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 베트남 노동운동의 성장은 매우 고무적이다

RSOA와 베트남 노동연구자 조 버클리의 인터뷰

국내외적으로 베트남 노동운동에 대한 이해는 높지 않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서 교류의 끈을 이어오고 있긴 하지만, 이런 노력이 낳은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 노동운동 전반에 알려져 있다고 볼 순 없다. 

영국 런던대학교 동양·아프리카학부 조 버클리(Joe Buckley)는 최근 의류산업에 종사하는 베트남 노동자들의 저항을 연구한 결과를 『Vietnamese Labour Militancy: Capital-labour Antagonisms and Self-organised Struggles』(베트남의 전투적 노동운동 – 자본-노동 대립과 자기조직화된 투쟁들)이란 제목의 책으로 출간했다. 박사학위 취득 후 현재 그는 캄보디아에 체류하면서 캄보디아와 베트남의 노동운동을 연구하고 있다. 플랫폼C 활동가 보리가 참여하고 있는 팟캐스트 <아시아의 붉은별 Red Star Over Asia; RSOA>은 지난 2월 26일 버클리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버클리에 따르면 베트남의 노동자들은 독립 노동조합 건설보다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지도부 없는 살쾡이 파업(wildcat strike) 또는 마이크로 파업(micro-strike) 전술을 추구한다. 이러한 투쟁 전술은 노동자들이 자본으로부터 일정한 양보를 얻어내는데 어느 정도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왔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투쟁은 구태여 독립노조 건설 운동으로까지 발전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던 것이다. 

다른 한편, 2021년 초 발효된 개정 노동법으로 이제 베트남 노동자들은 국가 기관의 일부인 베트남노총이나 베트남공산당 휘하에 있지 않은 독자적인 ‘노동자 대표단체’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RSOA는 베트남 노동자운동을 둘러싼 사회·정치·역사적 맥락에 관해 여러 질문을 던졌다. 왜 이러한 개정안이 통과됐는지, 앞으로 노동자들의 권리 신장을 기대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서 물었다. 이를 둘로 나누어 1부에서는 베트남노총의 혁신 시도를 소개하고, 2부에서는 베트남노총과 노동부 사이의 긴장, 노총의 인적구성 및 내부에서부터 개혁을 시도하는 ‘진보주의자들’에 대해서 소개할 것이다.

RSOA는 아시아의 사회운동, 정치, 역사를 좌파적 관점에서 다루는 영어 팟캐스트다. 아시아 활동가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며, 연구자·활동가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앞으로 종종 RSOA에서의 인터뷰를 소개하고자 한다.

베트남 노동운동의 유의미성

RSOA : 베트남 노동자들의 저항에 관한 학위논문을 최근에 책으로 출판하셨더라고요. 책의 핵심 주장을 간단하게 요약한다면 무엇인가요?

조 버클리(이하 ‘조’) : 베트남 노동자 정치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한편으로는 국가가 인정하는 단일노조인 베트남노총(VGCL: Vietnam General Confederation of Labor)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수많은 파업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파업들은 모두 노조가 이끌지 않는 살쾡이 파업들이죠. 제 연구는 베트남에서 관찰할 수 있는 이 독특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에서 출발합니다.

기존의 베트남 노사관계연구는 그 이유를 타당한 노사관계 중재 메커니즘, 독립노조, 노사정 협상 등 여러 요소의 부재에서 찾습니다. 이런 관점들은 세밀한 지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결론으로 이어가는데요. 서구식의 노사정위원회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제가 보기에 이러한 설명은 몇 가지 이유에서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먼저, 자본에 대한 설명이 전적으로 부재합니다. 제가 많은 영향을 받은 리처드 하이만(Richard Hyman)의 『노사관계 – 마르크스주의적 입문 Industrial Relations: A Marxist Introduction』에 따르면, 노사관계를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으로 분석한다는 것은 자본주의적 사회관계가 자본과 노동 사이에 근본적인 적대를 수반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 다음 과정은 이러한 적대가 다양한 맥락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겠죠. 그러나 (베트남 노사관계에 대한) 기존 설명에는 ‘자본’이 빠져있습니다. 정치체계로만 설명하고, 독립노조가 필요하다고 말할 뿐이죠.

기존의 설명에 만족하지 못한 두번째 이유는 베트남 노동자운동이 그 자체로 매우 효과적이고 고무적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노동자운동은 자본으로부터 많은 것을 끌어냈고, 나아가 전국적인 수준의 개혁과 친노동정책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베트남 노동자운동을 세계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볼 때, 어떤 의미에서 상당히 괜찮은 상태에 있다고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무엇의 결여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애매하죠.

