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운동노조를 표방하는 희망연대노조에서 배운 것

인터뷰어 : 보리, 현창 (플랫폼C 활동가)
만난 사람 :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

‘활동가를 만나다’ 시리즈의 두 번째 인터뷰는 희망연대노조 박장준 정책국장이다. 지난 편(“대학시절 노학연대 경험이 여전히 나의 견인추”)에서는 ‘활동가로서의 박장준’에 집중했고, 이번 편에서는 희망연대노조에서 본인이 맡고 있는 역할과 함께, 운동의 방향에 대한 고민도 함께 들어보았다. 박장준 활동가는 학생운동을 거쳐 미디어스와 미디어오늘에서 기자로 일했고, 현재 더불어사는희망연대노동조합(희망연대노조)에서 5년째 정책국장과 조직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와, 노조가 저런 것도 해?”

플씨 : 희망연대노조 자료들을 보면 “우와 노조가 저런 것도 해?” 하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지역사회운동노조의 실제 사례를 만들기 위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노동조합이 이런 원칙을 갖고 활동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나 궁금해요.

장준 : 정규직-비정규직 연대임금에 대해 말하면, 임금요구안을 세울 때 희망연대노조의 원칙은 ‘하후상박’(下厚上薄;아랫사람에게는 후하게 대하고 윗사람에게는 박하게 한다는 뜻)과 ‘정액 인상’이에요. 조합원 간의 임금 격차를 줄이자는 취지로 매년 이 원칙 하에서 임금인상 투쟁을 해요. 하후상박의 경우,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져요. 하나는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직군의 기본급을 더 올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업장 최저 통상임금을 정하는 거예요. 오랫동안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외주화되어 있던 기간동안 벌어진 임금격차가 있는 경우, 같은 사업장이라고 해도 직군간 격차가 있는 경우엔 이런 방식으로 임금요구안을 제출하고 투쟁해서 쟁취하죠.

‘간부 순환제도’도 있어요. 희망연대노조 임원, 각 지부 임원과 상근집행부 같은 경우 ‘2년 임기’를 원칙으로 하는데요. 새로운 인물로 노동조합 활동을 혁신하기 위해서죠. 다만 지회 수준에서는 간부순환이 어려워요. 조합원이 10명 안팎인 소수 지회는 특히 그렇죠. 현장 간부를 육성하고 간부순환제를 정착시키는 것은 민주적인 노동조합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에요.

플씨 : 올해 이런 뉴스들이 많았죠. 비정규직은 접종휴가를 못 받거나 덜 받는 등의 차별이 많았는데요. 희망연대노조에서도 이에 맞선 싸움이 있었죠. 지금은 상황이 어떤가요?

장준 : 백신을 맞은 노동자라면 당연히 ‘백신 휴가’를 받아야 하잖아요. 근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보장하지 않는 사업장이 있었어요. SK브로드밴드 하청업체 사업장, LG헬로비전 하청업체 사업장, HCN 하청업체 사업장이 그랬어요. 그래서 노동조합이 공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했죠. 청와대 앞 기자회견을 하거나, 원청 기업을 상대로 투쟁했어요. 그 결과 부족한 수준이긴 하지만 일정 수준의 백신휴가를 쟁취할 수 있었죠.

길거리 선전전을 펼치고 있는 박장준 활동가

플씨 : 활동가로서 희망연대노조에서 일하는 것이 어떻게 느껴지나요?

장준 : 일단 겁나게 굴러야 하고, 그러면서 많이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이에요. 희망연대노조가 담당하는 기업들은 전국에 사업장이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서울에 집중된 곳도 있지만, 전국에 퍼져있어서 저희같은 활동가들이 신경써야 되는 현장은 한 200개 정도 돼요. 이걸 노조 중앙에서는 10명 정도의 사람이 맡아서 나누는 거죠. 운좋게도 제가 맡고 있는 지회는 스물다섯 개 밖에 안 돼요.

