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 공장 노동자들, 코로나 방역 부실 속에 건강권 위해 격렬 시위

폭스콘 공장 노동자들, 코로나 방역 부실 속에 건강권 위해 격렬 시위

애플과 폭스콘 자본, 그리고 중국 정부는 공장 내 방역 문제와 생산관리에 있어서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지 않았고, 관리의 결함이 발생하고 노동자들의 불만이 폭발하자 허둥지둥대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2022년 11월 30일

[동아시아]중국대륙노동운동, 동아시아, 중국, 코로나19, 폭스콘, 허난성

폭스콘 정저우 공장은 노동자 20여 만 명이 일하는 거대한 공장으로,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생산하는 거대 규모의 사업장이다. 지난 한 달 동안 폭스콘 정저우 공장에서는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들이 이어졌다. 공장 내에선 바이러스 전파에 따른 혼돈이 반복되고, 공장 노동자들은 사측과 당국의 공장 봉쇄에 거세게 반발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10월 13일 허난성 정저우 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가 늘어나자, 당국은 제로코로나 방역을 위한 봉쇄 정책을 펼쳤다. 이에 따라 애플의 위탁생산공장인 폭스콘 정저우공장 역시 판매 성수기 시즌 생산량의 유지를 위해 봉쇄 단계에 접어들었다. 공장 안에는 20만 명의 노동자들이 있었지만, 사측은 이 모두를 격리하는 과감한 조치를 회피하지 않았다.

그 즈음 공장 내 노동자들 사이에는 이 공장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의 실험단지가 될 것이라는 ‘찌라시’가 돌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2급 유행성 감기로 변경하고,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이 확산된 후에도 라인 가동과 생산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그것이었다. 노동자들은 이런 조치가 자신들을 실험용 쥐로 여기는 것과 같다고 여기기 시작했다.

폭스콘 사측은 노동자들이 공장 내 셀프서비스홀(自助餐厅堂)에서 식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기숙사에서 공장까지 훨씬 더 먼 길을 우회하도록 강요했다.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매일 PCR검사를 진행하고 체온을 재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생산라인에서 일하지 않는 동안에는 무조건 기숙사에만 있어야 한다고 강요당했다.

공장 안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 코호트 격리된 노동자들의 경우, 격리 기간 내내 음식을 배달해 먹어야 했다. 심지어 일부 노동자들은 충분한 음식을 전달받지 못하거나, 아예 전달받지 못했고, 생필품도 현저히 부족해졌다.

사측의 엄격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10월 24일부터 공장 내 확진자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국의 코로나 핵산 검사(PCR) 체계는 매우 엉망이었고, 노동자들의 외출은 점차 봉쇄되었다. 그러면서 공장 경계를 나누는 벽이 인위적으로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산은 그대로 유지됐다.

일련의 소문이 퍼져나가자 노동자들은 공장 안에 남아 코로나에 감염되거나 굶길 기다리기보다는 공장을 떠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10월 29일, 일련의 폭스콘 노동자들이 도망쳐 나가는 영상이 인터넷 상에 유포됐다. 영상 속에서 일군의 농민공들은 담장을 부수고 밖으로 나가 도보로 고속도로와 논밭을 통과했다. 일부는 며칠 내내 걸어서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도보로 귀향하기도 했다.

대혼돈이 벌어지기 며칠 전인 10월 16일부터 22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세번째 임기가 확정된 시진핑 당 총서기는 적극적으로 제로코로나 정책을 권장한 바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제로코로나 정책의 상징적인 조치는 엄격한 통제와 중앙집중식 격리, 몇몇 감염 사례 발생시 곧바로 도시/지역/주거단지(社区)를 폐쇄하는 정책에 있다.

11월 1일, 폭스콘은 아이폰 생산이 평상시와 같이 유지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공장에 남는 노동자들에게는 하루 400위안의 보너스가 약속됐고, 11월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근할 경우 1만 5천 위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혼돈의 상황 속에서도 생산은 멈추지 않아야 했기 때문이다.

11월 2일, 정저우시에서 일주일 사이에 신규 확진자가 24명에서 358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시 당국은 폭스콘 공장과 그 주변 지역에 대해 7일 간의 봉쇄 관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노동자들의 공장 탈출을 더욱 어렵게 했다. 발표 하루 전인 1일 허난성정부 왕카이(王凯) 성장은 폭스콘 공장을 시찰하면서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This image grab taken from AFP video footage and posted on November 23, 2022 shows workers at Foxconn’s iPhone factory in Zhengzhou in central China clashing with riot police as well as people wearing hazmat suits. - Violent protests have broken out around Foxconn's vast iPhone factory in central China, as workers clashed with security personnel over pay and living conditions at the plant. (Photo by AFPTV TEAMS / ESN / STILL SALTY / AFP) / RESTRICTED TO EDITORIAL USE - MANDATORY CREDIT "AFP PHOTO" - NO MARKETING NO ADVERTISING CAMPAIGNS - DISTRIBUTED AS A SERVICE TO CLIENTS - NO ARCHIVE
This image grab taken from AFP video footage and posted on November 23, 2022 shows workers at Foxconn’s iPhone factory in Zhengzhou in central China clashing with riot police as well as people wearing hazmat suits. - Violent protests have broken out around Foxconn's vast iPhone factory in central China, as workers clashed with security personnel over pay and living conditions at the plant. (Photo by AFPTV TEAMS / ESN / STILL SALTY / AFP) / RESTRICTED TO EDITORIAL USE - MANDATORY CREDIT "AFP PHOTO" - NO MARKETING NO ADVERTISING CAMPAIGNS - DISTRIBUTED AS A SERVICE TO CLIENTS - NO ARCHIVE

