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발자취를 추적하는 탐정의 정보공개운동 이야기

권력의 발자취를 추적하는 탐정의 정보공개운동 이야기

김예찬 활동가 인터뷰①

2022년 9월 30일

[읽을거리]인터뷰활동가, 인터뷰, 사회운동, 정보공개청구

너무 오랜만이라 다소 민망하긴 하지만, 활동가 인터뷰 시즌2를 이어가고자 한다. 이번 주인공은 김예찬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다. 플랫폼c 회원이기도 하고, 한때 동아시아 공부모임 세미나에도 함께 했지만, 최근에는 바쁜지 보이지 않는다.

정보공개센터는 시민들의 ‘알 권리’ 운동을 하는 곳으로, 정보의 대중화를 통해 시민들의 알 권리를 실현하고 사회 전반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시민단체다. 감춰진 정보를 찾아 밝히는 활동이라 그런지, 아니면 정말 사설탐정을 꿈꾸는 것인지 김예찬 활동가의 명함과 페이스북 계정에서는 ‘탐정 지망생’이라는 독특한 자기소개를 볼 수 있다. 우리는 “권력의 발자취를 추적”하는 이 탐정 지망생의 분투기가 궁금해졌다.

정보공개센터에 대한 정보!

“저희 단체의 공식 이름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요. ‘시민들에게는 알 권리가 있다’는 얘기 많이 들어보셨을 거에요. 헌법에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표현의 자유는 ‘말할 자유’이기도 하죠. 자신의 의견을 말할 자유는 충분한 정보가 바탕이 되어야 형성될 수 있거든요. 표현의 자유를 가지려면 궁극적으로는 알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국가가 가지고 있는 정보에 대해 충분히 접근하고 알 수 있는 것 또한 시민의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민의 권리에 공식적으로 ‘알 권리’가 포함된 것은 1990년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통해 명문화되면서 부터다. 시민사회는 이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법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바 있다. 그러던 1991년, 청주시에서 정보공개 조례가 만들어지면서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후 김대중 정부 때 정보공개법이 공포됐지만, 여전히 알 권리는 많은 부분 제한됐다. 특히 2008년 이명박 정부가 한미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은폐하거나 비민주적인 절차로 강행할 때 “정부 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사회적 요구 속에서 정보공개센터가 출범했다. 정보공개운동의 간략한 역사를 들으며 그의 업무와 최근 주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무엇인지 물었다.

“정보공개센터는 대표, 운영위원, 소장, 사무국장과 활동가로 나눠져 있는 소규모 시민단체에요. 그래서 업무가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매년 사업 회의에서 당해 업무를 배분해서 역할을 정하죠. 저는 2018년부터 일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5년차 활동가입니다. (그 전에는 진보정당에서 활동했고요.) 최근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일하다 죽지 않을 직장 찾기’ 프로젝트와 국회 기록을 공개하는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예찬 활동가의 상세한 설명을 듣고나니, 정보공개센터의 설립 취지와 우리 사회의 현실이 연결됐다.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국회를 포함한 국가기관의 정보 불투명성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자, 정보공개 운동이 단순히 국가기관의 ‘투명성’ 그 자체를 요구하는 것에 그치는 문제는 아니라는 점 역시 이해가 됐다.

‘일하다 죽지 않을 직장 찾기 프로젝트’는 산업재해 정보공개를 확대해야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한국에서 산업재해 정보 게시에는 기간 제한이 없지만, 현실에서는 사고 발발 후 관심이 줄어들 시점인 2~3년 후에나 정보를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법적으로 ‘산업재해’로 확정되어야 공개 의무가 주어지고, 산재 관련 소송도 통상 몇 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최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에는 중대재해 정보 게시 기간이 1년으로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공개 기간 1년 지나고 나면 안전한 일터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대기업의 경우, 비싼 로펌을 통해 재판 시간을 많이 끌고가기 때문에 한참 뒤에야 게시하는 경우도 많다.

