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사라졌다』…여성노동자들이 멈추지 않고 싸우는 이유

※ 플랫폼C 페미니즘 공부모임은 지난 4월부터 매달 1권씩 책을 읽고 토론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6월에 함께 읽은 <회사가 사라졌다> 는 우리가 지난 5개월 동안 읽은 5권의 책 중 가장 호평 받은 책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길 바라며 책을 소개한다.

 

2020년 한국의 폐업자 현황 총계는 무려 895,379명이다. 하루에 2,500여 명이 폐업 신고를 내고 있다. 그나마도 2020년 조금 줄어든 것이고,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동안 매년 90만 건이 넘었다. 회사가 문을 닫는 일은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청산, 폐업, 부도, 해외이전, 외주화, 아웃소싱 등. 동시에 구분되지 않은 이름으로 불린다. 그러나 폐업마다 그 성격이 다르다. 동네 편의점 사장님이 빚을 이고 셔터를 내리는 일과 직원 수십 수백 명을 두고 이사회를 구성한 법인격의 회사가 문을 닫는 일이 같을 수는 없다. 사회는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폐업을 사업자 개인의 흥망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말한다. 그 회사는 사장 혼자 키운 것이 아니라고. 손해는 사적이지만, 손실은 사회적이다.

싸우는여자들기록팀 또록이 공동 집필한 『회사가 사라졌다 – 폐업 해고에 맞선 여성노동』(파시클출판사)은 그러한 사회적 손실을 가져온 폐업들에 맞서 싸운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사라진 회사와 싸우는 여자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우리가 익히 들어 온 것이 아니다. 그곳에는 공장 부도로 멱살 잡히는 사장과 토끼같은 자식을 둔 가장의 이야기만 있지 않다. 대기업의 납품 장난질,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금융투기, 요상한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인해 가장 먼저 내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통탄스러운 사례들로 가득한 투쟁을 경험한 여성들은 결과가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경험을 한 경우에도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글을 써달라고 했다. 후회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이들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가져 보는 ‘자기 시간’이라고 했다. 처음으로 자기 권리를 요구하는 경험을 해본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을 이들도 한다. “예전하고 세상이 다르게 보여.”

‘실패’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어떤 가치를 가지는가에 대한 고민은 늘 논쟁적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버거운 투쟁과정 중에 노동자들이 겪는 괴로움과 좌절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정치적 승리’를 남긴다는 것이다. 최근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로 다시 주목받게 된, 1979년 YH무역 노동조합 투쟁은 안타깝게도 실패했지만, 독재 정권 하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투지를 불어넣었다. 이 사건은 부마항쟁과 더불어 박정희 정권의 숨통을 끊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다. 당시 YH노조 사무국장이었던 박태연 씨는 30주기 열사 추모 다큐멘터리에서 “그때 당시 농성했던 경험은 정말 훌륭했어요. 내가 어느 대학을 간들 그런 훌륭한 것들을 배울 수 있었을까 싶어요” 하고 말했다. 실제 이 투쟁은 당시 참여했던 여성 노동자들에게 훌륭한 학교였다.

