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 우이판을 무너뜨린 것은 여성들의 자기변화가 만든 승리

※ 이 글은 중국 페미니즘의 목소리(女权之声)의 창립자이자 페미니스트 활동가, 연구자 뤼핀(吕频)이 쓴 글 「吴亦凡的倒下,是女性自我改变的胜利」을 번역한 것이다. 우이판은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케이팝 아이돌 EXO(엑소)의 전 멤버이다. 2012년 데뷔했지만 2년만에 돌연 탈퇴를 선언하고 중국 활동을 시작했다. 중국 대륙에서 랩퍼이자 배우로 왕성한 활동을 해왔으며, 지난해에는 중국판 쇼미더머니의 심사위원으로도 출연했다. 한때 중국 내에서 가장 수익이 높은 연예인 10명 중 1명이기도 했다.

 

우이판(吴亦凡; 크리스)의 체포는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사전 통보에서 베이징시 경찰은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확실히 밝혔다. 하지만 나는 그의 행동이 철저히 조사되어 사실로 밝혀지리라고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에 대한 두메이주(都美竹)의 고소 내용을 보면 확실히 성폭력 사건이 성립된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로부터 어떠한 객관적인 증거를 확인하기도 어렵다. 지인의 성폭력과 권력 침탈은 여전히 법적으로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 더구나 우이판은 톱스타이고, 경찰은 분명 조사 압력을 받지 않을 것이다. 만약 경찰이 수사하지 않는다면 피해자와 대중은 방법이 없다.

연예 잡지 표지에 실린 우이판

이는 놀라운 승리이다. 이 사건에서 경찰 당국은 우리가 주장해온 것들을 받아들였고, 이로 인해 우이판의 지지자와 반대자에게 승패가 갈렸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순간에 대한 축하는 궁극적으로 강대하고 지배적인 정부 권력을 다소간 칭송하는 것은 아니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권력은 결코 아니지 않은가.

나는 친구들과 함께 축하의 시간을 보냈다. 그날 밤 페미니스트들의 그룹채팅방에는 홍바오 폭탄(중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SNS 위챗의 기능으로, 용돈을 랜덤으로 퍼뜨릴 수 있다. 중국의 전통문화적 요소와 결합된 세배돈 기능 같은 것이라 볼 수 있다.)이 쏟아졌다. 듣자하니 내가 보낸 홍바오가 누구보다 많았다고 한다. 어쩌면 실형 선고를 받지 않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우이판은 이제 더 이상 그의 신전으로 돌아올 수는 없을 것이다. 우이판은 지금까지 미투운동이 쓰러뜨린 가장 유명한 인물이며, 이 성취로 인해 거리 곳곳에서는 “우이판이 구속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투운동의 영향력도 전에 없이 커졌다. 이전까지 세간에서는 미투운동을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

두메이주(都美竹)와 다른 피해자들에게 감사하다. 하지만 이는 여성 몇몇의 승리만은 아니다. 미투운동이 없었다면 두메이주는 오늘의 결과를 마주할 수 없었을 것이다. 5년 전 샤오지나(小G娜)는 우이판과의 관계를 밝혔지만, 자신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 말하지 않았다. 그는 “우이판이 어떤 인간인지 밝히고 싶다”고 했지만, 일방적으로 연락이 끊긴 것 외에 우이판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당시 주도적인 여론은 남자들이든 여자들이든, 어떤 광팬이 유명인에게 ‘중상모략’을 한 것으로 해석했다. 심지어 혹자는 우이판 같은 스타는 성적 특권을 갖고 있어도 된다는 의미에서 “살아있는 보살에게 주는 복지” 따위로 떠들기도 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왕홍(일종의 유튜버) 두메이주

처음에는 두메이주도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했다. 타인의 입을 빌려 할 수 있었던 말도 우이판의 “문어발식 연애”나 “결별할 때의 차가운 폭력”뿐이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진짜로 우이판을 고소했다. 장문의 글은 그게 대필이냐 아니냐의 논란과 무관하게, 대중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 웨이보 상의 여성(범여성주의자 집단)이 되게 했다. 그녀가 묘사한 사건 현장과 정황, 심정을 통해 사람들은 이 사건 속의 성벽 권력 관계를 식별해냈으며, 강간과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애초 ‘스타의 후광’에 어찌할바 모르며 갈팡질팡하던 그녀를 크게 이해하기 시작했다. 사람들(미투운동을 지지하는 사회집단)은 그녀를 견고하게 지지하면서, 그녀를 위해 많은 글을 올렸다. 또한 그녀에 대한 온갖 비난을 논박하였고, 비록 경찰이 그녀에 대해 상당히 불리하게 통보하더라도, 우이판가 잡힐 때까지 논쟁을 지속했다. 성폭력과 권력 침해를 특정해 ‘스타의 후광’에 어쩔 줄 몰랐던 그녀에게도 가장 큰 이해를 줬다. 이 공동체는 그녀를 지지하고, 그녀를 위해 많은 글을 올렸으며, 그녀에 대한 온갖 비난에 맞서 논박하고, 비록 경찰에서 그녀들에게 상당히 불리해진다고 통고하더라도, 우이판이 체포될 때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우이판에 대한 논쟁을 계속했다.