“산업재해 사업장 명단이 공개되어 있긴 해요.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것이 데이터 형태로 공개되지 않다는 점이죠. 산재 정보 공개에 대한 두 개의 법이 있는데요. 산업안전보건법의 경우 산재 다발 사업장을 공개해요. 1년에 두 명 이상 죽는다거나, 두 번 이상 사고가 났다거나, 아니면 이 업종의 다른 사업장보다 사고가 많이 나는 곳 등의 상습범들이 여기 해당되죠. 하지만 그런 경우도 재판 이후에나 공개를 해서 질질 끄는 게 있습니다. 그리고 공개를 해도 어디서 볼 수 있는지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고용노동부도 홈페이지의 굉장히 구석진 곳에 숨겨 놨고, 파일도 PDF 첨부파일이에요. 첨부파일의 표도 난해하게 되어 있어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실질적인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는 거죠.”

정보공개청구나 국가기관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다보면 우리나라의 중요한 정보는 비공개 별첨 자료로 게시되거나, 해당 문서를 공개한다는 공문만 공개적으로 올려놓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정보공개율이 90퍼센트 이상이라고 떠드는 것은 기만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산업재해 사건들이 뉴스에 빈번하게 오르내리기 시작한 이후, 산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일터에서의 사고를 보고하는 SNS 계정도 생겼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자신들의 홈페이지 최상단에 사망사고 속보 배너를 올려놓기도 했다. 하지만 배너도 게시물 내용도 ‘OO지역 소재 주택 신축 공사현장’과 같은 식으로 표기되어 있을 뿐, 정확하게 어느 사업장인지 명시하지는 않는다. 어디가 위험한 곳인지 얘기를 안 한다면 정보공개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일도 많이 있었어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글을 올렸다가 기업에서 압력이 들어오니까 올린 글을 지워버리는 거죠. 예를 들어, 에버랜드에서 사고가 나고 글이 올라오니까 에버랜드 측에서 연락이 왔고, 바로 지우더라고요. 기업들이 산업재해 여부에 대해 떳떳하지 않다는 얘기죠. 그런데 어느 사업장에서 어떤 사고가 일어나는지는 누구나 알아야하는 기본적인 데이터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공개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생각한 게 워크넷, 알바몬 등 구인구직 사이트였죠. 예를 들어 워크넷에 올라오는 구직 광고 API(운영체제나 프로그래밍 언어가 제공하는 기능을 제어할 수 있게 만든 인터페이스)를 활용해서 여기에 산업재해 사업장 데이터 정보를 붙이는 식으로 말이죠.

사람들이 자신의 일터가 위험할 수 있는 곳이라는 걸 알 수 있게, 어떤 사업장에서 새로 구인공고를 내면 그곳의 산업재해 현황을 같이 알려주는 캠페인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정부가 기업정보를 공개해야 하도록 만드는 것이 저희의 궁극적 목표고요.”

기업들은 직원을 뽑을 때 하나하나 모든 것을 항목화해서 평가한다. 반면 노동자는 회사가 위험한 곳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채로 일을 시작하는 게 태반이다. 산업재해 뿐만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 신고나 성폭력 발생 현황 등이 통계적으로 공개가 된다면, 블랙기업을 피할 수 있는 움직임이 생기고, 이는 기업들이 예방을 위해 힘써야 하는 동인이 될 것이다. 목숨 걸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일터, 성평등한 일터, 괴롭힘 당하지 않는 일터는 모두가 누려야 할 기본적인 노동환경인데, 기업들은 그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다.