YH무역 노동자들의 투쟁이 40년이 훌쩍 넘은 지금의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것처럼, <회사가 사라졌다> 이 책 또한 ‘실패’한 투쟁속에서 노동자들이 배운 것과, 우리가 배워야할 것들을 잘 기록해냈고, 이러한 기록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힘으로써, 이후 실질적인 경제적 성과를 얻는 투쟁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주인공들은 폐업에 맞선 투쟁을 겪으며 개인이 출세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의 강함을 알게 된다. “그전에 어떤 때는, 내가 조금 더 배웠으면 안 힘들게 살 수 있었을까,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는데요. 이제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내가 좀 더 배워서 다른 사람보다 직급이 높거나 관리자가 되었다면, 나 역시도 노동자를 착취했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해요.” 출세함으로써 누군가를 휘두를 힘을 갖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자리에서도 힘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약한 자들이 모여 약육강식이 난무하는 시스템 자체에 균열을 내야 한다는 것을 본인들의 투쟁을 통해 깨우치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고등학교때부터 여성이라서 받은 차별이 지긋지긋했던 나는, 늘 ‘꼭 높은 사람이 되어 다 복수 해주겠다’는 생각으로 공부에 매진했다. 그러나 나 하나가 ‘높은 사람’이 되어 사회적 차별에서 조금 더 벗어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수많은 다른 사람들이 계속해서 차별받는 체제라면 결국은 아무것도 바뀌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은 안타깝게도 결국 사회를 악화시키는 데 기여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스템을 바꾸지 않은 채로 차별과 억압을 강화하는 사람들만 바꾼다는 것 – 그것이 심지어 내가 된다는 것 – 은 얼마나 비극인가. 나 자신의 삶이 나아지기 위한 노력이 다른 사람의 삶을 더 악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는 것,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연대라는 것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이다. 노동조합을 하면서 ‘연대’를 배우는 노동자는, 사회의 억압받고 소외된 사람들의 저항에 다가갈 용기가 생긴다. 평등한 그릇에 인간의 존엄을 담아내는 연대의 과정은 견고하고 단단해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노조하면서 출세했지. 나는 노조라는 게 텔레비전에서 각목으로 때리고, 붙잽혀 가면은 경찰서 가야 되는 줄 알았어. 그랬는데 지금은 같이 맞서서 하고 싶더라고. 남의 투쟁장에 연대 가서 다른 사람 갑질당한 것허고 나 갑질당한 것허고 비교를 해보면, 우리가 다 서글픈 인생을 살았더라고. 고용노동청에 면담하자고 만나러 갔는데 [노동청 직원들이] 문을 안 열어. 유리문을 밀고 땡기다가 유리가 터져버렸어. 나도 병원에 가고 그랬어. 속이 미식거리고, 유리가 어깨도 때리고 주머니에도 유리가 막 들어갔어. 레이테크 사람들은 피가 철철 났어. ‘아~ 요놈들은 우리가 건전하게 투쟁을 해도, 이렇게 우리를 무시하는구나.’ 저그가 시도를 걸어서 불법이야. 우리는 대화하자고 간 거잖아. 대화를 해주면 될 것이고. 그런데 무조건 문 잠그고 안 열어줘. 노조 해보니까 이제 갑질 당하는 것도 조금씩 알아가고.. 다 늘그막에 안 거지. 근데 지금은 좋아. 힘이 됐어, 노조가. 뺏어가면 뺏긴 거 안 뺏길라고 싸우고. 지금이 내 인생에서 최고로 행복한 것 같애. 내 인생에서 최고로.” (성진씨에스 강이순 노동자 인터뷰 중)

 

고용 VS 노동

폐업을 둘러싼 정부와 사회의 분명한 책임을 보여준다는 것도 이 책의 중요한 장점이다.

정부는 고용촉진 우수기업 선정, 시간제 일자리 지원, 각종 지원금과 세금감면 등 막대한 지원으로 일자리 정책을 시행한다. 세금으로 지원되는 중소기업 지원금의 규모는 무려 1조 8천 228억원 이다. 하루에 50억에 달하는 이 돈은 8시간 노동하는 최저임금노동자 62만 5천명의 월급이다. 책에서 소개된 회사 아사히는 50년간 토지무상임대, 5년간 국세 전액 감면, 15년간 지방세 감면 등 600억 이상 특혜를 받았다. 이는 사장 개인의 재산이라 할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큰 돈을 지원하는 정부는 이후 책임은 묻는 데에는 게으르다. ‘중소기업 육성지원’은 하지만, 제재는 하지 않는 것이다. 가족경영, 방만한 투기성 투자 등은 문제로 취급하지도 않는다. 제조업을 못 해먹을 풍토-불공정 거래, 독과점, 재하청화, 하청종속화, 갑질-등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에 대해서는 손댈 능력도, 생각도 없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내걸고 만든 자회사들도 결국 고위직 임원들 먹고살거리를 제공해 주는 건데, 폐업도 문제지만 이런 중간착취도 심각하다. 삼성코닝도 임원들 퇴직할 때 하청 만들고 하나씩 사장자리 줘서 몇 년간 먹고살고 중간에서 착취하게 만든다. 중간업체 폐업은 더 쉽고, 이런 것이 보편화 되어있다.

코로나 이후 정부는 기간산업에 40조의 안정기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남성이 많은 대규모 산업군에는 큰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면서 여성노동자 집중 산업은 지원이 미미하다. 어린이, 노인, 장애인 돌봄 등 사회서비스 공백에 대한 대책은 부족하고, 휴업과 폐업이 반복되고 있다.

