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은 가능한가

윤석열 정부는 올해 대선 공약에서 “LNG·석유·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60%에서 40%로 낮추겠다”라고 선언했다. 그 대신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 없는 재생 에너지와 원전 비중을 확대하겠다”라고 덧붙이면서 “지금 신축 중인 것(화력 발전소 설치)을 중단할 수는 없다. 탄소중립을 위해, 오래된 것 보다는 새로운 시설이 아무래도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전체 총량에 있어선 감축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8월 3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공개했는데 2036년까지 12기의 핵 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고, 신한울 3,4호기를 추가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신 재생 에너지 확대 목표를 기존보다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정부가 수립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상향안과 비교하면 2030년 발전량 기준으로 핵 발전은 23.9%에서 32.8%로 늘어나고, 재생 에너지는 30.2%에서 21.5%로 오히려 줄어든다. 핵 발전이 늘어난 만큼 재생 에너지가 줄었기 때문에 화력 발전의 양이 대폭 감축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한국은 1인 당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5위 권을 차지하는 기후악당 국가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석탄 발전소 수명이 30년인 점을 고려하면, 지금 건설 중인 석탄 발전소가 완공될 경우 2050년이 지나도 가동되어 탄소중립(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 제거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이 0이 되는 개념)이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현재 화력 신규 발전소 중 강릉은 완공되었고, 삼척은 건설 중이다. 지난 9월 말 삼척의 화력 발전소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신규 석탄 발전소 철회를 위한 탈석탄법 제정’에 관한 국회 국민 동의 청원에 5만 명의 시민들이 서명해 탄소 배출의 심각성을 느끼고 에너지 정책의 급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여론이 커졌음을 알 수 있다.

원자력발전

정부는 화력 발전을 줄이는 대신 원자력을 사용하면 미세 먼지 등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은 화력 발전 못지 않게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는 온배수 문제다. 원자력발전소는 반드시 큰 강이나 바다 옆에 짓는다. 핵분열 때 발생하는 열을 식히려면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핵분열 때 발생하는 열의 3분의 2는 온배수로 강과 바다에 버려지고, 3분의 1만 전기 생산에 이용된다. 생산성이 일반적인 발전소에 비해 낮다. 원전(1000㎿급)은 1초 동안 해수 70~100톤을 냉각수로 사용해 7℃가량 따뜻하게 데워 바다로 내보낸다. 이 온배수 때문에 원전은 바닷물을 데우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2021년 한해 동안 우리나라 발전소들에서 배출한 온배수는 624억톤이다. 원자력의 전기 생산 비중이 26%인데 온배수 절반이 원전에서 나왔다. 원자력이 다른 발전소보다 훨씬 많은 온배수를 배출하고 있다는 얘기다. 온배수 배출이 정확히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실측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정부는 원전 냉각용 바닷물 수온 기준을 31.6℃에서 34.9℃로 높이는 무책임함을 보였다.

2004년 국정 감사 기록에서, 전남 영광 한빛 원전 반경 2~3㎞ 내 바닷물 온도가 주변 지역보다 7℃ 높았고, 경북 경주 월성 원전과 울진 한울 원전 부근도 주변 해역보다 각각 5℃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006년 국정 감사에서도 “고리, 울진, 월성 원전 인근 10㎞ 이내 해역의 수온이 1996년에 비해 1.2~4℃ 상승”한 사실이 밝혀졌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2014년 자료에 의하면 대기 중 누적된 이산화탄소가 약 7900억톤인데, 해양 중에 흡수·축적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량은 대기의 50배 정도인 약 38조 톤으로 추산됐다. 바다는 인류가 매년 방출하는 이산화탄소의 30% 정도를 흡수하는데, 이는 식물·토양 흡수량의 3배 이상이다.

해수에 축적된 이산화탄소는 수온이 상승하는 만큼 대기로 방출된다. 학계에서는 해수 온도가 1℃ 상승하면 대략 축적된 이산화탄소의 2%가량이 방출된다고 본다. 2%는 적은 숫자로 보일 수 있지만, 지구 전체로 환산하면 엄청난 양이다.

뜨거워진 바닷물은 어족 자원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전남 영광 등 원전이 들어선 지역에서 생활해 온 어부 등은 원전 온배수로 오랫동안 고통을 호소해왔다. 또, 원전 온배수는 기압 변화에 영향을 줘 태풍을 강화하거나 방향을 바꾸고, 해양 산성화로 이산화탄소 흡수를 방해한다.

