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24 기후정의행진과 동아시아 기후정의운동의 미래

2022년 9.24 기후정의행진과 동아시아 기후정의운동의 미래

2022년 9월 30일

[읽을거리]기후정의기후위기, 기후정의운동, 대만, 동아시아, 일본, 서울

지난 9월 24일 한국 서울에서는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 주최로 924 기후정의행진 집회가 열렸다. 지난 6월, 일군의 사회운동단체들과 노동조합은 9월 말 기후정의행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기 위해 ‘조직위원회’를 제안하였고, 이에 9월 19일까지 400여 개의 이르는 단체, 약 3천 명의 추진위원회 가입했다. 조직위원회가 제안한 모금에도 1만 명 이상이 참여함으로써, 기후정의행진을 성공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물적인 토대가 마련됐다.

본격적인 준비 기간동안 조직위원회는 단순히 수동적인 참여를 넘어 각자의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행동을 조직했다. 서울교통공사노조와의 연대를 통해 서울지역의 모든 지하철역에 행진 포스터를 부착했고, 도심부터 외곽에 이르기까지 여러 지역단체와 시민단체, 노동조합 사무실에서도 선전 활동을 펼쳤다. 9월 24일 행진을 앞둔 주간에 전국에서 100여 개 이상의 행동들이 펼쳐졌고, 전국 26개 지역에서 버스나 기차 대절을 통해 참가단이 상경했다.

9월 24일 당일 행사도 매우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사전 행사에서는 노동조합과 진보정당, 인권, 문화예술, 지역공동체들의 참여로 24개의 부스가 운영됐고, 다양한 사전 집회도 열렸다. 특히 ‘체제 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은 청계천1가 SK서린빌딩 앞에서 정유사들의 이윤 독식을 비판하고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서, 횡재세 도입과 에너지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사전집회를 진행했다. 약 300여 명이 참가한 이 사전집회에는 빈곤사회연대 등 기후위기 최전선 당사자 조직들,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 플랫폼C와 같은 사회운동 단체 회원들이 함께 했다.

본 행사는 시청역 일대에서 열렸다. 최근 한국에서는 가뜩이나 다양한 입장의 정치 집회가 열리는데, 이날 도심에서 역시 그랬다. 그 중에서도 기후정의행진 집회는 다른 여느 정치집회들의 규모를 압도했다. 당초 1만 명 대의 참가를 예상했지만,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날 행진에 함께 한 것이다.

이처럼 기후정의 집회의 규모가 광범하게 확대된 것은 기후정의운동의 내용이 진전되고, 외연 역시 확대됐기 때문이다. 기후정의동맹 김선철 집행위원이 지적했듯, 2019년 ‘기후위기 비상행동’ 당시의 한국 기후운동은 정부에게 “기후위기 인정과 비상선언 실시, 온실가스 배출제로 계획과 기후정의에 입각한 대응 방안 마련,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독립적인 범국가기구 구성” 등을 요구로 내걸었다. 그 결과, 이듬해 2020년 여름 226개 지자체와 국회가 기후 비상을 선포하고 이후 정부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탄소중립위원회라는 범국가기구를 구성했다. 이처럼 표면상으로는 당시의 요구들이 받아들여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는 악화일로를 걸었고, 한국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역시 기만적이었다. “허구적인 녹색성장과 기업과 자본의 새로운 이윤 추구와 그린워싱의 계기를 제공하는 데 활용”될 뿐이었다.

2021년 가을, 일군의 기후정의 활동가들은 대통령직속 2050탄소중립위원회의 해체와 ‘정의로운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하면서 연이어 시위를 전개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은 올해 봄,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의 공식적인 출범으로 이어졌다.