“여수산단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중 돌아가신 분이 계셨는데요. 사람이 가까이 가면 기계가 멈추는 안전장치가 있었는데, 그 장치가 작업 속도를 늦춘다는 이유로 장치를 꺼놓고 작업을 했던거죠. 그래서 이 분이 로봇 팔에 맞아서 돌아가셨어요. 그런데 그 사업장에 구인공고가 올라온 걸 보니까 똑같은 작업을 할 새로운 사람을 구하는데, ‘쉬운 일’이라고 적어놨더라고요.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일, 위험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고 가야 하는데 모르고 가는 거죠. 그래서 이런 작업이 필요한 겁니다. 예컨대 직업안정법이라는 법이 있어서 구인구직사이트에 의무를 주고 있어요. 최저임금을 위반한 업체의 공고는 올릴 수 없고 임금체불사업자 명단도 공개하거든요. 산업재해 정보도 함께 공개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올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산업재해 사고 현황을 공개함으로써 노동자는 어느 일터가 최소한의 안전도 보장하지 않는지 알게 되고, 암암리에 사고를 은폐해왔던 기업들은 노동자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이런 면에서 정보공개운동은 사람들을 보호하고, 폭력에 저항할 수 있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올해 또 다른 사업 중 하나는 ‘국회 기록 공개 프로젝트’다. 공공기관은 기록물관리법으로 모든 문서들을 보관하게 되어 있어서 기록이 기본적인 행정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는데, 국회는 그런 시스템이나 기록을 강제하는 제도가 없다. 국회의원실 이메일 주소가 국회 메일이 아닌 개인 메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의원실 구성원들의 공식 메일이 없다는 것은, 이들이 의원직을 그만뒀을 때, 그 자료가 의원실 공식 메일에 쌓이지 않고 보좌진 개인들의 메일로 나가 없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국회의원들의 의정 활동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자료 제출 요구권을 갖고 있어서, 공공기관으로부터 자료를 가져와서 쓰잖아요. 근데 우리는 이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볼 수가 없는 거예요. 국회도 국가기관인데 의원들이 일하는 자료는 쌓이지 않고 의원 임기가 끝나면 엄청난 쓰레기가 되어 다 소각되거든요. 어떤 곳보다도 투명해야 하는 국회가, 의원들의 의정 활동에 관한 기록이 전부 쓰레기가 되는 상황은 문제가 있다고 봤고, 그래서 이걸 법으로 정해서 제도화시키거나 의원직을 그만두면 의정 활동 내용을 국회에 기증하도록 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국회 기록 공개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국회도서관의 경우, 의정활동 기록물을 기증받아 관리한다. 하지만 자료 기증자가 300명 중 10명~20명 꼴로,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초선 의원이나 국회에서 처음 일하는 사람들은 보고 참고할 자료가 없는 것이다. 정보공개센터에서 문제제기를 해서 자료를 남기게 된 경우도 있지만, 그런 과정마저도 쉽지 않았다.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기관의 정보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보공개운동은 다른 여러 사회운동들로 연결돼 있다.

정보공개의 기준

현재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의무를 갖는 곳은 정부기관 및 지자체, 공공기관뿐이다. 하지만 뉴스통신진흥회 사례처럼 공공과 민간의 경계에 걸친 애매한 곳도 있다. 민간단체나 기업이지만 공공성 있는 역할을 가진 곳도 많고, 공공성이 없어도 기업이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하는 정보가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한 필수적인 정보를 숨기고 있다. 기업들이 숨기는, 그러나 우리 사회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보에 대해 어떤 기준으로 공개를 요구할 수 있을까? 김예찬 활동가에게 공익을 위한 정보공개 기준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래서 정보공개법이 중요합니다. 사실 모든 정보는 공개가 원칙이에요. 원래 정부의 모든 정보를 공개할 수 있고, 공개받을 수 있는 게 기준입니다. 비공개는 조건이 붙어야 할 수 있는 거죠. 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정보는 공공기관이 생산한 정보와 공공기관이 접수한 정보가 있는데, 후자도 정보공개대상이에요. 법에 따라서 민간기업이 공공에 신고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사업장의 경우, 화학물질이 노동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화학물질을 어느 정도 사용하는지 보고하게 되어 있어요. 이 사업장이 안전한지 아닌지 사람들이 알 수 있게 고용노동부가 정보를 가지고 있는거죠. 그래서 민간 기업과 관련된 정보이더라도 정부가 가지고 있으면 공개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기업들은 영업 비밀이라고 주장하죠. 정보공개법에 영업비밀이 공개될 경우 기업의 영업과 이익을 침해할 수 있으면 비공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거든요.”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된 노동 환경 정보라던지, 자사 제품에 어떤 화학물질이 들어갔는지에 대해 “영업 비밀”이라면서 알려주지 않는 기업들이 많다. 대체 이 영업 비밀의 기준은 누가 결정하는 걸까?

