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국가 중국의 탄생 ①

[편집자의 말] 얼굴인식 기술은 중국과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 뿐만 아니라 소위 민주주의 체제에서도 번성하고 있다. 이 기술은 사생활과 인권에 대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개체에 대한 사회의 보호망은 과학기술 발전만큼 빠르지 않다. 감시기술의 가장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중국에서 감시체제가 어떻게 형성되어왔는지, 그리고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소개하고 있는 글을 번역해 소개한다. 분량이 길어 둘로 나눌 예정이다.

최근 아버지가 사시는 베이징의 한 사구(社区)에는 얼굴인식 출입구 장치가 일괄 설치됐다. 과거에는 사구 경비원에게 들여보내줄 수 있냐고 질문하면, “물론 돼죠! 저도 부친분이랑 친해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얼굴을 카메라 렌즈에 대고, 출입 검사에 응하라고 말할 뿐이다.

사구에 얼굴인식 출입문을 설치하는 것을 예상치 못했던 건 아니다. 다만 그것이 아버지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는 매우 궁금했다. 어머니의 전언에 따르면, 아버지는 어느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거친 슈퍼마켓에 같은 날 쇼핑하러 갔다가, 7일 뒤에 “빅데이터에 의해 발견됐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사구 관리자는 아버지에게 집 안에서 2주 동안 머물러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때 네 아버지가 지독하게 놀라서, 이 일이 있은 후 몇 주 동안은 핸드폰을 갖고 외출하지 않았어. 버스타는 것보단 차라리 걷는 게 나아. 마트에 장을 보러 가지도 않았지.” 어머니는 아버지의 “과도한 반응”에 대해 화가 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나는 “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 놀라신 거에요?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게 무서운 거에요, 아니면 영문도 모른 채로 격리될까봐 두려운 거에요?”라고 물었다. 어머니는 “아마 둘 다겠지”라고 답하셨다.

나 역시 두려움이 있다.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과학기술에 대한 “두려움”으로 본래 누리던 생활방식을 바꾸게 될까봐 그렇다. 아버지가 사생활에 대한 권리 의식이나 권위주의 정부에 대한 반대의 의미로 이 행위예술에 가까운 “저항”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순 없다. 그보다는 본능적인 반발에 약간의 공포가 섞여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지금의 중국에서는 아무리 둔한 사람이라도 항상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 아무도 이 감시 시스템이 작동하는 전부와 세부를 알진 못한다. 가령 어머니는 아버지가 그 마트에 다녀온 지 7일이 지난 후에야 연락을 받게 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신다. 하지만 이 시스템의 존재 자체는 어느새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감시하고 훈육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나의 아버지처럼 은퇴한 노인이라고 할 때, 활동 범위가 크지 않고 심지어 여러 이유로 의도적으로 공공장소를 피한다면, 정부의 감시카메라 영상에 의해 수집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을 수 있을까? 이제 그러한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A screen demonstrates facial-recognition technology at the World Artificial Intelligence Conference (WAIC) in Shanghai, China, on Thursday, Aug. 29, 2019. The conference runs through Aug. 31. Photographer: Qilai Shen/Bloomberg via Getty Images

“강력한 과학기술 경찰”

2021년 베이징시 통저우구 공안국은 “설량공정(雪亮工程)”이라는 감시 프로그램 입찰 문건을 발표했다. 그 중 중점인원에 대해 “1인1건”을 하겠다고 서술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에게 “이미 도래한” 데이터 감시 제도의 풍경이다. 이 문건은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카메라를 이용해 자동으로 사람의 얼굴을 촬영하고… 셋방 임대 정보나 사구 출입금지 정보, 보건소 접수 진료 정보, 호텔 숙박 정보, PC방 인터넷접속 정보, 유치원 및 초등학교 학부모 연락 정보 등에 능히 접근할 수 있고, 각종 인원들의 활동 궤적 기록을 모은다.” 각종 데이터 시스템이 개통되면, ‘중점 집단 누계점수 경고 모델(重点人群积分预警模型)”을 구축하여, 이상 궤적과 이상 행동을 점수화하고, 임계치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경보를 울리도록 하여 인위적으로 개입할 계획이다.