924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는 권력자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을 위탁하는 과거 운동방식의 한계를 반성하고, “기후위기를 야기한 현 체제를 지배하고 있는 정부와 기업”을 타깃으로 삼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운동의 목표를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확대에 기반한 실질적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불평등 타파를 요구하는 내용들로 바꾸었다. 구체적으로 “화석연료와 생명파괴 체제 종식”을 요구하면서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에너지 산업 전반에 대한 민주적이고 공공적 통제를 주장했다. 또, 한국 사회의 만연한 불평등 자체가 기후위기의 결과이자 원인이라는 인식 하에 “불평등 종식 없이 기후위기의 근본적 해결책 역시 찾을 수 없다”는 점을 천명했다. 나아가 국내의 불평등을 넘어, 북반구 국가들이 전 지구적인 불평등 심화에 일조한 책임과 의무를 다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기후정책 관련 논의에서 기업과 금융자본, 정치인, 이들을 대변하는 전문가의 목소리를 축소하고, 정부와 기업의 무책임한 정책으로 가장 큰 부담과 피해를 떠안게 될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이 기후정의운동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정의운동에서 국제연대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한 나라에서 기후위기 대책을 세운다고 해도, 기업 활동에 의해 그 상대적인 피해가 남반구 어딘가에서 이뤄진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가령 한국과 일본의 에너지 기업들이 한국에서는 ‘ESG경영’을 표방하더라도, 동남아시아에서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다면, 이는 완전한 기만일 것이다. 이번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도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의 수평적 연대 모색을 위해 남미와 동남아시아, 인도 등의 기후정의활동가들이 참여하는 포럼과 간담회를 준비했다. 기후 의제를 온실가스 배출 감축 문제로 접근했던 과거의 ‘탄소환원주의’적 경향, 대중투쟁보다는 민주당 정부에 기대 정책 변화를 도모했던 과거 운동방식과 단절하기 위해서다.

또, 조직위원회에 함께 하고 있는 플랫폼C의 경우 동아시아의 여러 기후운동 단위들에 기후정의행진의 취지를 알리고, 작은 연대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발송하기도 했다. 일본과 중국, 홍콩,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10여개 국가의 100여 개 조직에 호소문을 발송하고, 이번 기후정의행진의 취지를 알렸다.

그 결과, 특히 일본에서 많은 연대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 전일본건설운수연대노동조합(全日本建設運輸連帯労働組合)은 연대 성명을 통해 기후변화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공히 일어나는 문제이고, 최근 기후재난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닥뜨리고 있는 만큼, 양국의 사회운동이 “국경을 넘어 문제를 제기하고, 행동을 공유하자”고 화답했다. 동아시아공동체연구소 류큐·오키나와센터의 활동가들, 하토야마 유키오 이사장 등도 한·일 연대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밖에 일본공산당 아카미네 세이켄 중의원, 요미타촌 시로마 마유미 의원, 요나하 사키 의원, 오키나와 사회대중당 즈케란 조오후우 의원 등 좌파 정치인들, Made is hope와 350 재팬 등 다양한 단체 활동가들, 시민들도 함께 했다. 그밖에 중국대륙의 여러 인사들로부터도 연대 메시지와 다양한 반응들, 논쟁이 있었다.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기후정의운동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미비한 이해에서 비롯된 이 논쟁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9월 23일 글로벌 공동행동이 있었던 만큼 당일 일본에서도 시위가 있었다. ‘FFF(Fridays For Future)도쿄’의 주도로 도쿄 시부야에서는 약 400명의 청년들이 참가한 가운데 “NO!석탄 YES!재생”,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선 지금 밖에 없다”, “미래를 바꾸는 것은 우리” 등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참가자 마스타니 이츠키는 “세계 온실가스의 절반 이상은 선진국들이 발생시키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것은 개발도상국이나 취약계층”이라면서, “더는 남의 일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온라인상에서도 해시태그 #気候危機はいのちの問題가 340여 개 게시됐다.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도 환경운동가들을 중심으로 시위가 벌어졌다. 그밖에 칠레와 독일, 영국, 스페인, 미국, 오스트리아 등 곳곳에서 기후정의 집회가 열렸다. 대만에서는 이렇다 할 행동은 없었지만, 여러 대학들에서 다양한 학생 활동이 꾸준하게 이뤄지고 있다. 물론 국제적인 추세에 비해 동아시아에서의 행동은 여전히 미미한 편이다. 그러나 이번 한국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은 이후 운동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기후정의행진이 열리고 4일이 지난 9월 28일 저녁 오키나와의 기후정의운동 활동가들과 플랫폼c 활동가들 간 약 1시간반 동안 줌미팅이 있었다. 이번 9.24기후정의행진의 취지와 목적, 준비 과정에 대해 소개하고, 현재 양국의 기후정의운동 상황에 대해 공유했다. 또, 향후 함께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등에 대해 토론했다.

비록 작은 출발이지만, 앞으로 동아시아에서의 국제연대를 구축함으로써 실질적인 행동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9.24 기후정의행진의 문제의식과 에너지는 이후의 길에게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글 :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