“원칙적으로 고용노동부의 경우, 정보공개 청구가 들어왔는데 영업비밀인 것 같으면 기업에 연락해서 공개할지 안할지를 결정할 수 있어요.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기업 말만 듣고 영업비밀이라면서 비공개하는 게 문제인 거죠. 영업비밀과 관련된 것들은 비공개할 수 있다는 법령에서 또 다른 예외 조건이 있어요. 해당 정보의 공개가 국민의 생명이나 안전, 재산에 위해한 정보일 경우에는 공개해야 된다고 되어 있거든요.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 사망 사건의 경우, 산업재해 피해자 측에서는 작업 공정이 노동자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니까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얘기를 했죠.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위해 정보를 청구해서 받아야 하는데, 작업측정보고서가 공개되어야 어떤 화학물질을 썼고 이 사람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잖아요. 법원이 봤을 때도 생명과 건강에 관한 정보인 게 너무 확실한 거예요. 그래서 재판부가 공개하라고 판결을 내린 것이죠.”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 사망 사건은 삼성전자 반도체와 LCD 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이 백혈병 등의 질병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오랜 시간 피해 노동자들과 유가족들이 산업재해에 대해 삼성에 문제 제기했지만, 삼성은 “개인 질병”이라는 식으로 일관하며 작업 보고서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을 결성해 삼성과 맞서 싸웠고, 10년이라는 시간 끝에 산업재해라는 판정을 받아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산재공화국’이라 불릴만큼 여전히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피해자가 모든 것을 증명해내야 되는 시스템도 문제가 많다.

“비공개 조항이 8가지가 있는데요. 기준이 너무 추상적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에요. 그렇다고 해서 모두 세부적인 기준으로 판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판례를 통해 어느 정도 선이 형성되어 있죠. 개인 사생활과 개인 정보에 관한 건 공개하면 안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보가 공개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공개해야 한다는 게 지금까지의 판례거든요.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정부기관 위원회에 들어가 있는데 위원회에 들어가 있는 게 사적인 일이라서 공개되지 않아야 된다고 주장하더라도, 공공기관 위원회에서 발언하는 내용은 공적으로 이야기한 것이기 때문에 공개해야 하는거죠.”

김예찬 활동가는 100% 비공개의 원칙은 없다고 말한다. 공공의 이익에 부합해 공개해야 한다고 결정이 나면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비공개 정보지만 지금은 공개 정보가 된 것들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과거 전화번호부가 있던 시절, 개인 전화번호는 공개 정보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는 공개의 기준들을 우리가 운동을 통해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사회운동은 새로운 기준과 길을 만드는 과정이다.

정보공개로 연대

정보공개운동은 다소 생소하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정부나 공공기관과 관련된 투쟁이 있다면 정보공개가 필수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다른 영역의 사회운동과 협업한 사례가 궁금해졌다.

