 17일 기각됐다. 그러자 문광연은 갈수록 안하무인이었다. 기각 결정 이튿날인 11월 18일, 피해자에게 위로금을 받고 복직을 포기하라고 종용하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피해자가 이 부당한 ‘합의’제안을 거부하자, 문광연은 비싼 로펌과 계약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역시 2021년 11월 26일 패소하였다.

이처럼 문광연 측은 명백한 부당해고를 인정하지 않아 노동위원회 결정들을 불복했고, 행정소송까지 진행했다. 이렇게 2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며 정인영 씨는 국가기관으로부터 또 다시 “이 해고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세 번째 승소였다. 그러나 피해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너무나 고통스럽고 긴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당당하고 끈질긴 싸움 끝에 정인영 씨는 문광연과의 복직 일정 협의를 거쳐 2022년 2월 3일, 드디어, 복직해 출근했다. 실로 힘든 투쟁이었다. 2017년 성폭력 사건부터 해고 문제가 발생하기까지 피해자는 문화예술계에서 자신의 지속적인 호소에 기꺼이 함께 나서준 이를 찾기 힘들었다. 주변에는 “현장에 너같이 피해 본 사람들 한둘이 아니다”라며, 그냥 넘어가라는 사람도 많았다. 문화예술계 교수, 활동가, 각 문화재단의 기관 담당자,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등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피해자는 자신이 겪은 피해와 비슷한 피해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함께 이야기 해보자는 제안을 몇 차례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피해자는 당시 “이런 글을 올리고 나면 이내 ‘○○재단에서 XX 사업을 진행합니다. 많은 홍보 부탁드려요’와 같은 홍보글이 올라와 내 얘기를 묻어버렸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이후 문화연대,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반대 연극인행동 등 연대 단위들이 모여 피해자의 상황을 알리는 기자회견, 기고 등을 이어나갔다. 이러한 연대에 힘을 낸 피해자의 끈질긴 싸움이 부당해고를 바로잡는 승리를 가져왔다. 복귀 후 가해자를 고소한 민사 소송에서도 일부 승소했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싸운 피해자의 굳건함과 많은 이들의 연대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안타깝지만 문제는 아직 남아있다. 당시 성추행 사실을 보고받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가해자에게 그 사실을 알린 것으로 추정되는 상급자가 있다. 그 상급자는 형사 재판 중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은 성추행 사실 보고를 들은 적이 없다”고 부정하는 진술을 했고, 피해자가 거짓 미투 선동자인 것처럼 위증한 것으로 기소되어 현재 재판 중이다. 이 피고인은 검찰로부터 징역 1년 구형을 받은 상태이고, 11월 30일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실제 이 상급자 피고인의 위증은 피해자 정인영 씨가 회사에 복직해 적응하는 과정에도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했다. 문광연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상급자의 위증으로 인해 피해자에 대한 거짓 미투신고자라는 수근거림, 곱지 않은 시선 등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 피고인의 위증이 처벌받지 않는다면, 피해자는 민사⋅형사⋅행정 소송 모두에 승소하고도 ‘거짓미투 선동자’라는 부당한 의심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지난 10월 21일 한국여성민우회 외 35개의 여성시민사회단체와, 정의당 류호정 의원 외 541명의 개인이 위증죄 피고인 엄벌 탄원서에 서명해 재판부에 제출하였다.

직장 내 성희롱 가해와 부당해고에 맞선 문광연 성폭력 피해자의 싸움은 오늘날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직장 내에서 겪고 있는 부당한 현실이기도 하다. 직장갑질119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신고한 피해자 중 80%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신고자 10명 중 9명이 신고 후 보호받지 못한 채 방치된다. 우리의 과제는 경악스러운 현실에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무너뜨리기 위해 투쟁하는 것에 있다. 부당한 현실에 맞서 싸우는 피해자들에 대한 연대는 더욱 커져야 하고, 지속되어야 한다. ✊✊✊

글 : 김현빈, 류민희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