그런데 이게 다 다른 회사에요. 똑같은 LG헬로비전의 케이블방송 설치수리를 하지만 A하청, B하청, C하청 이렇게 25개 회사가 있는 건데요. 이 25개 회사의 노무관리 스타일이 다 다르고 임금도 각각 달라요. 그럼 A하청은 갑자기 연차를 안 주고 B하청은 갑자기 임금을 깎고 그러면 그거 하나하나 현안 대응을 해야 하니까 일주일에 두세 번 무조건 출장을 가죠. 오늘 저녁은 속초, 내일은 대구 이런 식으로요.

이건 우리 노조의 한계와 연결되는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한 사람이 한 개의 역할만 하는 게 아니거든요. 저 같은 경우 조직도 해야 되고 정책도 해야 돼요. 조합원들 챙기는 한편, 콜센터 정책도 짜야 하고, 방송제작 현장에서 일하는 방송 비정규직 정책도 관여해야 하고, 방송통신 케이블 정책도 짜야 하고. 또 우리 노조는 사회연대 관점으로 저임금 조합원들의 임금을 올리는 투쟁을 많이 하는데 그 요구를 하나로 정리하기가 복잡하거든요. 요구사항을 정리하다보면 여성 조합원 요구도 많이 넣으려고 노력하고, 노동안전 이슈도 많이 넣으려고 노력하고, 그런 게 ‘임금 1만원 올려라’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죠. 

그래서 활동력이 좋은 사람이 일해야 하고, 여기서 일하면 활동력이 좋아질 수 있어요. 여기서 일하면 알아서 성장하고 다른 데로 가면 ‘일잘러’가 될 수 있는거죠. (웃음)

‘지역-사회운동-노조’로서의 희망연대노조

플씨 : 희망연대노조가 지역사회운동노조의 슬로건을 걸고 여러 시도를 하면서 (사회운동 안팎에서) 유명해졌잖아요. 가장 소개하고픈 사업이 있을까요? 

장준 : 지역사회운동 노조라는 게 지역에서 사회운동의 쟁점을 갖고, ‘지역에서 운동을 하는 주체’를 만들자는 거거든요. 우리 조합원들은 가정 방문 설치수리 기사가 많잖아요. 이에 착안해서 지역별로 구석구석 연대가 필요한 곳을 포착해서 직접 돕자는 의미죠. 이 사업에 대한 제 개인적 평가는 분명해요. 엄청 못했다. 정말 한계가 많고, 우리가 못한 게 너무 많다. 지역사회운동의 문제의식을 던지긴 했지만, 충분히 못 던졌고 활동도 충분하지 않다는 거죠.

그럼에도 모범사례를 하나 말씀드리면, 딜라이브지부가 있는데요. 사측으로부터 사회공헌기금에 더 해 사회연대 활동을 할 수 있는 유급노동 500시간을 얻었죠. 노조 전임자 타임오프와 별개로 말이죠. 예를 들어, 전 조합원이 100명이라고 하면 1명이 1년에 5시간은 월급을 받으면서 지역운동을 할 수 있는 거에요. 기금 확충을 넘어 시간을 얻어내는 투쟁을 했다는 점에서 정말 잘 했다고 평가해야 돼요.

타임오프(Time-off; 근로시간면제) : 타임오프제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 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노사교섭, 산업안전, 고충처리 등 노무관리적 성격이 있는 업무에 한해서 근무시간으로 인정하여, 이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희망연대노조 조합원들의 지역 봉사활동

이외에도 각 지부가 지역에서 지역아동센터들의 환경 개선, 장애가정 집수리 등을 위주로 많이 하고 있어요. 전국 여러 지역에서 하고 있죠. 빈곤 청소년들에게 생리대를 주는 사업도 있고요. 그런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노동조합의 관계가 만들어져요. 특히 지역의 사회운동단체들과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바탕으로 다른 사업들을 연속적으로 할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 노인 공동체에 간식과 반찬을 배달하는 사업도 하는데요. 그 지역에서 설치수리를 하러 돌아다니는 조합원이랑 같이 하는 거죠. 