“아직 노동조합과는 일을 많이 해보지 못했어요. 협업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아요. 탈핵 운동이 한창일 땐 탈핵 관련 단체들과 연대 사업을 했었죠. 방사능 문제 관련해서 녹색당이 조례를 만들 때,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수산물에 대한 원산지 정보 공개가 안 되는 거예요. 공개가 안 되는 걸 넘어 아예 교육청이나 지자체에서 관리를 안 했죠. 그래서 저희가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방식으로 녹색당과 같이 조례운동을 했었습니다. 민간도 중요한 사항은 규제를 받아야 하는건데, 지자체가 그런 역할을 안하고 있었던 거죠. 그밖에도 지역단체들과도 이것저것 했어요. 예를 들어, 지자체에서 가로수나 공원 관리를 위해서 농약을 뿌리는데 그 안에 유해물질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보공개 청구를 해서 지역 단체들과 같이 기자회견도 했었죠. 꿀벌이 사라진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외국에서는 특정 성분이 꿀벌에게 위협적이어서 사용을 금하고 있던 걸 한국에서는 그냥 쓴다던지. 그런 것들에 대해서 문제 제기도 했고요.”

환경이나 안전과 관련해 정보공개운동은 탁월한 성과를 보이는 것 같다. 세월호 때 사라진 대통령 기록물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요구해 소송을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뒤에 상장을 보면 민언련에서 수상받은 상도 있었는데, 정보를 다루는 일 자체가 언론하고도 겹치는 부분이 많이 있다. 언론과 협업한 때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저희가 사실 시민단체보다는 오히려 언론사와 작업을 많이 하고 있죠. 예를 들면 언론사에서 어떤 부분에 대한 기획 보도를 같이 하고 싶다고 할 때, 함께 논의해서 정보공개 청구를 하고 자료들을 받은 후, 같이 분석해서 기획 보도를 내는 일들이 많이 있었어요. 특히 뉴스타파와 협업을 꽤 했고요. 국회의원들의 정책 보고서나 정책 영향 보고서를 열람해서 표절이나 뻥튀기로 예산을 빼돌린 걸 잡아 상을 많이 받았죠.”

김예찬 활동가의 명함에는 “탐정 지망생”이라고 적혀있지만, 이미 그는 ‘권력과 불평등에 맞서 싸우는’ 탐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셜록 홈즈 저리가라다.

일상에서 국가까지, 만능(?) 도구 정보공개운동

알 권리는 그 자체로 권력 감시의 기능을 한다. 예컨대 어떤 기관에서 활동하는 자에게 성범죄 의혹이 있다면, 성범죄 이력조회 확인서나 성폭력 교육 이수 내용 자료가 있는지 정보공개를 요청함으로써 그 자체로 기관을 압박하는 수단이 된다. 하지만 정보가 필요한 사건을 겪지 않는다면 관심갖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알 권리를 좀 더 널리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뭘까? 탐정소설을 좋아하는 김예찬 활동가는 ‘재미’라고 말한다.

“정보공개청구는 재미있어요. 정보공개대장을 보면 다른 사람들이 정보공개를 청구한 내역을 볼 수 있는데, 개인정보 빼고 청구 제목을 볼 수 있거든요. 그걸 보면 우리처럼 감시의 용도뿐만 아니라, 밥벌이와 관련된 청구도 많아요. 어떤 기업이 어느 지역에 가게를 내고 싶을 경우, 해당 동네에 동종 업계 가게가 몇 개인지, 인허가가 나 있는지 공개청구를 하는 경우가 있어요. 연구자분들이 연구를 위해 청구하는 경우도 많죠. 개발계획 관련 정보 등 개인적 투자를 위해서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나한테 필요가 있고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면 많이 하는 거죠.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니까요. 정보공개포털 www.open.go.kr에 들어가서 간단히 청구할 수 있다는 걸 많이 알려야 할 것 같아요.”

개개인의 일상에서도 알 권리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예찬 활동가 말에 따르면 생각보다 사람들이 정보 공개를 많이 요구한다는 건데, 그렇다면 그가 봤던 특이한 정보공개청구 사례도 있을까?

