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 노동자가 노동자를 고용한다? 헤어샵체인 QB하우스의 노동문제

‘QB하우스’는 한국의 ‘블루클럽’과 유사한 헤어샵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파란색 톤의 상징색은 물론, 남성 고객을 영업 대상으로 삼는다. ‘10분이면 끝나는 헤어컷’, ‘헤어컷 단돈 1000엔’ 등 빠른 속도와 저렴한 가격을 홍보 포인트로 잡은 곳이기도 하다.

QB하우스는 직장인들이 출퇴근하며 이용하는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점포를 내고, 이발하면 생기는 잔여물들을 전용 청소기로 정돈해주는 시스템까지 구축하고 있다. 비용이 발생할 여지를 철저하게 줄이고, 빠른 작업으로 회전율을 늘리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QB하우스의 경영 전략에는 단순히 비즈니스 효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 노동에 대한 적극적 통제와 책임을 분산시키고자 하는 목적도 더해져 있다.

지난 3월 16일 개별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노동조합인 일본노동평의회(日本労働評議会)는 한국의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에 해당하는 후생노동성에서 ‘QB하우스는 업무위탁계약남용을 중단하라, 채용을 보장하고 미지불 임금을 지급하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개최해 QB하우스에서 벌어지는 노동 문제를 고발했다.

일본노동평의회가 밝힌 QB하우스의 노동 문제는 다음과 같다. QB하우스는 일부 점포에서 이발사들을 QB하우스 본사인 ‘큐비넷홀딩스 주식회사’에 의해 직접 고용하는 대신, 지역 매니저가 고용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를 통해 본사는 고용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사원이 사원을, 노동자가 노동자를 고용하는 형태의 채용 구조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QB하우스에서만 발생한 문제는 아니다. 지난 2월에도 한국의 ‘상조회사’와 비슷한 ‘관혼상제전문업’을 영위하는 대기업 ‘벨코’(ベルコ)에서도 비슷한 고용 형태가 문제로 불거져 소송까지 이어진 바 있다. (결국 노사 합의로 사건이 마무리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됐던 것처럼 많은 정부들은 노동법상 규제를 피하기 위해 노동자에게 ‘개인 사업자’가 될 것을 강요하거나 ‘무늬만 프리랜서’로 계약 관계를 맺어 왔다. 파견노동이나 플랫폼 노동도 다르지 않다. QB하우스의 사례처럼 노동자로하여금 다른 노동자를 고용하게 만드는 움직임도 일본 사회 곳곳에서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일본노동평의회에 따르면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노동자들은 자신을 고용한 주체가 QB하우스의 본사가 아니라 지역 매니저임을 입사 이후에야 알았다. 본사인 ‘큐비넷홀딩스’가 낸 구인 공고를 보고 지원했고, 지역 매니저의 면접을 거쳐 채용됐으나, 채용이 확정된 후 QB하우스가 독자적으로 제작한 근로계약서와 비슷한 서면 양식의 ‘QB 직원채용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일반적 형태의 근로계약서에는 고용주가 누구인지를 명시해야 하지만, 이 ‘QB 직원채용서’에는 고용주의 명칭이나 연락처도 적혀 있지 않았다. 오로지 ‘면접자’ 항목에 지역 매니저의 이름과 사인이 기입되어 있고, 이에 해당하는 근무 장소만 적혀있었을 뿐이다. 임금명세서에서도 ‘QB하우스’라는 회사 표기만 있을 뿐, 자신을 법적으로 채용한 고용주가 지역 매니저라는 사실은 적혀있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은 한 노동자가 대출 상담을 위해 은행에 갔다가 알게 되었고, 이후 직원들 사이 입소문이 퍼지며 수면 위로 드러났다.

문제가 폭로되기 전부터 QB하우스의 운영사 ‘큐비넷홀딩스’는 유가증권보고서를 통해 자사가 운영하는 총 516개의 점포 중 25%인 122개 점포가 ‘직영·업무위탁 점포’로 분류되어 운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직영·업무위탁 점포’가 바로 지역 매니저가 노동자를 고용하는 형태의 매장이다.

편의점 같은 프랜차이즈 사업과 달리 QB하우스의 ‘직영·업무위탁 점포’는 점포 설비는 큐비넷홀딩스가 소유하고, 지역 매니저는 본사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한다. 본사는 정기적인 지역 매니저 회의를 통해 영업을 지도하고, 고객 불만에 대응한다. 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대로 정부 및 지자체가 권고한 영업 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도 모두 본사 스스로 통제했다. 즉, QB하우스는 서면상 고용인 자격과 고용 책임을 지역 매니저에게 넘겼을 뿐, 실질적인 점포 관리와 운영은 모두 이전과 다를바 없이 본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QB하우스 ‘직영·업무위탁 점포’에서 고용된 이발 노동자들은 유급휴가 사용 불가, 사회보험 미가입, 정기 건강진단 미실시 등의 불만을 느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그러나 고용의 주체가 지역 매니저로 되어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법적·행정적 절차를 통해 ‘진짜 사장’이 QB하우스 본사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에 대해 처벌을 받는 건 결국 지역 매니저다. 이러한 노동 문제를 만든 원흉인 QB하우스 본사는 처벌의 대상에서 쉽게 빠져나간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여러 사정으로 점포 문을 닫는 경우에도 해고 책임은 QB하우스가 아닌 지역 매니저에게 있다. 앞서 언급했던 벨코의 사례가 문제가 됐던 것도 노조를 결성한 노동자가 근무하는 지점을 없애버리면서 투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아직 QB하우스에서 본격적인 해고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필자는 이러한 일이 재발할 수 있음을 염려하고 있다.

1995년 일본 최고재판소(한국의 ‘대법원’)는 방송사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계약을 맺은 하청 제작사 소속 노동자가 방송사에 직접적인 노사 교섭을 요구한 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서면으로 직접 노동 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실질적인 고용 관계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사용자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번 사례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번 QB하우스 문제를 비롯해 오랜 시간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윤을 지켜야한다는 명목 아래 온갖 편법을 동원해 책임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최근 플랫폼 노동에서 ‘애매한 고용 관계’가 확산되고 있는만큼, 기업이 자신이 낳은 노동 문제를 진지하게 바라보도록 강제해야 한다. QB하우스 노동자들의 작은 투쟁이 일본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조직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

글 : 성상민 (동아시아뉴스레터 東動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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