“주복야출(昼伏夜出; 낮에는 숨고 밤에는 나타난다)” 등 입찰 문건에 쓰여있는 이상한 신호 이외에, 우리는 아직 이 모델의 실시되는 수준이나 세부사항을 알 수 없다. 하지만 데이터소스와 네트워크적으로 결합하면, 다음과 같은 장면을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

한 사람의 ‘유동인구(가령 농민공)’이 최근 빈번하게 출입하는 PC방과 음식점에서 이전에 비해 소비의 수준이 한 등급(소비 기록으로든 얼굴인식) 높아진다는 것은, 그가 어디에서 재산을 불렸는지 의심할 수 있는가? 절도 전과가 있는 사람이 한 고급 주거단지에 빈번하게 드나드는 것은 다음 차례의 범죄 행동을 저지르기 위한 것인가? 시스템이 여러 차례 한 대학생과 정치 이견자가 함께 얼굴을 맞대는 것을 포착한다면 그의 사상적인 동향을 의심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혹은, 시스템이 내 아버지가 한 차례 격리된 걸 모니터링한 후, 다시는 마트나 식당에 가지 않고, 동시에 그가 이사를 가거나 입원했다는 정보조차 모니터링되지 않았다면, 그가 모종의 수단을 취해 정부의 감시를 피하고 있다는 의심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격자화관리(网格化管理)와 결합하면, 사구 공작인원이 능동적으로 방문 조사를 할 수 있고, 실제로 어떤 범죄도 발생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진짜로 재해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하나의 카메라들이 어떻게 거대한 디지털 레비아탄(성격에 나오는 거대한 괴물로 대항해시대 유럽 선원들의 공포의 대상이었다)을 구축할 수 있었을까? 그 이면에는 중국 감시 시스템의 25년 발전 과정이 있다.

1998년 공안부는 금순공정(金盾工程)을 시작했는데, 주로 기초 데이터베이스와 과학기술 플랫폼, 초기 네트워크 방화벽을 구축하여 “과학기술로 강화된 경찰(科技强警)”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2005년, “3111” 프로젝트는 도시 경보와 CCTV 시스템의 시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방에서 수년 간의 실험 끝에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평안도시(平安城市)” 공공 CCTV 구축 사업이 대도시 곳곳에서 펼쳐졌다. 당시 이 단계에서 중국은 여전히 걸음마를 뗴고 있었다. 2001년 9.11테러와 2005년 런던 지하철 폭파사건 등의 여파로 각국 경찰은 대도시 공공장소에 카메라를 설치해 치안을 협조하였다. 중국 정부는 대표단을 파견해 서구의 선진 경험을 배우고자 했으나, 설비는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얼마후 중국의 감시기술은 서방 국가들을 추월했다. 2010년대, 3기 ‘평안도시’가 대규모의 CCTV ‘천망(天网)’ 공정의 일부로 포함되었다. 2016년 이후 중국은 세계 최대의 감시장비 시장이 됐으며, 거의 1조 위안의 시장규모 중 정부 조달이 60%를 차지했다. 오늘날 전 세계 10억 개의 가까운 카메라 중에서 절반 이상이 중국에 있다. 이렇게 추산할 때, 전 세계 감시카메라 4대 중 1대는 중국 정부의 조달품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얼굴인식 등 첨단 기술도 대규모로 활용되고 있다. 2017년 구이저우에서 천안(天眼) 시스템 도전과 함께 다큐멘터리 촬영 허가를 받은 BBC 기자가 있었다. 그의 얼굴이 데이터베이스에 용의자로 표기된 뒤 채 7분도 되지 않았을 때, 그는 시내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정부 조달은 거대한 산업사슬을 탄생시켰다. 홍콩과기대학(香港科技大学)의 황징양(黄靖洋)과 켈리 차이(蔡欣怡; Kellee Tsai)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 보안산업의 부상과 그에 따른 국가 및 산업의 관계를 연구했다. 전략적으로 중국 지방정부, 특히 공안당국의 수요에 초점을 맞춘 저장성 기업들은 매우 빠르게 선발되어 기초 위탁생산에 그친 광둥성의 기업들을 제치고 세계적인 빅테크가 됐다. 현재 다후아(大华), 하이캉웨이스(海康威视), 위스 테크놀로지(宇视科技) 등 세 기업은 전 세계 감시장비산업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완전히 독립적인 과학기술은 중국 정부가 감시장비를 대규모로 구축하고자 할 때, 더더욱 수완을 넓혀나갔다.

정부의 조달 문건에 따르면 CCTV 시스템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19년 베이징시 공안국의 톈안먼지국은 1천37만 위안(2022년 10월 기준 약 20억 원)을 투자해 335대의 최첨단 고화질 감시카메라와 지원장비를 구매했다. 이제 수백 개의 카메라 화면을 자동으로 순환시키고, 얼굴인식 장비는 국경을 넘는 침입, 인원의 변동과 집결 등을 식별하고 자동으로 경보를 보내는 기능을 갖추게 됐다.

