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기본법은 애초부터 베이징에 맞설 수 있도록 고안되지 않았다

[편집자] 최근 홍콩 정세에 관한 글을 연달아 소개한다. 밖에서 보기엔 전광석화처럼 이루어진 것 같은 이번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조치가 무슨 영문에서 일어났는지, 그것이 왜 가능하며, 앞으로 홍콩 항쟁이 넘어서야 할 조건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다. 이 글 역시 홍콩 기반의 좌파 연구자·활동가 그룹 Lausan에 의해 지난 5월 22일 발표됐다. 원제 Beijing’s new national security laws and the future of Hong Kong

글 : Vincent Wong & JSon
번역 : Megan Sungyoon, Montag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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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중국 정부가 시행할 새로운 국가보안법이 홍콩의 일국양제 체제에 종말을 불러올 것으로 보고있다. 어떤 이들은 이에 대해 “홍콩 자치권의 완전한 침해”라고도 한다. 이 글은 새 법안과 그것이 내포하는 법률적인 시사점, 앞으로 홍콩에 미칠 영향을 명백히 밝히기 위해 작성됐다.

 

홍콩 국가보안법이란 무엇이며, 왜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가?

베이징(중국 중앙정부)은 새로운 국가보안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새 국가보안법은 국가분열, 체제전복, 내정간섭, 테러행위 등을 범죄행위로 규정한다.

  • 편집주 : 5월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중화인민공화국 헌법과 홍콩특별행정구 기본법 23조에 의거하여, 기본법 23조 부칙에 국가보안법 시행에 관한 내용을 첨가하기로 결의했다.
    기본법 23조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홍콩특별행정구는 어떠한 반역, 국가분단, 반란 선동, 중앙인민정부 전복 및 국가기밀 탈취 행위, 해외 정치조직 및 단체의 홍콩특별행정구 내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것을 자체적으로 입법화해야 한다. 第二十三条 香港特别行政区应自行立法禁止任何叛国、分裂国家、煽动叛乱、颠覆中央人民政府及窃取国家机密的行为,禁止外国的政治性组织或团体在香港特别行政区进行政治活动,禁止香港特别行政区的政治性组织或团体与外国的政治性组织或团体建立联系。”

따라서 새로운 국가보안법은 광범위한 의미에서의 정치 행동을 규제하며, 이는 여태까지 우리가 보아왔던 홍콩 항쟁 대부분의 활동들을 포함한다. 선동죄와 국가전복죄의 적용은 홍콩인들의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축소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며, 해외의 정치 단체 및 기관과의 모든 접촉에는 내정간섭죄가 적용될 수 있다. 경찰과의 충돌은 용납 불가능한 폭력에 대한 정당방위의 경우에도 테러 행위로 규정될 수 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의 이와 같은 조항들은 홍콩 시민들에게 낯설지만은 않다. 그중 대부분은 홍콩의 ‘헌법격’인 기본법 제23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에 근거해 세부 조항들을 법제화하려던 움직임은 2003년 50여만 명의 시민이 참여한 반대 운동으로 무산된 바 있다. 그렇다면 그때와 지금은 어떻게 다를까? 왜 이번 새 법안에 대해 이렇게나 큰 파장이 일었으며, 공민당 의원 데니스 궉이 “반환 이후 홍콩에 일어날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선언한 것일까?

지난해 항쟁을 거치며 베이징은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키고 시행하는 데에 있어 홍콩 정부와 입법회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는 다시 말해 시진핑 정부가 홍콩 문제에 있어 인내심을 잃었으며, 더이상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에게 시위대 ‘처리’를 맡기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시진핑 정부는 홍콩의 입법 절차에 대해 멀리서 지켜보는 대신 직접 관여하는 길을 택했고, 홍콩인들을 “법치로” 굴복시키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홍콩의 입법 절차에 대한 모든 기대와 확신을 잃은 시진핑 정부가 택한 방법은 홍콩의 국가보안법 제정을 전국인민대표대회의 몫으로 넘기는 것이다.

 

전인대는 어떤 기관인가? 홍콩의 정치적/법률적 제도 내 전인대의 역할은 무엇인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최상위 국가권력 기관이며, 중국공산당의 핵심 당원들이 장악하고 있다. 전인대는 특정 법률의 입안과 홍콩 기본법의 적법성을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요컨대 홍콩 문제에 있어 입법부의 권한과 헌법재판소의 권한을 동시에 갖는 기관인 셈이다.

국가보안법 제정을 위해 긴장감이 팽배한 정치적 상황과 범민주파의 저항을 견제해야하는 홍콩의 입법회와는 다르게, 중국공산당이 장악한 전인대는 새로운 홍콩 국가보안법의 입안과 승인을 신속히 진행할 수 있다. 이로써 중국 정부는 국가보안법의 입법 절차에 영향을 미칠 홍콩 현지의 반대 여론을 우회할 수 있게 된다.