마지막 이유는 각기 다른 지리적 위치나 역사적 시기의 노동자운동을 살펴볼 때 살쾡이 파업은 항상 그 어떤 전투적 노동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한데 왜 베트남의 전투적 노동자운동을 따로 떼어내어 특별한 것처럼 다루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죠. 다시 말해, 기존 연구는 국가-노동의 관계만 특권화 했다면 저는 자본-노동 관계를 강조하고 싶었고, 그런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2017년 삼성물산 현장 노동자들의 파업
노동자의 노총 인식

RSOA : 연구를 위해 노동자, 관리자, 사측, 당간부 등을 인터뷰하셨는데요. 이들 중에서 노동자들은 베트남노총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조 : 제가 노동조건을 언급하면서 노총을 콕 찍어 질문하지 않는 한, 노동자들과 대화를 할 때 노총에 대한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물어보면, “아, 그렇죠! 노조가 있죠”라는 대답이 돌아오는데요. ‘노조는 뭘 하냐’고 되물으면 결혼, 출산, 장례 등의 경조사 때 선물을 보내주거나, 살고 있는 집의 리모델링이 필요하면 노조가 도와준다고 합니다. 따라서 반노조 정서가 있기보다, 노동조합은 그저 배경에 있는 것이죠. 거꾸로 노조에 대해 즐겁게 얘기를 하기도 하는데 정치적인 조직으로서 커다란 역할이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지는 않죠. 금전적 선물이나 지원 등의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인 겁니다.

베트남노총 내부 동학

RSOA : 당신은 책에서 베트남노총이 상당히 복잡한 조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상당히 관료적인 간부들로 가득 차 있어서, “마치 인적자원부 같다”고 했죠. 그런데 전국적 차원에서 노총은 노동자 권리 증진을 위한 로비 활동을 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2019년 협상에서 노총은 법정 근로시간을 주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줄이기 위해 로비를 했죠. 심지어 정부를 압박하여 노조비로 활용할 수 있는 노조세[union tax]을 낮추지 못하도록 막았습니다. 이러한 것을 노총 내부의 모순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또 노총 내부에 경쟁하는 분파들이 있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조 : 모순적이라고 할 수 있죠. 저는 이러한 모순이 1921년 러시아공산당 제10차 대회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논쟁은 혁명 이후 사회에서 노조의 역할에 대한 것이었죠. 한편으로 노동자반대파(Workers’ Opposition) 같은 사람들은 노조가 경제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혁명으로 인해) 노동자국가가 되었기 때문에 노조가 해야 할 역할이 거의 없고, 상품 생산을 돕거나 관리자가 가끔 잘못할 때 대처하는 정도로만 남아야 한다는 입장이 있었습니다.

이 두 입장의 중재안으로 노조가 일터에서 생산성과 규율을 향상하는 동시에, 노동자의 권리와 이익을 지원한다는 일종의 모순적인 입장이 채택됐습니다. 이런 (모순적) 입장은 베트남 헌법에도 반영됐죠. 그런데 (그런 입장이) 소련에서 모순적이었다고 본다면, 자본주의적 사회관계들이 지배하는 오늘날의 베트남에서는 더더욱 모순적이죠. 

베트남노총은 명시적으로 네 가지 목표를 내걸고 있습니다. 생산성 향상, 노동자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고 향상, 사회인프라 개발과 경제 개발에 참여, 그리고 이에 걸맞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선전. 이를 오늘날 베트남노총을 이해하는 렌즈로 활용할 수 있는데, 서로 상충되는 목표 중 무엇을 우선시 하는지에 따라 나누어지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다른 목표에 집중하면서 반경향성을 형성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영국노총(Trade Union Congress; TUC)이나 중화전국총공회(AFLCIO)와 별 차이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을텐데요.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요. 다만 정치경제학적 상황, 특정 시점에 힘의 균형에 따라 (노동정치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누가 지도부의 위치에 있는가도 중요합니다. 개인에 따라 역할이 다르고 동조하는 경향성도 다르니까요.

예를 들어 201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엄청나게 많은 수의 파업들이 있었죠. 그 당시 베트남노총 위원장은 노동자 출신으로서 기층에서부터 위원장이 된 인물이었습니다. 친노동파였죠. 그래서 파업이 늘어나고 국가는 이를 제지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그는 친노동 개혁을 추진하도록 압박했습니다. 2012년 노동법도 그 결과 중 하나입니다. 이 법은 상당히 중요한 문서인데요. 베트남은 적어도 문서상으로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진보적인 노동법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파업 수가 줄어들었고, 2010년대 중반 이후로는 시민사회에 대해 전반적으로 압박이 가해졌습니다. 지금도 지속되고 있고요. 베트남노총 지도부도 바뀌게 됩니다. 그 이후 위원장이 된 이들은 현장 노동자로서의 배경을 갖고 있지 않은, 당 출신 인사들입니다. 그래서 베트남노총 내부의 ‘진보주의자들’은 더 이상 우세한 상황이 아니죠. 하지만 여전히도 여기저기서 흥미로운 활동들을 하고 있는데요. 산별 단위에서 노조측 대표들은 노동자의 편이라기보다 인적자원부 매니저에 가깝다는 점이 있습니다.