2019년 9월 베이징시 공안국 하이뎬분국은 조달 발표를 했는데, 공안기관은 여러 민간 장소의 CCTV 카메라를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인수”하기 시작했다. 클럽, 노래방 등은 감시카메라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검열에 대비하기 위해 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문구에 대한 민간기업들의 불만 때문에 하이뎬분국은 1천71만 위안을 들여 관내 106개 유흥업소에 일괄적으로 CCTV를 재구매해주고, 광케이블을 설치해 관할 파출소로 직접 연결하였다.

정부의 감시 배치 범위는 점점 확대되고 있고, 개인 주택 역시 예외는 아니다. 나는 부모님이 계신 동네의 2020년 구매 문건을 찾아냈다. 베이징시 동청(东城)구에 위치한 이 거리는 약 200만 위안의 가격으로 관할 구역내 10개 사구가 하이캉웨이스가 생산한 30개의 출입문, 31대의 차량 스캔 카메라, 그밖에 부대시설과 주민들을 위한 출입카드 수만 장을 구매했다. 이는 업주위원회나 아파트 개발업자의 조치가 아니라, 가도판사처(街道办事处), 즉 기층정부가 통일적으로 벌이는 행동이다.

2021년 베이징시 공안국이 발표한 《지혜평안 공동체 건설지침(智慧平安小区建设指南)》에 따르면, 향후 주거단지나 농촌 별장(村庄), 부속 건물의 입구에 CCTV 장비와 차량식별장비, 스마트 출입구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얼굴인식 출입문은 모든 주거단지에 필수적이며, 인원과 차량이 출입할 때마다 주민의 이름과 문 여는 방식, 시간, 주민번호, 채취된 얼굴저옵, 거주 속성(자가, 임대, 방문객 등) 등을 기록해 해당 지역의 공안국에 업로드한다. 이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이 프로젝트가 전면적으로 시작된 후, 우리가 집을 떠나거나 귀가할 때마다, 그밖에 친구 집을 찾을 때, 그 정보가 정부에 기록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유비쿼터스 모니터링 “천망”은 궁극적으로 장소를 차원으로 하는 게 아니라, 인위적 차원의 새로운 모니터링 모델을 실현하는 것에 있다. 즉, 다른 장소와 시간, 다른 정보 시스템에서 한 사람의 출현을 모두 기록하고, 모든 사람의 행동 패턴에 대한 디지털 파일을 생성하는 것이다.

Hikvision and Dahua CCTV security surveillance cameras overlook a street as a man cycles past following the spread of the coronavirus disease (COVID-19) in Beijing, China May 11, 2020. Picture taken May 11, 2020. REUTERS/Thomas Peter – RC26WG9OWA4V

온 세상에 격자망에 있지 않은 사람은 없다

2016년 중국 정부는 ‘설량공정’이라 명명된 새로운 대규모 영상카메라 설치를 시작했다. 세계 주요국들의 영상 감시는 도시의 중요한 공공장소에 국한된다. 중국 정부는 “사각지대 없이, 모든 것을 커버”하려고 했다. ‘설량공정’은 중앙정법위원회가 주도하여 현과 향, 촌에 일급 카메라들을 설치하는 것에 집중함으로써, “전역을 커버하고, 전체 네트워크가 공유되며, 24시간 활용 가능하고, 모든 프로세스를 제어할 수 있도록”하였다. ‘설량공정’은 농촌과 도시의 모든 주거지역들을 포괄했다.

‘설량’은 마오쩌둥(毛泽东)이 했던 “군중의 눈은 눈처럼 밝다(群众的眼睛是雪亮的)”에서 나온 말이다. 그 특별한 의미는 도시에서 농촌으로 확장됐을 뿐만 아니라, 대중 참여를 강조한다는 것에 있다. 농촌 지역 모든 집들의 TV 셋톱박스는 영상신호로 연결될 수 있으며, TV 셋톱박스와 모바일앱에서 이미지를 검색하고 ‘원클릭 경보’를 울리게 할 수 있다. 민중의 직접적인 참여는 단지 보조일 뿐, 보다 중요한 것은 최근 몇 년 동안 추진되고 있는 격자화관리와 연결돼 있다. 정부가 ‘설량공정’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바로 ‘격자화관리’를 기반으로 하는 대중적 치안 예방 및 통제 프로젝트이다.