 

중국 정부가 홍콩 기본법을 직접 바꿀 수 있는가?

통상적으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전인대는 홍콩 기본법의 18조를 무기로 삼고 있다. 이 조항은 중화인민공화국으로 하여금 홍콩에 직접적인 법 적용을 허용한다. 단서 조항에 따르면 안보·외교, 또는 “자치권을 침해하지 않는 문제”와 관련한 일부 법률에 한정하고 있다.

현재의 법적 쟁점은 과연 홍콩 국가보안법의 개별 의제들이 앞서 말한 세 가지의 항목 중 하나로 형평성 있게 분류될 수 있는 가이다. 다행히도 현행법상 국가분열·전복, 심지어 테러행위도 일반적으로는 안보 및 외교문제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 항목들은 대신 공공질서 유지법이라는 범주에 속한다.) 또, 홍콩 기본법 제23조이 국가보안법은 홍콩 정부의 관할이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홍콩의 자치권을 침해하지 않는 문제”에 적합한 예시도 아니다.

그러므로 중앙 정부가 홍콩 기본법 18조에 의거해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적법성이 의심스러운 절차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의심이 전인대가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홍콩에서 법안에 대한 이의제기가 가능할까?

가능하다. 해당 법안들은 홍콩 사법부에 의해 적법성을 심사 받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특히 중앙정부가 홍콩의 기본법에 명시된 권한을 넘어서는 요구를 하는지를 판단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의제기가 성공일 수도 있다는 전망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그러나 홍콩 기본법 158조에 따르면 전인대는 법의 최종해석권을 가지며, 법원의 판결을 상시 기각할 수 있다.

기본법을 최종적으로 해석할 권리를 전인대가 갖고 있다는 점에서 홍콩 기본법의 모든 헌법적 보장은 “중국 공산당의 허락하에만 실천 가능한 일개 약속”으로 전락한다. 이는 홍콩이 사실상 한번도 참된 헌법적 법치를 실현할 수 없었으며 법원의 가장 적법한 명령마저도 항상 중앙 정부의 정치적 변덕에 종속되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관련 법안들에 무효성을 주장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가능하긴 하지만, 전인대가 158조에 따라 부여된 최종해석권으로 불리한 판결을 기각할 수 있고, 입법 기관으로서의 권력을 행사할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밖에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하는가?

전인대가 발표한 새 국가보안법 결의안의 초안에 따르면 홍콩특별행정구 정부는 “국가 안보를 위한 기관 및 시행 체계를 조직할 것”을 명령 받게 된다. 홍콩정부가 불복할 시, 중국 중앙정부는 필요에 따라 홍콩에 해당 법안들의 집행을 위한 국가안보처를 설치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의 사법당국과 보안기관들이 홍콩시의 치안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

해당 협정의 세부 사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 당국이 계속해서 더욱 직접적인 지배를 위해 홍콩 내 제도 및 기관들을 과감히 우회해온 것들과 결을 같이 한다.

 

홍콩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법안들이 통과되면 대규모 집회 및 개인의 정치적 저항 행동은 더욱 더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반정부적 선동 혹은 중앙 정부에게 불리하게 비춰질 여지가 있는 모든 정치적 행위들은 홍콩 활동가들로 하여금 더 큰 위험을 무릅쓰게 할 것이다. 홍콩 시민들은 이미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너도나도 VPN 우회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법안 통과는 단지 국가보안법의 시행 이상을 의미한다. 현재 상황은 2003년과는 다르다. 중앙정부 당국이 갖는 홍콩 내 법 집행권과 해당 법률을 자유자재로 해석할 수 있는 권한은 일국양제 원칙을 위시한 현재 홍콩이 누리는 모든 정치적·법적 자치에 사망선고를 내릴 것이다.

지난해 발의된 법죄인 인도 조례가 홍콩의 법규와 사법 독립권 및 정당한 절차를 우회해 개인을 중국 본토로 송환하기 위한 법적 통로라면, 새로운 국가보안법은 중국 당국으로 하여금 홍콩에 법률을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통로가 될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하자면 이제 홍콩인들을 중국 본토에 소환해 재판할 필요없이, 중국 당국의 법 제도를 홍콩으로 가져와 적용시킬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콩에서 만들어온 유구한 저항 운동의 역사가 보여주듯, 홍콩 시민들은 계속해서 싸울 것이다.

판도가 바뀐 만큼 홍콩 항쟁도 변해야만 한다. 이제 홍콩인들의 운명이 대륙의 소외되고 억압된 이들과 더욱 끈끈하게 연결된 만큼, 마찬가지로 홍콩인의 투쟁은 억압받는 대륙 인민의 투쟁과 재결합되어야 한다.

지금은 서양의 원조를 바랄 때가 아니다. 지금은 중국 대륙의 노동자와 활동가, 억압받는 민중과 연대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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