우이판의 가해는 개인뿐 아니라 남성과 자본권력이 주도하는 업계에서 그런 폭력들이 여성을 잠식한다는 점, 그리고 우이판을 옹호하는 실체가 남성지배와 성폭력을 체계적으로 왜곡하고 당연한 것으로 만든다는 점을 강력하게 논증했다. 나아가 끊임없는 토론 속에서 술자리부터 잠자리까지 성별권력의 미시적 관점이 여성들을 어떻게 옥죄고 수치심과 불완전한 피해자로 만드는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어졌다. 개별적으로 특별히 뛰어난 이론가나 인플루언서(大V)가 논조를 이끄는 리듬을 정하지는 않았다. 대량의 밀집된 토론이 지혜를 발휘하여 의식의 전선을 형성하고 유지시켰다. 이리하여 그녀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두메이주와 연대했을 뿐만 아니라, 다시 상호교육을 실현했다.

#metoo 운동 시위자의 피켓

그렇다. 이것이 바로 5년만에 이룬 변화다. 3년에 걸친 미투운동 속에서 우리의 역량이 축적되었고, 여성들은 비로소 함께 우이판을 고꾸라뜨릴 수 있었다.

나는 이들을 찬미한다. 그녀들이 무수한 감정적이고도 지적인 노동을 펼친 것은 두메이주 한 사람을 위해서뿐 아니라, 수많은 사건들에서 이뤄졌다. 원하는 응답이 없더라도 이름을 숨기고 수많은 정력을 소모했다. 밤낮으로 눈이 시큰거리고 마음가짐이 고달파지고, 실망하기도 했다. 분노하고 격앙되기도 했다. 그리고 여성의 권리를 위해 친구와 멀어지고 가족들과도 멀어져 주류사회와의 ‘화합’을 해치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2018년 이후 미투운동의 주력이다. 무수한 젊은 여성들은 설령 고등교육을 받았더라도 가부장제 사회에서 발언권을 얻지 못했다. 중국 미투운동의 가장 큰 특징은 이름없는 여성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유지될 수 있었고,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언론에 보도되고 있진 않고, 법률상 많은 걸림돌이 있으며, 공공 자원의 투입도 없었음에도 말이다. 외부가 모두 검열의 지뢰밭인 상황 속에서 3년간 하나씩 하나씩 점차 높은 단계로 나아갔다.

이는 매우 특수한 것인데, 우리 사회의 공공성이 점차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때때로 사람들로 하여금 질식할 듯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이때, 여성주의는 오히려 공론장에서 어떤 역할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운수 사나운 이 우이판이란 사람보다 오래 지속되는 효과는 여성주의의 공감대가 다시 한 번 앞으로 진전됐다는 점이다. 이는 남성권력 집단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주류사회가 다시 여성주의의 존재를 바라볼 수밖에 없게 한다. 반동적인 방식으로라도 반응이 온 것이다.

셴즈가 저우쥔을 고소한 사건의 법정 앞에 찾아온 셴즈의 지지자들

미투운동이 만들 수 있는 사안, 추진할 수 있는 법과 정책은 그리 많지 않다. 가장 센세이션을 일으킨 사건들, 예를 들어 셴즈가 주쥔을 고소한 사건의 경우, 고소 이후 3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승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비록 두메이주의 말처럼 우리에겐 여러가지 법률이 있지만, 여성에 대한 법의 대응은 여전히 제한적이고 기대하기 어렵다.

미투운동의 보다 큰 성취는 전형적인 사건을 둘러싼 격론의 현장에 성별 문제의 여론 판도를 밀어부쳤다는 점에 있다.

나아가, 내가 보기에 미투운동의 가장 주요하고 큰 성취는 바로 여성들 자신을 변화시켰다는 데 있다.

우리는 집단의 목소리에 권한을 부여하고 더 광범위한 사회로 연결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휩쓸리고 있는 치열한 경험을 했다. 실로 우리는 치열한 체험과 세례 속에서 스스로를 교육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만의 페미니즘적 행동에 관한 지식을 상당히 발전시켰다. 아직 이를 출판하지도 못하고 온라인에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사라졌지만, 한때나마 (페미니즘의 목소리가) 전파되고 읽히는 것은 사라질 수 없는 자산이다. 우이판 사건은 이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촉매가 됐다.

뤼핀

축하한다고 해서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수많은 피해자가 여전히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고, 많은 계정은 계속 사라지고 있으며, 여성주의는 여전히 “반동세력”으로 인식된다. 공포가 밀려들어 사람들을 비뚤어지게 하고 있다. 페미니즘 진영은 유토피아가 아니며, 내부의 문제에서 고통과 막막함이 많다. 공간은 갈수록 좁아지고 할 일도 줄어든다. 요즘 우리 운동이 어떻게 갈 수 있는지, 미래가 안 보인다고 수없이 묻는다. 우이판을 무너뜨렸다고 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여성들이 미투운동을 밀고나가는 것에 있어서나, 한 걸음 더 나아간 대결을 형성하는 것에 있어서나, 앞으로도 운동을 멈출 수 없다고 생각한다. 미투운동은 어떠한 고명한 와해 책략에도 계속될 것이다. 이는 우리 모두가 느끼고 있는 사실이다. 미래에 직접 마주칠 상황들을 생각하면 전율감이 들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다. 

그러니 우리는 계속해서 싸워나가자. 계속해서 우리 자신을 바꾸자. 그들에 의해 바뀌지 말자!

 

글 : 뤼핀(吕频)
번역 : 홍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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