허난(河南)성 신양(信阳)시 핑챠오구는 일찍이 함께 여자 투신자살을 만류하는 것을 범례상 “모범적인 전형(先进典型)”으로 보고한 바 있다. 당번 격자원이 야간에 관할구역 내 강가를 감시하고 있을 때, 한 여성이 차오스강(朝浉河)을 마주한 큰 다리 위에 앉아 있는 걸 목격했다. 아마도 뛰어내리려는 것 같았다. 이를 알아차린 순찰대원은 여자가 뛰어넘으려는 난간으로 빠르게 다다라 그를 잡아당겼다. “이 구조된 여성은 자신을 구해준 순찰대원에게 감사를 표할 뿐만 아니라, 격자화 서비스관리와 ‘설량공정’에 더욱 고마워해야 합니다. 당시는 새벽 1시가 조금 넘었을 때인데다 차가운 겨울 날씨의 심야였어요. 다리 위에는 행인이 다니지 않았고, 우리의 격자 관리원은 CCTV를 통해 그 여성이 비정상적인 행동 궤적을 보이고 있다는 걸 알게 발견했죠. 최종적으로 맨처음 통지받았던 순찰대원이 앞쪽으로 가서 그 여성을 구조한 겁니다. “핑차오구 정법위원회의 공작원이 설명했다.

각지의 ‘설량공정’의 모델 케이스는 기층의 이와 같은 수많은 사무들을 포함하는데, 가령 농민들이 볏짚을 태우는 걸 저지한다던지, 전기차 불법 충천에 따른 화재 위험을 발견한다던지, 강물로 떠내려오는 동물의 시체를 처리한다던지 하는 일들이다. 이와 같은 사건들은 최근 몇년 동안 ‘설량공정’의 기층 감시시스템이 과거의 몇 가지 요소와는 다른 점을 보여준다. 우선 공안기관이 더는 감시의 유일한 사용자가 아니다. 반(半)정식적으론 정부 직원인 격자원이 보다 많은 초보적 업무를 맡는다. 감시는 특정 집단이나 사건 발생 후에나 특정 범죄사건을 적발하는 것에만 활용되지 않는다. “보편감시(普遍监控)”는 모든 ‘안전 위험’을 예방 사례에 포함시키고, 사회서비스 기능을 겸비한다.

‘격자망 관리’는 일찍이 2003년과 2004년 사스(SARS)에 대응하여 올림픽 기간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실험을 거쳤다. 2013년 처음으로 중앙정부 문건에 삽입된 후 2017년 대규모 펼쳐지면서 지난 몇 년 동안 통치 현대화와 기층 치리(治理)의 배경 하에서 일종의 정상화 수단으로 변화했고, 감시시스템과 함께 구축됐다. 기층 사구는 하나하나의 격자로 나뉘었다. 도시의 모든 격자에는 300호가, 향촌의 모든 격자에는 약 100호가 있는데, 전임 격자원은 기본적으로 각 가구의 대체적인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정부와 사회의 연결지대로서 진전한 ‘모세혈관’이 된 것이다. 정부가 2020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는 최소 450만 명의 격자원이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한 이래 수년 동안 미리 배치된 격자화관리는 대중의 시야에 더 많이 들어왔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의 많은 사람들은 ‘격자원’이라는 신흥 직업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사람은 “격자원이란 이름을 통해 그 의미를 알 수 있는데, 한 조각의 격자를 책임지는 겁니다. 그 안엔 길거리 점포, 주택, 셋방이 있으며, 어딘가에는 공장이나 고층 빌딩이 있죠. 격자원의 임무는 바로 매일 이런 곳들의 안전 위험을 순찰하는 것인데, 단지 인구나 위생, 소방, 치안에 국한 되는 게 아니라, 사구 서비스도 포함됩니다. 총체적으로 말해, 격자원은 바로 옛날의 지보(地保)나 이장(里长)이 하던 일을 하는 겁니다. 그러니 격자원은 자기 지역의 관혼상제나 생로병사, 인구 이동, 이웃 분쟁 등에 대해 잘 알아야 하죠.” 여기서 지보란 청나라 말기, 민국시대 초기에 110가구마다 두었던 기층 리더를 지칭한다. 많은 청년들은 이런 잡다한 사무가 많은 일자리를 맘에 들어하지 않기 많기 때문에, 얼마간은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공시”를 준비하던 중에 잠시 하기도 한다. 이런 격자원 경험자들의 말에 따르면, 오랫동안 현지에 살아온 교양 수준이 높지 않은 중년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격자원 일자리가 큰 규모로 필요한 원천이 된다.

이처럼 반공식적인 정부 업무는 “정부를 대표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격자원들은 공무원이 아니라 제3자인 용역회사와 근로계약을 맺는다. 지역에 따라 1만2천 위안(2022년 10월 기준 한화 230만 원)에서 4만5천 위안(850만 원)의 월급을 받는다. 격자원은 정부와 사회의 접점이 되었고, 동시에 양자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격자원에겐 “반드시 도달해야 할 세 가지(三必到)”가 있다. 주민들의 불만 정서를 포착하고, 충돌 사건을 포착하고, 갈등 분규를 포착해야 한다. “반드시 방문해야 할 세 가지(三必访)”도 있다. 불우이웃, 특수집단, 민원인 가구가 그것이다.