사업장 안으로 들어온 일자리 정책은 값싼 일자리를 양산하고, 여성들을 파트타임으로 내몬다. 정부의 고용 정책은 이들의 노동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애초 정부가 보호한 것은 노동이 아니라 ‘고용’이기 때문이다. 노동이 아니라 고용이 보호 대상이 되면, 정부는 고용 주체인 기업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된다. 기업이 보호받는 한, 일하는 사람의 노동 조건은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회사는 위기를 극복한다며 사람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한다. 비용과 이윤을 사람 자리에 놓는 사회에서 사람들의 삶은 무너지고 있다. 직원을 아무리 내보내도 기업은 힘들다는 말은 멈추지 않는다. 이러한 회사들의 않는 소리 속에서 이주노동자들과 여성노동자들이 값싸다는 ‘장점’을 두고 경쟁 아닌 경쟁을 한다. 여기에 더해 파견 계약직, 소사장제, 아르바이트 등 고용 형태가 확장되고 있다. 모두 저렴하고 해고가 유연하다는 특성이 있다. 외주화도, 가내수공업도 이러한 흐름 속에 있다.

여전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일터문화에서 사장은 임금을 주며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면서 노동자의 생사여탈권 을 쥐고 충성을 요구한다. 3대 세습으로 가부장적 기업의 정점에 서 있는 삼성과 많은 대기업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위기를 온몸으로 감수한 노동자들은 회사가 문을 닫는 과정에서 어떤 말 하나 얹을 자격이 없었다. 공장이 운영을 멈췄으니 어쩔 수 없다며 법도 행정기관도 이들의 문제에 관여하지 않았다.

회사는 법인을 사라지게 함으로써 위기를 관리했다. 그러나 사라질 수 없는 사람은 온몸으로 위기를 겪어야 한다. 안전망이 없는 사회에서 인생에 닥친 위기는 오롯이 개인의 몫이다. 신자유주의는 개개인마저 기업 경영의 마인드로 자신을 관리하라 했지만, 사람과 기업의 차이는 분명하다. 기업과 달리 타자에게 위기를 전가할 권력과 자본이 없는 개개인의 위기 관리는 실패를 거듭하기 마련이다.

한국은 위장폐업이 아닐 경우 폐업에 따른 해고를 통상 해고로 보고있는 것에 반해, 프랑스 등 여러 국가에서는 폐업 그 자체만으로 경영상 해고에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폐업에 따른 해고가 법적으로 정당하기 위해서는 사업 전체의 폐지, 확정적 폐업, 사용자의 고의나 과실이 없을 것 등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여성노동자

여성들은 자신을 독립된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세상과도 맞서야 한다. 외환위기 시절, 해고 1순위가 부부사원이었으나 누구도 남편 사원이 나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후 25년이 지나 조금은 나아졌다고 하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가족 중 간병이나 돌봄을 전담할 사람이 없어 누군가 직장을 그만두어야 한다면, 그때 가장 먼저 고려되는 것은 성별이다. ‘여자 있을 곳은 집’이라는 사회적 분업은, 여자의 고용(일)과 실업(해고)의 경계 또한 불명확하게 만들었다. 결국 여자 해고는 해고도 아니었다. 그저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라 했다. 잘리지 않겠다고 버티면 집에 ‘가장(남자)’가 없는지를 물었다. 여자 혼자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박복한’ 사람인지를 확인하려 했다. ‘가정 있는’ 여자의 실직은 복직을 두고 싸울 만큼 큰 사건으로 취급받지 못했다. 반면에 ‘가정 없는’ 여성이 어딘가 ‘하자’가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와 싸워야 한다. 책 속에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보여주는 현실은 우리가 계속해서 지치지 않고 싸워야 하는 중요한 이유를 제공한다.

이 책의 또 다른 돋보이는 장점은 친절하고 쉽게 설명하는 글쓰기이다. 책 본문도 쉽게 쓰여 있고, 따로 <알아 두면 좋은 용어 설명>을 붙혀 노동조합, 민주노총, 부당노동행위, 도급, 위장 폐업 등 관련 용어들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것이 노동자들의 투쟁에 다소 낯선 사람들도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단지 기술적인 장점뿐만 아니라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지은이들의 태도가 보여지는 것 같아 더욱 인상적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싸우는여자들 기록팀 또록’이다. ‘기록하고 또 기록하자’, ‘또박또박 기록하자’는 말을 줄여 ‘또록’이라고 부른다. 주로 ‘싸우는 여자들’을 기록한다. 이런저런 매체에서 여러 번 접했던 투쟁사업장들이었지만, ‘또록’이 기록해 주지 않았다면, 이 소중한 수많은 깨우침을 놓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림보, 시야, 하은, 희정 – ‘또록’이 너무도 고맙고 그들이 하고 있다는 이후 프로젝트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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