“대학 언론에서 많이 하죠. 대학교도 정보공개 대상기관이거든요. 사립대도 대상이 되고요. 예를 들어 학생회가 등록금 관련 정보를 요청했는데 자료를 열람 형태로 주는 경우가 있잖아요. 등록금 심의할 때 문제가 되어서 투쟁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혹은 기숙사비가 비쌀 경우 원가 산정이 어떻게 되는지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도 있고요. 정보공개센터에서 대학 언론 사람들과 정보공개캠프를 진행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 결과 총장 업무 추진비를 청구하기도 했죠. 수도권에 있는 유명 대학들은 청구가 들어오는 편인데 지방 사립대는 많이 안 들어오더라고요. 이것도 알면 써먹을 수 있는 거죠.”

대부분 개인의 생활과 밀접하고 직관적으로 나와 연결된다고 느낄 수 있는 정보들이다. 개인들의 정보공개청구도 일상에서 쉽게 간과되는 권력 관계나 위계 등을 드러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보공개운동은 접근성이 좋은 사회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김예찬 활동가는 정보공개 청구가 운동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운동의 무기로서도 유용하다고 말한다.

“정보공개청구가 재밌는 게 공개 자료에 문제가 있으면 그걸로 비판하면 되고요. 제대로 공개를 안하면 그걸로 또 비판할 수 있어요. 모든 운동에는 정보와 근거가 필요한데, 정보공개는 명분을 만들기 좋은 도구죠. 저희 단체에서 소송을 고민하고 있는 것 중 이런 게 있는데요. 중위생활보장위원회에서 중위소득을 결정하는데 회의를 비공개로 한단 말이에요. 빈곤의 기준이 어떤 과정으로 어떤 기준에서 결정되는지 당사자들은 알 수 없는 거죠. 최저임금위원회 회의도 비공개로 하고 있거든요. 최저임금을 받는 당사자들은 거기에 대해서 알 수가 없는 밀실 합의죠. 그래서 회의록을 공개하고 어떤 과정에서 결정됐는지 자료를 요청하면 중요한 압박 요소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제도의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과 직결된 정말 많은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없다는 것은, 대표자들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최저임금법이나 그 시행령에는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은 존재하지 않음에도, 사용자 측 위원들의 강한 반대와 공익위원들의 외면으로 회의는 밀실합의로 이뤄지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회의록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이것 역시 최저임금 액수가 결정된 이후인 한두달 뒤에나 한꺼번에 공개한다. 예찬 활동가와 정보공개센터는 이를 비판하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정보공개운동은 이런 은밀한 권력 구조에 균열을 내며 사회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고 있다.

정보공개운동의 전망

정보공개운동의 ‘빅픽쳐’가 궁금해졌다. 시민들의 자치 참여, 정부기관 견제를 넘어 정보공개운동의 궁극적 목표나 정보공개운동을 통해 이루고 싶은 급진적 전망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알 권리는 민주주의와 직결됩니다. 자유로운 의사 형성이 안되면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니까요. 특정 정보가 차단되는 건 어떤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 형성을 할 수 없다는 얘기거든요. 민주주의의 확대 차원에서 알 권리는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은 특히 기재부 관료들이 좌지우지한다고 하잖아요. 관료들의 힘이 너무 강하고 대중들의 요구가 올라가지 않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정보공개가 이루어져야 관료들의 지배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고, 그들이 어떻게 결정하는지 파악할 수 있어요. 그저 정보를 공개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공개하느냐도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알기 쉽게,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공개하도록 만들어야 됩니다. 예산에 대해 이해가 능통한 시민이 많지 않잖아요. 정부 재정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모르니까 성인지 예산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는 거예요. 성인지 예산으로 논란을 만든 사람들도 문제가 있지만 정부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거죠. 정부가 명확하게 예산에 대해 보여줘야지요. 그게 민주주의의 기본이고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보공개운동이 민주주의 그 자체입니다.”

명확한 대답이었다. 모두가 알지 못하면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뤄진다고 할 수 없다. 관료와 전문가들에게 모든 것을 맡겨놓고 그들이 우리의 삶을 결정하게 놔둔다면, 투표로 우리의 대표자를 뽑아도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정보공개운동이 더 많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사회운동과 연결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김예찬 활동가와의 대화는 다음 ‘활동가편’에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