업무 수첩에는 12개의 책임이 적혀 있는데, 크게 세 종류로 나열할 수 있다. 첫번째는 숨겨진 위험을 발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정 방문을 한다고 할 때 정신병 환자부터 정부에 불만을 품거나 요구 해결이 필요한 소수민족에 이르기까지, 식당과 기업에 안전생산 검사를 진행하는 것도 책무에 포함된다. 두번째 종류는 민중들 간의 사소한 갈등의 화해를 통해 소송이나 민원, 시위, 폭력충돌의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격자원에게는 법 집행의 권한이 없고, 그저 권고나 협조의 방법을 쓸 수 있을 뿐이다. 세번째 종류는 사구 서비스와 그밖의 잡무이다. 예를 들어 독거 노인과 빈곤 가정을 돕고, 상급정부의 각종 임시적 업무에 협력하는 것이 그것이다. 격자원은 모종의 전업 사회안정지킴이(维稳员)라 할 수 있다. 단지 다른 점은 탄압보다는 회유를 하고, 법 집행기관이 아닌 주민의 집사로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큰일을 작게 만드는 데 중점을 둔다. 샹양시에서 열린 기층 치리 추진회의는 ‘설량공정’과 ‘격자망 관리’의 결합을 다음의 5대 행동을 통해 명확히 규정한 바 있다.

  • 갈등 및 분쟁에 대한 대규모 조사
  • 공공 안전의 대대적인 개선
  • 네트워크 환경의 대대적인 청결화
  • 민원 누적 사례의 해결
  • 사회 보장 위험의 대규모 예방 및 통제

이상 5대 행동을 통해 “각종 중대 위험을 맹아 상태로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관방 언론은 산둥성의 한 사구에서 일하는 격자장 장송장(张松江)의 일상을 소개한 바 있다. 24시간 자신의 태블릿PC를 안고 있는 그는 구역 내 8곳의 ‘설량공정’ 감시 장소를 조사한다. 감시조사 임무를 격자원에게 하달하고, “종합 치리 플랫폼”은 각종 이상 상황은 공안이나 기타 부서에 넘김으로써, 기층의 문제와 경찰 사이에서 완충지대를 구축한 것이다. 중국 중앙 텔레비전 CCTV의 다큐멘터리에서도, 쓰촨성 난충(南充)시 공안국의 라오쥔 파출소의 평범한 경찰 취궈리(屈国礼) 씨는 ‘설량공정’과 기층 종합치리를 자신을 위한 구세주라고 본다. 예전에는 그 혼자서 관할구역 내 수만 명의 주민들의 모든 위기상황 해결을 책임져야 했다. 실제 상황에서 많은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감시 대상이 일반인으로 확대되면서 카메라 반대편에서 감시하는 사람도 달라져, 공무원에서 일상 속의 “장씨 아줌마”, “이씨 이모”로 바뀌었다. 정부는 사회 곳곳에서 사회와 직접 부딪히는 대신, 사회를 이용해 사회를 감시하는 것이다. 960만 평방 킬로미터, 14억 인구 위에 펼쳐진 촘촘한 사회 감시망은 모든 장소와 모든 사람이 결국 특정 격자 안에 놓이게 된다. 각 격자에는 충분한 데이터를 수집하기엔 충분히 많은 카메라가 있고, 해당 격자원이 정보를 수집해 위험을 해결한다.

2021년 4월,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中国共産党中央弁公庁)와 중화인민공화국 국무원 판공처(中华人民共和国国务院办公厅)는 공동으로 《기층 거버넌스 체계 강화 및 거버넌스 역량 현대화 건설에 관한 의견(关于加强基层治理体系和治理能力现代化建设的意见)》을 발표해 “기층 거버넌스는 국가 거버넌스의 초석이며, 기층 정권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며, 격자망 관리와 정보화의 결합이 핵심 수단”이라고 명시했다. ’망(网)’이란 것의 핵심은 정권의 촉각을 한 치의 땅조각까지 파고들겠다는 커버리지 성격을 갖는다. ‘넓은 세상 아래 모든 것은 왕의 땅(普天之下莫非王土)’이라는 경구를 상기시킨다. 오늘날에는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넓은 세상 아래, 모든 것은 격자 속에 있다(普天之下,莫不在网格之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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