혼란에 빠진 다수의 노동자들은 자발적으로 공장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이 상황에 대해 원청 사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폭스콘 측은 “코로나19 방역 조치는 지구전”이라면서, 공장 내 노동자들이 하루 세 끼를 안정적으로 먹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장 안에서 나오는 목소리들은 이와 다르다. 노동자들은 사측의 대응이 매우 혼란스럽고 비논리적이었다고 비판한다. 가령 사측은 양성 판정을 받은 노동자와 밀접 접촉 노동자를 함께 격리 장소로 보내기도 했고, 밀접 접촉 노동자들에게는 계속해서 라인에서 일해야 한다고 강요하기도 했다. 폭스콘은 당초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벗어나는 걸 불허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상에서 대중의 분노가 커지자, 뒤로 한 발 물러나야 했다.

11월 7일, 애플 측은 아이폰14의 수송이 딜레이될 것이며, 폭스콘 정저우 공장 상황의 직접적인 결과로 인해 재고물량도 낮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애플은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한 생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허난성 정부는 폭스콘 공장의 노동력 부족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폭스콘을 대신해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이에 따라 17일까지 10만 명 이상의 신규 구직 신청을 받았다.

11월 23일,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공장 내 시위에 돌입했다. 경찰들은 흰색 보호장비를 착용한 채 노동자들과 대치하면서, 최루탄과 물대포 등을 쏘며 집회를 진압했다. 그들은 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구타하면서 체포하기까지 했다.

노동자들의 불만은 임금과 노동안전이었다. 노동자들은 PCR 검사 후 양성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생산을 멈추거나 확진자를 격리조치 하지 않는다며, 이는 곧 양성과 음성 결과를 받은 노동자들이 폐쇄루프 생산라인에서 밀접하게 접촉하여 일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또, 신규 입사한 노동자들에게 약속된 보너스가 애초 약속과는 다르게 지급된다는 점도 밝혀졌다. 이런 점은 폭스콘 노동자들을 분노하게 했다. 이튿날까지 시위가 계속되자, 폭스콘 측은 임금 약속이 어긋난 문제가 단지 “기술적인 문제”였다고 둘러대며 신규 입사한 노동자들이 공장을 떠날 경우 1만 위안(180만 원)의 보상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25일(금), 정부 당국은 25일부터 29일까지 5일 동안 도시 전역에서 매일 PCR검사를 실시하겠다고 결정하고, 이 시기 도심 지역을 봉쇄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저우 시민들은 한동안 집 안에만 격리된 채 머물러야 했다. 폭스콘의 많은 노동자들은 1만 위안의 보상금을 받고 공장을 떠났다.

중국 경제에서 폭스콘이 차지하는 위치는 상당하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는 외국자본의 투자를 통해 글로벌 브랜드 상품의 OEM생산 기지로 성장해왔고, ‘일대일로 프로젝트’나 ‘중국제조2025’, ‘쌍순환’ 등을 통해 체질 전환을 시도하는 오늘날에도 이전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즉, 정저우와 선전 등 폭스콘 거대 공장이 위치한 도시들은 글로벌 공급사슬의 엄격한 관리라는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미국 기업 제품을 생산하는 기지에 문제가 생기면 중국 경제의 안정성에도 큰 문제가 발생한다. 한때 90만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수준에 달했던 중국 전역 폭스콘 생산기지들의 생산능력과 규모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애플, 폭스콘, 정부 모두 현저한 무능력을 드러냈다. 자본과 정부는 공장 내 방역 문제와 생산관리에 있어서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지 않았고, 관리의 결함이 발생하고 노동자들의 불만이 폭발하자 허둥지둥대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저항 앞에서 꼼짝도 못하는 모습만을 보이다가 이내 1만 위안 지급으로 봉합을 시도했다. 이는 ‘글로벌 공급사슬’의 약한 고리가 높은 성벽처럼 세워진 대공장 현장(이 공장에만 20만 명이 일하고 있다)에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에서 중화전국총공회 산하 기업공회는 행위자로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노동조합에게 자주성이 결여되어 있을 때의 수동성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경찰과의 격렬한 대치와 투쟁 끝에 얻은 성과로 고향으로 돌아가길 택한 폭스콘 노동자들의 모습은 오늘날 중국 대륙의 농민공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들은 계속해서 공장에 남아 코로나 상황 하에서의 강제노동을 감당해야 하거나, 아니면 몇날 며칠씩 고속도로를 따라 도보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종의 난민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폭스콘 노동자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며 생각할 것이다. 이대로는 삶을 바꿀 수 없다고. 그렇다면 무엇이 그들의 삶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도시에 남을 수도,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呆不下去的城市,回不去的农村) 처지에 놓여 있다가 마침내 집단적인 저항을 시도했던 자신들과 같은 다른 인민들과 더 많이 연결되어 함께 싸우는 수밖에 없다. 이는 비단 중국 민중들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폭스콘 정저우 공장의 시위가 정리될 때까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이는 이틀 후 벌어질 전국적 시위의 서막이었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