‘아래로부터의 조직화’ 사업

RSOA : 베트남노총은 지역지부, 지회, 그리고 노동자들을 더욱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여러 시도를 펼쳐 왔습니다. 그러한 시도 이면의 역사적 배경이나 추진 이유,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조 : 제가 연구에서 견지하고 있는 이론적 입장은 친노동적 개혁이든 반노동적 개혁이든 모두가 노동자계급의 조직과 활동에 대한 대응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본 입장에서) 2010년대에 접어들어 파업 횟수가 많아지자 이를 어떻게 저지할 것인가 하는 과제가 생겼죠.

이를 위해 노총은 일터 수준에서 노동자들과 더 유기적인 연결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여러 시도들이 있었는데요. 첫번째 시도는 소위 ‘아래로부터 조직화’였습니다. 베트남노총은 이러한 방향으로 계속 시도하려고 하고 있죠. 기존의 조직화 방식은 실제로는 ‘조직화’가 아니었습니다. 노총이 직장에 가서 노조를 설립하고 노동자들이 가입하고 싶으면 가입을 받고, 그러지 않다면 그냥 그대로 두는 식이었죠. 그래서 기업지회가 생기거나 하면, 노총은 “지회 몇 개가 새로 생겼다”고 발표하는 게 다였죠. 그렇지만 이렇게 하면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노동조합이 되기는 힘듭니다. 노동자들이 특별히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노조가 되지는 않는 거죠.

그래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난 10년 동안 해온 ‘아래로부터의 조직화’ 사업은 노동자와 직접 대화를 하며 지회들을 설립하거나, 이를 지원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층의 현장 노동자들이 사측이 아니라, 이미 그곳에 자리 잡은 노동조합 산하의 지부들과 협력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죠.

문제는 베트남노총이 매년 목표로 세우는 신규 지회 설립 목표치가 너무 높다는데에 있습니다. ‘아래로부터의 조직화’는 정부가 어디어디에 노조를 설립하라고 지시하는 것보다 훨씬 품이 많이 들고 천천히 진행될 수밖에 없죠. 그런데 상부에서 설정한 목표를 따라가다 보니, 조직 활동가들이 원하는 만큼 ‘아래로부터의’ 조직화는 이루어 지지 않고 있습니다. 베트남노총은 많은 자원을 갖고 있지만 ‘아래로부터의 조직화’에 많은 자원을 쏟고 있지는 않습니다. 

노동조합 가입 기념 사진
노동상담소

좀 더 성공적인 다른 사례로는 노동법상담소가 있습니다. 특히 호치민시 인근에 위치한, 제조업이 발전하고 있는 동나이성의 경우 지역지부들마다 노동법상담소가 있습니다.

기본적인 사업 구상은 노동자가 노동법에 대해서 질문할 수 있고, 노동쟁의 등에서 법정 지원·법률 대리를 받는 겁니다. 동나이성의 지역상담소는 핵심 노동자 모임을 양성하는 좀 더 오래된 프로젝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핵심 노동자 모임은 노동자들이 직접 심화적인 수준까지 노동법과 노동권에 대해 학습하고, 이들이 지역공동체로 돌아가면 다시 동료들이 노동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인데요. 필요에 따라 지원을 해줍니다. 이후 핵심 노동자 모임 내 노동자들 일부가 직장에서 퇴직하면 또 다른 노동자들을 모집해 훈련시키죠.

이런 시도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법적 분쟁이나 노동쟁의에서 노동자를 대리하는 이들이 많은 성과를 냈죠. 사측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해고를 당한 많은 사건에서 승리하여 보상을 받아낸 것이죠.

하노이시의 한 노동법상담소
부당노동행위 방지

ILO 협약 98호는 사측이 노조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사측을 대변하는 인사 관리자 등이 노동조합 대표를 맡을 수 없게 규정하는 거죠. 베트남도 수년 동안의 토론을 거쳐, 2019년에 이 협약을 반영하도록 결정했고, 2020년 여름부터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이론상으로는 관리자들이 산별노조의 대표로 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요. 제가 파악하기로는 실제로 그렇게 시행되고 있는지를 분석한 연구는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변화는 문서상일지언정 아주 커다란 변화죠.

(2부에서 계속)

인터뷰어 : RSOA
인터뷰이 : 조 버클리
정리 :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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