또 다른 사례는, 강원도 원주에 있는 성공회 나눔의집을 위해 LG헬로비전 비정규직 지부에서 작년에 단협을 하면서 사회공헌기금을 따낸 거에요. 거기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탈가정청소년을 위해 시설이나 이런 것들을 지원해주기도 하고, 시설 개선하고 냉난방비도 지원하는 기금을 투입하자고 사측을 설득한 거죠. 이 나눔의 집을 통해서 지역의 다른 단체들과도 관계를 맺고, 노조가 더 할 수 있는 사업들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거에요.

지역에서 이런 단체들과 관계를 맺고 더 해나갈 수 있는 사업도 많아요. 조합원들한테 소개해 줄 수 있는 사업도 많고요. 예를 들어 노인 공동체에 반찬을 배달하는 사업 같은 경우도 조합원들이 함께 할 수 있죠. 

희망연대노조의 과제

플씨 : 희망연대노조가 하는 사업들에도 한계가 있다고 하셨는데요. 지금 희망연대노조가 겪는 어려운 점은 뭔가요?

장준 : 다소 길지만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어요. 먼저 활동가 개인의 관점에서 우리 노조는 ‘활동가들의 에너지가 단기간에 빠르게 소진되는 곳’인 것 같아요. 제가 노조에서 5년을 활동했는데, 여유를 가지고 차분하게 그간 활동을 평가하고 전망을 세울 시간이 없었어요. 거의 쉬지를 못했고, 휴가도 거의 못 썼어요. 물론 이만큼 치열하게 살면서, 간접고용 비정규직 사업장을 담당하면서 활동가이자 조직담당자로서의 역량은 무지막지하게 올랐어요. 하지만 문제는 그만큼 소진됐다는 거죠. 저 말고 몇몇 활동가들이 번아웃 상태에 있어요. 활동가들의 그로기(groggy) 상태를 조직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봐요.

조직적 관점에서 이야기하면, 우리 노조 사업장들은 전국 사업장이면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인 사업장이라 현안이 정말 많아요. 사업장별로 상식 이하, 상상 이상의 갑질과 착취가 난무해요. 그래서 본조에서 지부별로 조직담당자를 배치하죠. 그런데 지부, 지회가 계속 늘면서 조직담당자를 배치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본조(노조 중앙) 활동가들은 1인2역, 3역을 해야 하죠. 저 같은 경우도 본조의 정책담당자이자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 조직담당자를 맡고 있어요. 조직담당자로서 현안대응, 임단협 교섭, 정규직화 교섭, 조합원교육은 물론이고 정책담당자로 몇 가지 정책사업도 기획하고 집행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 때가 많아요.

또 다른 곤란함은 조직의 규모가 커져버려서 ‘공동투쟁’ 하기가 어렵다는 점이에요. 하후상박(下厚上薄; 고임금은 상대적으로 적게, 저임금은 상대적으로 높게 임금을 인상해 임금 격차를 축소하는 것), 노동안전(위험노동, 감정노동)과 같은 의제는 함께 논의하지만, 교섭과 투쟁은 지부별로 진행하게 되어있어요. 또, 각 지역에서 타 사업장 조합원들과 관계 형성을 위해 ‘지역모임’을 추진하고 있지만, 잘 진행되는 지역은 적어요. 이것도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죠. 