고수온으로 인해 폐사한 경북 앞바다 강도다리

둘째는 원자력이 가지고 있는 안전문제다. 방사선 피폭은 매우 중요한 문제임에도 제대로 된 조사와 조치들이 취해지지 않고 있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2호기 수명 연장을 위해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주민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평가서에는 중대 사고로 인해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내 개인이 받게 될 최대피폭선량, 우회사고(방사선을 격납건물에 가두지 못하고 바로 외부로 누출되는 사고), 원자로 증기 폭발 사고 등 주민에게 최악의 피해를 줄 수 있는 사고에 대한 기술과 고준위 핵폐기물(사용하고 남은 핵연료 또는 핵연료의 재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방사선의 세기가 강한 폐기물)대책과 안전성에 대한 내용이 부실하거나 누락되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국내 핵 발전소 사고/고장이 761건에 이른다며 핵 발전소의 수명 연장은 한국 사회가 얼마나 안전불감증에 빠져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얼마 전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자포리자 핵 발전소가 전쟁으로 위험할 수 있다고 보도된 적이 있다. 자포리자에는 1000MW급 핵 발전소 6기가 있는데, 6기가 밀집한 것이 유럽 최대 규모라고 한다. 한국은 무려 14기가 고리-신고리 핵발전소 단지에, 8기가 울진의 한울-신한울 핵발전소에 밀집해 있다. 고리2호기는 부산과 울산 등 인구와 산업시설 밀집 지역 부근에 있어 후쿠시마와 같은 중대사고 발생시 일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발생한다.

현재 건설 중인 원자력 발전소가 4 곳(노란색), 가동 중인 발전소가 24기(연두색)
울산과 부산 등 대도시에 인접한 월전 밀집 지역. 고리,한울,한빛,월성이 세계 1위, 3~4위 ,7위를 차지한다
에너지 민주주의

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기후위기와 인명 피해 등 엄청난 재앙의 위험을 가진 에너지 정책을 강행하는 불합리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것은 에너지 민주주의와 시장 경쟁 구조와 관련이 있다.

에너지를 어떤 식으로 전환할지 결정하는 데 중요한 고려사항은 우선 환경오염을 최소화한 재생 에너지인가, 그리고 에너지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 주민을 포함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는가 이다. 탄소중립은 꼭 필요하지만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사업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그 고통과 비용이 특정 지역, 노동자, 공동체에 전가되서는 안 된다는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이 필요하다. 기후위기를 불러온 것은 노동자와 대중이 아니라 무능하고 무책임한 기업과 국가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발전 산업 노동자들을 위해서는 재생 에너지 분야의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에너지 관련 정책은 국가가 지정하는 하향식 전환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실제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운영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

또한 에너지는 의료, 교육과 같이 모든 이가 함께 사용해야 하는 공공재로 민간 기업의 이윤 추구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국내 전력 발전설비 비중에서 민간 발전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76% 대를 넘어섰다. 특히 민간 발전 기업 중 포스코에너지, GS EPS, CGN 대산전력 등 대기업의 설비 비중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정부는 민간기업 진출 허용 범위를 LNG에 이어 화력 발전까지 확대했고, 재생 에너지 입찰도 민간업자에 개방해 대규모 설비 건설이 필요한 사업을 특정 대기업에게 몰아주는 방식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발전 부문을 시장 구조에 맡길 경우 에너지 수요가 많을 때는 기업들이 자연히 가격을 올린다.

반대로 에너지 공급이 많을 때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공공의 필요가 우선이면 전력수급을 낮추어 쓸모없이 전력을 낭비하지 않고 균형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윤이 우선이므로 공급을 제한하지 않고, 가격을 올려 전력 수요를 맞추는 방식을 취한다. 에너지 수요가 적을 때에도 전력을 생산하는데 기본적인 전력생산단가가 있기 때문에, 단가 대비 수요가 감당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기업은 망하고 그 외 기업은 단가를 올리는 방식을 쓸 수 밖에 없다.

