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4명의 미얀마인을 기억하는 침묵행진

지난 7월 25일 월요일 미얀마 국영언론 ‘글로벌 뉴라이트 오브 미얀마(the Global New Light of Myanmar)’는 군부 당국이 ‘테러 활동’을 도운 혐의로 기소된 활동가 2인 등 4인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에서 사형이 집행된 것은 1988년 이후 34년만이다.

지난 1월과 4월에 열린 비공개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이들은 2021년 2월 쿠데타 이후 군부에 맞서 싸워온 시민불복종운동과 전국적인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처형된 사람들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인사는 꼬지미(Ko Jimmy)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캬우 민 유(Kyaw Min Yu)와 힙합 가수 출신으로서 NLD 소속의 전 의원인 뾰 자야르 또우(U Phyo Zayar Thaw)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두 명의 인사는 흘라 묘 아웅(Hla Myo Aung)과 아웅 투라 자우(Aung Thura Zaw)다. 네 명에 대한 사형 집행은 25일 동시에 치러졌다.

미얀마 국영언론은 “사형이 집행됐다”고 보도했을 뿐, 어떤 방식으로 사형 집행이 됐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34년 전 미얀마에서의 사형 집행 방식은 교수형이었다.

이에 맞서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의 삼엄한 탄압 정국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규탄 시위를 벌였다. 7월 25일(월) 양곤 시내에서는 복면을 쓴 일군의 시민들이 당국의 사형 집행을 규탄하며 행진했다.

꼬지미는 1988년 8888 항쟁 당시 학생운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때 체포되어 1988년부터 1996년까지 구속되었고, 출소 뒤 2007년 연료 가격 인상을 규탄하는 시위(샤프란 혁명)를 주도한 혐의로 다시 5년 더 복역했다. 감옥에서만 15년의 시간을 보냈다.

자야르 또우는 젊은 시절(2000년) 힙합그룹 애시드(Acid)에서 래퍼로 활동한 적 있는 정치인이다. 이들의 앨범은 두 달 동안 미얀마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후 2007년 자야르 또우는 ‘Generation Wave’라는 청년운동단체를 설립해 그래피티와 스티커, 팜플렛을 통해 군부에 비판적인 내용을 선전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했다. 이런 활동의 결과, 2010년 그는 군부에 체포되어 5년형을 선고받았다. 국내외적인 석방 운동에 힘입어 그는 이듬해 석방된다. 하지만 이후 공연 활동을 금지당한다. 2015년 총선에 출마해 하원의원으로 당선되었고, 2021년 쿠데타 이후에도 시민불복종운동에 함께 하다가 올해 1월 사형을 선고받았다. 사형 선고 6개월만에 군부는 그를 살해했다.

시민불복종운동 시위에서 연설하는 자야르 또우

고인이 된 꼬지미의 부인 닐라 테인(Nilar Thein)은 “남편의 시신 없이는 장례식을 치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 계정에 “우리 모두 용감하고, 단호하며, 강해져야 합니다”라고 올렸다.

이번 사형 집행에 대해 국민통합정부(NUG)는 “군부의 잔혹함에 맞서 전 세계가 함께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미첼 바첼렛 유엔 인권위원장은 “잔혹하고도 퇴행적인 조치(cruel and regressive step)”라고 규탄했다. 안토니오 구테레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사형 집행을 강력히 비난하고 아웅 산 수 치 등 모든 정치범의 석방을 촉구했다.

미얀마 사회운동단체 Justice for Myanmar는 성명을 통해 “4인에 대한 충격적인 처형은 반인륜적 범죄이자 전쟁 범죄이다. 민 아웅 흘라잉다운 등 모든 가해자들은 이러한 뻔뻔한 잔혹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탄했다.

유럽연합, 호주,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노르웨이, 한국, 영국, 미국 외교당국은 공동 성명에서 사형 집행이 “(군부가) 인권과 법치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비난받을 만한 폭력 행위”라고 규탄했다.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106개 단체)도 7월 26일 성명을 통해 이번 사형 집행이 “(군부가) 자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더 한 반인도적 범죄도 저지를 수 있는 집단임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여전히 미얀마 군부와 협력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 “미얀마 군부와의 협력을 단절하는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외교적 수사로 미얀마 군부의 사형집행을 비판하고 아세안과의 약속을 지키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아세안과 함께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노력과 지원방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특히 “한국 기업의 투자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원칙적 대응”과 “관련 법과 제도 정비”를 촉구했다.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은 오는 7월 30일(토) 오후 4시 광화문에서 이번 사형 집행을 규탄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4명의 활동가를 추모하는 집회와 행진을 치를 예정이다. 이 침묵행진에 함께 함으로써 미얀마에서 계속되고 있는 시민불복종운동에 연대하자. 나아가 사형이 선고된 113명의 운동가들을 지키는 국제연대에 함께 하자. 113명의 활동가들을 지키는 것이 미얀마 민중의 민주주의와 삶을 지키는 것이고, 이는 평등하고 민주적인 동아시아의 미래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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