박장준 활동가의 일주일 스케줄

월요일오전 8시 30분 : 상암동에서 LG 헬로비전 비정규직 지부 피케팅
오전 11시 : 효창공원의 LG헬로비전 지부 사무실로 와서 교섭
교섭이 끝나자마자 전주로 이동 
오후 3시 : 조합원들이랑 전주지역 모임 
오후 12시 : 귀가.조합비를 아끼기 위해 서울역에서 택시 대신 버스를 타고 집으로
화요일오전 8시 30분 : 상암동에서 LG 헬로비전 비정규직 지부 피케팅
오전 10시 : 용산에서 노숙농성을 하는 유플러스 비정규직 지부 연대
오전 11시 반 : 서울역에서  sk 브로드밴드 비정규직 피켓팅 지원
오후 1시: 사무실로 와서 문서 작업
오후 6시 :  경기도 부천 지원센터에서 노조 가입 상담
오후 11시 : 귀가
수요일오전 8시 30분 : 상암동에서 LG 헬로비전 비정규직 지부 피케팅
오전 11시 : 교섭
오후 3시 : 서울국제도서전 세미나 참관
오후 7시 30분 : 언론 교육 시민연대 정책위원회 회의
오후 10시 반 : 귀가 
목요일오전 8시 30분 : 상암에서 HCN 비정규직 지부 노숙농성 피케팅
오전 11시 : HCN 정규직 노조 정기 간담회
오후 : 사무실에서 회의ㆍ문서 작업ㆍ교섭준비
오후 12시 : 귀가
금요일오전 10시 : 효창공원 LG헬로비전지부 사무실 회의
오전 11시 : LG 헬로비전 비정규직 교섭
오후 14시 : LG 헬로비전 원청 교섭
오후 18시 : 플랫폼c 인터뷰
주말 이틀 중 하루는 주중에 못한 문서작업 처리
일요일은 ‘웬만하면 쉬려고 굉장히 노력’

3년만의 여름 휴가

플씨 : 박장준 국장이 생각하는 희망연대노조란 어떤 노조인가요?

장준 :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대표하고 이걸 사회적 투쟁으로 만든 정말x2 훌륭한 노동조합, 그리고 쟁취한 조직과 성과를 딛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고민하고 시도하는 노동조합”입니다.

플씨 : 본인은 5년째 희망연대노조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그리고 어떤 꿈을 꾸고 있나요? 

장준 : 제 역할은 “매우x2 성실한 정책담당자이자 조직담당자”입니다. 

저는 하루에 노동 시간이 10시간이 모자란 사람이에요. 제가 맡은 역할에 대해서 역할을 잘 수행하려고 최선을 다해 수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책임을 지고 최선을 다해 하려고 하는 대상은 제가 맡은 사업장이고 조합원이에요.

플씨 :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장준 : 희망연대노조에서는 내년 초까지 활동할 예정이에요. 노조에서 제가 맡게 되는 일들이 항상 정해져 있거든요. 조합원 조직하는 사업, 투쟁의 이슈, 정치적 이슈나 이런 게 말이죠. 간접고용 비정규직 사업장의 특징일 수도 있겠죠. 근데 매번 거의 5년 동안 정말 같은 일을 해왔어요. 그런 측면에서는 변명일 수 있지만 지루하기도 하고, 내가 활동가로서 더 성장을 하지 못하는 이런 느낌이 있어요. 

올해 여름 휴가를 지금 3년 만에 갔거든요. 퇴직하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일부러 간 거기도 해요. 일하는 5년동안 연차를 1년에 한 이틀만 쓴 적도 있으니까 지금 연차 쌓인 게 제일 많죠. 우리 노조는 대체휴가도 줘요. 그런데 저는 한 번도 써본 적은 없어요. 올해도 따로 주는 여름휴가 5일 빼고 휴가를 하루도 안(못) 썼어요.

그래서 체력적으로도 많이 소진이 됐고, 항상 같은 현안, 같은 성격, 같은 의제의 조직과 투쟁을 하다보니 상상력이 딱 거기 갇히는 게 엄청 컸어요. 그래서 만약 저한테 남아 있는 에너지가 있으면 마지막으로는 제가 책임지고 있는 조합원들한테 쓰고 싶어요. 그래서 그만큼 주변 활동가들을 잘 챙기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에요.

그런 고민들을 노조에서 같이 이야기를 했죠. 전 이 조직을 떠나는 날이 내년 2월이 될지 3월이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우리 노조에서 제일 열심히 살다 간다’라는 생각으로 일할 거에요. 

이후 계획은 처음에 노조를 경험했던 사업장, 그러니까 청소·경비 노동자분들께 다시 가서 함께 노동조합 활동도 해보고 싶은 거죠. 물론 상근자로 뽑혀야 가능한 거지만요. 

활동가의 가방 What’s In My B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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