전력시장을 민영화한 영국의 전기요금은 10월 기준으로 한국 대비 6.8배에 이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된 여파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영국 전력 시장에서 가스의 사용 비중이 20%인데 비해 전기요금은 무려 종전의 10배가 넘게 인상되었다. 이것은 영국이 전력 생산을 민영화하고 시장 경쟁 체제를 도입하면서 민간 원료 공급사와 민간 발전사의 이윤을 보장하고 방치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현재 한국 발전 부문의 민영화와 시장화는 상당 정도 진행돼 있지만 송·배전은 여전히 한국전력이 지배적인 위치에 있고 정부에 의해 구속받는 ‘부분 민영화’ 상태다. 송·배전을 담당하는 발전사들이 협력 속에서 전력 수요에 맞게 출력 조정 등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 LNG 가격의 폭등과 발전 원료비 상승에도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전력산업개편을 두고 전기 민영화는 아니라고 발뺌하지만, 소유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는 것만이 아니라, 공공부문을 민간자본이 참여하도록 개방하고 시장화 하는 것도 민영화다. 민간 발전사 확대, 전력시장 개방과 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전력수급계약: 기업이나 개인 사업자가 한전과 계약을 맺고 전력을 거래하는 제도)를 통한 송·배전 민영화 확대 조치들은 전력 시장에 그나마 남아 있는 공적 부문의 역할을 해체해 전력 시장을 완전한 민영화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민간 발전 회사들은 지금도 전력 도매가격을 상승시켜 큰 수익을 누리고 있고, 한전이 적자를 보면서 전기요금 상승을 억제시키고 있으나, 결국 적자 해소를 위해 한전 자산 매각이나 전기요금 인상 조치 등을 취할 것이다.

주요 민간발전사 영업이익 및 영업이익률 [단위: 억원]
한국전력공사의 최근 1분기 영업이익 및 연료비 추이 [단위: 조원]

이는 화력, 천연가스, 원자력 같은 기존 에너지원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며 태양, 풍력, 조력 등을 이용한 재생 에너지 산업의 영역에도 적용되는 문제다. 에너지 생산과 송·배전이 사적 이익을 위해서 이뤄질 때 재생 에너지가 온전히 친환경적으로 사용되기란 쉽지 않다. 이미 지역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태양광 사업의 확장으로 많은 농촌 지역이 피해를 보고 있으며, 발전 단가 경쟁으로 친환경적 태양광 패널의 사용을 꺼리는 등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다. 시장 경쟁과 사익 추구가 계속되는 한 재생 에너지가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생산되기 어렵다.

민간기업의 설립 목적은 이윤추구이다. 기업이 사회적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고, 값싼 비용으로 에너지를 생산한다면 그 기업은 시장경쟁에서 도태된다. 그들이 말하는 ‘효율성’은 기업의 이윤을 위한 효율이다. 즉, 노동자를 해고하고, 노동 강도를 높이고, 시설 유지/ 보수 비용을 줄이고,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민간기업뿐 아니라 필수 공공재를 담당하는 공기업에도 경쟁 체제와 비용절감을 위한 외주화가 도입되면서 비정규직이 생겨나고,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 책임을 회피하는 하청 구조에서 노동자는 원청이나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해고와 인원 감축,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과 같은 산재 사고가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 보장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도 경쟁 논리가 아닌 노동자,대중 참여에 의한 공공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앞으로 더욱 심화될 기후위기와 에너지 분야의 노동자 탄압,해고 등에 맞서 더 많은 투쟁과 연대가 필요하다.

참고 자료
[플랫폼C] 화석연료 보조금 개혁 뒤에 숨겨진 목표
[탈핵신문] 윤 정부, 핵발전 계획 23.9%-> 32.8%로 상향
[오마이뉴스] 윤석열 환경 공약 발표… 환경단체 “암담하다”한 이유
[한겨레] ‘탈석탄법’ 5만명 입법 청원…“최소 신규 석탄발전 철회”
[한겨레] 바닷물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에 악영향 ‘원전 온배수’ 조사 나서야
[민중의소리] 국제 노조와 ‘기후정의’ 머리 맞대는 민주노총…“에너지 공공성” 한목소리
[노동과세계] “노동자 계급이야말로 기후위기 맞서 가장 조직적인 힘”···민주노총 기후정의 포럼
[참세상] 유럽 전기료 폭등, 러시아 아닌 전력 민영화 문제
[프레시안] 에너지 민영화, 왜 반대합니까?
[에너지투데이] 전력 설비 비중 76% 넘어선 민간 발전…“공공역량 약화 우려” 2022.8.8
[한겨레] 한국 원전밀집 1위…고리 주변인구는 후쿠시마 22배
[이데일리] 한전은 7조8000억 적자인데…민간 발전사 ‘역대급 실적잔치’

글: 김지혜
교열: 박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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