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운동 | 춘천 레고랜드에 닥친 예정된 비극

강원도 춘천에 중도라는 섬이 있다. 1967년 춘천 의암댐 건설로 형성된 인공섬이다. 춘천 도심 옆 의암호 한가운데에 위치한 중도는 인기 많은 유원지였다. 큰 건물 하나 없이 탁 트인 공간에서 자연을 벗삼아 캠핑을 즐기고, 신비로운 새벽 물안개까지 볼 수 있었다. 자연환경이 비교적 잘 보전된 곳이라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다.

비극의 시작

중도에 레고랜드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2007년 2월 레고랜드 코리아 특수목적법인(SPC)에 참가한 LTP코리아가 강원도에 사업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2008년 5월, 한나라당 소속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멀린 엔터테인먼트(Merlin Entertainment)사를 방문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010년 당선된 민주당 이광재 도지사는 당시 검토 수준에 불과했던 레고랜드 조성사업 추진을 결정한다.

하지만 멀린 측에 중도를 기본 50년에 50년을 추가해 최대 100년 무상 임대한다는 점과 선사시대 문화재 파괴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다. 그 사이 이광재 도지사는 1년 만에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물러나면서 레고랜드에 대한 논의는 중단된다. 그러나 다음 해인 2011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통합민주당 최문순 도지사는 대대적인 레고랜드 추진계획을 밝힌다. 2012년에 공사를 시작해 2014년에 개장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업에 참여했던 이들 간 이견이 조율되지 못하고, 법률적인 문제도 발생해 공사는 1년 미뤄진다.

레고랜드가 본격화되면서 우려점들이 속속 제기되었다. 그 중 가장 큰 우려는 계약의 불균형성이었다. 강원도는 운영사인 멀린에 100년 간 땅을 빌려주고, 돈 대주고, 기반시설도 제공하고, 시공사 관리까지 해주기로 했다. 한데 사업 진행중 문제가 발생하면 6개월 안에 해결해야 하고, 해결되지 못하면 멀린에게 투자금 이상의 손해까지 배상해주는 것에 대한 부당성이 제기됐다. 이광준 춘천시장은 레고랜드 진입교량에 국비지원액이 확정되지 않은 점을 들어 강원도에 레고랜드 본계약 체결유보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문순 도지사는 2013년 10월, 멀린사와 레고랜드 개발 본협약(UA)을 강행한다.

세계적 선사유적을 쓰레기통에

중도에서 한창 수로공사를 하던 2014년 7월, 청동기시대 대규모 촌락 유적이 발굴됐다. 매장문화재 발굴 전문기관은 1차 조사에서 고인돌 101기 등 총 1400여 기의 청동기시대 유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것은 사실 예정된 일이었다. 보통 사람들에게 중도는 유원지로 많이 기억되지만, 고고학계에서 중도는 오래 전부터 선사시대 유물의 보고로 유명했다. 1970년대에 중도 문화재 발굴이 시작되었고, 1980년대 초부터 조사가 이루어졌다. 이곳에서 나온 유물, 유구(遺構)는 ‘중도식 토기’, ‘중도식 주거지’ 등의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특징적이다.

중도는 신석기, 청동기, 철기, 삼국시대를 모두 아우르는 ‘최충요 유적지’이다. 이곳에서만 3천곳 넘는 집자리와 분묘, 9천여 점의 유물이 나왔다. 석관묘와 고인돌의 조영에서 강돌로 부석(敷石)을 깔아 무너지지 않게 하는 방식은 춘천 중도유적만의 특징이다. 청동기시대(고조선)의 집자리터 1300기는 구릉지가 아닌 충적대지 위에 있어 역사에 대한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다. 규모로는 전 세계 청동기 단일유적 중 최대이다.

철기시대(원삼국)의 환호유적 중 국내 최대규모도 이곳에서 발견되었다. 보통의 환호는 원모양인데 중도 환호는 특이하게도 네모꼴로, 이곳이 한반도 최초의 계획도시일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삼국시대 고구려의 귀고리도 이곳에서 발견되었다. 맥족 계통으로 보는 고구려, 백제, 낙랑의 유물과 예족 즉 부여계 사람들의 유물도 나왔다. 지금까지 나온 유물, 유구는 일부에 불과하다. 발견된 것의 양과 특이성으로만 봐도 중도는 세계에서 손꼽는 유적지임이 분명하다. 독일의 고고학자 루츠 피들러는, “춘천 중도 선사유적을 파괴하고 그 위에 레고랜드를 짓는 것은 ‘마추피추’ 부수고 그위에 관광호텔 짓는것과 같다. 독일이었다면 (이 유적을) 복원하고 보존하여 세계적인 자랑거리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고학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인류의 보고’ 중도를 지켜야 한다는 보존론이 대두됐다. 문화재위원회와 레고랜드 추진단은 두 달간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지석묘 이전보존과 집터 표시 방법에 있어 문화재위원회의 자문을 받는 방법으로 조건부 승인 결정, 문화재청 전문위원과 시행사인 엘엘개발(현 중도개발공사) 간 사전합의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문화재청의 현장실태점검에서는 문화재청과 개발사가 당일 현장에서 입을 맞춰 현장을 조작했다는 정황이 사진으로 드러나면서 문화재청이 허위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의혹까지 일었다. 개발사는 유적지에 대량의 쓰레기 매립, 고운 모래로 복토해야 할 곳에 잡석 투입, 공사차량을 선사시대 무덤 위로 불법 운행한 것이 발각되었다. 또한, 개발사는 토층 밑 유물 유구 보존 차원에서 땅을 깊이 파지 않고도 벌집모양 구조물을 바닥에 까는 허니셀(Honeycell)공법으로 건축허가를 받고서는 이후 두 차례나 수십 미터 깊이로 말뚝을 박는 파일(Pile)공법으로의 기초공사 변경요청 사실이 드러났다.

최문순식 불도저 행정

감사원의 감사에서는 공무원들의 비위 행위도 드러났다. 불공정 계약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했는데 파견공무원 두 명이 시행사인 엘엘개발 간부로부터 금품을 받았고, 한 도청 간부는 시행사의 부지 헐값매각에 동조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또 다른 간부 두 명은 지방의회 의결 없이 시행사에 대한 강원도 채무보증 규모에 확대하는 결정을 내렸음이 확인되었다.

강원도는 공사비 마련에도 실패했다. 2300억 원의 공사비를 중도 주변부지 매각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팔리지 않았다.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중도 주변부지를 매각해 조달하겠다는 발상 자체의 무리함이 빚은 결과였다. 하지만 최문순 도지사는 대책없는 낙관으로 2014년 11월에 이어 2016년 10월 두 번째 레고랜드 기공식을 연다. 역시나 공사는 진척되지 못했다.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우리의 최문순 도지사는 2018년에 세 번째 기공식을 열고야 만다.

결국 일이 벌어졌다. 공사비를 마련하지 못한 강원도는 레고랜드 테마파크의 사업권을 시행사인 엘엘개발에서 운영사인 멀린에 넘겨버리는 총괄개발협약을 체결한다. 현 강원중도개발공사인 시행사 엘엘개발은 레고랜드 사업을 위해 강원도가 최대주주로 출자한 특수목적법인이다. 엘엘개발이 주도해야 레고랜드의 수익이 강원도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러나 2018년 12월 14일, 사업 주체를 엘엘개발에서 멀린으로 변경하는 권리의무 변경동의안이 의회 다수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강원도의원들의 찬성으로 강원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제 레고랜드의 진정한 주인은 멀린이 되었다. 레고랜드로 돈을 벌어도 그 돈의 대부분은 멀린이 가져가는 구조가 되었다. 멀린에게 간도 쓸개도 다 빼주더니 이제는 주인 자리까지 내줘버린 것이다.

테마파크 사업비용 예상액 2600억 가운데 멀린이 1800억, 엘엘개발이 800억을 분담하기로 했다. 엘엘개발과 계약을 체결해 공사를 진행중이던 건설사 STX는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 강원도에 200억대의 계약불이행 손해배상 청구에 착수했다. 그렇다면 임대료는 어떻게 배분할까? 총괄개발협약에 의거하여 강원도는 30.8%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변경된다. 강원도와 멀린은 30.8%의 1/10 수준인 단 3%의 시설운영 임대료만 받는 조건으로 밀실비공개협약을 진행했다. 그마저도 매출이 400억 아래면 수익을 한푼도 가져갈 수 없는 구조다. 이런 부당한 협약의 명분은 멀린이 이후 추가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게 고작이다. 강원도는 도의원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 조건서를 도의회에 공개하지 않았다.

중도의 잿빛 미래

2022년 5월 5일, 레고랜드가 개장한다. 사업시작 11년 만이다. 기공식만 세 번 했다. 레고랜드 건설사업은 춘천호반(관광지) 개발사업의 일부이다. 전체면적 104만 4433㎡ 중 레고랜드는 26.88%(280,790㎡)를 차지한다. 나머지 74%에는 호텔, 컨벤션센터, 상가시설 등 다른 건물이 들어온다. 총 1조 360억짜리 공사이다. 민간사업자 유치를 통해 부족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실패했다. 개장이 코앞이지만 레고랜드 주변은 여전히 허허벌판이다.

중도 선사유적 파괴, 세금 낭비, 불공정 계약, 특혜 시비에도 불구하고 간신히 만든 레고랜드가 바라보는 것은 연간 200만 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과 9800여 명의 일자리 창출, 연간 44억 원의 지방세수 증대 효과이다.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놓인 레고랜드에 2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올지는 미지수다. 설령 온다고 해도 교통관련 인프라를 전혀 마련해놓지 않아 교통대란이 예상된다. 일자리와 관련해서도 애초 강원도가 홍보했던 9800여 명과는 달리 개장을 코앞에 둔 3월 기준 채용인원은 548명에 불과하고, 이 중 70%가 계약직이다. 주차장도 문제인데, 강원도가 중도 땅 내에 레고랜드 테마파크 근처에 지을 예정인 강원국제컨벤션센터 부지를 레고랜드의 임시주차장으로 사용하기로 하면서 도유지를 중도개발공사에 평당 30만원 받고 팔았다가 10배가 넘는 300만원 이상의 금액으로 되사기 해 업무상 배임 혐의까지 불거지고 있다.

강원지역 시민사회는 지금까지 레고랜드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 해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레고랜드는 완성되었고, 이제 5월이면 개장한다.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지금도 싸우고 있으며, 또 싸울 수밖에 없다. 당장 강원도는 레고랜드 개장 전까지 선사유적 공원과 박물관을 건립하기로 하고 문화재청의 준공허가를 받았으나, 그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 중도에 진행하는 춘천호반 개발사업 중 26%의 레고랜드 외 계획된 74%의 또 다른 대규모 토목개발의 시작이 눈 앞에 있기도 하다. 7~80년대 막가파식 난개발이 2022년 현재 강원도 춘천 중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도 난개발은 현재진행형이다.

이효성 (춘천지역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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